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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로 무장한 일본차 반격의 서막, 인피니티 2015 Q50 2.2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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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15%까지 치솟았다. 그러한 가파른 성장을 견인한 것은 디젤 군단을 앞세운 독일차들의 공이 크다. KAIDA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브랜드별 판매 추이에서 1~4위를 기록한 것은 모두 독일 회사였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4개 브랜드만이 연간 1만 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순위권을 독식했다.

한 때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내세운 일본차들이 한국 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이 급작스럽게 유럽화 되면서 디젤의 판매가 폭증했고, 그런 와중에 북미 시장에 어울리는 가솔린 위주의 일본차 라인업은 자연스레 도태되었다. 때문에 일본 브랜드들에게 지난 해는 결코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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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일본차 중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 인피니티다. 닛산의 프리미엄 디비전인 인피니티는 지난 해 2,777대가 판매되며 전년대비 두 배가 훌쩍 넘는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한 성장의 일등공신은 단연 브랜드 전체 판매 중 약 85%를 담당했던 Q50이다.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자인 렉서스가 하이브리드를 고집하고 있는 동안 Q50은 과감하게 독일제 디젤 심장을 탑재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 해 Q50은 2,354대가 판매되었는데 그 중 2,321대가 디젤 엔진이었다. 눈에 띄는 판매성장과 높은 상품성에 힘입어 지난 12월에는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선정한 2015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장 역동적인 일본 브랜드, 인피니티와 차분한 메르세데스-벤츠 엔진의 조합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까? Q50 2.2d를 며칠 간 시승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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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Q50이라는 모델에 대해서 짚어보자. 기존 G 세단에 이어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으로 등장한 Q50은 인피니티의 새 작명 시스템이 처음 적용된 모델이다. 이제 인피니티의 모든 승용모델은 Q라는 이니셜로 이름붙여지고, 뒤의 숫자가 차급을 의미한다. 가령 기존의 대형 세단이었던 M 세단은 이제 Q70이 되었다. SUV 라인업은 QX+숫자의 네이밍으로 통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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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Q50은 어떤 차인가? 사실 일본 내수에서는 후륜구동 세단 라인업인 스카이라인으로 소개되고 있는 모델이다. 그렇다. 20세기 일본 스포츠카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닛산 스카이라인의 직계후손인 셈이다. 이제 최상위 라인업은 GT-R이라는 독자모델로 분화되었지만, 이러한 혈통만으로도 Q50이 얼마나 스포츠 지향적인 모델인 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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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최신 인피니티 디자인 큐가 빠짐없이 적용되었다. 인간과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곡선형 디자인은 이전 G 세단보다 훨씬 날카로운 눈매와 근육질 바디를 자랑한다. 바디사이즈는 전장*전폭*전고가 4,790*1,820*1,450(mm), 휠베이스가 2,850mm로 G 세단과 비교하면 10mm 길어지고 45mm 넓어졌다. 더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군살을 거침없이 덜어내 컴팩트하고 탄탄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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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즈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동급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는 풀 LED 헤드램프와 LED 안개등. 독일제 경쟁자들조차 이 차급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 사양인데, 확실히 시인성이 뛰어나다. 사람의 눈동자를 닮은 헤드램프는 Q50의 인상을 더욱 강렬하게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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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G 세단에 비해서는 차분해진 인상이다. LED 테일램프가 기본 적용되며, 초승달 형태의 제동등이 기존 G 세단의 원형 LED 실루엣을 이어가며 스포티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볼륨감 넘치는 범퍼와 깊숙히 위치한 리플렉터, 듀얼 머플러 등 예사롭지 않은 디테일이 돋보인다. 다만 시승차가 흰색이어서 그런지 트렁크 리드 하단의 크롬 장식은 조금 생뚱맞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히려 이 장식이 빠진다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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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 최장의 휠베이스를 자랑하는 만큼 측면 스탠스 역시 안정적이다. 프런트 오버행이 억제되어 노즈가 길고 스포티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인피니티 컨셉트카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었던 독특한 C필러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2015년형부터는 전 모델에 19인치 휠이 기본 적용되며 휠하우스를 꽉 채운다는 점도 눈에 띈다.

어딘가 묵직하고 투박해보이는 독일제 경쟁자들과 달리 유려한 곡선을 살려 세련되면서도 동양적인 멋이 풍기는 Q50의 첫인상이 ‘호감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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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일견 곡선을 따라 좁아지며 내려오는 센터페시아의 형상이 현대차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소재 면에서는 훨씬 우위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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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포함해 차에 탑승한 사람들 모두를 놀래킨 것은 바로 듀얼 모니터가 적용된 인피니티 인터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내비게이션을 띄우는 상단의 8인치 스크린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하단 7인치 스크린의 조합 덕분에 음악이나 다른 차량제어 화면을 구동할 때에도 내비게이션을 계속 볼 수 있다. 게다가 두 개의 모니터 모두 터치를 지원한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하단 모니터는 G센서를 비롯해 스포츠 드라이빙에 필요한 차량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로거 역할까지 해준다. 오디오 시스템은 보스의 프리미엄 오디오를 채택, 감성적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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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듀얼 모니터 시스템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하단 모니터의 인터페이스가 다소 복잡해 원하는 기능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번 메뉴를 들락거려야 했다. 이전 닛산 차량을 시승할 때도 인터페이스가 혼란스럽다는 지적을 했었는데, 추후 소프트웨어적 개선의 여지가 있다. 또 센터페시아의 버튼이나 다이얼류의 작동감이 독일 프리미엄 모델들에 비해서 썩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부분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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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트나 뒷좌석 공간 활용도는 합격점이다. 1열 시트는 이미 저중력 시트를 선보인 바 있는 닛산의 디비전인 만큼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적었으며, 2열 역시 동급에서 가장 긴 휠베이스 덕분에 레그룸이 넉넉하여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큰 불편이 없었다.

