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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6 M 시승기, 헤비급 챔피언의 화끈한 핵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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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잊혀진 인물이지만,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이크 타이슨’이라는 선수가 있다. 1985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무려 54전 50승, K.O. 승 44회라는 신화적인 기록을 세운 헤비급 세계챔피언이다. 가드조차 뚫어버리는 그의 강력한 펀치는 흔히 ‘핵주먹’에 비유되곤 했다.

최근에는 웰터급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같은 인물들이 세계 최강의 복서로 거론되고는 하지만, 가벼운 몸짓으로 빠르게 치고 드는 웰터급과 상대방의 공격을 버텨내며 묵직한 한 방을 노리는 헤비급은 분명히 다른 색깔의 맛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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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 운전 재미를 강조해 온 BMW의 모델을 복서에 비유하자면, 웰터급은 엔진 성능과 무게의 밸런스가 뛰어난 M3, M4같은 모델에 비할 것이고, 반면 헤비급이라 하면 중량감 있지만 괴물같은 퍼포먼스로 상쇄하는 X5 M, X6 M을 들 수 있겠다.

이번에 시승한 X6 M은 헤비급 챔피언 중에서도 “잘 생긴” 녀석이다. 외모지상주의에는 반대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사나운 얼굴에 매끈한 루프라인, 575마력을 내는 M의 심장과 믿을 수 있는 xDrive의 안정성까지 갖춘 욕심 많은 몬스터 크로스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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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만난 X6 M은 여러 차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일반 모델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롱비치 블루 컬러가 주변을 압도한다. 최근 출시된 M2의 메인 컬러와도 같은 색이다. 여기에 양감 넘치는 차체 디자인이 더해지니 자동차가 아니라 조각상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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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공기를 빨아들일 것처럼 벌어진 양 옆의 인테이크와 낮게 깔린 에어로 파츠, 세로로 서 있는 리어 범퍼의 리플렉터 등 외관 구석구석이 “나는 M이다”라는 것을 어필한다. 단지 아쉬운 점은 X6 M을 위한 21인치 전용 휠이 윈터타이어를 장착하면서 20인치로 작아졌다는 점. 물론 20인치도 충분히 거대하고 아름답지만 어딘가 하체가 부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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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화려한 외관에 비해 실내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 외에는 비교적 차분하다. 몬스터 SUV라고 해도 실내는 점잖고 고급스럽다. 타협하지 않고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면서도 쓸데없이 화려하지 않다. 그나마 시승차는 갈색 가죽을 덮어 조금 멋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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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볼스터 조절 기능을 통해 운전자를 잘 잡아주지만 결코 버킷 시트만큼 조이지는 않는다. 고성능이지만 투어러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기 위함이다. 부드럽고 오래 앉아도 지치지 않는다.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 역시 그립감이 좋고 직경도 적당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껍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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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닿는 대부분의 부품은 플라스틱 대신 가죽과 엠보싱으로 처리됐고, 트림은 피아노 블랙과 카본파이버가 섞여 한껏 멋을 부렸다. 심지어 루프까지 알칸타라로 마감했다. 실내 여기저기를 가로지르는 스티치들이 호사스러운 투어러로서의 역할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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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이라면 뱅 앤 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된 점. 시동을 걸면 대쉬보드 상단의 음향렌즈가 열려 뛰어난 사운드를 내뿜는다. 그 밖에 대부분의 기능은 보편적인 BMW와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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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야기는 후일 이 차를 타고 느긋하게 투어를 즐길 때 마저 이어가도록 하자. 제한된 시승 시간은 M의 손길이 닿은 퍼포먼스를 즐기기에도 부족하다. 아우디는 RS에 언제나 콰트로를 사용하고 메르세데스-AMG도 후륜구동에서 4MATIC으로 전환되는 분위기지만, BMW만큼은 후륜구동 M을 고집해 왔다. M이 지향하는 아찔한 운전재미에 비해 4륜구동은 너무 안정적이라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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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X5 M과 X6 M은 예외다. SUV 기반의 M카인 이 둘은 탄생부터 xDrive를 품었다. 괴물같은 퍼포먼스도 좋지만 SUV가 주는 신뢰감과 험지주파능력 역시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물론, M 답게 약간의 손질을 더해 본연의 운전재미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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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M5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와 무거워진 중량에 맞춰 성능을 끌어올렸다. 4.4L V8 트윈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575마력, 최대토크는 76.5kg.m에 이른다. 엔진의 성능 만큼은 어떤 슈퍼카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더군다나 최대토크는 가속을 시작하는 2,200rpm부터 5,500rpm까지 쉬지 않고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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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와 다른 점이라면 변속기다. M5는 7단 M DCT를 사용하지만 X5 M과 X6 M은 ZF제 8단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아마도 xDrive와의 조합이나 고중량 차체의 부하에 따른 신뢰성 확보 차원의 선택일 것이다. 이 때문에 혹자는 X6 M이 ‘순혈’ M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쨌거나 M은 M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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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에게만 허용되는 달걀모양의 시프트 노브와 그 주변의 버튼들만 봐도 그렇다. 여타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엔진 리스폰스, 서스펜션 감쇠력, 스티어링 무게감을 3단계로 개별 조작이 가능하며, 변속 타이밍 역시 3단계 조절이 가능하다. 이는 스티어링 휠의 M 모드 버튼을 이용해 2가지 모드로 저장해놓을 수 있다.

