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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e-2008 시승기, “실주행 300km도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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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첫 순수 전기 크로스오버, e-2008을 시승했다. 푸조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과 소형 체급임에도 우수한 공간 활용도는 물론, 기대 이상으로 잘 다져진 전기 파워트레인까지 갖췄다. 특히 전기 구동계는 제원을 크게 상회하는 실주행 성능을 지녀 도심 거주자에게는 국산 전기차의 탁월한 대안이 돼 준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 디젤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던 푸조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형 해치백 208과 소형 크로스오버 2008의 순수전기차 버전을 국내에 도입했는데, 당초 기대를 상회하는 소비자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동급 국산 전기차 대비 주행거리는 열세지만, 매력적인 스타일과 국산차 못지않은 상품성을 갖춘 게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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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푸조의 소형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주행거리다. 환경부 공인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37km로, 형제 모델인 DS 3 크로스백 E-텐스와 더불어 시판 중인 고속 전기차 중 가장 짧다. 한 번에 200km 이상을 주행할 일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기차 주행거리 측정 기준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다. 실주행 환경에서는 제원을 넘는 주행거리도 충분히 기록할 수 있다. e-2008 역시 별 기대 없이 시작한 시승에서 실주행거리 300km를 넘기며 우수한 효율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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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해치백 수요가 거의 없는 국내 시장의 여건 상 208은 전기차 버전만 수입되지만, 2008은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모두 수입된다. 둘 모두 나름의 수요가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PSA 그룹의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에 따라 두 모델의 외관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테일과 테일게이트에 부착된 레터링 정도가 전부다.

흔히 프랑스 차라고 하면 난해한 디자인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최근 푸조의 디자인이 트렌디하고 매력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2008 역시 1세대에 비해 굵은 선으로 남성미를 살리면서도 당돌한 모습으로 완성됐다. 이제는 어엿한 소형 SUV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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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전폭*전고는 4,300mm*1,770mm*1550mm, 휠베이스는 2,605mm로 소형 SUV 중에서는 몸집이 큰 편에 속한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같은 소형 SUV 기반 전기차, 현대 코나 일렉트릭과 비교하자면 전장이 120mm나 긴데, 덕분에 2열 및 트렁크 공간 확보에 있어서는 이점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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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푸조’의 매력은 인테리어에서 더 두드러진다. 작은 차를 만드는 데 능통한 푸조 답게 동급에서 손에 꼽게 매력적인 실내 공간을 완성했다. 비싸지 않은 소재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마감을 완성한 건 물론이요, 이전 세대에서 지적받았던 수납 공간 측면에서도 큰 발전을 이뤘다. 센터페시아 하단부는 계단식으로 공간을 분리해 수납함과 무선충전패드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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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디지털 클러스터는 기본 사양인데, 두 개의 화면을 겹쳐 배치해 저렴하게 3D 효과를 준 점이 재미있다. 시인성이나 UI 구성은 우수하지만, 프로세서 성능이 떨어지는지 화면 전환이 둔한 점은 아쉽다. PSA의 여러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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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델에서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의 이점은 실내 공간에서도 나온다. e-2008의 2열 공간은 내연기관 버전 2008과 완전히 동일하다. 큰 차체 덕분에 소형 차급이지만 2열에 사람을 태우기에 민망하지 않을 정도다. 온전한 패밀리 카 용도까지 소화하진 못하더라도 실용성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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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e-208, DS 3 크로스백 E-텐스 등과 공유하는 136마력 전기모터와 50kWh 배터리로 구성된다. 공인 전비는 복합 4.7km/kWh 수준. 구동방식은 전륜구동만 제공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차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엔진룸에 모터와 구동장치가 탑재된 구성이다.

주행 질감은 제법 탄탄하다. 이전 세대 모델이 비교적 부드러운 승차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댐퍼의 감쇠력이 꽤 강해졌다. e-208보다는 여유 있지만 DS 3 크로스백보다는 단단하다. 크로스오버 형태임에도 실제로 운전할 때의 무게중심은 꽤 낮게 느껴진다. 제법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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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력은 대단히 뛰어나지는 않지만 출발과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가 26.5kg.m에 달하기 때문에 도심에서 경쾌한 움직임을 즐길 수 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실측 7초대를 기록한다. 고속 주행에서도 힘이 부치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전기차인 만큼 최고속도는 150km/h에서 전자적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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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208에 비하자면 한껏 커진 차체임에도 거동이 둔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이전 세대에서 208과 2008의 거동 차이가 꽤 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너에서도 롤링이 크지 않아 핸들링 감각이 좋다. 아이-콕핏 특유의 작은 스티어링 휠의 덕도 있겠다. 역시 작은 차에 강한 브랜드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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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주행거리다. 복합 주행 환경에서 주행 후 완충하면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주행 가능 거리는 298km. 도심 주행 비율이 늘어나면 3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일교차가 큰 봄날씨에 아침저녁으로는 히터를 켜고 한낮에는 에어컨을 켜 부가적인 에너지 소모가 적지 않았음에도 기록한 주행거리다. 특별히 효율을 신경쓰지 않고 주행했음에도 실주행 전비는 5.6km/kWh까지 올라갔다.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 237km보다는 WLTP 인증 주행거리 310km에 더 가까운 기록이다.

실제 구매자들 사이에서도 공인 주행거리보다는 더 긴 실주행 거리를 기록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설령 운행 환경에 따라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237km가 결코 일상적인 운행이 어려운 주행거리는 아니다.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가 있다는 가정 하에, 주중에 하루 40km-한국인의 일 평균 주행거리다- 정도를 운행하더라도 주 1회 충전 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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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마다 차를 구입하는 용도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전기차 구매자에게 e-2008이 적합한 차라고 할 수는 없다. 중장거리 위주로 운행하는 경우라면 보다 주행거리가 긴 차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도심 위주의 운행 환경이라면 e-2008 역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더욱이 e-2008은 탄탄한 기본기와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의 소유자이자, 무엇보다 “흔치 않”다. 남다른 차를 원하는 개성 강한 도심 운전자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서울시 기준 3,000만 원대 중반으로 주행거리가 긴 여타 전기차보다 합리적인 가격에도 마음이 간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면 전기차 구매 후보 리스트에 e-2008을 추가하도록 하자.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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