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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속 충전방식, ‘콤보1′로 통일… 표류하는 전기차 정책

BMW 그룹, 초고속 고출력 충전 인프라 구축 합작 추진 (1)

국가기술표준원은 전기차의 급속 충전방식이 중장기적으로 통일돼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유도하기 위해 관련 KS 개정(안)을 12월 29일자로 예고 고시한다. 이에 따르면 전기차의 급속 충전방식 표준은 콤보1로 단일화된다. 그러나 초기의 졸속행정으로 인프라 구축에 중복투자가 이뤄지는데다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지 못하는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충전방식 표준은 5종류 정도가 대표적이다. 일본차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차데모(CHAdeMO)와 프랑스 르노가 주도한 AC3상, 그리고 유럽과 북미에서 표준화된 콤보1 타입이 가장 일반적이며, 이 밖에 중국에서 사용 중인 9핀 방식과 테슬라만이 사용하는 슈퍼차저 방식 등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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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차데모가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다. 일본 도쿄전력이 주도해 개발한 차데모는 전기차 공급 초기 일본차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빠르게 확산되는 듯 했다. 특히 전기차 구입에 적극적인 북미에서 2011년 차데모가 표준으로 채택됐고,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도 차데모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전기차 중 상당수가 차데모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2013년 미국 SAE와 유럽 표준 위원회가 부피도 작고 충전소켓 하나로 급속과 완속 충전이 모두 가능한 콤보1 타입을 표준으로 선정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정작 같은 해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이 사용하는 차데모와 AC3상을 표준으로 선정하며 엇박자 행보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쉐보레 볼트 EV 이미지_2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세계적으로 콤보1 타입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국내에 전기차 수입을 원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압박이 심해지자 급속 충전방식 표준을 변경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당연히 차데모와 AC3상 위주로 공급돼 온 충전기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하다. 당장 전국적으로 봐도 차데모나 AC3상에 비해 콤보1의 보급률이 압도적으로 낮다.

또 완속 충전은 차데모와 콤보1이 같은 충전기를 사용하지만, 15~30분이면 충전을 마칠 수 있는 급속 충전의 경우 콤보1로 단일화되면 기존에 차데모나 AC3상 방식의 전기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급속충전이 어려워 전기차 활용도가 떨어진다.

Nissan and BMW partner to deploy dual fast chargers across the U

더군다나 이러한 결정은 국제적인 흐름에도 반하는 것이다. 2013년 6월 개최된 제2회 전기차 세계 회담에서 폭스바겐, 닛산 등 주요 전기차 업체들은 차데모와 콤보 방식을 공동 표준으로 사용하는 데에 합의했다. 두 가지 급속 충전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충전기를 설치하더라도 단일 방식 충전기 대비 추가비용이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차데모 방식을 주도하는 닛산은 콤보 방식을 사용하는 BMW와의 협력을 통해 두 가지 급속 충전을 모두 지원하는 듀얼 방식 충전기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차데모 협회도 유럽 콤보규격 추진위원회(CharIN)와 듀얼 방식 규격화를 논의 중이며, 정부 차원에서도 일본 경제산업성과 독일 경제에너지청이 듀얼 방식 표준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공동 규격화가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는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국내 충전 표준을 콤보1 방식으로 단일화하는 것은 정책적 탄력을 상실하고 공동 표준을 추진하는 국제적 분위기에서 고립되는 결정이다.

BMW i3_주행 이미지

더욱이 이미 유럽 각국과 BMW, 폭스바겐 그룹, 다임러 그룹,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 테슬라, 루시드, 패러데이 퓨처 등 주요 전기차 업체가 참여한 유럽 콤보규격 추진위원회는 현재의 50kW급 콤보 충전 인프라를 넘어 150kW급, 장기적으로는 350kW급 고속 충전 인프라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이미 구식이 된 콤보 1을 표준으로 채택하는 것은 국제 표준 결정에도 처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초기 졸속으로 표준을 결정해 충전 인프라 정비에 예산을 중복투자하고, 그 마저도 변화와 트렌드를 따르지 못하는 이번 결정은 전기차 보급 3년차,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한국 전기차 정책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전기차 운전자들은 빠른 인프라 확충을 통한 전기차 활성화를 요구하지만 인프라 확충은 커녕 갈짓자 걸음만 이어가는 정책 당국의 각성이 촉구된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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