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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는 차값 따라, 대차는 배기량 따라”? 자동차보험 정책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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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4월 1일부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고가의 차량을 운행하다 사고가 나더라도 렌터카로 같은 종류의 차량을 대차받을 수 없다. 이는 정부가 앞서 고가 차량 교통사고 시 발생하는 각종 불평등 문제를 줄이고자 지난 해 11월 발표한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의 후속조치에 해당한다.

개정안의 골자는 자차손해 미수선 수리비 제도의 폐지 및 렌트차량 관련 약관 정비다. 자차손해 미수선 수리비는 그간 보험사기 등에 악용됐던 것을 고려, 실제 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정된다. 그러나 렌트차량 관련 내용의 경우 형평성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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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약관 개정안에 따르면 사고 피해에 따른 대차 지급 기준은 현행의 “동종” 차량에서 “동급의 최저” 차량으로 변경된다. 여기서 동급 차량이란 배기량 및 연식이 유사한 차량을 의미한다. 또 운행연한이 초과돼 렌트차량을 구할 수 없는 오래된 차량은 동일 규모의 렌트차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을 대폭 낮췄다. 이 밖에 렌트차량 이용 업체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렌트업체로 규정하고 렌트차량의 제공 시기를 정비업자에게 차량을 인도한 때부터로 확정해 규정의 불명확성을 수정했다.

문제는 현행 자동차보험제도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료의 산정 기준은 해당 차량의 차량가액과 사고요율이라는 점이다. 차량가액은 말 그대로 보험사에서 산정한 해당 차량의 가치다. 여기에 각 차종 별 교통사고 빈도 등을 반영하는 사고요율을 합산해 최종적인 보험료가 산정된다. 당연히 사고요율이 같은 경우 차량가액이 비싼 차일수록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

[사진] 재규어 뉴 XJ

그런데 보험료는 차량가액에 비례해 산정하면서 사고 발생 시 대차는 차량가액이 아닌 배기량에 따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다운사이징 추세로 배기량이 더 이상 차급의 기준이 되지 못하는 것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령 재규어 XJ 2.0 가솔린을 몰다가 사고가 난 경우 유사한 배기량과 연식의 국산차 렌트비만 지급된다. 사고대차로 쏘나타나 말리부같은 국산 중형차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규어 XJ 2.0의 가격은 1억 800만 원인 반면, 현대 쏘나타 2.0의 가격은 2,300만 원 정도다. 1억 800만 원의 차량가액에 준하는 보험료를 지불한 운전자에게 그 가치에 못 미치는 대차가 제공된다면 형평성에 맞다고 보기 어렵다.

[르노삼성] SM6 10

국산차 역시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발맞추면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 쏘나타, 기아 K5, 르노삼성 SM6 등 모든 대부분의 주요 브랜드 차량들은 이미 1.5~1.7L에 이르는 다운사이징/디젤 모델들을 주력 라인업으로 밀고 있다. 해당 차량들이 사고가 날 경우 사실 상 한 급 아래지만 배기량이 같은 준중형 차량으로 대차를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규정도 불명확하다.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의 경우 슈퍼카에 버금가는 강력한 주행성능을 갖췄지만 엔진 배기량은 1.5L에 불과해 국산 준중형차보다도 작다. 이 경우 어떤 차량을 대차로 제공할 것인 지 불명확하다. 설령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고려해 현대 아이오닉 차량을 대차로 제공한다 하더라도 BMW i8의 가격은 1억 9,990만 원인 반면 현대 아이오닉은 2,289만 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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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배기량 기준은 앞서 언급한 다운사이징 추세를 따르지 못해 사실 상 “구시대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이미 국회에서는 지난 해 10월부터 자동차세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동차세 개정안은 배기량 기준의 현행 자동차세를 차값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처럼 이미 정부 차원에서 배기량 기준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 자동차보험에서 동급 차량을 산정하는 기준을 배기량으로 잡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운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보험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핑계로 매년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합당한 수준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를 운행하는 K씨는 “사고가 난 차보다 더 비싼 차로 대차받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동급 차량으로는 대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어서 그는 “매년 보험료를 인상하고 경미한 사고에도 높은 비율로 보험료를 할증하면서 보장범위는 점점 줄어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완성차 업체들 역시 달갑지 않다. 특히 탄소배출량 감소 등 여러 외적 요인으로 인해 갈 수록 차급대비 배기량이 작은 차가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보험 정책이 엇박자 행보를 이어가면서 차량 판매가 위축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운사이징 모델 및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하는 수입차들의 경우 더욱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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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사고대차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본질적인 원인-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된 사고대차 렌트비와 사고차량보다 더 비싼 차를 대차받는 관행-을 해결하지 않고 모든 선량한 가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가입자는 자신의 차량 가치에 따라 보험료를 지불하므로 사고대차 역시 차량가액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자동차 범퍼의 가벼운 긁힘 등 경미한 손상 사고 발생 시 복원수리비만 지급하도록 하는 경미 손상 수리기준 개정도 추진 중이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불만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보험 가입자에게 혜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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