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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 혹은 과유불급? BMW M4 컨버터블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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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운전 재미야 모델을 불문하고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고성능 디비전인 ‘M’ 뱃지를 단 모델들은 단연 동급 중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와 밸런스를 자랑한다. 소위 ‘M카’라 불리는 BMW의 고성능 모델들은 치열한 고성능 경쟁 속에서도 언제나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 모델인 M3와 M4는 D 세그먼트 바디를 바탕으로 스포츠 주행에 최적화된 밸런스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 주행에서는 부담 없이 GT 카로도 활용할 수 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나치게 하드코어한 아우디 RS나 너무 편한 AMG 모델과는 달리, 스포츠 카로서도 GT 카로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M3와 M4의 최대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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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단형인 M3와 쿠페형인 M4 외에 또 다른 형제가 있으니 바로 M4 컨버터블이다. 지난 세대인 E93 M3 컨버터블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이래로, 신 모델은 초창기부터 함께 출시돼 M4의 퍼포먼스와 오픈 에어링을 모두 원하는 욕심 많은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매달 10명 가량의 소비자가 꾸준히 M4 컨버터블을 선택해 적잖은 이들이 이 매력적인 조합을 원한다는 것도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M4라 할 지라도 컨버터블의 태생 적 한계는 존재한다. 무거운 하드탑과 부족한 강성은 컨버터블의 숙명과도 같은 문제다. BMW는 신형 M4 컨버터블이 구형 모델보다 더 가볍고 강해졌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M이 추구하는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만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과연 M4에 더해진 오픈탑은 플러스일까, 마이너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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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비교적 최근에 소개됐지만, M3·M4는 사실 초창기부터 컨버터블과 함께 했다. 최초의 M3였던 E30부터 컨버터블 모델이 존재했고, 이어서 출시된 E36과 E46에도 소프트탑 컨버터블 버전이 있었다. 국내에 공식적으로 소개된 E93 M3부터는 하드탑 컨버터블로 바뀌면서 평상 시에는 쿠페처럼, 원할 때는 컨버터블로 탈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무게가 크게 늘어났다.

현행 모델부터는 새 네이밍 정책에 따라 쿠페 모델(F82)은 M4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컨버터블(F83) 역시 M4 컨버터블로 개명했다. M3의 엔진을 꾸준히 키워 온 BMW가 처음으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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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델들이 엔진 크기를 일제히 줄였지만, M 특유의 카리스마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 선이 굵은 헤드라이트와 과격한 프런트 범퍼 형상은 강인함을 넘어 무시무시할 정도다. 예전 M카들은 흔히 ‘양의 탈을 쓴 늑대’에 비유되곤 했지만, 이제는 늑대의 탈을 쓴 사자에 가까울 정도로, 한 눈에 고성능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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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역시 E93 시절에 비해 훨씬 공격적인데, 툭 튀어나온 휀더의 풍만한 라인이 인상적이다.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과격한 에어로 파츠가 특징적이며, 4발의 엔드 머플러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M4′ 레터링이 은연 중에 자신감을 드러낸다. 아무리 컨버터블이라도, M은 M이다. 이 뒷모습을 보고 감히 덤빌 차는 거의 없다.

전장*전폭*전고는 4,671*1,870*1,386(mm)로 M4 쿠페와 비교하면 전장과 전폭은 같고 전고가 3mm 높을 뿐이다. 탑을 덮었을 때는 쿠페와 흡사한 루프 라인이 살아나지만, 쿠페만큼 매끈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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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식 하드탑은 3-피스 타입으로, 3분할돼 트렁크 내에 수납된다. 작동 시간은 20초에 불과하며, 최고 18km/h까지 속도를 내도 계속 작동되는데, 조금 더 높은 속도에서도 작동이 가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컨버터블을 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갑작스러운 비에 주행 중 작동이 불가능한 컨버터블은 운전자에게 적잖은 수모를 준다.