더군다나 M카들이 DCT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빠르다면 문제될 것은 없는 것이다. 시종일관 번개처럼 변속해내고 막히는 길에서도 불쾌하지 않은 X6 M의 변속기는 명실상부한 M 패밀리로 인정받을 만한 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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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뻗은 고속도로에 올라 ‘달그닥 훅’ 하고 가속해보기로 했다. 마음 속에 메트로놈 하나 놓고 하나, 둘, 셋, 넷. 말 575마리의 폭발적인 힘이 순식간에 2,340kg의 거구를 100km/h까지 가속한다. 그 시간은 4.2초면 충분하다. 470kg나 가벼운 M5의 0-100km/h 가속이 4.3초 걸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무지막지한 것이다.

물론 그 양상은 조금 다르다. 로켓처럼 튕겨져 나가기보다는 고속열차를 탄 것처럼 지그시 밀고 나간다. 높은 시야로 주변을 관망하며 순식간에 속도를 올리는데, HUD로 속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제한속도를 훌쩍 넘어버리니 늘 주의해야 한다.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전자적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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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딩 로드에서는 어떨까? 예전부터 궁금했던 부분이다. M3와 M4는 입가에서 웃음을 지우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었고, M5는 큰 체구가 무색하게 예리했다. 그렇다면 M 중에서도 가장 큰 이 헤비급 챔피언의 실력은?

모든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끌어올렸다. xDrive가 있으니 조금 더 과감해진다. 조금 전까지 편안했던 X6 M은 순식간에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달릴 준비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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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고 치고 올라가는 가속력은 무서울 정도다. 코너를 빠져나가자마자 진입 전의 속도를 회복한다. 하지만 상당한 체중때문에 브레이킹이 완전히 여유롭지는 않다. 조금 일찍 제동을 시작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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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에 들어서면 xDrive가 힘을 발휘한다. 특히나 X6 M의 xDrive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DPC)이라는 기능이 더해진다. 기존 xDrive가 주행환경에 따라 구동력을 앞뒤로 100:0~0:100까지 배분하는 한편, DPC는 이것을 다시 한 번 좌우로까지 배분해 준다. 다판식 클러치를 이용해 네 바퀴에 각각 최대 100%까지 구동력을 몰아줄 수 있는 토크벡터링의 일종이다.

이 DPC 덕에 X6 M은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기 전에 코너를 빠르게 빠져나간다. 처음에는 의도와 다르게 차가 움직임을 제어하기 때문에 약간 이질감도 들지만, 이내 차량을 믿고 보다 공격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힘껏 내달릴 수 있다. 윈터타이어 때문에 뒤뚱거리는 차체가 100% 제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이 차의 야수같은 본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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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6 M과의 짧은 데이트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저돌적인 퍼포먼스와 아름다운 외모, 그럼에도 고급스러운 실내까지. 헤비급 챔피언에게 수도 없이 얻어맞으니 제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가장 유력한 라이벌은 포르쉐의 카이엔 터보 S. 비슷한 성능을 갖췄지만 가격은 카이엔 쪽이 훨씬 비싸다. 물론 이 급의 차를 가격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 만큼 X6 M이 뛰어난 경쟁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클래식한 SUV의 비례인 카이엔과 달리 X6 M은 ‘SAC(Sport Activity Coupe)’를 자처하는 매끈한 루프라인까지 갖추지 않았는가? 뒷좌석을 자주 쓰지 않고 넓은 트렁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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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M의 열성팬들은 SUV로 확장된 M의 영역에 불만을 품는다. xDrive가 싫다고도 한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더 많은 차에서 M의 성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게다가 하드코어한 정통 스포츠카를 구입해 가족들의 핀잔을 들을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운전 재미는 여전하다. 지극히 챔피언다운 완벽함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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