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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의 야심찬 디젤 도전기, 포드 몬데오 2.0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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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속되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젤 승용차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10년 전인 2005년 수입차 중 디젤 엔진의 비중은 4.1%에 불과했으나, 매년 꾸준히 판매가 증가해 지난 2012년에는 51%를 기록, 처음으로 판매가 역전됐다. 이후에도 매년 수입 디젤 승용의 점유율은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 해에는 67.8%를 기록했고 올해 2월에는 처음으로 수입차 중 70% 이상이 디젤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젤 승용이 이렇게 수입차의 대세로 자리잡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우선 뛰어난 연비를 앞세워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녔음에도 유지 부담이 적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덜덜거리고 굼뜬 과거의 디젤과 달리, 기술의 발전으로 가솔린 못지 않은 정숙성과 리스폰스를 지니게 된 것도 디젤 열풍에 일조했다. 가솔린 대비 높은 저속 토크로 일상 주행에서도 경쾌한 가속이 가능하다는 점도 디젤 엔진의 메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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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을 앞세워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독일 브랜드와 달리 그간 미국 브랜드들은 가솔린 모델이 주력 상품으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크고 넓은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미국차 자체는 꽤 매력적이었지만 디젤 만큼의 실속을 챙기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포드는 올해 대대적인 디젤 라인업 강화를 선언하며 칼을 빼 들었다.

새로 출시된 포드 몬데오는 유럽형 디젤 모델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포드의 핵심 모델이다.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유럽형 모델인 몬데오는 미국차 특유의 여유와 유러피언의 탄탄함, 그리고 디젤 파워트레인의 조합으로 올해 포드 반격의 선봉이 될 전망이다. 유럽산 심장을 얹은 올 뉴 몬데오 디젤을 시승하며 그 가치를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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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데오의 첫 인상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게 신차라고?”라고 고개를 갸우뚱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 포드 코리아가 판매하던 중형 세단, ‘퓨전’과 외관상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퓨전과 몬데오는 일란성 쌍둥이 모델이다. 단지 퓨전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가 주력인 미국형 모델이고, 몬데오는 유럽 시장에 적합한 세팅과 디젤 파워트레인을 얹었다는 점. 과거에는 두 모델이 완전히 다른 차였지만, 글로벌 시장을 하나의 모델로 공략한다는 ‘원 포드(One Ford)’ 전략에 따라 같은 뼈대를 공유하게 됐다. 단 유럽에서 판매되는 몬데오의 경우 트렁크 리드가 짧은 패스트백 형태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기존 퓨전과 같은 노치백 스타일의 바디가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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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에서는 어댑티브 풀 LED 타입 헤드램프가 채택된 것이 퓨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반적인 헤드램프가 20여 개의 부품으로 제작되지만, 몬데오의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는 500여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포드의 설명이다. 특히 라인 형태의 주간주행등(DRL)이 추가되고, 아우디 A8과 같이 미끄러지듯 작동하는 턴 시그널 램프가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그 밖에 저속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개방해 냉각 효율을 높이고, 고속에서는 그릴을 닫아 공기 저항을 줄이는 ‘액티브 그릴 셔터’가 채용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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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는 큰 변화를 찾기 힘들다. 퓨전의 경우 1.6 에코부스트 모델은 싱글 머플러가 장착됐던 반면, 몬데오는 전 모델에 듀얼 머플러와 멋스러운 디퓨저가 기본 장착된다. 낮고 넓은 트렁크 리드와 LED 타입 테일램프는 그대로 유지됐다. 키네틱 패밀리 룩이 적용된 전반적인 디자인 큐는 유지하면서 디테일 업에 신경쓴 흔적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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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도 퓨전의 레이아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승차는 하위 트림인 ‘트렌드’ 모델이었는데, 상위 트림인 ‘티타늄’ 모델의 경우 사진과 같은 소니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된다. 센터페시아 인터페이스는 깔끔하지만 주행 중 조작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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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시트는 볼스터가 두툼한 타입인데, 홀딩력은 우수하지만 몸집이 큰 기자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시트 가죽을 비롯한 전반적인 인테리어 품질은 기대 이상으로, 손이 닿는 많은 부분에 연질 플라스틱과 가죽을 적용했다. 다만 비교적 저렴해 보이는 재질감의 플라스틱 트림과 일부분의 조립 단차는 거슬리는 부분이다.