조수석 착석 시 센터페시아 쪽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좀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밸런스를 위해 엔진을 프런트 미드십에 가깝게 끌어당기면서 미션 하우징이 공간을 차지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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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편의사양 역시 화려한데, 전방추돌 경고, 비상제동장치 및 차간거리를 유지하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경고 시스템 등 첨단 안전장비로 무장했다. 앞차와 추돌이 우려되면 가속 페달이 밀려 올라오며 운전자에게 신호를 주고, 차선을 밟아도 경고음이 들린다. 편의사양과 안전장비 면에서는 동급에서 경쟁자를 찾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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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알려진 바와 같이 메르세데스-벤츠의 2.2L 디젤 엔진을 유용한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으로 완전히 동일한 성능을 내며, 7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공인연비는 15.1km/L로 같은 엔진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의 C220 CDI와 비교하면 2.3km/L 낮은 수치지만, 100kg 무거운 공차중량과 19인치 휠을 고려했을 때 큰 차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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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회전질감은 메르세데스-벤츠 엔진답게 상당히 부드럽고 여유가 묻어난다.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아도 엔진은 한 템포 여유를 두고 묵직하게 가속한다. 출력이 높지는 않지만 토크가 넘쳐 추월가속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출력과 토크가 넓은 실용영역에서 최대로 발휘되기에 더욱 그렇다. 어찌됐든 타사의 자동차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여유가 느껴지니 뭔가 낯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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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코너링은 상당히 날카로운데, 단단한 서스펜션과 무거운 스티어링 휠은 오히려 BMW, 그것도 쿠페인 4시리즈와 견줄 만하다. 3시리즈에 비해서도 훨씬 탄탄한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무게감이 상당하고 유격이 극도로 적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한 반면 노면이 안좋은 곳에서는 피드백을 여과하지 못해 신경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유격을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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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코너링 성능에는 설계적 완성도도 일조한다. 특히 앞바퀴가 상당히 전진하여 롱노즈 형태임에도 프런트 오버행이 짧은데, 덕분에 엔진이 앞바퀴보다 뒷쪽에 위치할 공간적 여유가 생겼다. 무거운 디젤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언더스티어 현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도 그러한 스포츠 지향적 설계 덕분이다. 레드불 F1팀과 월드챔피언 세바스티안 페텔이 개발에 참여한 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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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여유로운 파워트레인과 하드코어한 하체의 조합은 어색해보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만약 둘 다 여유가 넘쳤으면 답답했을 것이고, 둘 다 기합이 들어가면 일상주행의 스트레스가 심했으리라. 필요할 때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더라도 언제나 차분함을 잃지 않는 이성적인 주행을 가능케 하는 조합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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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연비는 15.1km/L이지만 실연비는 더 뛰어나다. 연비를 고려하지 않은 일상주행에서도 시내에서는 13km/L을, 고속화도로에서는 20km/L가 넘는 연비를 기록했다. 최대한 연비에 집중하면 25km/L 이상의 순간연비를 기록하는 것도 가능했다. 복합연비는 16km/L 정도를 기록했다. 모델의 상품성을 생각해보면 연비가 불만스러울 일은 거의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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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 2.2d는 일본차 반격의 최선봉에 서 있다. Q50 덕분에 인피니티는 지난 해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트렌드를 분석하여 발빠르게 디젤 모델을 한국에 투입한 한국 닛산의 마케팅 전략 역시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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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0 2.2d는 두 가지 트림이 제공되는데, 엔트리인 프리미엄 트림은 4,430만 원, 상위모델인 익스클루시브는 4,970만 원이다. 상위모델을 선택해도 BMW 320d 기본형 모델과 같은 가격이며, 같은 엔진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C220 CDI보다는 5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인피니티의 공격적인 가격정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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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가격으로 BMW 못지 않게 스포티한 주행감각과 메르세데스-벤츠의 부드러운 디젤 엔진, 그리고 Q50만의 남다른 편의사양과 공간활용성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퍽 부러운 일이다.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 없는 준수한 매력이 올해의 차로 선정된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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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 2.2d의 약진이 독일차 군단에게 날리는 일본차의 강력한 카운터 펀치가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Yes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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