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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의 친환경 전용 ‘신규 플랫폼’은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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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1월 7일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미디어에 공개했다. 공식 출시는 1주일 뒤인 14일이다.

이번에 소개된 모델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HEV) 모델이지만 향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전기차(EV)도 선보이게 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을 신규로 개발해 적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오닉을 미디어에 공개한 당일 신규 플랫폼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에 적용된 플랫폼이 신규 플랫폼이라고 발표했지만 과연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플랫폼인지, 아니면 기존 플랫폼을 개량한 것인지에 대한 것과, 만약 개량한 플랫폼이라면 이를 ‘신규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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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오닉에 적용된 플랫폼은 완전 신규 플랫폼이 아니며, 현대 엑센트와 아반떼 등에 적용되고 있는 현대차의 기존 앞바퀴굴림 소형차 플랫폼을 친환경차에 적합하도록 개량한 플랫폼이다. 물론 개량을 통해 완성된 플랫폼은 전적으로 친환경 모델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 플랫폼을 신규 플랫폼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로 현대차 그룹의 앞바퀴굴림 소형차 플랫폼은 모닝, 엑센트/프라이드, 아반떼/K3, i30/씨드, 투싼/스포티지가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 모델들은 사이즈도, 휠베이스도, 파워트레인도, 장비도 서로 다르지만, 한 개의 플랫폼을 세그먼트가 다른 각 모델에 맞게 휠베이스를 줄이거나 늘이고, 성능과 장비에 적합하게 개량을 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량된 플랫폼은 다시 세단과 쿠페, 해치백, 왜건 등으로 한번 더 확대되어 그 세그먼트 모델에 전용으로 사용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개량된 플랫폼을 신규 플랫폼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과 같다.

160105 현대차, 아이오닉(IONIQ) 하이브리드 사전계약 실시 (사진1)

산업적으로 볼 때 오늘날은 전 자동차 브랜드에 걸쳐서 플랫폼 통합이 중요한 과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가능한 적은 숫자의 플랫폼으로 더 많은 모델을 개발해야만 한다. 현대차도 이를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플랫폼 통합을 이뤄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하나 더 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당연히 이번 아이오닉을 위해서도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플랫폼을 다양한 친환경차 개발에 용이하도록 대폭 개량하였고, 향 후 이 플랫폼을 사용하면 배터리를 탑재하는 여러 종류의 친환경차 개발이 쉬워지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기존의 앞바퀴굴림 소형차 플랫폼을 적용하는 모델이 하나 더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_외관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이를 신규 플랫폼이라고 발표했을까?

메이커 입장에서는 신차를 내 놓으면서 신규 플랫폼을 개발해서 적용했다고 하면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차라는 인식을 좀 더 확실하게 심어 줄 수 있으니, 이런 변형 플랫폼도 신규 플랫폼이라고 부르고 싶어할 수 있다. 특히나 아이오닉처럼 기존 라인업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경우라면 더 그럴 것이다.

이와 유사한 예는 폭스바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플랫폼 통합에 가장 앞서 있는 브랜드로, 골프를 대표로 하는 앞바퀴 굴림 모델들은 모두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다. 그리고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위해 이 MQB를 대폭 개조하였는데 이를 MEB라고 부른다. 기능적으로 명확한 구분이 있는 만큼 서로 다른 이름으로 구분해서 부르고 있지만, 플랫폼의 기본 개념에서 볼 때 이 둘은 동일한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맞다. 즉, 현재 폭스바겐 그룹의 글로벌 통합 플랫폼인 MQB, MLB, MSB 이 3개 외에 1개가 더 늘어나 4개가 되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리고 폭스바겐은 MEB가 MQB를 개량한 플랫폼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마찬가지로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라인업을 위해 개량된 플랫폼도 기능적으로는 별도의 이름으로 구분해서 지칭할 수는 있겠지만, 플랫폼의 기본 개념에서 보면 신규 플랫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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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차체 사이즈가 4,470 x 1,780 x 1,450mm에 휠베이스가 2,700mm로 아반떼와 휠베이스가 같고 사이즈도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현대차의 앞바퀴 굴림 소형차 플랫폼 중에서 아반떼에 적용되고 있는 것을 개량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현대차 측에서는 기존 플랫폼을 개량했다고는 하지 않고, 메인 센터 플로어, 리어 플로어, 멤버 등을 하이브리드에 맞게 개발했고, 특히 대량의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전기차(EV)까지 고려하여 최적화된 설계로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엔진을 신규로 개발하고, 6단 DCT와 조합시켰으며, 그에 따라 브레이크, 흡기계, 배기계 등 섀시 시스템도 새롭게 개발했다고 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

그렇다면 아이오닉의 직접적인 경쟁모델인 토요타 프리우스는 어떨까? 토요타는 1세대 프리우스를 개발할 때 기존 모델을 하이브리드로 개조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적합하도록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서 사용했다. 그리고 그 플랫폼을 3세대까지 사용하다가 이번에 등장한 4세대 프리우스는 플랫폼 통합 정책에 따라 토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인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사용해 개발했다. 이처럼 오늘날의 플랫폼 정책은 통합해서 줄여 가는 것이지 쉽사리 새로운 플랫폼을 더해가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도 처음부터 ‘신규’ 플랫폼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하는 대신, 어떤 플랫폼을 얼마나 ‘대폭 개량한’ 플랫폼인지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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