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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특별한 아웃사이더들 : 4대의 쏘나타, 4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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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쏘나타는 단순한 중형차 모델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85년 처음 탄생해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는 쏘나타는 아버지의 차로써, 누군가의 첫 차로써 한국 자동차 현대사와 함께 성장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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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쏘나타를 한 번씩은 타본 적이 있으리라. 과장을 좀 보태자면 두 집에 한 집은 애마로 쏘나타를 들였던 적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쏘나타를 타는 친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하다 못해 택시를 타더라도 그 중 대다수가 쏘나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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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쏘나타의 판매가 부진하다고 해도 지난 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역시 쏘나타였다. 어쩌면 길에서 흔히 보이는 그 평범함과 무난함에 염증이 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어느 차보다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 만큼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유들유들함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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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4대의 쏘나타가 한 자리에 모였다. 4臺라고 읽어도 좋고, 4代라고 읽어도 좋겠다. 아직도 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쏘나타들이지만, 각각의 차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쏘나타를 예찬할 생각은 없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해 온 특별한 쏘나타들의 사연을 풀어보고자 한다. 그러니 딱딱한 긴장은 내려놓고 그들과 쏘나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역경의 시대를 달려오다: EF 쏘나타 수동 튜닝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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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 가장 맏형인 EF 쏘나타는 1998년에 태어났다. 여러 개의 둔덕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TV 광고는 당시로썬 충격에 가까웠다. ’Dream Technology’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이름값을 했다. 게다가 세련된 유선형 디자인은 21세기 차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EF 쏘나타는 가장 힘든 시기에 태어나 함께 역경을 헤쳐 온 존재이기도 하다. 1997년 12월, 이른바 ‘IMF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EF 쏘나타도 초기 판매는 저조했지만, 서서히 IMF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1999년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 연속 국내 전 차종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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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 쏘나타의 판매 시기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앞서 이야기한 IMF 사태는 물론, 21세기가 시작되었고, 2002년에는 온 국민이 열광했던 한·일 월드컵도 개최되었다. 격동의 현대사를 함께 했던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기술적으로는 미쓰비시로부터 제공받은 시리우스 엔진을 개량한 시리우스 II 엔진, 2.5L V6 델타 엔진 등이 탑재되며 현대의 독자기술력 확보를 위한 행보가 시작되었다. 그 밖에도 고급 편의사양과 전자장비가 확대되면서 쏘나타의 고급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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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EF 쏘나타는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 온 전직 레이서의 애마였다.  낮은 차고와 대구경 휠, 튜닝 머플러 등 외관 상으로도 여간 내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세심한 튜닝을 거쳐 평범한 EF 쏘나타와는 전혀 다른 차가 되었다. 게다가 이제는 중형급에서 수동 변속기를 찾기 힘들지만, 이 EF 쏘나타는 수동 모델로써 숫자 이상의 경쾌한 주행을 보여준다. 4세대 전의 쏘나타가 이런 주행을 보여준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

이제 그에게도 17살의 이 애마는 세컨드 카가 되었지만, 여전히 기계적인 손맛의 이 차를 떠나보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몇 년 전 대학생이 된 그의 아들은 이 차를 물려받았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매니아인 아들은 대를 이어 EF 쏘나타를 직접 손봐가며 타고 있다. 주행거리가 20만 km을 넘었지만 여전히 쌩쌩하게 달릴 수 있는 데에는 부자의 노력과 정성이 숨겨져 있다.

 

2. 시대를 앞섰던 디젤 승용차: NF 쏘나타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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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 쏘나타에 이어 2004년 9월 출시된 NF 쏘나타부터는 본격적인 북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이 이뤄졌다. EF까지는 2.0L급 4기통 엔진과 2.5L급 6기통 등 2개의 라인업이었지만, NF부터는 2.4L 쎄타 엔진과 3.3L V6 람다 엔진을 탑재하며 북미에서 캠리, 알티마, 어코드 등 일본 미드사이즈 세단들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의 2리터급 주력 엔진이었던 시리우스를 대체하는 쎄타 엔진은 알루미늄 블럭을 채택하면서 경량화와 더불어 높은 성능 신뢰도를 이뤄냈다. 쎄타 엔진은 과거 현대에게 엔진을 공급했던 미쓰비시와 미국의 크라이슬러에 역수출되면서 그 품질을 인정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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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2006년, 현대차는 시대를 앞서 쏘나타에 디젤 엔진을 전격 탑재했다. 유럽 시장에서 승용 디젤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것을 고려, 넉넉한 토크와 우수한 효율을 자랑하는 디젤 모델을 선보인 것. 2.0L 직렬4기통 D엔진은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32.0kg.m를 발휘했으며 공인연비는 13.4km/L(자동), 17.1km.L(수동)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수한 효율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최초의 승용 디젤 모델은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디젤은 RV나 상용차에만 사용된다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이 강했고, 처음 도전한 승용 디젤인 만큼 NVH 대책 설계가 부족했던 까닭이다. 때문에 NF 쏘나타 디젤은 오래가지 않아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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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여가 지난 2015년, 현대가 다시금 쏘나타 디젤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NF 디젤은 다시 한 번 돌아볼 가치가 있겠다. 현재 현대의 중형급 디젤 엔진인 1.7L VGT 엔진은 더 적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141마력의 최고출력과 34.7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2.0L 디젤엔진인 R엔진의 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41.0kg.m에 이르렀으니 격세지감이 새삼 느껴진다.