하드탑이 추가되면서 공차중량은 M4 쿠페보다 250kg 무거운 1,790kg로 늘어났다. 적잖은 무게지만, 그래도 구형 대비 감량에 성공한 것이다. 스타일리쉬한 M4 컨버터블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BMW는 보닛과 사이드 패널 등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고, 드라이브 샤프트를 비롯한 많은 부품에 CFRP를 적용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루프 마저 CFRP로 바꿔버린 쿠페에 비하자면 무겁다.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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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한 없이 화려하다. 스포츠 주행을 위해 안락함을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BMW M의 최대 매력이다. 새빨간 메리노 가죽 시트와 M을 상징하는 적색-청색-하늘색 스티치로 마감된 M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넘어 M4를 탄다는 자부심까지 심어주기 충분하다. 무채색 차로 뒤덮인 삭막한 서울 시내에서 컨버터블, 그것도 새빨간 가죽으로 뒤덮인 고성능 컨버터블의 존재감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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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쉬보드 레이아웃은 차분한 4시리즈의 그것과 같지만, M4만의 차별점이 곳곳에 드러난다. 화려한 카본 패턴으로 뒤덮인 트림이며, 둥그스름한 모양새가 귀여운 전용 시프트 노브가 그렇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작하는 시프트 노브 하단에는 변속 타이밍을 조정하는 버튼이, 그 옆에는 엔진 리스폰스와 서스펜션, 스티어링 무게감을 각각 3단계로 조작하는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매번 번거롭게 세팅을 일일히 바꿀 필요 없이, 스티어링 휠의 M 버튼에 세팅을 저장해 두면 한 번의 버튼 조작으로 저장된 세팅값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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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레터링이 박힌 시트는 퍽 안락하다. 적당히 몸을 조여주면서도 오래 운전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타고 내리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웠던 경쟁자 RS5의 코브라 시트와는 대조적이다. 컨버터블 답게 헤드레스트 아래에는 넥 워머가 탑재돼 있어 겨울철 오픈 에어링도 부담이 없다. 뒷좌석 공간은 제법 여유가 있어 누군가를 태우기에도 민망하지 않다. 그 밖에도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과 서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탑재돼 있어 BMW D 세그먼트 중 가장 화려한 편의 사양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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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다. “우르릉!” 천둥같은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의 사자후가 울려 퍼진다. V8 엔진이었던 선대 모델보다 기통 수도, 배기량도 줄었지만 배기음은 여전히 강렬하다. 탑을 열고 들으면 압도적인 배기음이 더 생생하게 들린다. 마치 “엔진은 작아졌지만 더 강력하다고!” 라고 고함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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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83 M4 컨버터블의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3.0L에 불과한 배기량으로 431마력의 최고출력과 56.1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E93과 비교하자면 11마력, 15.3kg.m이 높아진 데에 불과하지만, 터보 엔진이기 때문에 보다 넓은 구간에서 이 성능을 낸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최고출력은 5,500~7,300rpm에서, 최대토크는 무려 1,850~5,500rpm의 넓은 구간에서 뿜어져 나온다. 자연흡기로는 따라오기 힘든 풍부한 토크감을 느낄 수 있다. 제원 상 0-100km/h 가속은 4.4초 만에 마무리되며,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다운사이징의 이득은 토크 증대만이 아니다. 스포츠카라고 해서 유지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다. 효율 좋은 새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은 공인 연비를 7.4km/L에서 9.6km/L까지 끌어 올렸다. 거의 30%에 가까운 연비 개선이다. 물론 신나게 밟아 댄다면 좋은 연비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시내에서도 꾸준히 7km/L 정도의 연비가 나오는 것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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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벗어날 때까지는 모든 드라이브 모드를 컴포트로 맞췄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모든 거동에 여유가 넘친다. 변속 타이밍도 앞당겨지고, 스로틀 반응도 무디다. 서스펜션의 변화는 좀처럼 체감되지 않는 반면 스티어링 휠도 가볍다. 단지 시내에서 한가하게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에는 날씨가 너무 더운 것이 흠이었다. 뒷좌석에 장착할 수 있는 윈드 디플렉터가 시승차에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속도를 내도 더운 바람이 들이쳤고, 결국 간선도로에 오르기 전에 탑을 닫아야 했다.

