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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세계 내구 챔피언십에서 철수… 앞바퀴굴림의 “무모한 도전” 막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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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은 미국 시간으로 지난 22일,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를 포함한 세계 내구 챔피언십(World Endurance Championship, WEC)에서 전면 철수한다고 밝혔다. 사상 최초의 전륜구동 LMP1 레이스카로 WEC에 도전한 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닛산이 WEC 출전을 선언한 것은 지난 해 12월 19일이다. 포르쉐, 아우디, 토요타 등이 출전해 1,000마력 이상의 성능을 지닌 프로토타입 경주차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LMP1 클래스에 앞바퀴 굴림 방식의 “GT-R LM 니스모(NISMO)” 레이스카를 출전시키겠다고 발표한 것. 기존의 레이스카 설계 사상을 완전히 뒤엎는 컨셉에 많은 팬들은 깜짝 놀랐지만, 닛산의 도전에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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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내구 레이스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닛산은 R92CP 등 전설적인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를 르망에 출전시켰으며, 1997년에는 R390 GT1 레이스카로 르망에서 종합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최근까지도 델타 윙과 같은 실험적인 레이스카들을 꾸준히 개발하며 르망 제패의 야심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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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의 레이스 카는 미드십 엔진 후륜구동 레이아웃을 채택하기 때문에 GT-R LM 니스모는 완전히 다른 설계가 필요했다. 전용 V6 트윈터보 엔진은 앞바퀴를 굴리며, 700마력의 전기모터로 이뤄진 강력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맞물려 최고 1,25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앞쪽에 무게가 쏠려 더 강한 회생제동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고 공기역학적으로는 유리하지만, 전륜구동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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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야심만만한 출사표가 무색하게, 닛산 레이스 팀은 난항을 겪었다. 우선은 하이브리드의 핵심 기능인 회생제동 시스템(ERS)이 문제였다. GT-R LM 니스모에는 토로트랙(Torotrak) 사의 ERS가 탑재될 예정이었으나, 완전히 새로운 설계의 ERS를 완성하는 데에는 예상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고, 닛산 팀은 결국 시즌 개시까지 ERS를 완성하지 못 했다. 결국 레이스카의 출력은 목표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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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역시 문제였다. 엔진이 앞쪽에 위치한 GT-R LM 니스모의 카본 모노코크 프레임은 FIA가 경주용 차에 적용하는 충돌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 했다. 결국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열린 개막전과 벨기에 스파 프랑코샴 서킷의 2차 전에 출전 허가를 받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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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GT-R LM 니스모의 첫 무대는 3차 전이자 WEC의 꽃과도 같은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가 됐다. 차체와 파워트레인의 설계가 끊임없이 지연됐기 때문에 차량의 테스트 역시 거의 이뤄지지 못 했고, ERS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지만, 닛산은 상징적인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에 출전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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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결과는 안쓰러울 정도로 나빴다. 3대의 레이스카 중 2대는 머신 트러블로 도중에 기권했고, 나머지 1대 역시 클래스 선두차 주회수의 70%를 달성하지 못해 실격처리된 것. 심지어 하위 클래스의 레이스카에게 추월당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결국 포르쉐의 르망 왕좌 탈환과 맞물려 닛산은 초라한 실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이후 남은 시즌동안 토로트랙 대신 니스모가 직접 개발한 ERS의 탑재가 시도됐지만, 이 역시 팀이 해체될 때까지 제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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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결정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철수와 팀 해체가 공표된 22일 당일까지도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LMP1 프로젝트 팀원들은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 닛산은 예고도 없이 크리스마스를 불과 3일 남긴 시기에 40여 명의 팀원들에게 이메일로 팀 해체와 해고를 통보해 빈축을 샀다.

로드 앤 트랙 등 외신들은 “닛산 프로젝트 팀은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 온 팀을 대하는 닛산의 태도를 보면 그 실패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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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 출전은 비록 실패했어도 아름다운 도전으로 남을 수 있었으나, 레이스 팀에 대한 닛산 경영진의 실망스러운 대우로 인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게 됐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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