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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아진 기본에도 충실하기를, 현대 쏘나타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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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수 많은 이들이 요구해왔던 자동차의 본질, 그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주장과 함께 현대가 내 놓은 신형 쏘나타는 분명 기본이 많이 좋아졌다. 과거 미국 시장을 위해, 또, 승차감을 위해 흔히 말하는 물침대 같았던 쏘나타가 이제는 매우 탄력 있고 안정감 높은 주행감각을 선보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장비까지 더해 매우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랜저 HG 출시 때 기자는 최선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랜저보다 쏘나타는 더 진보했다. 그럼에도 쏘나타도 지금이 최선이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재대로 방향을 잡고 첫 발은 분명하게 내 디뎠다. 이제 세계 어디에 내 놔도 탈만한 차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물론 편의 장비나 디자인으로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사이 기본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달리고, 돌고, 멈추는 주행 안정감이면 기본이 됐었지만 이제는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연비도 좋아야 하고, 더 안전해야 하고, 고객을 생각하는 철학도 있어야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은 자동차로서의 주행 안정성조차 못 갖추고 다른 것에 신경을 썼었다면, 이제는 기본 중의 기본, 본질은 갖추었으니 그 위에 고객들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부분을 더 갖추기 위해 또다시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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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쏘나타를 살펴보기 위해 가벼운 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경기도 서해안 지역의 여러 섬들을 둘러 봤다. 시화 방조제를 넘어 대부도로, 대부도와 연결된 선재도와 영흥도, 그리고 대부도와 붙어 있다시피 한 쪽박섬, 메추리섬을 거쳐 대부도의 남쪽 끝 어느 동네까지 갔다. 그리고 지명에는 분명 섬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지도에서는 육지로 연결된 섬들인 선감도, 탄도, 그리고 경기도 세계 요트 대회가 열리는 전곡항을 지나 오랜만에 제부도에도 들렀다. 궁평항에서 화옹방조제를 지나 매향리까지 갔다 올 계획이었지만 방조제 끝 즈음에 있는 선착장까지 가서는 높은 방조제 벽을 때리는 파도를 구경하는 것으로 하루 동안의 섬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평소 시승 때 사진 촬영을 위해 가끔씩 들르는 곳들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 동안 쉬엄쉬엄 둘러보는 재미도 괜찮았다. 마치 ‘그 섬에 가고 싶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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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의 목적은 당연히 쏘나타 시승이다. 가장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인 쏘나타인 만큼 테스트를 위한 시승루트 대신 가족과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나들이 길을 달리면서 쏘나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하루 동안의 나들이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확실히 좋아진 주행 안정감이다. 고속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졌다. 과거처럼 차체가 뜨는 느낌이 나거나 차선 변경 시 출렁거림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고속으로 올라가면 스티어링은 무거워지고 정교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속에서 충분히 안정적이면서 안락함도 적당하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신형 제네시스는 주행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이 많이 단단해져서 저속 일반 주행에서도 많이 딱딱한 느낌을 받는 것이 좋지 않았는데, 쏘나타는 저속에서 충분히 안락하다. 고속은 안정적이면서 저속은 안락하게 바꾸어 주는 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적당히 잘 튜닝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최근 현대차들은 서스펜션 튜닝은 비교적 잘 돼 있었지만 스티어링이 고속에서도 여전히 유격이 존재하는 문제 때문에 고속 안정성이 떨어졌었다고 보는데, 지난 해 이후 등장하는 신차들은 이 부분을 잘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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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VVL 165마력 엔진은 무난한 수준의 달리기를 제공한다. 넉넉하다고 하긴 힘들고 딱히 부족하지도 않다. 패밀리 세단으로 사용하기에 말 그대로 무난한 수준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저단 기어를 좀 더 많이 사용해 가속력을 조금 높여 주지만, 그 만큼 낮아지는 연비를 생각하면 그것을 감수하고 달리고픈 정도의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SM5처럼 1.6터보 엔진을 얹든지, 말리부처럼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 빨리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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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개인적인 선호가 다르므로 논하기 어렵지만 LF 쏘나타의 외관 디자인은 균형이 잘 잡힌 비례와 선들로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견해로는 쏘나타 2 이후 가장 균형 잡힌 디자인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쏘나타 시리즈 중 개인의 취향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YF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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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 그 동안 현대차 인테리어 디자인은 화려하면서 첨단 이미지를 잘 반영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수수한 분위기다. 연령대가 높을 수록 만족도가 높겠고, 외관의 차분한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 현대차의 이미지를 고려하면 조금은 더 화려해도 좋았겠다고 생각된다. 인테리어 패널들의 재질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덜하다.

