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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피드 하는 벤틀리,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

벤틀리 컨티넨탈 GT가 스피드라는 날개를 달았다. ‘스피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빠름이 더해진 모델이다. 물론 벤틀리 특유의 고급스러움은 여전하다. 영국 크루에 있는 벤틀리 공장을 견학한 다음날 크루 공장을 출발해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한 웨일스 북부 루씬 근처까지 컨티넨탈 GT 시피드를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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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넨탈 GT는 벤틀리의 볼륨을 크게 확대한 주역이다. 볼륨 모델답게 가짓수도 많이 늘었다. 컨티넨탈 GT와 GT 컨버터블 V8을 시작으로 최근 나온 V8 S, 6.0 W12와 GT 컨버터블 6.0 W12도 있다. 그리고 컨티넨탈 시리즈의 가장 상위 모델로 GT 스피드가 있다. GT 스피드는 양산 벤틀리 역사상 가장 빠르고 힘 센 모델이다.

벤틀리 스피드 식스

벤틀리 스피드 식스

스피드라는 이름은 전설적인 스피드 식스 경주차에서 따왔다. 6.5리터 엔진의 벤틀리 스피드 식스는 1929년과 1930년의 르망 24시에서 우승을 차지한 모델이다. GT 스피드는 경주차가 아니지만 스피드 식스의 성격을 계승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공식 데뷔 무대는 작년의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이다. GT 스피드의 데뷔 무대로 이보다 좋은 장소가 없을 것이다.

사실 벤틀리가 속도를 강조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물론 빠르지만 그보다는 품격과 럭셔리가 먼저다. 컨티넨탈 GT 시리즈는 이전의 벤틀리와 약간 성격이 다른데, 전통은 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이른바 벤틀리의 전통에 현대적인 속도와 성능을 더한 것이다. 그리고 GT 스피드가 그 정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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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성능은 출력에서 나온다. GT 스피드는 강력한 W12 엔진을 공유하고 파워를 더욱 올린 게 특징이다. 최고 출력은 625마력으로 일반 컨티넨탈보다 50마력이 높으며, 81.4kg.m의 최대 토크는 2,000 rpm이라는 낮은 회전수에서 나온다. 실질적으로는 터보의 지체 현상이 없다는 설명이며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면 엔진의 반응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W12 엔진에는 처음으로 ZF의 8단 자동변속기가 매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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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는 빨리 달리기에는 너무 고급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속도를 위해 태어난 모델이다. 기존 컨티넨탈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우선 아이들링부터 존재감이 부각된다. 배기음이 낮게 깔리면서 사운드를 적당히 살려 놨다. 벤틀리는 사운드와 정숙성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잘 버무렸다. 기존 벤틀리에 비해 엔진이나 배기음의 볼륨은 크지만 상당히 걸러져서 들어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런 소리들을 듣기 좋은 사운드로 만들었다.

컨티넨탈 GT 스피드의 0→100km/h 가속 시간은 4.2초. 요즘 3초 초반까지 0→100km/h 가속 시간을 당긴 차들이 늘어나서 그렇지 4.2초도 엄청나게 빠른 순발력이다. 아주 잠깐의 시간 만에 정지에서 100km/h까지 도달해 있다. 거기다 더 무서운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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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가속하면 앞으로 튀어나가는 기세에 정신이 번쩍 든다. 계기판 바늘이 200을 넘기는 것은 우습고 기세로 보아서는 300도 어렵지 않게 넘을 분위기다. 제원상 최고 속도(330km/h)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시승에서는 260km/h까지 기록했다. 이 역시도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가고 다만 도로 사정이 허락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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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 스피드는 3단으로 130km/h, 4단으로 180km/h, 4단으로 240km/h 부근까지 도달한다. 4단까지도 거침없이 속도가 올라가지만 5단에서도 기세가 줄지 않는다. 특히 200km/h으로 정속 주행하다가 재가속 할 때도 제대로 추진력이 붙는다. 속도가 240km/h 정도에 도달하면 타이어 압력에 비해 속도가 너무 높다는 경고 메시지도 계기판에 뜬다.

속도보다 더 보증수표가 고속 안정성이다. 그동안 탔던 차 중 가장 고속 안정성이 좋았던 차가 바로 벤틀리 플라잉스퍼이다. GT 스피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탁월한 것은 분명하다. GT 스피드의 경우 서스펜션을 좀 더 하드코어하게 세팅해 노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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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씩 튀는 하체는 초초화 GT가 아니라 스포츠카가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만큼 잘 조율이 돼 있다. 반면 벤틀리 특유의 정숙성도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다. 차의 스펙에 비해서는 조용하지만 기존 벤틀리 오너에게는 스포티한 사운드가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주행 성능에서 느낀 특징 중 하나가 변속기이다. ZF 8단이야 현존 최고의 자동변속기이고 성능에 이견이 없는 물건이지만 컨티넨탈 GT 스피드에서는 더욱 좋게 느껴진다. GT 스피드를 개발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상당히 한 느낌이다. ZF 8단은 반응은 빠르지만 변속은 부드럽고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울컥거림도 거의 없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반응이 더욱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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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약 내리막에서 천천히 출발한다고 가정한다면 1단으로 고정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다. 비싼 변속기에는 이런 기능이 내장된 경우가 많지만 GT 스피드는 그 정도가 더하다. 그리고 8단에서 4단으로 단숨에 건너뛰는 스킵 시프트 기능도 있다. 실제 주행에서 보면 8단으로 100km/h를 부드럽게 달리다가도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순식간에 4단으로 다운시프트 한 후, 이조차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3단으로 기어를 한 번 더 내린다. 변속이 빨라서 알아차리기가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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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넨탈 GT 스피드는 기본적으로 초호화 GT지만 수퍼카급의 성능을 지녔다. 그리고 자사 역사상 최고의 성능이라는 수식어게 걸맞게 강력하다. 순발력도 빠르지만 0→16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도 9초에 불과하다. 이는 이전 세대에 있었던 수퍼스포츠와 같은 것이며 575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된 컨티넨탈 GT보다 1초가 빠른 것이다. 그리고 최고 속도 역시 어지간한 수퍼카와 대등한 수준이다.

