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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공장 구원투수 쉐보레 말리부, 충돌 테스트 직접 보니…

부평 2공장 사진_6

어느 덧 마지막 달을 맞이한 2016년 한 해, 국산차 시장에서는 어떤 세그먼트보다도 중형차의 대결이 뜨거운 감자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쏘나타의 권세가 무너지고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가 치고 올라오며 유례 없는 삼파전이 벌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쏘나타가 전형적인 “한국 중산층의 차” 이미지를 지녔다면, 르노삼성의 SM6는 젊고 유럽적인 감각을 내세웠고, 쉐보레 말리부는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와 미국차의 풍요로움을 담았다. 특히 말리부는 국산 중형 세단으로는 처음으로 전 모델을 가솔린 터보 라인업으로 무장하는 실험을 선보였다.

말리부는 단순히 성공한 중형 세단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한국GM 입장에서는 부진했던 부평2공장을 되살린 주역이며, 특정 세그먼트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여줘 한국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증명한 것이 말리부다. 신형 말리부의 판매가 본격화된 6월부터 지난 10월까지, 국산 가솔린 중형세단 중 말리부의 점유율은 35%에 달해 SM6와 쏘나타마저 제쳤다.

이러한 말리부의 활약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GM 부평공장을 찾았다. 한국GM은 지난 11월 29일 말리부 미디어 아카데미를 개최해 말리부 생산설비를 소개하고 충돌테스트를 시연했다.

부평 2공장 사진_1

인천 부평구에 자리잡은 한국GM 부평공장은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이다. 1962년 조립설비, 1971년 엔진설비가 준공돼 반세기동안 자동차를 생산한 한국 자동차 산업사의 산증인이다.

공장은 크게 2개로 나뉘어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36만 대 수준이다. 1공장은 아베오와 트랙스 등 소형차를 생산하고, 2공장은 말리부와 캡티바가 생산되고 있다. 특히 2공장은 전통적으로 대우차-GM대우-쉐보레에 이르는 수많은 중형 세단들을 생산한 유서깊은 설비다. 과거 로얄 시리즈, 레간자, 매그너스, 토스카, 구형 말리부 등이 모두 부평 2공장에서 생산됐다.

신형 말리부 출시 전까지 부평 2공장의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난 해 하반기 이후 공장 가동률은 50%에도 못 미쳤다. 일주일에 2~3일 밖에 라인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심지어 부평공장 매각이나 철수설까지도 나돌았을 정도니 임직원들의 걱정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신형 말리부 출시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출시 8일 만에 사전계약 1만 대를 돌파해 예상 이상으로 선전한 것. 공장 역시 5월 부터 가동률을 회복해 지난 8월 임단협 이후에는 거의 풀가동 상태다. 공장 라인을 견학하며 촬영은 금지됐지만, 전광판에 표시된 공장 가동률은 90%를 웃돌았다.

임단협이 마무리된 뒤에는 출고적체도 해소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GM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고객 인도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내수 뿐 아니라 수출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부평 2공장에서는 내수물량 뿐 아니라 중동 지역으로 수출되는 말리부도 생산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선적이 시작돼 월 평균 1,000대 이상이 선적되고 있다. 그간 수출의 많은 부분을 트랙스 등 소형 모델에 의존했던 한국GM에서 상대적으로 고급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단순한 판매량 증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더미 사진_2

부평에는 생산설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GM이 개발을 주도하는 여러 모델들의 개발과 시험이 이뤄지는 한국GM 기술연구소가 공장과 함께 위치한다. 특히 연구소 내에는 충돌테스트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설비가 마련돼 있다.

기술연구소 내의 충돌 실험실은 지난 1996년 대우자동차 시절 설립됐다. 현재는 5개 공간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하며, 충돌테스트를 위한 더미도 60여 구 운용 중이다. 100% 정면 충돌 뿐 아니라 40% 오프셋 충돌, 측면 차량 충돌 및 기둥 충돌, 보행자 안전 테스트 등 다양한 시험이 이뤄진다.

