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투어(10) 노르웨이의 서해안, 트롤퉁가와 송네피요르드까지

스타방게르행 배는 정확하게 아침 7시에 도착했다. 따라서 늦게 나오면 내 차 때문에 다른 차가 돌아서 나와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 10분 늦게 나왔는데 나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이 초래됐다. 그리고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완전히 채우는 게 좋다. 혹시 모를 배의 흔들림 때문에 다른 차와 접촉이 발생할 수 있다. 배 안의 주차는 요원의 안내대로 하는데, 차와 차 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좁다.

자전거로 노르웨이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자전거에 비하면 차를 운전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노르웨이는 보통 춥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른 아침에도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유럽처럼 해가 떴을 때와 비올 때의 기온 차가 크다.

입국 심사는 간단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붙잡혔다. 흔치 않은 동양인이 큰 차를 몰고 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질문을 상당히 많이 한 후에는 결국 트렁크까지 열었다. 결국 문제없이 통과되긴 했지만.

아틀란틱 로드로 가는 일정이지만 그래도 스타방게르 시내는 한 번 보고 가기로 했다. 페리 터미널에서 거리가 좀 된다.

노르웨이는 땅에 비해 인구가 워낙 적어서 정체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도 페리 터미널과 시내로 가는 양쪽 모두 차가 많았다.

시내 가는 도중 어딘가 들러서 찍은 사진. 얻어 걸렸다. 노르웨이는 풍광이 멋진 것에 반해 집이 너무 밋밋하다.

노르웨이는 피요르드와 다리, 터널, 페리의 나라다. 수많은 피요르드와 다리, 터널이 있고 특히 서쪽이 더 많다. 시내로 가는 도중에도 몇 번의 다리를 건넌다.

여기가 중심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일 오전에는 상가들이 거의 문을 열지 않았다.

이 거리에서 딱 하나 문을 연 곳이 바로 세븐일레븐. 영상 9도인데도 실내는 에어컨을 틀고 있다.

스타방게르에서 아틀란틱 로드가 있는 몰데까지는 658km. 거리가 겨우 658km인데, 12시간 41분이 걸린다. 고속도로가 없으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는 도중에는 많은 배도 타야 한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시간이 12시간이면 실제로는 훨씬 더 오래 걸린다고 봐야 한다.

스타방게르에서 벗어나는 순간 많은 터널을 지났다. 피요르드를 건너는 것은 크게 배와 터널, 다리이다. 지형에 따라서 셋 중에 하나를 결정하는 것 같다.

노르웨이의 국도는 보통 속도 제한이 70~80km/h이다. 사람들이 속도를 잘 지키는 편이고 추월도 잘 안 한다. 국도의 폭이 좁아서 추월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거기다 사진처럼 중앙선이 명백하게 나눠진 곳이기만 해도 감사한 수준이다. 중앙선이 없는 국도도 많고 가다보면 분명 국도인데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좁아지는 곳도 나온다.

얼마 가지 않아 첫 페리를 만났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얘기하면 내비게이션이 자동으로 페리 터미널로 안내한다. 페리 타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버스 타는 것처럼 그냥 표 끊고 타면 된다.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

예상에는 페리 기다리는 시간이 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페리 기다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타는 경우도 있었고 길어도 10분 정도였던 것 같다.

요금을 낸 후에는 이렇게 줄지어 서서 기다린다.

덴마크에서 넘어올 때의 배보다 크기는 작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다. 휴게실, 매점, 화장실 등등.

피요르드를 건너는 시간은 보통 20~30분 사이이다. 배를 타는 것은 휴식의 의미가 크고 처음에는 계속 신기했다.

배를 타도 내비게이션의 남은 거리가 조금 줄어들긴 하지만 도착 예정 시간은 확 늘어난다. 처음에 찍힌 12시간이 12시간이 아니다.

지나가다 본 풍경. 물에 이렇게 구름이 선명하게 떠 있는 건 첨 본다.

어차피 하루 만에 가긴 힘드니까 경로를 소폭 변경했다. 트롤의 혓바닥처럼 생긴 바위로 유명한 트롤룽가와 가장 긴 피요르드로 유명한 송네피요르드를 거쳐 가기로 했다.

노르웨이 국도에는 생각보다 쉼터나 주유소가 많다. 이렇게 사람이 상주해 있는 쉼터는 흔치 않다. 여기는 커피 한 잔이어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단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웠는데 내려서 뒤를 돌아보니 이런 폭포가 펼쳐져 있다.

노르웨이 국도에서의 운전은 인내와의 싸움이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의 남은 거리가 정말 천천히 줄어든다. 물론 처음에는 생소한 풍경을 구경하면서 가는 맛이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처럼 금방 익숙해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별 감흥이 없게 된다.

트롤퉁가는 유명한 절벽인데도 불구하고 표지판이 없다. 그래서 근처에 가서도 몇 번을 물어 봤다.

트롤퉁가 올라가는 산길. 길이 상당히 좁다.

트롤퉁가의 입구에 도착했다. 곤돌라의 높이가 까마득하다. 보통 여기서 트롤의 혀까지 10시간 가까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기서 다시 몰데를 찍으니 거리 518km에 시간은 9시간 10분이 나왔다. 경로를 수정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침 7시에 출발해 오후 4시까지 겨우 140km를 이동한 셈이다.

보스 지역에 가면 헤어핀이 많은 산길이 있다. 48개의 헤어핀이 있는 스텔비오 패스에 비하면 그냥 몸 푸는 수준이다.

산위의 풍경은 이번 노르웨이 중에서 가장 괜찮았다. 다니는 차가 워낙 없어서 길 위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도 문제가 없었다.

다시 한 번 페리. 이번 페리는 입구에서 사람이 직접 요금을 받는다.

우리한테는 페리가 신기하지만 여기 사람들한테는 그냥 대중교통의 하나일 뿐이다.

여기가 가장 긴 피요르드라는 송네피요르드. 이동이 너무 늦어져서 송네피요르드를 건넌 후에는 거의 쉬지 않고 운전을 했다. 그리고 밤 9시경에 송달(Songdal)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