비록 최신 승용 디젤과 비교하자면 소음과 진동이 요란하지만, 16만 km이 넘도록 큰 고장 없이 발이 되어준 NF 쏘나타 디젤 역시 운전자와 식구들의 소중한 애마로써의 본분에는 여전히 충실하다. 유일한 디젤 심장 쏘나타였던 NF 쏘나타는, 이제 두 세대 뒤의 새로운 쏘나타에게 바톤을 넘겨주려 한다.

 

3. 사상 최강의 중형 세단: YF 쏘나타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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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NF 쏘나타가 등장한 지 꼭 5년 만에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한 YF 쏘나타가 탄생했다. 몇 년 새 현대차의 위상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일본차나 미국차에 비해 한 급 아래로 여겨져 왔던 현대차는 야심작 제네시스가 2009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면서 순식간에 주목받는 경쟁자가 되었다.

YF 쏘나타 역시 파격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북미 미드사이즈 세단 시장을 정조준한 모델이다.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인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쿠페 스타일을 채택했다. 동양의 난초에서 영감을 얻은 역동적인 바디라인은 무난함을 앞세웠던 경쟁 미드사이즈 세단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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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는 3.3L급 6기통 엔진을 대체하기 위한 다운사이징 엔진으로써 쎄타 II 2.0L T-GDi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 터보가 출시되었다. 최고출력 271마력, 최대토크 37.2kg.m의 엔진 성능은 형제차인 K5 터보와 함께 국산 중형세단 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으로 기록되고 있다. 신형 쏘나타 터보도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효율을 위해 출력을 하향조절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당분간 이 기록은 유지될 전망이다.

하루 아침에 너무 젊어진 디자인 탓에, YF 쏘나타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중형차 1위 타이틀을 잠시 빼앗긴 적도 있다. 또 현대차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품질 논란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YF 쏘나타는 역대 쏘나타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했으며 현대차의 성장을 견인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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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YF 쏘나타 터보는 이제 3살이 된 중고차. 불과 일주일 전 새로운 주인과 함께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신차는 아니지만, 새 주인에게는 세상 그 어떤 차보다 사랑스러운 새 차다. 직접 저축하여 스스로 처음 장만한 차인 만큼 그에게 YF 쏘나타 터보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낮에는 시내를 오가는 데일리 카, 저녁에는 온 가족을 위한 패밀리 카, 주말에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투어러가 필요한 그에게 출력과 실용성을 고루 갖춘 YF 쏘나타 터보는 거의 대안이 없는 선택이었다. 아직은 새 애마가 낯설고 어색하다고 하지만,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4. 기술이 열어 갈 쏘나타의 미래는?: LF 쏘나타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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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3월, 최신 세대 쏘나타인 LF 쏘나타가 전격 출시됐다. YF가 출시된 지 4년 반 만의 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대차의 신차 소식은 외신의 관심 밖이었지만, 이제는 해외 매체들이 현대의 신차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낯설지 않다. 이처럼 급성장한 현대가 볼륨 모델인 미드사이즈 세단 신차를 공개하는 만큼, 현대 스스로의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LF 쏘나타는 ‘본질로부터’라는 캐치 프레이즈와 함께 등장했다. 가고, 돌고, 서고, 탑승자를 지키는 4가지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것. 세계 4위로 우뚝 선 회사가 이제사 본질을 논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LF 쏘나타는 그 셋팅의 완성도가 YF에 비해서 크게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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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YF에 비해 심심해진 디자인과 현대차 내수점유율 하락, 디젤 모델 부재 등 내외적 상황으로 인해 초기 판매가 부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한국에서 단일모델로썬 유일하게 10만 대 이상 판매되며 명성이 바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4년 12월 출시된 LF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이전세대에 비해 다듬어진 디자인과 더 나아진 상품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세계 최초로 앳킨슨 사이클 GDi 엔진을 탑재,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높였으며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에 장착해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등 배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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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가솔린 모델의 경쟁력 상승, 일반 가솔린 대비 우수한 효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합산출력 207마력 등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국산 하이브리드의 내구성과 실연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우려는 분명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이 LF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쏘나타의 미래를 향한 첫 출발이다. LF 쏘나타는 2.0, 2.4 가솔린 엔진과 함께 출시된 뒤 하이브리드로 첫 라인업 확장을 선보였다. 조만간 2.0 터보와 디젤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1.6 터보를 탑재한 ‘에코’ 모델도 출시되었다. 더 다양한 수요에 맞춰 라인업을 크게 넓히겠다는 것. LF 쏘나타의 확장된 라인업이 모두 성공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도약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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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에 어떤 엔진과 파워트레인이 얹히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도 쏘나타는 아버지의 차, 나의 첫 차, 누군가의 생계를 책임질 차로써 묵묵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끊임 없이 변화를 꿈꾸는 쏘나타의 미래가 궁금한 것 또한 그러한 까닭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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