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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에 도전하는 자질, 쉐보레 임팔라 3.6 LTZ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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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지난 해 현대 그랜저는 80%에 육박하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그랜저 천하”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현대 그랜저가 지배하는 준대형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쉐보레 임팔라가 도화선에 불을 당겼고, 내년 초 출시되는 K7 후속(YG)와 르노 탈리스만 기반의 르노삼성 차세대 기함 등이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랜저 역시 내년 중 모델체인지를 예정하고 있다.

준대형 세단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국산차 중에서는 RV와 더불어 꾸준히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세그먼트일 뿐 아니라, 3,000~4,000만 원의 가격대는 수입 엔트리 모델과 가격대가 겹치는 영역인 만큼 가파르게 성장하는 수입차의 공세를 막아내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각 브랜드가 가장 경쟁력있는 모델들을 동원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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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대형 전쟁에 불을 붙인 쉐보레 임팔라는 벌써 의미있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GM은 임팔라를 완성차로 수입해 오면서도 국산 모델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합리적인 가격표를 붙였다. 그 결과 벌써 올해 물량은 동이 났고, 내년부터는 국내 생산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스테이츠맨, 베리타스, 알페온 등 그간 선보여 온 기함들이 고배를 마신 끝에 이룬 결과라 더욱 달콤하다.

임팔라는 전형적인 미국식 풀사이즈 세단이다. 미국차 특유의 풍요로운 바디사이즈와 넉넉한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미국차이기 때문에 어딘가 부족한 럭셔리함과 부족한 편의사양의 한계도 함께 지니고 있다. 아메리칸 프리미엄은 과연 까다로운 한국 준대형 시장의 왕좌에 도전하기에 충분할까? 이미 임팔라에 대한 많은 리뷰가 올라와 있는 만큼, 강점과 약점을 바라보는 데에 집중해 며칠 간 시승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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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라를 마주한 첫 인상은 단순했다. “거대하다”. 왠지 이름과는 잘 매칭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임팔라는 그리 크지 않은 몸집에 뿔이 달린 초식동물이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포식자를 피해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그 동물 말이다. 경쟁 모델들이 황소(토러스), 사자(아슬란) 등 무게감 있는 동물에서 유래한 이름을 딴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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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원래 임팔라는 벨에어의 스포츠 모델을 위한 트림 명으로 시작된 까닭이다. 60~70년대에는 쿠페와 세단 라인업이 함께 이어져 왔고, 보수적인 풀사이즈 세단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제 와서는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임팔라라는 네이밍은 반세기가 넘는 역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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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거대한 사이즈는 체감 뿐 아니라 수치로도 와 닿는다. 전장*전폭*전고는 5,110*1,855*1,495(mm)로 전장은 그랜저와 비교했을 때 무려 190mm나 길다. 국산차 중에서는 아슬란은 물론 제네시스보다도 길고, 에쿠스(5,160mm)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미국산 경쟁자들과 비교하자면 토러스(5,155mm)보다는 짧지만 300C(5,045mm)보다는 길다. 반면 휠베이스는 2,835mm로 그랜저보다 10mm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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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체는 차별화된 장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특히 휠베이스 대비 긴 전장 덕분에 트렁크 공간은 실로 압도적인데,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한 번에 들어가는 트렁크 넓이는 신차발표회때부터 화제가 됐다. 반면 뒷좌석은 그랜저에 비해 넉넉하지는 않다고 느껴진다. 2열 가운데 자리 바닥면이 평평한 그랜저와 달리 센터 터널이 불룩 튀어나와 거주성이 떨어지는 점도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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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무 큰 차체때문에 운전이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전방 길이감이 잘 느껴지지 않음에도 전방 센서가 없는 점은 좁은 공간에서 주차할 일이 많은 국내 환경 상 애로사항이 생긴다. 사각지대가 넓은 운전석 평면 사이드미러도 영 불편하다. 편의사양으로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국내 생산에 돌입하면 1순위로 개선돼야 할 사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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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굵은 선으로 마감된 스타일링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20인치 알로이 휠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세련된 조형미 덕에 근육질의 스포티함과 권위적인 웅장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반면 후면부에서는 LED가 적용되지 않고 방향지시등과 제동등이 통합된 테일램프의 만족도가 다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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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품질 역시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전반적인 마감 수준과 재질감은 탁월하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럭셔리보단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령 버튼류의 조작감이나 재질감은 경쟁 모델들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대신 온도조절을 비롯한 공조기 조작 및 오디오 조작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을 보기 쉽게 모아둬 직관적인 조작성은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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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으면 상당히 우수한 가죽 질감과 광활한 실내 공간감은 큰 만족감을 제공한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시트 포지션은 낮지만 숄더라인이 높아 시야가 좁고, 시트의 착좌감도 비교적 헐렁하다. 기자의 경우 키 180cm에 큰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입은  어린이가 된 기분이다.

