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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이고 싶은 스포츠카 BMW 640i 그란쿠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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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족보 정리하기가 자꾸 까다로워지고 있다. 예전엔 시리즈와 배기량만 알면 끝이었는데, 시리즈가 자꾸 많아지면서 공유하는 플랫폼 정보도 복잡해지고 배기량과 모델명의 숫자는 이제 전혀 맞지 않는다. 결국 새로운 시스템에 빨리 익숙해 지는 수 밖에 없겠다.

글,사진 / 박기돈(모터리언 편집장, Kidon Park, Editor-in-Chief )

Z3가 Z4로 바뀌면서 4가 생겨났고, 곧 최신 4시리즈 쿠페가 등장한다. 과거의 6은 8로 진화했다가 잠시 Z8으로 얼굴을 비친 후 다시 사라졌다. 8의 성격과 아주 비슷하지만 오히려 그 이전에 사라졌던 6을 다시 들고 등장한 것은 쿠페와 컨버터블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6이 또 등장했다. 5시리즈 플랫폼을 사용하는 4도어 쿠페면 5시리즈 그란쿠페가 더 어울릴듯한데 6시리즈 명찰을 단 것이다. 그러면서 그 먼저 7시리즈를 베이스로 개발한 그란투리스모는 5시리즈 명찰을 달고 있다. 스토리를 알고 있으면 차근히 따라 갈 수 있을 법도 한데 점점 콩가루 집안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살짝 든다.

그런데. 이렇게 족보를 따지는 건 그 차를 조금 더 잘 알고 싶어하는 마음의 한 표현일 뿐 정작 차를 타 보면 그것으로 그 차의 의미는 명확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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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리즈 그란쿠페. 국내에는 640i 그란쿠페 한 모델이 2가지 옵션으로 먼저 출시됐고, 최근에 640d xDrive 그란쿠페가 추가됐다. 그 중 시승차는 옵션을 가득 갖추고 가격이 1억 3,720만원인 익스클루시브 모델이다. 말이 나왔으니 옵션을 먼저 열거하면, 냉방시트, 오토 홀드, 블루투스 등은 물론이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 클로징 도어,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을 다 갖췄다. 넓게 자리 잡은 파노라마 썬루프는 아쉽게도 지붕의 면적 때문에 틸팅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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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럭셔리한 장비들을 갖춘 640i 그란쿠페는 이제는 독자적인 세그먼트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4도어 쿠페다. 벤츠 CLS가 개척하고, 아우디 A7이 뒤를 이었다. BMW는 그란투리스모를 내 놓고 잠시 이 세그먼트에 묻어 가려고 하다가 결국 뒤늦게 그란쿠페를 내 놓게 됐다. 이렇게 되고 나니 BMW만 독보적으로 그란투리스모 라인업을 가진 브랜드가 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7시리즈를 베이스로 만들었는데, 정작 5시리즈를 베이스로 만든 그란쿠페는 6시리즈다. 이렇게 족보를 따지면 다소 혼란스럽지만 그란쿠페의 내 외장 디자인에서는 6시리즈의 정체성을 잘 따르고 있다. 먼저 나온 카브리올레와 쿠페에 비하면 차체가 길 수 밖에 없지만 낮고 스포티한 비율에서 5시리즈나 7시리즈가 보여 줄 수 없는 6시리즈만의 럭셔리하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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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리즈 그란쿠페의 정체를 가장 잘 알아차릴 수 있는 모습은 옆모습이다. 비례로만 보면 흡사 리무진인듯 길다. 차체길이가 5m를 살짝 넘으니까 긴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히는 키가 많이 낮아서 옆에서 볼 때 더 길게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롱노즈 숏데크다. 도어가 4개다 보니 밖에서 볼 때는 일반 세단처럼 보이는데 막상 운전석에 앉으려고 도어를 열면 낮은 지붕과 프레임이 없는 도어에서 스포츠카의 아우라가 강하게 느껴진다. 도어는 7시리즈처럼 살짝 터치만 하면 끌어당겨서 닫아주는 소프트 클로징이 적용돼 있다.

