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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과 카본으로 무장한 M3 대항마, 렉서스 RC F 카본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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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RC F는 8기통 473마력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 지 제대로 알고 있다. 스티어링과 변속기는 정교하고 빠르게 작동하고, 하체는 충분히 안락하면서 안정감 또한 뛰어나다. 초반 가속부터 초고속영역까지 지칠 줄 모르고 파워를 뿜어낸다. 고속 주행도 서킷 주행도 거칠 것이 없다. 카본 패키지 기본 적용한 데다 토크 벡터링도 더해 깔끔한 코너링을 선사한다. VDC가 너무 빨리 개입하는 것이 불만이다.

렉서스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조용한 브랜드에서 스포티한 브랜드로. IS F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냥 ‘렉서스스러운 고성능’으로 치부해도 됐었다. LFA가 나왔을 땐 ‘렉서스가 어디까지 가려는가’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RC F가 등장하면서 고성능이 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렉서스 스포츠 모델의 역사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스포츠 쿠페 ‘SC400′부터 시작된다. 이후 ‘SC430′은 하드탑 컨버터블 형태로 등장해 우아한 자태 덕분에 ‘렉서스의 보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고성능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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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스포츠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은 ‘IS F’부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컴팩트 세단 IS에 V8 5.0리터 423마력 엔진을 얹어, 독일의 대표적인 스포츠 모델 M3를 정조준했다. ‘F’는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산실인 ‘후지 스피드웨이’를 기념한 이니셜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갈고 닦은 M3를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시도는 훌륭했고 알찬 수확을 거뒀다.

이번에는 더욱 과감하게 럭셔리 수퍼카 시장에 뛰어 들었다. 렉서스 F의 정점, 바로 LFA다. V10 4.8리터 553마력 엔진을 얹고 최고속도 325km/h를 자랑하는 LFA는 초고성능과 화려한 디자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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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RC F가 등장했다. 컴팩트 세단 IS를 기반으로 하지만 세단형 고성능 스포츠 모델이 아니고 정통 스포츠 쿠페로 변신했다.

RC F는 스타일이 정말 멋진 차다. 세단 IS의 그림자가 보이지만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했던 컨셉트카 LF-LC를 닮기도 했다. 거대하고 강렬한 스핀들 그릴 좌우에는 역시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헤드램프에 바이-LED를 적용해 입체적인 느낌도 잘 강조했다. 부메랑 형태의 주간 주행등도 날카로운 느낌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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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판대되는 RC F에는 카본 패키지가 기본 적용됐다. 엔진 후드와 지붕, 그리고 리어 스포일러가 탄소 섬유로 제작됐다. 총 9.5kg의 중량을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무게 중심을 낮춰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데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시승차는 파란색 차체에 차콜 색상의 크롬, 그리고 카본파이버의 짙은 회색이 절묘한 조합을 이루며 날카롭고 강인한 이미지가 잘 표현됐다. 특히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주변은 다양한 기하학적인 도형의 조합 뿐 아니라 복합한 3차원적인 구조로 강인함을 더한다. 직접 손세차를 해 보면 얼마나 복잡한 면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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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닛 중앙과 앞 펜더 뒤에는 공기의 흐름을 돕는 에어 벤트가 뚫려 있어 고성능 이미지를 더하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에서 연결되어 트렁크 리드를 따라 살짝 치켜 올라간 부분에는 폭이 넓은 카본 파이버 리어 스포일러가 자리했다.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솟아 오르고, 또 내려간다. IS F에서 세로로 배열 됐던 듀얼 배기구는 이번에도 세로로 배열됐는데 IS F 보다는 살짝 기울여 배열됐다.

