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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엥의 변신은 무죄, 푸조 뉴 308 SW 2.0 Blu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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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시장에서 푸조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한 때 개성이 톡톡 튀다 못해 부담스러웠던 디자인과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제품 구성으로 인해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푸조는 매력적인 페이스를 이식한 뒤 독일차 일색의 시장 분위기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제 3의 선택’으로 각광받고 있다.

판매량의 가파른 증가가 이러한 푸조의 인기를 방증한다. 2013년 푸조의 연 판매량은 2,776대. 지난 해 10월까지만 해도 월 평균 300대를 팔지 못했던 푸조는 컴팩트 SUV인 2008 출시와 함께 판매에 탄력을 받았다. 그 결과 2014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3,000대를 넘어섰고 올해 들어서는 매달 꾸준히 400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에는 공식 수입원인 한불 모터스가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으니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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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푸조의 성장을 일부 모델의 인기몰이로만 치부하기에는 섣부르다. 확실히 요즘 푸조의 상품성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4,000만 원 이상의 고급 모델 경쟁력은 부족하지만, 컴팩트 모델들은 독일차를 비롯한 여느 경쟁 모델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다. 오랫동안 까다로운 유럽 소비자를 위한 소형차를 개발해 온 노하우가 진가를 발휘하는 셈이다.

이번에 시승한 뉴 308 SW는 한 눈에 봐도 영락없이 파리지엥의 자동차다. 걱정 마시라, 낯설고 불편하다는 의미는 아니니. 프랑스다운 감각적인 디자인과 최신 경쟁모델 대비 부족함이 없는 풍부한 첨단 사양 덕분에 괄목할 만한 상품성 개선이 이뤄졌다. 프랑스차 특유의 감성과 글로벌 트렌드를 아우르는 매력적인 컴팩트 왜건, 308 SW와 함께 겨울의 끝물에 서울 거리를 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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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외관을 살펴보자. 와우, 이게 푸조라니! 불과 1년 전만 해도 거대한 입과 쭉 찢어진 푸조의 디자인은 좋게 말하면 개성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새로운 푸조의 패밀리 룩은 누가 봐도 사랑스럽다. 여전히 고양이같은 새침한 인상을 주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안정감있는 비례는 도로 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밋밋하고 무난한 인상의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자면 308 SW 쪽의 첫인상이 훨씬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다만 크롬 장식은 좀 덜어냈어도 괜찮았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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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건형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적 거부감은 없다. ‘왜건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왜건이 인기가 없는 한국 시장이지만, 이 정도의 깔끔한 스타일이라면 충분히 고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 308 SW의 전장*전폭*전고는 4,585*1,865*1,470(mm)로, 이전 세대 대비 85mm 길고 50mm 넓은 반면 85mm 낮아져 껑충한 RV같았던 기존 SW 모델보다 훨씬 안정감 넘친다. 특히 휠베이스는 2,730mm로 120mm나 늘어났다. 전장보다 휠베이스가 훨씬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주행 안정성 확보는 물론 2열 공간 확보에도 잇점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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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308 SW는 구조적으로도 큰 폭의 개선이 있었다. 차세대 EMP2 플랫폼은 경량 고강성 구조 덕분에 기존 대비 140kg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1,550kg의 공차중량을 생각하면 무려 10% 가까운 경량화가 이뤄진 것. 작은 차체인 만큼 경량화의 효과는 효율과 퍼포먼스에서 곧바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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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펠린(Feline) 모델이었는데,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풀 LED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푸조는 신모델에 적극적으로 풀 LED 헤드램프를 적용 중이다.  LED 헤드램프는 할로겐이나 HID 램프보다 더 밝고, 더 멀리까지 비춘다. 당연히 야간 시인성이 탁월하다. 또 조도 변화 시의 반응 속도도 훨씬 빠를 뿐 아니라 에너지 소모량도 적다. 효율과 시인성 양면에서 메리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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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앞서 출시된 308 해치백과 대동소이하다. 놀라울 정도로 심플한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일 뿐 아니라 운전자를 향해 기울어진 9.7인치 터치 스크린을 통해 차량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물리 버튼이 매우 절제된 스타일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버튼을 난잡하게 늘어놓느니 최소한의 필요한 기능만 꺼내두고 나머지는 터치 스크린에 넣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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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스크린에서는 공조장치, 미디어, 내비게이션, 차량제어, 전화 등 주요 기능을 모두 조작할 수 있다. 핵심 메뉴들은 스크린 옆에 별도 아이콘을 둬 초기 화면을 들락거리는 수고를 덜었다. 터치 정확도와 반응속도가 조금 떨어져 주행 중 조작이 다소 불편하긴 하나 퍽 나쁘지 않다. 향후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 더 정확도가 높고 한글화된 인터페이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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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답게 편안하고 홀딩력이 뛰어난 시트도 좋지만, 인테리어 중 압권은 역시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이다. 푸조 내부적으로는 ‘헤드 업 클러스터’라 이름붙인 새로운 스타일의 계기판은 컴팩트 모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스티어링 휠 직경을 줄여 스포티한 핸들링 감각을 살릴 뿐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조향해도 완벽한 계기판 시인성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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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위치한 타코미터가 반시계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이 다소 낯설고 과도한 크롬장식이 거슬리긴 하지만, 푸조가 제시하는 새로운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매우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드넓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와 더불어 푸조만의 아이덴티티가 또렷한 인테리어 요소들은 식상한 독일차 스타일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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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SW 모델은 해치백인 308의 에스테이트 버전이기 때문에 2열과 트렁크 활용도가 매우 뛰어나다. 