GT 스피드는 파워트레인뿐만 아니라 섀시까지 손봤다. 댐퍼와 스프링, 부싱, 안티 롤 바 등을 새로 개발했다. 이 때문에 보디의 롤과 피칭이 더욱 감소했으며 노면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한다. 차고는 일반 컨티넨탈 GT보다 10mm가 낮다. 그리고 ESC에는 고속에서의 휠슬립을 허용하는 다이내믹 모드도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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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도중에 급제동을 하는 경우가 두 번 있었는데, 그야말로 막강한 제동력을 보여줬다. 노면이 젖어 있는 것과 상관없이 그야말로 꽂히듯 멈춰 선다. GT 스피드의 브레이크 스펙을 보면 이정도의 제동력을 보이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일단 기본 브레이크 사양이 405/335mm 디스크에 8피스톤 캘리퍼의 조합이다. 양산차 중 프런트 디스크의 크기가 400mm를 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거기다 옵션으로는 CSiC(Carbon Silicon-Carbide) 소재의 420/356mm 디스크를 고를 수 있다. 벤틀리에 따르면 CSiC는 사실상 페이드가 없고 일반 브레이크 대비 20kg의 경량화 효과마저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브레이크 패드의 수명이 두 배나 길다. 타이어는 275/35ZR21 사이즈의 피렐리 P제로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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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넨탈 GT 특유의 육중한 스타일링은 여전하다. 하지만 차고를 10mm 내리고 디테일을 다듬은 덕분에 보다 매끈한 모습이 됐다. 매끈한 보디는 항공기에 쓰이는 5083급 알루미늄 알로이로 제작됐으며 넘실거리는 보디 라인은 1950년대의 R 타입 컨티넨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틴팅된 그릴 역시 1920년대에 르망 24시를 우승한 벤틀리 오마쥬이다. 외부에는 스피드임을 알 수 있는 배지는 없고 펜더에 W12 로고만 붙는다. 도어 스텝에서는 스피드 로고를 발견할 수 있다. 차체의 기본 색상은 17가지지만 원하는 색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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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벤틀리가 그렇듯, 실내는 엄선된 최고급 소재로만 이루어져 있다. 천연가죽, 고광택 베니어가 실내 전반을 이루고 있으며 모두 기계로 만들어진 것처럼 정교하다. 패널의 단차나 바늘땀을 등을 봐도 빈틈이 없다. 거기다 벤틀리 실내를 덮는 가죽에는 10마리 이상의 송아지가 필요하고 일부 모델은 19마리나 된다.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의 소재나 디자인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거기다 도어트림 등에 적용된 메탈의 감촉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실내는 뮬리너 드라이빙 패키지가 기본으로 적용되며 카본 파이버 옵션도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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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의 가죽 역시 매우 부드럽다. 다이아몬드 무늬의 가죽은 보기에도 고급스럽지만 몸과도 잘 밀착된다. 운전 포지션은 체구가 큰 서양인을 고려해 설계돼서인지 약간은 어색한 감이 있다.

센터페시아의 모니터와 버튼은 전체 실내 분위기와 비교 시 많이 현대적이다. 버튼의 디자인까지 좀 더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모니터에는 주요 기능이 통합돼 있고 계기판의 액정으로는 내비게이션의 정보도 표시된다. 실내의 고급스러운 기운이 너무 강해서인지 센터페시아 상단에 박힌 브라이틀링 시계의 포스가 그리 강렬하지는 않다. 오히려 송풍구와 조절 레버의 메탈이 더 눈에 띈다. 계기판 디자인도 정교한 아날로그시계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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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레버 주변의 디자인과 소재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작은 스위치 모두 사람이 직접 가공한 것이고 기어 레버 상단에는 벤틀림임을 알리는 ‘B’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기어 레버 뒤에는 시트 냉난방과 서스펜션 조절 버튼이 마련돼 있다. 댐핑은 버튼을 누른 후 모니터의 아이콘으로 조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차가 워낙 빨라서 운전 중 조작하기가 부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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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넨탈 GT 스피드는 이름처럼 빠르고 벤틀리답게 고급스럽다. 벤틀리의 초호화 사양과 빠름을 동시에 소요할 수 있는 모델이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전체적인 운동 성능도 더욱 향상됐다. 특히 벤틀리의 역사적 이름 ‘스피드’를 소유한다는 매력까지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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