하드탑을 닫은 M4는 더 이상 컨버터블이 아니다. 쿠페에 타는 것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실내는 쾌적하고 별다른 잡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같은 올라운드 대응 능력이 하드탑 컨버터블의 최대 매력이 아닐까? 70kg의 전동식 루프를 차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놓아 무게중심을 높인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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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는 넘치는 출력 덕에 한량같은 여유를 느끼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치고 나간다. 당연히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말이다. 걸걸한 배기음은 매력적이지만, 이전 V8의 사운드에 비할 바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스피커에서 소리를 증폭시켜주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는 배가 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에 들어서 세팅을 바꿨다. 엔진 리스폰스와 서스펜션, 스티어링을 모두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고, 변속 타이밍을 최대한 뒤로 밀어냈다. 그리고 가속 페달을 밟자 머리털이 곤두서는 가속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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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회전수부터 터져 나오는 토크 덕에 가속은 지극히 자연흡기 엔진같다. 고성능 전용 브레이크와 미쉐린 PSS 타이어의 성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신없이 가속력을 통제하면서도 계기판을 볼 필요는 없다. M모드 HUD의 타코미터가 변속 타이밍을 윈드실드에 비춰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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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코너에 들어서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M4가 원래 이렇게 헐렁했나? BMW의 장기인 극한의 코너링을 만끽하는 그 순간, 컨버터블이 발목을 잡는다. 코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스릴 보다는 불안감에 가깝다.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은 차체의 부족한 강성과 대조적으로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너무 단단해져 노면을 제대로 읽지 못해 요동쳤다.얼마 못 가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바꿨더니 그나마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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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한계들이 코너를 돌 때마다 전해진다. 스티어링의 조작에는 반 박자 느리게 반응하고, 그나마도 무거운 하드탑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조작이 쉽지 않았다. 탑을 열었을 때는 트렁크에 70kg가 실리면서 마치 리어 엔진같은 거동을 보였고, 탑을 닫으면 높아진 무게 중심이 와 닿았다. 무게 중심은 차치하더라도, 1,540kg의 M4 쿠페에 최적화된 세팅에 250kg의 무게가 더해지니 마치 성인 남성을 가득 태우고 운전하는 기분이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움직임이 언짢은데, 변속기마저 시프트 업을 할 때마다 작위적인 변속 충격으로 뒷통수를 강타하는 것이 썩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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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M4 쿠페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M4 컨버터블의 달리기 실력이 객관적으로 형편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코너에서는 예리하고, 가속은 폭발적이며, 변속은 번개같다. 하지만 M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간 타 봤던 경쟁자들에 비하자면 퍼포먼스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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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버터블의 매력은 많은 부분을 상쇄시킨다. 동급 모델 중 오픈 에어링과 쿠페의 안락함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는 M4 컨버터블이 유일하다. 아우디에 RS5 카브리올레가 있지만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으며, 소프트탑이기 때문에 관리의 용이성이나 안락함 면에서는 하드탑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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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M4 컨버터블은 하드코어 스포츠카보다는 GT 카에 더 가깝다. 넉넉한 출력을 바탕으로 언제나 운전에 여유가 넘치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도 있다. 또 좋은 날이면 컨버터블로, 궂은 날에는 쿠페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두 얼굴의 매력도 치명적이다. 스타일에서나 성능에서나 섹시함을 감출 수 없다.

M3·M4의 올 상반기 판매 중 M4 컨버터블은 약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실용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를 위한 M3 세단, 본격적인 주행에 몰두할 수 있는 M4 쿠페, 그리고 M의 파워풀한 성능을 오롯이 유지하면서도 스타일링을 겸비한 M4 컨버터블이 보다 근사한 M을 찾는 이들을 위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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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M4에 하드탑은 과유불급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 극한의 주행을 요구하는 운전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퍼포먼스를 다소 타협하더라도 오픈 에어링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M4 컨버터블은 명백한 화룡점정에 가깝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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