편의 장비 면에서는 거의 나무랄 데가 없을 뿐더러 동급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이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것은 무척 환영할 만하다. 이로써 굳이 그랜저급으로 차를 키우지 않고도 충분히 넉넉하면서 첨단 편의 장비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이 마음에 든다. 다만 ASCC 선택이 가장 높은 프리미엄 트림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은 아쉽다. 좀 더 많은 이들의 첨단 편의 장비를 쉽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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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CC는 그랜저에 적용된 것과 기능적으로 차이가 없이 정교하게 잘 작동됐다. 비교적 좁은 차간 거리에도 끼어드는 차량도 잘 감지했다. 다만 차선을 걸치고 주행하는 차량의 경우 잘 감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 브레이크를 밟게 되는데, 실제는 감지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ASCC의 다음 업그레이드 버전은 끼어 드는 차가 있을 때 레이더로 추적하는 자동차가 앞 차에서 끼어드는 차로 바뀌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운전자가 안심하고 자동차의 주행을 믿을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운전석/동승석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시트,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전방추돌 경보시스템,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이 몇 개의 패키지로 구성돼 있는데, 성격에 따라 묶여 있어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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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 장비를 이야기할 때 비교 기준은 주로 동급 수입차다. 가격이 비슷한 경우보다는 글로벌에서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차급으로 비교할 경우, 국내에서 쏘나타의 편의 장비 경쟁력은 막강하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굳이 더 큰 차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랜저를 고려하던 이가 그랜저 대신 쏘나타를 선택하고 다양한 편의, 안전 장비들을 골고루 갖춘다면 가격대비 최고의 차가 될 수 있다. 3천 만원 초 중반의 가격으로 이 크기와 실내 공간, ASCC와 오토홀드, 냉방시트, 각종 경보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까지 갖춘 차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쏘나타 역시 최선은 아니다. 기자처럼 첨단 편의 장비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매우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지만 ASCC가 달려 있어도 한번도 안 쓰는 분들에겐 이런 장비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연비를 더 높이고, 더 안전한 차는 꼭 필요하다.

조만간 연비와 안전이 더 많이 강화된 새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겠지만 현재까지 가장 최신 모델인 쏘나타에서 아쉬운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연비 향상을 위해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시동을 꺼 주는 ISG도 적용하고, 차량 무게를 줄이는 데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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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도 이미 현대가 확보하고 있는 1.6 터보 가솔린 엔진과 1.6 VGT 디젤 엔진을 쏘나타에 과감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다운사이징이다. 물론 이들 엔진으로 아직 부족한 부분은 더 개선해야 한다. 2.0 디젤 엔진 적용은 더 시급하다. 2.0 디젤 엔진을 장착한다면 출력과 연비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로 인해 지금보다 가격이 더 높아진다면 (당연히 더 높아지겠지만) 경쟁력은 의문이다. 그러니 이런 부분이 적용 안된 현재의 쏘나타의 경쟁력도 일부는 거품으로 봐야 한다.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 등에 숨어 있는 진실되지 못한 태도도 여전히 문제다. 물이 새거나 배기가스가 실내로 들어온다면 변명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수리해 줘야 한다. 중대한 결함이 있다면 과감하게 자동차를 교체해 주는 일도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현재 상황을 비교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래도 쏘나타가 제일 나으니까 구입해 준다고 해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오늘날 현대가 이처럼 많은 이들로부터 비난 받고 있는 상황을 면할 수가 없다. 진정성 있는 소비자 권익 보호 조치가 이루어져야 마음으로부터 현대차를 좋아하고 기쁘게 현대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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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디자인과 마음을 기쁘게 해 주는 다양한 편의 장비들을 즐기면서 아름다운 서해안 섬들을 여행했지만 머리 속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계속 오갔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꾸준히 변화하면서 매력적인 신모델들을 계속 만들어 내는 현대가 대견하면서도, 좀 더 과감하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투자를 하지 않는 현대가 야속하기도 하다.

쏘나타가 이제 그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과거에 요구되었던 기본은 이제 충분히 갖추었으니 지금부터는 오늘날 요구되는 더 높은 수준의 기본에 부합하는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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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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