바퀴살이 예리한, 차콜 크롬 컬러의 20인치 알로이 휠 역시 고성능 이미지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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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역시 기본이 된 IS를 많이 닮았다. 사실 부분적으로 F 전용 부품이 조금씩 적용됐을 뿐 전체적으로는 같은 모습이다. 센터페시아의 계단식 입체 구조가 여전히 화려하다. 소재면에서는 알칸타라와 카본이 대거 적용되면서 고성능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살렸다. 스티어링 휠 중앙 아래에는 ‘F’ 엠블램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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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재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도어 안쪽 패널이다. 일반 가죽과 알칸타라, 알루미늄 느낌의 패널, 일반 플라스틱에 카본까지 모두 모여 있다. 거기다 가죽을 박음질한 스티치는 흰색과 파란색이 함께 사용됐다. 단언컨대 이렇게 다양한 소재가 이렇게 집중되어 사용된 차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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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 너머로 보이는 계기판은 주행 모드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한다. 가운데 큰 원은 회전계이고, 우측에 속도계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우측 속도계는 기존의 기계식 게이지이고, 회전계의 가운데 원과 좌측의 4각형 공간은 모두 디지털 화면이다. 따라서 주행 모드가 바뀌면 회전계 원 안쪽 부분의 그래픽이 바뀌고, 좌측 모니터에서는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랩 타임과 횡 G 측정 기능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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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렉서스의 강력한 파트너인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됐는데 17개의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오는 사운드는 섬세함과 강렬함을 모두 갖췄다. 그 동안 렉서스에 장착됐던 마크 레빈슨 오디오가 섬세함을 잘 살리는 반면 박력 면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번 시스템은 박력 면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화끈해 고성능 스포츠카와 잘 어울리는 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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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실내에서 많이 탐 나는 부분은 시트다. 디자인도 멋지고, 알칸타라를 더해 시각적으로도, 몸을 잡아주는 기능적으로도 만족도가 무척 높다. 다양한 형태의 곡선들이 바디 라인과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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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어 레버 옆에는 다이얼이 있는데, 얼핏 보면 커뮤니케이션 용 메뉴 다이얼 같지만 사실은 주행 모드를 선택하는 다이얼이다. 그리고 이전 세대에서 마우스처럼 사용했던 메뉴 조절 장치는 기어 레버 아래 쪽에 터치 패드로 내려왔다. 패드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움직이면 메인 모니터에서 마우스가 움직인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직관적이긴 한데, 이전 버전의 마우스처럼 생긴 장치도 편리하고 디자인도 좋았던 터라 살짝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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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모드는 노멀을 기준으로 ‘스포츠 S’와 ‘스포츠 S+’, 그리고 에코 모드의 총 4가지로 구성됐다. 스포츠 S에서는 변속기와 엔진 반응이 스포티한 상태로 변환되고, 스포츠 S+에서는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반응 등도 스포츠 주행에 맞게 더욱 예민해 진다. 스포츠 S+모드에서는 전자적으로 강력한 엔진 사운드를 합성하는 ASC(Active Sound Control) 도 장착됐다. 스포츠나 에코 모드에서 다이얼을 눌러주면 노멀 모드로 돌아온다.

