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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을 달리는 BMW의 “15분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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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가 자사의 차가 멋지게 등장하도록 영화에 차량을 출연시키는 것은 이제 흔히 있는 일이다. 자동차는 영화 속 캐릭터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돼 숨은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출연만으로 화제가 되는 007 시리즈의 ‘본드카’가 대표적이다.

영화 제작에 차량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을 홍보하기 위해 영화나 영상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특히 직접 제작하는 영화에서는 차량을 원하는대로 노출시키면서 광고영상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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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시된 현대 그랜저도 직접 만든 영상은 아니지만 웹드라마 ‘특근’에 출시 전 그랜저의 모습을 공개하는 등 영화나 영상매체를 통한 자동차 마케팅은 갈 수록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사의 차량이 항상 멋지게 등장해 활약하기를 바란다. 멋진 주인공을 태우고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채 질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등장일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가 직접 만든 영상에서 주인공의 자동차를 박살내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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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만든 영화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 영화와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15년 전인 2001년 BMW가 제작한 ‘The Hire’를 기억할 것이다. 클라이브 오웬이 고용된 드라이버로 등장해 다양한 의뢰인들을 태우거나 미행하는 내용의 단편영화 시리즈다.

클라이브 오웬과 화려한 캐스팅도 볼거리지만 단연 주인공은 BMW다. 2001년 공개된 시즌 1에서는 E38 7 시리즈, E39 5 시리즈, E46 3 시리즈와 Z3, E39 M5, E53 X5 등 당대의 현역 BMW 모델들이 매 편마다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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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잔 빼고 달리기만 하지 않는다. 시즌 1 첫 편, ‘매복’에서부터 7 시리즈는 악당의 차량과 들이받아 라이트와 범퍼가 부서지고 곳곳에 총알자국이 박힌다. 자동차 홍보 영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시리즈를 이어가며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은연 중에 과시하고 안전성과 편의사양을 곳곳에 선보이면서 고급스럽고 잘 달리는 BMW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실제로 ‘The Hire’ 시리즈는 2001년 시즌 1 공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는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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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BMW의 단편 영화 시리즈가 소비자들에게만 호응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한 광고를 넘어서 BMW 영화 시리즈는 10~15분에 불과한 러닝 타임에 작품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마돈나, 제임스 브라운, 게리 올드만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배우 캐스팅은 물론, 세계적인 거장들이 각 편의 감독을 맡았다. 존 프랑켄하이머, 이안, 왕가위, 가이리치, 오우삼, 토니 스콧 등이다. 그 결과 광고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소장 컬렉션에 포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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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 하는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각 편마다 감독들의 연출력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안 감독은 5 시리즈로 컨테이너 박스 사이를 춤추듯 달리는 액션씬을 만들어냈고, 왕가위 감독은 ‘미행’에서 도로를 달리는 두 대의 차 사이의 묘한 연정을 표현해내기도 했다.

악마와의 드래그 레이싱을 소재로 한 토니 스콧 감독의 작품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흥미진진하고 비평가들이 보기에도 광고 소재를 노출하면서 작품의 전개를 해치지 않는 완성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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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15년 전 마케팅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BMW가 신형 5 시리즈(G30)를 공개하면서 ‘The Hire’의 15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단편 영화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클라이브 오웬 역시 15년 만에 돌아와 운전대를 잡았고, 의뢰인으로는 다코타 패닝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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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으로 호평받은 닐 블롬캠프가 감독한 새 영화 ‘The Escape’는 이전 작품들의 오마주를 곳곳에 담고 세월이 지난 만큼 화려한 연출과 액션을 선보인다. 당연히(?)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5 시리즈는 악당을 피해 질주하며 곳곳이 박살난다. 제품을 가장 흠결없는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일반적인 광고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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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 5 시리즈의 주행 성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특히 헬리콥터와 성능 대결을 펼치는 마지막 장면은 차체 강성과 엔진 성능을 동시에 홍보하는 하이라이트다. 차는 부서졌지만 어떤 광고보다도 설득력 있는 장면이다.

TV나 영화를 보다보면 과한 PPL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의 흐름을 끊고 몰입을 방해하는 PPL들은 인터넷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광고는 항상 광고다워야만 할까? 광고이자 동시에 작품으로 인정받는 BMW 영화의 15년 만의 귀환은 광고의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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