편의사양도 풍부하게 탑재됐는데, 특히 상위 트림인 티타늄 모델에는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장치 등 동급을 선도하는 편의장비가 다수 탑재됐다. 유럽차에 비해 다양한 편의사양을 탑재한 미국차의 장점은 고스란히 살려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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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850mm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에는 여유가 많다. 반면 유선형 루프라인 때문에 헤드룸은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특히 뒷좌석에는 포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팽창형 안전벨트가 적용됐다. 팽창형 안전벨트는 쉽게 이야기하자면 안전벨트에 에어백이 내장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충돌 시 뒷좌석 승객의 안전을 강화하는 장비인데, 이번 몬데오에 동급 최초로 적용됐다. 일반 안전벨트보다 다소 두툼해 장시간 착용 시 이질감이 있을 수 있어 보이는데, 이는 추후 개별 시승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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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간략히 둘러보고 주행에 나섰다. 결국 내·외장보다도 포드가 야심차게 준비한 디젤 파워트레인이야말로 몬데오 시승의 핵심이나 다름없기 때문. 시승 코스는 파주 헤이리를 출발해 고속 코스와 와인딩 로드가 복합된 국도를 거쳐 연천을 왕복하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편도 1시간이 조금 넘는 코스지만 가속 능력과 고속 안정성, 코너링 등 여러 가지를 테스트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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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몬데오의 핵심인 파워트레인은 2.0L 직렬4기통 듀라토크 TDCi 디젤 엔진과 6속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로 이뤄져 있다. 엔진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으로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보여준다. 또 포드의 설명에 따르면 몬데오에 탑재된 6단 DCT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건식이 아닌, 허용토크 용량이 큰 습식 타입으로 개발돼 장기적인 내구성 및 유지관리 면의 잇점이 있다. 여기에 효율을 높이기 위한 오토 스타트-스톱 시스템 등이 결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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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었는데 생각보다 조용해 놀랐다. 차 밖에서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들리지만, 차 내부에서는 아이들링 시의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돼 있다. 또 서서히 가속을 시작해도 디젤 엔진 치고 부드러운 회전 질감이 인상적이다. 저회전 영역에서는 다소 터보 래그가 발생해 리스폰스가 더딘 감이 있는데, 1,500rpm을 넘어서면 높은 토크감이 살아나면서 가속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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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데오의 공차 중량은 1,678kg로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주행 중에는 별 다른 답답함은 없다. 가속은 폭발적이라기보다는 부드럽고 꾸준한 편이다. 고회전에서는 다소 가속감이 떨어지지만 실용 영역에서 넉넉한 토크가 꾸준히 발휘돼 가, 감속이 연속되는 와인딩 로드에서도 답답함 없이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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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변속기가 일품이다. 듀얼클러치 방식임에도 토크 컨버터 못지 않게 출발과 정차 시에도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변속 충격도 거의 없다. 물론 듀얼클러치 답게 변속도 기민하고 다운시프팅 시의 레브 매칭도 매끄럽다. 가장 보편화된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폭스바겐의 DSG와 비교해보면 반응 속도는 약간 떨어져도 변속 충격이 훨씬 덜하다. 부드러운 엔진과 매끄러운 변속기가 맞물리니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포드]올-뉴 몬데오 미디어 시승행사 (13)

몬데오의 경우 유럽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서스펜션 세팅에서 퓨전과 차이가 있다. 코너링에서는 탄탄하게 받쳐주고 요철은 부드럽게 걸러주는 서스펜션 세팅도 기대 이상이었다. 지금까지의 출렁이는 미국차 승차감을 떠올린다면, 몬데오 앞에서는 잊어도 좋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유럽 소비자를 연구해 온 포드답게, 유럽을 타겟팅한 몬데오는 미국차보다는 유럽차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포드]올-뉴 몬데오 미디어 시승행사 (17)

몬데오의 공인 연비는 15.9km/L이다. 기자의 경우 시승 간 가, 감속이 반복되는 와인딩 코스와 고속 주행이 연속되는 코스를 주행해 실연비는 11.5km/L 정도를 기록했는데, 급가속하지 않는 일상 주행에서는 충분히 공인 연비 수준의 실연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함께 시승을 진행한 다른 기자의 경우 연비 주행을 한 결과 같은 코스에서 20km/L이 넘는 연비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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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몬데오는 미국차의 탈을 쓰고 있지만 영락 없는 유러피언 세단이다. 외형은 선이 굵은 아메리칸 세단의 그것이지만, 유럽-특히 독일차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과 한 층 강화된 고급 편의사양은 몬데오가 보다 넓은 패러다임의 경쟁 차종들을 견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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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몬데오가 기존의 퓨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퓨전 역시 몬데오와 병행해 판매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한국 시장의 특수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쌍둥이 형제를 모두 선택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가솔린의 부드러움과 정숙성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면 퓨전이나 퓨전 하이브리드를, 편의사양과 효율을 중시한다면 몬데오를 선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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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데오의 가격은 ‘트렌드’ 트림이 3,990만 원, ‘티타늄’ 트림이 4,330만 원으로 책정됐다. 가격 정책 면에서는 다소 우려가 된다. 기본형인 트렌드 트림도 퓨전 가솔린 최상위 트림보다 비싸고, 또 브랜드 내 대형 세단인 토러스와도 가격이 겹친다.타겟 고객층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간 뛰어난 밸류 포 머니를 앞세워 온 포드 모델 치고는 비싼 감이 없지 않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자면 폭스바겐 파사트보다 비싸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D-세그먼트 세단-3시리즈, C 클래스, A4, Q50 등-보다 조금 싼 수준이다. 첨단 장비를 강화하고 고가인 디젤 및 듀얼클러치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고 하지만 선뜻 미국 브랜드의 디젤 중형 세단을 4,000만원 이상 주고 구입하기에는 망설여진다. 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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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몬데오가 독일차가 장악한 디젤 승용 시장에서 조용한 파장을 불러 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높은 완성도가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미국차의 야심찬 디젤 도전기가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지 기대해 본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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