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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자동차 드로리언 DMC-12와 영화 “백투더 퓨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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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1일은 전세계의 SF 영화 팬들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SF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전설적인 시리즈, “백투더 퓨처” 2편에서 타임머신을 탄 주인공이 도착했던 미래의 그 날이었기 때문이다. 1985년 처음 시작된 백투더 퓨처 시리즈는 그 때로부터 30년 뒤인 2015년의 미래세계를 영화 속에 그려내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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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퓨처에는 여러 아이코닉한 소재들이 등장했었다. 당시로썬 상상하기 어려웠던 화상통화와 음성인식, 3D 영화 등은 모두 현실이 되었고, 나이키에서는 극중에 등장했던 신기만 하면 자동으로 사이즈를 맞춰주는 운동화를 출시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얼마 전에는 렉서스에서 특수한 레일을 설치해 호버보드를 구현해내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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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투더 퓨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지금 봐도 미래적인 디자인의 스포츠카, 드로리언 DMC-12이다. 아마 드로리언은 몰라도 이 차를 아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극중에서 브라운 박사에 의해 타임머신으로 개조된 DMC-12는 주인공 마티와 함께 과거로,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독특한 디자인때문에 실제로 양산된 자동차인 줄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DMC-12는 아일랜드에서 생산됐던 스포츠카다. 상업적 실패로 잊혀질 뻔했으나, 영화에 등장하면서 오늘날까지도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기억되며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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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C-12의 탄생비화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패커드에서 자동차 개발 커리어를 시작해 GM에서 폰티액 GTO, 파이어버드, 쉐보레 노바, 베가 등의 히트작들을 개발한 존 드로리언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엔지니어이자 개발 총괄이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존 드로리언은 자신이 꿈꿔 온 이상적인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1973년 야심차게 GM을 나왔고, 그의 명성에 힘입어 미국과 아일랜드, 영국 등의 여러 은행으로부터 천문학적인 투자를 얻어냈다. 그는 투자금을 이용해 북아일랜드 던머리 지역에 공장설비를 준비했고, 자신의 이름을 건 자동차 회사-DMC(DeLorean Motor Company)-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1975년 10월 24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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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수한 엔지니어링 지식과 비즈니스 수완을 갖추고 있었던 그는 1976년에 첫 번째 프로토타입, DMC-12를 세상에 선보였다. 뭉툭한 디자인의 자동차들이 지배하던 70년대에 DMC-12는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파격적 쐐기형 실루엣을 뽐냈다. 납작하고 직선의 단순미가 돋보이는 DMC-12는 독특한 무광 스테인리스 마감 덕분에 더욱 존재감이 강렬했다.

파격적인 스타일링 덕분에 DMC-12는 공개와 동시에 예약 주문이 쏟아졌다. 많은 이들은 존 드로리언이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쓴다고 생각했지만, DMC-12의 인기는 어두운 미래의 전주곡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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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드로리언은 완벽한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나 차의 설계와 레이아웃을 변경했다. 엔진은 당초 반켈형 로터리 엔진을 탑재하기로 했으나 이후 포드의 V6 쾰른 엔진으로 계획이 수정됐고, 마지막에는 갑자기 푸조와 르노, 볼보가 공동 개발한 PRV V6 엔진으로 바뀌었다. 엔진이 계속 바뀌면서 엔진 배치 또한 미드십에서 리어 엔진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차체 설계도 바뀌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로터스의 창업자인 콜린 채프먼이 차체 설계를 완전히 새로 실시했다.

공장 설립도 순탄치 않았다. 당초 존 드로리언은 푸에르토 리코에 공장을 세우려 했으나 북아일랜드 투자 기구의 제안으로 벨파스트 인근 던머리 지역으로 공장 부지를 옮겼다. DMC-12의 예약 주문을 받을 당시 존 드로리언은 1979년부터 양산을 개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1978년 10월에야 공장 건설이 시작됐다. 공장은 1981년에야 완공됐으며, 이미 존 드로리언은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적잖은 부채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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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981년부터 DMC-12의 양산이 시작됐으나, 이는 또 다른 악재가 됐다. 이미 몇 년이나 생산이 지연된 DMC-12는 기대 이하의 성능과 조악한 마감품질로 구매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환상적인 걸윙도어는 근사했지만 수시로 고장났고, 문 틈새로 누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잔고장과 부족한 서비스 인프라로 인해 소비자들은 드로리언에게 등을 돌렸다.

이듬해인 1982년에는 대부분의 초기결함이 개선됐지만, 이미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주문은 크게 줄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창업자 존 드로리언이 마약 밀수 사건에 연루돼 체포되면서 DMC는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결국 1983년, 화려하게 데뷔했던 DMC는 단 한 개의 양산 모델만을 남긴 채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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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까지 생산된 DMC-12는 불과 8,583대. 그 중 첫 해에 6,000대 이상이 생산됐고, 이듬해에 1,000대가 조금 넘게 생산됐으며, 마지막 해에는 수백 대가 만들어진 데에 그쳤다. 이렇게 잊혀질 뻔했던 DMC-12는 영화 “백투더 퓨처”에 등장하면서 회사가 문을 닫은 뒤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혹자는 백투더 퓨처가 조금만 일찍 개봉했더라도 드로리언의 운명이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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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에는 미국 텍사스 주의 한 튜너에서 DMC의 생산 설비와 부품 재고를 사들여 “DMC 텍사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남은 부품과 설계를 유용해 연간 20대 정도의 DMC-12 생산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 DMC-12 오너들을 위한 수리와 정비 서비스도 제공한다. 2011년에는 DMC-12의 차체에 200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탑재한 DMCev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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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역사적인 백투더 퓨처 데이(2015년 10월 21일)를 기념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에서도 크고 작은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토요타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미라이의 걸윙도어 버전을 전시했고, 마티의 픽업트럭 디자인을 본딴 툰드라를 선보이기도 했다. 닛산은 비록 실물은 아니지만, 자사의 가장 강력한 스포츠카 GT-R에 드로리언 타임머신의 복잡한 시간여행장치를 부착한 백투더 퓨처 에디션의 렌더링을 인터넷 상에 공개했다. 새로운 백투더 퓨처 시리즈가 만들어진다면 타임머신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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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DMC-12는 미래적인 스타일링에 힘입어 3편의 백투더 퓨처 시리즈에서 강렬한 인상의 타임머신으로 활약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비운의 자동차지만,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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