앞모습과 뒷모습 디자인은 크리스뱅글에서 후이동크로 넘어가던 과도기를 벗어나 조금씩 안정기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범퍼 하단 공기 흡입구를 좌우 분리형으로 만든 것이 쿠페나 카브리올레보다 훨씬 더 예쁘다는 평가가 많다. 그리고 이후 등장할 4시리즈 쿠페의 럭셔리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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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6시리즈 쿠페나 카브리올레와 거의 같다. 데시보드나 센터페시아 등 전면부는 물론이고 시트의 형상도 같다. 같은 시트를 쓰다 보니 1열 시트의 경우 안전벨트가 B필러가 아닌 시트 어깨에 붙어 있다. 시트 포지션도 낮다. 단지 도어가 2개 더 늘어나면서 뒷좌석이 여유로워진 것이 차이다.

시트 어깨 부분이 앞으로 꺾이면서 접히는 7시리즈 방식 대신 등의 윗부분만 앞으로 돌출되는 방식으로 어깨 부분의 지지를 돕는다. 헤드레스트는 좌우를 접어 세울 수 있다. 뒷좌석은 분리형이라 3명이 타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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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으로 조절하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고 정교하다. 차가 앞차를 따라서 정차할 경우 3초가 지나면 주차 브레이크로 전환되는데, 이 때 다시 출발하려면 엑셀을 살짝 밟아 줘도 되지만 스티어링 휠의 ‘RES’ 버튼만 한 번 눌러 주는 것이 훨씬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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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엔올룹슨 오디오는 럭셔리의 정점이다. 스포츠카의 분위기가 강하지만 실내는 무척 조용한 편이어서 음악을 감상하기에는 더 없이 좋다. 오디오의 성능을 제대로 즐기려면 CD로 듣는 것이 당연히 좋겠지만 최근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블루투스 스트리밍으로 들어도 명기의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오토 스타트 스톱은 오토 홀드와 함께 작동해 차가 정지해서 시동이 꺼졌을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시동이 꺼진 상태를 유지하면서 브레이크도 그대로 잡아준다. 출발할 때는 엑셀을 살짝 밟아만 주면 시동이 걸리고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차가 출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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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명이 640i이지만 엔진은 더 이상 4리터가 아니다. 배기량 3리터 엔진으로 출력을 다르게 해서 -28, -30, -35, -40까지를 커버한다. 직렬 6기통 2,979cc 트윈터보 직분사 엔진으로 최고출력 320마력/5,800~6,000rpm과 최대토크 45.9kg.m/1,300~4,500rp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고 0~100km/h 가속은 5.3초,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7,000rpm부터 레드존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풀가속을 하면 7000rpm을 넘어서 변속이 되고, 1, 2, 3단에서의 최고속도는 각각 55, 85, 125km/h다.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M이 아닌 일반 시리즈인데 회전수가 7,000rpm을 넘어간다는 것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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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이 강력하다. 이 대목에서도 자꾸만 4도어 세단을 연상하게 되지만 사실은 차체가 긴 스포츠쿠페 느낌이 강하다. 강력한 가속력만 보면 스포츠카라 해도 좋겠다. 하지만 폭발적인 가속력에 비해 회전은 너무나 부드럽고, 실내는 조용하기까지 한데다, 서스펜션도 부드러운 편이어서 스포츠카의 느낌은 많이 희석된다. 쿠페나 컨버터블과 비교를 하더라도 휠베이스가 더 긴 그란쿠페가 더 안락한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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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모드가 에코 프로, 컴포트+,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의 5가지가 마련되어 있어서 주행상황이나 자신의 운전 취향에 따라 엔진과 스티어링 반응, 변속 프로그램, 서스펜션 세팅 등을 조절할 수 있지만 스포트+가 된다 해도 완전히 딱딱한 수준이 되는 건 아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요철 정보가 확실이 직접적으로 전달되긴 하지만 스포츠카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드러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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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i 그란쿠페를 시승하는 며칠 동안 럭셔리 세단을 탔다, 스포츠카를 탔다, 탈 때마다 그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CLS 350과 아우디 A7 3.0 TFSI보다 그 경계선 넘나들기가 더 재미있었고, 스포츠카의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BMW 스스로 자신 있게 6’40′ 이라고 이름 붙인 자신감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640i 그란쿠페는 이기적인 럭셔리 퍼스널 쿠페가 이타심, 혹은 가족애를 발현한 모델이다. 그리고 가족이나 남을 위한 배려를 충분히 했음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공간으로서도 매력이 넘친다. 우아하면서 역동적인 자태는 일반 세단과는 차별화된 오너의 가치를 높여주고, 안락한 가운데 즐길 수 있는 파워풀한 달리기는 오너 자신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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