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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할 수 없는 스포츠 럭셔리, 닛산 맥시마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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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세단 시장에서 대세는 중형 세단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세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러운 실내를 두루 갖춘 대형 세단은 패밀리카로도, 퍼스널카로도 인기 만점이다. 특히나 30대의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에 넓고 고급스러우며 출력까지 넉넉한 대형 세단의 인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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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젊은 층이 대형 세단을 선택할 때 걸리는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보수적인 이미지다. 준대형급 이상 대형 세단은 “아빠 차”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모델들 역시 스포티함보다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춰 보수적인 디자인과 부드러운 승차감, 차분한 가속 위주의 세팅이 돼 있는 점도 보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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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시승한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 맥시마는 대형 세단에 대한 세간의 선입견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한다. 컨셉트카를 도로 위로 옮겨놓은 듯한 디자인이나 동급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가 그렇다. 그러면서도 대형 세단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거주성과 우수한 마감 완성도-는 충족시킨다.

지난 해 10월에 출시됐지만 맥시마를 길에서 보기는 쉽지 않았다. 월 30~40대 가량 판매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순식간에 초도 물량이 완판되고 예약 대기자가 200명이 넘는 등 물량 부족에 시달렸던 것. 하지만 2016년 3월부터는 도입 물량을 확보해 앞으로는 도로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형 세단의 탈을 쓴 스포츠카, 맥시마를 주말 간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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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마가 닛산 뱃지를 달고 한국에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르노삼성의 1세대 SM5가 바로 4세대 맥시마(A32)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던 모델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조금 작은 중형 세단 포지션이었지만,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점은 지금과 같다. 일본 내수에서는 닛산 세피로로 판매되기도 했고, 인피니티 I30 세단으로 판매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브랜딩이 이뤄졌던 모델이다.

이후 세대를 거치며 6세대부터는 북미 시장을 위한 풀사이즈 세단으로 자리잡았고, 강력한 VQ 엔진과 더불어 예리한 주행감각으로 경쟁자들과 구별되는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확보했다. 한국에 수입된 신형 맥시마는 8세대에 해당한다. 2015년 4월부터 북미 스미르나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됐으니 불과 6개월여 만에 한국에 투입된 것은 상당히 빠른 것이라 하겠다. 한국 닛산의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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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마의 스포티한 운전감각이야 이전부터 잘 알려졌지만, 완전한 스포츠 세단으로 거듭난 것은 이번 세대의 일이다. 출시 당시부터 “4-도어 스포츠카”를 표방했고, 디자인 역시 “스포츠 세단 컨셉트”에 기반해 풀사이즈 세단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역동적인 스타일을 보여준 것. 와이드 앤 로우(Wide & Low)를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디테일과 근육질의 바디 라인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전위적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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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전폭*전고는 4,900*1,860*1,435(mm)로 이전 세대보다 54mm 길고 30mm 낮아졌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보면 현대 그랜저보다는 20mm, 기아 K7보다는 70mm 짧고, 토요타 아발론보다도 60mm 짧다. 5m가 넘는 쉐보레 임팔라나 포드 토러스보다도 비교적 작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하지만 대형차를 운전해 보면 알 수 있듯이 큰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충분히 넉넉한 차체임에도 비교적 컴팩트해 둔하지 않은 점은 오히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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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모션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체감을 주는 부메랑 형태의 LED 헤드라이트, 그리고 안개등 주변의 디테일은 양감이 뛰어나고, A, B, C 필러를 모두 검게 처리해 루프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플로팅 루프 스타일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차를 더욱 길어 보이게 만든다. 테일램프 역시 부메랑 타입인데 제동등이 LED가 아닌 전구 타입인 점은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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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세단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과감한 디자인은 길 위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세단이 꼭 심심한 패밀리카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웬만한 스포츠 쿠페보다도 색이 뚜렷한 맥시마의 디자인은 개성과 역동성,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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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우선 운전석에 앉으면 D-컷 스티어링 휠이 운전자를 반긴다. 닛산의 아이덴티티인 V모션 디테일이 스티어링 휠에도 살아있다. 고개를 돌리면 운전석을 향해 기울어 있는 센터페시아가 한 눈에 들어오고, 두툼하게 올라온 센터 콘솔에는 시프트 노브와 각종 조작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닛산의 설명에 따르면 맥시마의 운전석은 전투기의 콕핏에서 영감을 받아 드라이빙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스포츠의 영역에서 기대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맥시마는 동시에 대형 세단이기도 하다. 그에 맞는 덕목-거주성과 럭셔리함에 대한 평가도 간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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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깜짝 놀랄 만큼 훌륭”하다. 앞서 다른 닛산 모델을 시승할 때는 늘 적잖은 아쉬움이 있었다. 버튼 조작감이나 재질감, 마감 품질 등에서 항상 미련이 남았다. 하지만 맥시마는 그런 모든 우려를 뛰어넘었다. 가죽을 비롯한 모든 소재는 여느 경쟁자와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스티칭 등 마감 품질 역시 뛰어나다. 버튼류의 조작감도 훌륭하다. 특히 8인치 디스플레이는 정전식 터치 방식이 적용돼 반응속도가 빠르고 인터페이스 역시 직관적으로 개선됐다. 주행 중 자주 조작하는 기능들은 디스플레이 밖 버튼으로 배치돼 운전 중에도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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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전매특허 저중력 시트는 시종일관 편안하고, 퀼팅 디자인이 적용돼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착석감도 좋다. 전고가 낮아졌기에 다소 걱정됐지만, 테스트 결과 뒷좌석 또한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 손색없는 거주성이 만족스럽다. 스포츠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세단의 기본적인 덕목들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바람직한 욕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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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11-스피커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다. 블루투스 무선 연결에도 청량한 음색을 자랑하며, 다양한 오디오 세팅을 지원한다. 이 가격대에 이 정도 수준의 오디오 시스템을 제공하는 모델은 드물다. 소음이나 공명음을 억제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과 엔진 사운드를 증폭해 주는 액티브 사운드 인핸스먼트(ASE) 기능도 오디오 시스템과 연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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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마의 안팎을 관통하는 “스포츠” 코드는 달리기 실력에서도 증명된다. 파워트레인은 글로벌 시장 단일 라인업으로, VQ35DE 3.5L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무단변속기)의 조합이다.