현재 임팔라는 북미와 호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데 해당 국가 운전자들의 평균 신장과 체격이 한국보다 큰 편이다보니 그에 최적화된 것으로 보인다. 좋게 말하면 미국차 특유의 시원시원함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모든 것이 너무 크다. 같은 미국 출신인 300C나 토러스보다도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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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국차는 편의사양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지만, 임팔라는 적어도 그런 편견에서는 자유롭다. 하이패스와 무선 스마트폰 충전기, 1열 통풍시트, 2열 열선시트는 물론이고 2열 암레스트 리모컨과 220V 인버터도 갖춰져 있다. 안전사양으로 들어가면 10-에어백,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차선변경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이 모두 기본사양으로 적용된 점이 인상깊다. 여기에 세이프티 패키지를 선택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긴급 제동 시스템도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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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돼 아이폰 사용자라면 더욱 스마트한 사용이 가능하다. 카플레이 기능은 아이폰과 USB 케이블로 연결하면 곧바로 작동한다. 음악, 메시지, 지도, 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라고 너무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쉐보레는 안드로이드 오토가 한국에 적용되면 이 역시 임팔라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니 후일을 기약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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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작 면에서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가장 불만인 것은 비상등 스위치의 위치와 시프트 레버의 토글 스위치다. 엄지손톱만큼 아담한 비상등 스위치는 정확히 스티어링 휠에 가려진다. 한국의 경우 비상등 사용 빈도가 높은 편이라 스위치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영 불편하다. 또 쉐보레의 지독한 고집인 변속용 토글 스위치는 여전히 조작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스포츠 주행과 거리가 있는 대형 세단이라도 패들 시프트나 +- 팁트로닉 방식의 수동 모드를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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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라의 파워트레인은 두 종류다. 주력인 2.5L 직렬4기통 모델과 플래그십인 3.6L V6 엔진이 그것이다. 시승차는 3.6 모델로, LTZ 단일트림으로 제공된다. 최고출력은 무려 309마력에 달하고, 최대토크는 36.5kg.m으로 6속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이 엔진은 캐딜락 등 GM의 여러 모델에 두루 탑재되는 것으로, 현재 국산 브랜드 전륜구동 세단 중 300마력을 넘는 모델은 임팔라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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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만큼 가속력은 경쾌하다. 기어비는 꽤 긴 편이라 저회전에서는 조금 더딘 느낌도 있지만, 3,000rpm을 넘어서면 회전한계까지 시원하게 밀어주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색깔이 강하다. 회전질감은 일상 영역에서는 상당히 매끄러운 편이고, 고회전에서는 카랑카랑한 GM 6기통의 음색이 살아난다. 킥다운 시 변속기의 더딘 반응은 흠이지만,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크게 불편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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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숙성이다. 현대차와 비교하자면 윗급 모델인 아슬란이나 제네시스와 비교해도 정숙성 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공회전 시에는 시동이 걸려있는 지 확인해야 할 정도로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속도를 높여도 풍절음 또한 극도로 억제된다. 과연 쉐보레의 플래그십으로서 손색없는 안락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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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가속력은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해 준다. 서스펜션은 스트로크에 여유가 있지만 코너에서는 쫀득하게 안정감을 유지해주고, 제동력 역시 저속이나 고속 모두 손색없다. 고속 주행에 들어서면 경쟁 모델 중 최고 수준의 주행 안정성 또한 돋보인다. 주행 감각에 높은 가치를 두는 운전자라면 다른 아쉬움들을 모두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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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연비는 복합 9.2km/L, 고속 12.0km/L, 시내 7.7km/L이다. 실연비는 이보다는 많이 떨어져 크게 연비를 신경쓰지 않은 일상주행에서 복합 7.5km/L을 기록했다. 배기량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면서도 공인연비에 못 미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별히 넉넉한 파워가 절실하지 않다면 보다 경제적인 2.5L 모델이 더 경쟁력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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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임팔라는 분명 이전 한국GM의 플래그십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경쟁력을 갖췄다. 또한 공격적인 가격정책이 맞물려 국산 준대형 모델들은 물론, 포드 토러스 등 미국산 풀사이즈 세단들도 위협한다. 마치 국산차의 높은 마감품질, 풍부한 편의사양과 미국차의 시원한 퍼포먼스, 넉넉한 공간 등 장점만 합쳐둔 성공적인 국제결혼의 결과물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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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쉬운 부분들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 실정에 최적화된 강력한 라이벌, 그랜저의 존재로 인해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단점들이 유독 도드라져보인다. 협소한 주차공간, 비교적 작은 체구에 맞지 않는 공간구성 등이 그렇다. 하지만 동급 최고수준의 주행감각, 우수한 적재능력 등 경쟁자가 따라오지 못할 장점들이 부족한 부분을 상쇄시켜준다.

한국GM은 내년께부터 임팔라의 국내 생산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국내 생산에 돌입하면 물량 확보가 용이해짐은 물론, 국내 실정에 맞는 상품성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 가령 곡면 사이드미러나 전방 센서의 추가 말이다. 이미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임팔라의 “한국화”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앞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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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임팔라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임팔라가 그랜저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더욱이 K7 후속, 그랜저 후속, SM7 후속 등이 연이어 선보이는 내년에는 각 브랜드의 진검승부를 볼 수 있겠다.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에게 언제나 좋은 일이다. 임팔라는 과연 그랜저의 공고한 왕좌를 흔들 수 있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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