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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차 안 팔리는 현대차, 중형차만 잘 팔리는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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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중형 세단 및 중형 SUV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희비가 갈렸다. 현대차는 오랫동안 판매의 주축이었던 쏘나타와 싼타페의 판매량이 급감해 허리가 끊어진 형국인 반면, 기아차는 K5와 싼타페는 선전 중이지만 그 외에는 판매가 부진하다. 두 브랜드 모두 나름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지난 9월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수에서 각각 5만 6,789대(제네시스 제외), 5만 1,211대를 팔았다. 총계로만 보면 현대차가 조금 더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차 역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브랜드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심 모델, 쏘나타와 싼타페의 판매가 부진한 까닭이다.

쏘나타의 9월 판매량은 4,589대다. 이 중 택시로 판매되는 구형 쏘나타 뉴라이즈 판매량을 제외하면 DN8 쏘나타의 판매량은 3,074대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월간 판매량이다. 올해 중 가장 많이 팔린 6월(6,188대)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준이다. “국민차”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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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SUV이자,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 중 하나였던 싼타페도 사정이 좋지 않다. 9월 판매량은 4,520대에 그쳤다. 7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되고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사실 상 신차효과가 끝난 셈이다. 페이스리프트 직전인 5월(5,765대), 6월(4,901대)와 비교해도 더 줄어들었다.

물론 아반떼가 9,136대, 그랜저가 1만 1,590대 팔리며 볼륨을 견인하고, SUV 부문에서는 팰리세이드가 5,069대 팔리며 선전했지만, 현대차의 대표 차종인 중형 라인업의 부진은 충격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DN8 쏘나타는 출시 초기 월 1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었고, 이제 출시 후 1년 반 정도가 지났는데 판매량 감소세가 너무 빠르다는 것. 싼타페 역시 부분변경을 하며 플랫폼 일부를 개선할 정도로 공을 들였음에도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두 모델 모두 동급 1위 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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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세단과 SU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기아차도 판매량이 일부 차종에 집중됐다. 9월 DL3 K5는 7,056대, 쏘렌토는 9,151대 팔리며 동급 경쟁 모델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렸다. 쏘나타, 싼타페의 2배가 넘는 판매량이다. 여기에 9,931대 팔린 신형 카니발 특수까지 겹쳐 기아차 내수 전체 판매량은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이들 세 모델을 제외하면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9월 아반떼가 9,000대 넘게 팔릴 동안 K3 판매량은 1,693대에 그쳤다. 스팅어는 부분변경에도 신차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고 466대만 팔렸다. 그나마 3,882대 팔린 셀토스가 체면치레를 했지만,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 평균 6,000대 가까이 팔리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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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영업 일선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DN8 쏘나타와 싼타페 부분변경 등 최근 출시된 중형급 신차들의 디자인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상품성이 비슷함에도 기아차에 많은 고객을 빼앗긴다는 것. 한 영업 관계자는 “쏘나타와 싼타페 문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보다 대중적인 디자인의 K5, 쏘렌토에 많은 고객을 빼앗겼다”고 하소연했다.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디자인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

기아차도 고심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3개 차종이 전체 판매량의 과반을 차지하는 형국이 장기적으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기아차 관계자는 “어짜피 특정 차종 판매량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경쟁 신차가 출시되면 언젠가는 판매가 줄어드는 게 순리”라며 “모든 라인업이 골고루 인기를 끌지 않으면 주력 차종 판매가 위축될 때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상 경쟁 상대가 없는 카니발을 제외하면 언제든 판매량 감소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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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보다 섬세한 브랜드 전략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시장 잠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기존에는 소형 SUV와 같은 트렌디한 세그먼트에서만 이런 전략이 요구됐지만, 이제는 중형 세단·중형 SUV 등 주력 차급에서도 보다 뚜렷한 브랜드 별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브랜드의 허리인 중형 모델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도, 특정 모델의 판매 쏠림 현상이 심한 것도 장기적으로는 현대·기아 각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대차는 쏘나타와 싼타페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기아차는 K5와 쏘렌토 외에 지지부진한 라인업의 일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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