VQ 엔진은 14년 연속 워즈오토 선정 세계 10대 엔진상을 수상하는 등 성능과 내구성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 엔진이다. 스포츠카 GT-R에 적용된 소듐 봉입 배기밸브와 매니폴드 형상 개선 등 여러 업그레이드를 거쳐 최고출력은 303마력, 최대토크는 36.1kg.m에 이르는 동급 최고의 엔진 중 하나다. 계속해서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효율의 대명사인 CVT라니 다소 아리송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닛산의 자회사 자트코에서 개발한 엑스트로닉 CVT는 효율과 퍼포먼스 양면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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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면 우렁찬 엔진 사운드가 들려오고, 주차장을 나서기 위해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생각보다 묵직함에 놀라게 된다. 편안함만 추구하는 차가 아니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길 위에 나서서 본격적인 시승을 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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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스티어링에 비해 가속 페달은 가볍고 반응이 즉각적이다. CVT의 특징을 살려 일상 주행에서는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러운 가속이 이어진다. 평상 시에도 항상 일정량의 엔진 사운드가 유입되는데, 의도적으로 엔진 리스폰스를 확인할 수 있도록 소리가 유입되는 설계를 한 것이다. 카랑카랑한 사운드는 듣기에 거슬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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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조금 올려 봤다. 굳이 스포츠 모드로 변환하지 않더라도 가속 페달을 깊숙히 밟으면 CVT는 마치 일반 변속기처럼 기어비를 나누어 고회전을 사용하며 변속을 이어간다.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변속이 빠르고 직결감도 뛰어나다. 0-100km/h 가속 시간은 6초 내외로 추정된다. 다만 CVT의 기어비 한계로 출력에 비해 최고속도는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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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도 제법 탄탄한 서스펜션은 속도가 오를 수록 지면에 밀착되는 느낌을 준다. 마치 독일차에서나 느낄 법한 감각이다. 단, 초고속 영역에 이르면 다소 불안정한 느낌을 주며 한계가 드러난다. 그래도 전반적인 주행안정성은 우수한 편이다. 급제동 시 후륜 서스펜션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친다는 이슈가 있었기에 시승 간에도 안전한 장소에서 여러 차례 고속 주행 중 급제동을 테스트해 봤는데, 눈에 띄는 이상 거동은 없었다.

코너에서도 4.9m에 달하는 거구가 무색할 정도로 예리하고, 스티어링 휠에서는 유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 돌입하면 정말 스포츠카나 다름없이 칼같은 거동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기왕이면 멋스러운 D-컷 스티어링 휠 뒷면에 시프트 패들까지 달려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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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마력이 넘는 고출력의 전륜구동 세단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치열한 스포츠 드라이빙에 지쳤을 때는 안락한 응접실로 돌아오는 것이 맥시마의 반전 매력이다. 저중력 시트는 1열 통풍 및 열선 기능을 모두 지원하며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CC) 기능을 켜면 고속도로 크루징도 문제 없다. ICC 기능은 매우 넓은 속도 영역을 지원하며 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지만 완전 정차 및 재출발은 지원하지 않고 시속 30km/h 이상의 속도에서만 작동한다.

공인연비는 복합 9.9km/L, 시내 8.5km/L, 고속 12.4km/L이다. 실제 시승 간에는 복합 9km/L를 기록했으며, 시내에서는 7.5km/L로 공인연비보다 다소 낮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12.7km/L로 공인연비보다 좋은 연비를 냈다. 배기량을 생각하면 상당히 훌륭한 연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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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마의 여러 부분들을 살펴 봤지만 단순히 잘 달리고 고급스럽다는 것만으로 인기를 끌 수는 없는 것이 한국 시장이다. 맥시마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상품성이다. LED 헤드라이트, 어드밴스드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운전자 주의 경보, 사각지대 경고, 후측방 경보, 전방 충돌 예측 경고 및 비상 브레이크 등 수준 높은 첨단 사양이 아낌없이 투입됐음에도 합리적인 가격의 단일 트림으로 제공된다.

판매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포함해 4,330만 원이며, 3월 중에는 100만 원 상당의 주유 상품권 또한 제공되니 맥시마 구입의 적기라 할 수 있겠다. 앞서 토요타 아발론이나 혼다 레전드 등 일본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들이 고가 정책으로 연이어 고배를 마신 것과는 달리, 미국차는 물론 동급 국산차까지도 넘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와 높은 상품성은 최고의 세일즈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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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자신의 색을 희석시키고 있지만, 닛산은 타협없이 스포티한 본질을 드러내고 있고 심지어 풀사이즈 세단인 맥시마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그런 점이 다소 부담스럽게 와 닿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맥시마는 강인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 감각 너머의 럭셔리함 또한 발군인 차다.

대형 세단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에게도, 고급스럽고 안락하지만 개성있는 차를 원하는 중장년층에게도 맥시마는 반박할 수 없이 탁월한 선택지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없었던 스포츠 럭셔리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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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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