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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놀라운 일취월장, 현대 엑센트 위트 디젤 DCT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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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불과 1년 전에 타 본 구형과 비교해봐도 괄목할 발전이 이뤄졌고, 동급 모델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아니, 더 나은 부분이 많이 보였다. 수입차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엑센트의 이야기다.

엑센트는 현대차 내수 라인업의 막내다. 국내에는 경차 라인업이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B 세그먼트인 엑센트가 가장 작은 모델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엑센트가 연식 변경과 함께 현대가 열심히 내세우고 있는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DCT)를 탑재하고 등장했다. 현대차 내수 라인업에서는 벨로스터 DCT 이후 두 번째로 DCT가 탑재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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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엔트리 모델들이 DCT와 높은 효율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마당에 엑센트가 과연 앞마당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이미 10년 이상 DCT를 개발하고 탑재해 온 유럽 브랜드들의 노하우를 따라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리미엄 라인업에 몰두하고 있는 현대가 소형차에 많은 공을 들였을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엑센트의 품질은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타서 그랬는 지, 동급 수입 모델과 연이어 시승을 해서 그랬는 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만족도는 높았다. 마감 품질이나 파워트레인 모두 특별히 흠 잡을 곳이 없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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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센트”라는 이름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꽤 친숙할 터이다. 지금의 중장년층이 청년이었던 시기에 엑셀의 후속으로 처음 등장했다. 유러피언 스타일을 자처한 유선형 바디로 인기를 끌었고, 높은 튜닝 잠재력 덕분에 태동기 모터스포츠 현장에서도 사랑받은 모델이다. 심지어 고성능 버전인 엑센트 TGR까지 등장했었다.

후속 모델(코드명 MC)이 ‘베르나’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해외에서는 계속 엑센트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베르나라는 이름이 너무 여성적이라는 지적에 그 후속이자 현행 모델인 코드명 RB는 엑센트라는 이름을 되살렸다.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반영해 공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고, 출시 당시 근육질 남성 모델이 등장하는 CF를 방영하는 등 남성미를 살리는 데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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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의도가 잘 통했는 지, 현행 엑센트는 남성 소비자에게도 별 거부감 없이 스며들었고, 모터스포츠 현장에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현재 2종류의 엑센트 원메이크 레이스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니 1세대의 명성을 어느 정도는 되찾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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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상으로도 여전히 근육질의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유지하고 있는데, 14년형부터 적용된 LED 주간주행등 및 프로젝션 타입 헤드라이트가 눈에 띈다. 세단의 경우 사양에 따라 테일램프에도 LED가 적용되는데, 해치백인 위트에는 LED 테일램프가 적용되지 않는 점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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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전폭*전고는 위트 기준으로 4,115*1,705*1,455(mm)으로 대표적인 수입 B 세그먼트 해치백인 폭스바겐 폴로의 3,970*1,685*1,455(mm)와 비교하면 더 길고 더 넓고 높이는 같다. 사실 엑센트는 동급 중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작고 운전하기 편하다는 장점은 희석되지만, 대신 공간활용도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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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품질에 대해서는 특별히 불만이 없다. 아니, 오히려 엑센트가 동급 중 가장 알찬 편에 속한다. 미니멀리즘을 넘어 허전한 느낌까지 주는 대부분의 경쟁 모델들은 직물 시트와 내비게이션 없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만족해야 하지만, 엑센트는 추가비용만 지불한다면 편의사양을 중형차 못지 않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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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키와 버튼식 시동은 기본이요,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열선 사이드미러까지 장착되고, 후방카메라가 포함된 7인치 내비게이션과 풀오토 에어컨도 선택 가능하다. 상위 트림에서만큼은 마감 품질과 편의사양이 국내에서 동급 경쟁자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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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탄탄하고 홀딩력도 개선됐지만, 여전히 코너를 돌 때 몸이 쏠리는 점은 불만이다. 또 껑충한 시트포지션 때문에 SUV를 타는 듯한 이질감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위트의 경우 트렁크 공간 확보를 위해 세단보다 2열 시트가 세워져 있는데, 이 때문에 장거리 탑승은 다소 피곤할 수 있겠다. 그래도 2열 좌석보다 뒷바퀴가 뒤에 있다보니 요철을 넘을 때의 허리 통증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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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재미와 효율을 동시에 잡는 DCT 탑재 모델인데, 패들 시프트가 장착되지 않은 점은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기왕이면 스티어링 휠 두께도 늘려 그립감을 개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대는 유독 스티어링 휠 두께에 인색하다. 꽤 훌륭한 그립감을 보이는 기아의 형제차들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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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여러 사양 조정과 개선이 이뤄졌지만 2015년형 엑센트의 핵심은 단연 DCT다. 앞서 1.4 가솔린 모델의 자동변속기가 CVT로 바뀐 데에 이어 엑센트의 두 번째 파워트레인 개선인 셈이다. 또 국내 생산 모델 중에는 디젤 엔진에 DCT가 맞물린 것이 최초라는 점도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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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유로6에 맞춰 성능과 효율, 배출가스를 개선한 U2 1.6L 직렬4기통 VGT 디젤 엔진이다. 4,000rpm에서 136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1,750~2,500rpm에서 30.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기존 엔진 대비 최고출력이 8마력, 최대토크가 4.1kg.m 개선된 수치다. 동력손실율이 낮은 DCT가 맞물려 출력향상은 더욱 체감된다.