RC F에는 새롭게 ‘토크 벡터링 디프렌셜(TVD)이 추가돼 코너링에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를 최소화해 준다. 전자적으로 브레이크만 제어하는 방식이 아니고, 실제 물리적으로 좌우 뒷바퀴에 토크를 배분해 주는 디프렌셜을 장착한 구조여서 보다 적극적으로 코너링 공략을 가능하게 해 준다. TVD는 스탠더드, 슬라럼, 트랙의 3가지 모드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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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F에는 IS F와 마찬가지로 5.0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했는데, 최고출력이 473마력/ 7,100rpm, 최대토크 53.7kg.m/4,800~5,600rpm로 IS F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8단 자동 SPDS (Sport Direct Shift)변속기와 어울려 0~100km/h 가속을 4.5초에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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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성능 모델들이 앞다투어 가속성능을 높이고 있어서 4.5초가 살짝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부 수퍼카 메이커를 제외하고는 결코 뒤지지 않는 성능이다. 무엇보다 가속력 못지않게 많은 부분에서 제대로 된 스포츠카의 실력을 쌓았다는 점이 RC F의 더 큰 매력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화끈한 가속력은 매끈하고 강렬한 엔진 사운드와 함께 꾸준하게 속도를 끌어 올린다. 최고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측정해 보진 못했지만 최고속 영역까지 지치지 않고 밀어 부치는 실력이 만만치 않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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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 들어서면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라진 럭서스의 스포츠를 경험하게 된다. 무거운 8기통 엔진이 차체 앞 부분에 위치해 거동에서 불리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됐지만 실제로는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물론 토크 벡터링의 영향도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밸런스가 이전 IS F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잡혀 있다. 8기통 엔진을 얹고도 이정도로 깔끔하게 코너를 달려 준다면 가벼운 터보 엔진이 부럽지 않을 뿐더러 더 나아가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장점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

국내 모델에 적용된 카본 패키지의 영향도 무시 못할 것이다. 지붕과 후드에서 9.5kg을 덜어내면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무척 클 수 밖에 없다. 과거 BMW가 고성능 경량 모델로 다양한 CSL을 선보였고, E46 M3도 지붕을 카본으로 바꾸고 성능을 강화한 M3 CSL을 선보인 바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RC F가 보통 RC F와는 다르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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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패들을 사용한 변속은 무척 신속하다. 기어를 내릴 때도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신속하게 회전수를 맞춰서 내려 준다. 엔진 반응도 무척 빠르다. 코너 진입 전 강력한 브레이킹과 함께 시프트 레버를 당기는 맛이 제대로 살아 있다.

엔진 사운드는 강하게 가속할 때 무척 거칠어진다. 특히 스포츠 S+ 모드에서는 더욱 강렬해 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8기통의 둥둥거리는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 엔진 사운드가 좀 더 잘 살아나서 실내로 전달되면 더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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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는 참 묘하다. 평상시 타고 다니면 이 차가 강력한 스포츠카라는 것을 잊어 버릴 만큼 편안하다. 일반적인 렉서스 세단들에 비해 서스펜션이 살짝 단단하긴 하지만 예민하게 비교하지 않으면 그냥 편안 차로 다가온다. ‘M’이나 ‘RS’ 보다는 ‘AMG’에 가깝다. 더불어 고속 주행이나 코너링에서 안정감은 나무랄 데가 없다. 브레이크도 충분하긴 하지만 강한 신뢰감을 주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전자식 자세 제어장치 VDC는 너무 예민하다. 코너에서 강력한 힘을 뒷바퀴에 조금이라도 과하게 전달한다 싶으면 즉각적으로 VDC가 개입한다. 한 치의 오버스티어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철통방어 태세다. 스포츠 S+ 모드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토크 벡터링이 더해진 코너링은 상상 그 이상으로 깔끔한데, VDC마저 너무 일찍 개입해 버리니 산길을 빠르게 돌아도 짜릿함이 덜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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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버스티어를 즐기려면 VDC를 꺼 줘야 한다. VDC 버튼을 길게 눌러서 완전히 끈 상태에서는 드리프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도 과하게 미끄러지는 순간 조금씩 전자장비가 개입하는 느낌이 든다. 역시 렉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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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F를 통해 전반적으로 렉서스가 이제는 스포츠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속력, 고속 주행 실력, 안정감, 핸들링 등 스포츠카의 주행을 잘 보여주면서도 평상시엔 렉서스 다운 최고의 안락함을 크게 포기하지 않았다. 터보 엔진을 얹은 BMW M3에 비해 자연흡기 8기통 엔진의 매력을 착실히 끌어 올린 점도 무척 칭찬할 만하다. 그러면서 여전히 ‘렉서스는 계속 공부 중’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 다음에 또 다른 모델을 선보인다면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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