특히 여러 차례의 설비 확충을 거쳐 1년 365일, 세계 모든 국가의 충돌테스트 기준에 맞춰 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설비는 GM 글로벌 본사에서도 손에 꼽는다.

쉐보레 올뉴말리부_연구소 충돌테스트 시연2

한국GM은 말리부의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장력 및 초고장력강판 적용범위를 73%까지 높이고 1,000만 시간 이상의 다양한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최적화된 안전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어백 역시 8-에어백이 기본 적용이다. 이와 더불에 국내에서는 아직 테스트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능동 안전장비도 대거 탑재됐다.

미국 IIHS의 25%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부분에서 최고점을 받아 2016 TSP+로도 선정됐으며, 국내 2016년 신차안전도평가에서도 1등급을 무리 없이 획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구형 말리부가 2012년 신차안전도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데 이어 동급 최고의 안전성 타이틀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누구나 자랑은 할 수 있다. 쉐보레는 직접 충돌을 시연해 보겠노라며 기자단을 참관실로 안내했다.

이번에 실시된 테스트는 40% 오프셋 충돌. 운전석측 전면부의 40% 정도의 범위에만 장애물을 충돌시켜 안전성을 확인하는 테스트다.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25%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오프셋 역시 국내 법규 상 실시하는 테스트 중 가장 가혹한 것이다.

잠시의 기다림 후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설치된 견인장치의 케이블이 바쁘게 당겨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90m의 테스트장을 달려 온 말리부가 장애물을 들이받고 튕겨나간다. 1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차체 앞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졌다.

말리부 충돌 테스트 사진

현장이 정리되고 충돌차량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앞부분은 완전히 박살나고 오일로 추정되는 액체도 새나왔지만, 휀더 뒷편 A필러부터는 파손의 흔적이 옅었다. 충돌 순간의 충격으로 A필러와 루프에 약간의 찌그러짐은 남았지만 캐빈룸은 온전히 보전됐다. 운전석 문 역시 완전히 열리지는 않았지만 사고 후 차량을 탈출하기에는 충분하게 개방됐다.

질문도 이어졌다. 말리부의 2세대로 다운그레이드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2세대 이후 에어백은 각국 법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안전성능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에어백의 종류보다는 충돌 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에어백이 전개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오프셋 충돌로 차가 옆으로 튕겨져 나갔음에도 사이드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차량의 각 방향 별 이동 속도의 상대성을 계산해 에어백이 터지는 것이 터지지 않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전개되지 않는다는 답을 얻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안전에 관한 한 허투루 만들지는 않았다는 자신감이다.

쉐보레의 안전성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한국GM은 지난 2012년에는 1.5톤짜리 쇠공으로 말리부의 측면을 강타하는 실험을 실시했던 적이 있으며, 2013년에는 말리부의 루프 위에 4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뛰어난 강성을 증명했다. 이번 충돌 테스트는 세 번째로 안전성을 공개 테스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와 아키텍처의 개선으로 공차중량은 가벼워졌고, 강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한국GM의 설명이다.

부평 2공장 사진_4

말리부는 한국GM의 터닝포인트이자, 한국 중형차의 터닝포인트다. 2.0 자연흡기 엔진과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대변되던 중형 세단 시장에 변혁을 불러왔고, 좀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던 한국 GM의 변화를 알린 신호탄과도 같은 존재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월 4,000대 이상이 판매되며 앞으로도 인기가 쉬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쉬운 경쟁은 아니다. 내년이면 쏘나타가 대대적인 부분변경에 들어가 왕좌 탈환에 나서고, 여전히 다른 경쟁사들의 기세도 드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기본기와 안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를 고집스럽게 지켜내며 혁신에 나선 말리부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괜한 까닭이 아닐 것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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