앞서 개인적으로는 지난 해 초기형 엑센트 위트 디젤 수동을 타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기대 이상의 경쾌한 움직임에 만족했는데, 새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은 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다. 여전히 엔진의 소음은 적지 않지만 진동은 매우 잘 억제됐으며, 치고 나가는 맛도 경쾌하다. 터빈은 1,500rpm 전후로 출력을 뿜어내기 시작해 최대토크가 나오는 영역에서 가장 적극적인 가속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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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용된 7속 DCT는 특유의 예리함은 물론 토크컨버터의 부드러움까지 갖춘 점이 매력적이다. 대표적인 DCT 변속기로 손꼽히는 폭스바겐의 DSG와 비교하자면, 변속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대신 변속 충격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있다. 누군가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면 일반 토크컨버터 변속기라고 생각할 정도다.

정차 중 출발 시 이질감도 여타 DCT에 비해 적은 편이다. 다운시프트 시에도 변속 속도보다는 부드러움에 촛점을 맞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회전수를 보상해 준다. 계기판 레드 존은 4,500rpm부터 시작인데, 3단에서 2단 다운시프트 시 4,000rpm, 그 이상의 단에서는 3,500rpm까지만 회전수를 맞춘다. 좀 더 적극적인 레브매칭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아쉬움도 있다. 정차 시 시동을 꺼 연비를 개선하고 진동을 줄여주는 ISG(아이들 스톱&고)는 정작 가솔린 모델에만 탑재됐다는 점이나 고속 탄력주행 시 클러치를 떼 연비를 높여주는 코스팅 기능이 빠진 점은 효율을 강조하는 모델 특성 상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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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큰 손색은 없다. DSG처럼 변속하는 순간에 치고 나가는 맛은 덜하지만, 일반 토크컨버터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전장이 짧고 무거운 디젤 엔진이 앞에 얹혀 있어 언더스티어 성향이 도드라지는 점은 태생적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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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유럽차를 많이 흉내내 오히려 윗급 모델보다 단단하다. 구조적 한계 상 간혹 뒷바퀴 그립이 약해지는데, 자세가 완전 흐트러지지 않고 이내 안정감을 되찾는다. 단, 초고속 영역의 주행 안정성은 조금 더 개선돼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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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연비는 엑센트 위트 디젤 DCT가 복합 18.0km/L, 도심 16.7km/L, 고속 19.8km/L이다. 실제 주행에서는 고속 연비가 80~100km/h 항속 시 23km/L, 60~80km/h 항속 시 무려 30km/L까지 올라간 반면 도심에서는 12~13km/L을 오갔다. 결과적으로 복합 연비는 19km/L 가량을 기록했다. 장거리 주행이 많은 운전자라면 훨씬 더 좋은 평균 연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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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프리미엄 모델에 집착하는 이유는, 쉽게 말하자면 비싼 차일수록 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10배 비싼 차라고 해서 원가가 10배 비싸지 않기 때문에 작은 차일수록 마진이 적어진다. 수입차에게 국내 프리미엄 시장을 빼앗긴 현대가 제네시스 등 고급 모델에 공을 들이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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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형차를 제대로 만들지 못 하는 브랜드는 대형차도 제대로 만들지 못 한다는  것이다. 소형차는 한정된 크기와 한정된 원가 하에서 개발되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형차의 만듦새와 기본기는 역설적으로 그 회사의 차량 개발 노하우를 잘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많은 유럽 브랜드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소형차에서 쌓인 노하우를 무시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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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제네시스를 선보이면서 국산 고급차 시장에 큰 획을 그었지만, 오히려 소형차의 완성도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브랜드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유럽형 해치백으로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은 i30에 이어, 엑센트는 그러한 생각에 전환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 특히 20~30대를 위한 B 세그먼트 소형차가 각광받는 작금의 시장에서 엑센트는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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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 최고 수준의 마감 품질, 풍부한 편의사양, 경쾌한 디젤 엔진과 효율 좋고 영리한 DCT까지 갖춘 엑센트의 가치는 감히 말하자면 유럽 경쟁자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풀 옵션’ 모델의 가격은 2,000만 원이 조금 넘지만, 옵션에 대한 욕심을 버린다면 동급 수입차보다 1,000만 원 가량 저렴한 중간 트림의 엑센트는 여러 모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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