평상 시에도 해치백 모델보다 190L 넓은 660L의 트렁크 적재능력을 자랑하는데,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트렁크 용량은 1,775L까지 늘어난다. 디자인 특성 상 트렁크 폭이 좁아 넓은 짐을 싣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지만, 캠핑이나 소화물 운반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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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특유의 아쉬운 점들이 남아있기는 하다. 기어 노브에서 나는 잡소리가 거슬리고, 후방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앞서 508을 시승할 때도 후방 카메라 화질이 불만이었는데, 이번에도 특별히 개선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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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열 수납공간이 많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유독 푸조 모델들은 수납공간에 인색한데, 센터 콘솔 박스도 좁고 컵홀더는 슬라이드 식 수납함 내에 한 개 뿐이다. 휴대전화나 지갑 따위를 둘 공간을 찾기도 녹록치 않다. 파리지엥은 차에서 음료수도 마시지 않고, 휴대전화나 지갑을 꺼내지도 않는 걸까? 기본적인 수납공간이 더 보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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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308 SW가 컴팩트 왜건이라고 해서 주행성능을 얕잡아 봐선 안된다. 푸조는 늘 기대 이상의 주행 감각을 선보여 우리를 놀라게 해 왔다. 과거 랠리에서 눈부신 활약을 해 왔으며 노면 환경이 좋지 않은 프랑스의 도로에 최적화된 설계를 갖췄기 때문. 거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엔진은 늘 수치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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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SW의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을 내는 2.0L 직렬 4기통 BlueHDi 디젤 엔진이다. 유로 6를 충족하는 새 엔진은 출력이 조금 낮은 편이지만 37.8kg.m의 높은 최대토크가 2,000rpm부터 발휘되기 때문에 예상 외로 경쾌한 가속이 가능하다. 이질감이 강한 MCP 싱글 클러치 변속기 대신 6속 토크 컨버터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변속감도 매끄러운 편이다. 토크 컨버터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성능에 DSG를 탑재한 제타 2.0 TDI와 비교해 봐도 직결감이나 가속감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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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진동이 잘 억제돼 있고, 정차 중 시동을 껐다 켜주는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의 작동도 경쟁차보다 훨씬 매끄럽다. 푸조답게 요철을 잘 걸러내는 서스펜션도 마음에 들지만 고속 주행 시에는 종종 자세를 놓치기도 한다. 그나마 긴 휠베이스 덕분에 움직임이 불안하지는 않다. 왜건형 바디지만 전장 대비 오버행이 짧은 편이라 둔하지 않은 점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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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드는 장비는 다이내믹 크루즈 컨트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일종인 이 장비 덕분에 크루즈 컨트롤 사용 시 앞 차량과의 거리 유지가 가능하다. 비록 완전 정차까지는 지원하지 않는 이전 세대의 시스템이지만 C-세그먼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편의장비이기에 더욱 끌린다. 단 거리 조절이 계기판 스크린이 아닌 메인 디스플레이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은 다소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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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전방추돌경보장치는 앞 차량과의 거리 뿐 아니라 주행 속도까지 반영해 내 차의 속도가 빠른 경우 앞 차와의 거리가 꽤 멀어도 미리 경고를 준다. 단순히 거리만 연산하는 타입보다 진보된 방식이다. 실용주의적인 프랑스 차들이 최신 안전장비와 편의사양에 인색하다는 것도 이제 옛 말이 됐다. 308은 오히려 동급 경쟁 모델보다 풍부한 편의장비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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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SW의 공인연비는 복합 13.7km/L, 도심 13.1km/L, 고속 14.5km/L이다. 시승 간 막히는 시내 연비는 12km/L를, 간선도로 연비는 16km/L를 기록했다. 80km/h에 크루즈 컨트롤을 맞춰두고 주행했을 때는 평균연비가 22km/L에 달했다. 전반적으로 도심 연비는 평균보다 소폭 낮았지만 간선도로나 크루징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월등히 높았다.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훨씬 유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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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푸조 308 SW는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디자인의 정당성에 대해 열띤 토론이 필요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미모를 갖추고, 다이어트를 통해 몸매를 매끈하게 가꾼 것도 모자라 실용성과 공간활용성도 탁월하다. 똑똑한 편의장비도 풍성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달리기 실력과 발군의 효율까지 챙겼으니 이 근사한 파리지엥 왜건을 사랑할 이유는 충분하다. 국내에 수입되는 동급 모델 중 유일한 왜건 바디라는 점도 경쟁력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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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C-세그먼트 시장은 녹록치 않다. 엔트리급 수입차들이 대거 포진해 같은 가격대에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3,000만 원대 중반에는 베스트 셀러인 골프부터 시작해서 미니 쿠퍼 D, 볼보 V40 등이 포함되며 독일 3사의 엔트리 해치백까지도 사정권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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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308 SW가 선택받기 위해서는 모델 자체의 상품성은 물론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 품질에 관해 제기되어 온 소비자 불만을 경청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 나은 고객 서비스와 인프라 확충 노력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면 자연히 소비자들의 선택도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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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2008 출시를 터닝 포인트 삼아 도약을 준비 중인 푸조는 앞으로 성장의 여지가 충분하다. 308 SW와 같은 모델들의 우수한 상품성이 뒷받침되기에 더욱 그렇다. 앞으로 길 위에서 더 많은 푸조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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