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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을 가변하는 기술, 실린더 컷 오프

엔진의 배기량은 연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운사이징 엔진이 각광을 받는 것도 배기량을 줄이는 게 연비 개선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엔진의 배기량은 고정적이지만 기술에 따라서는 가변할 수 있다. 부하가 적은 구간에서는 일부 기통의 작동을 멈춰 연비를 높이는 실린더 컷 오프가 바로 그것이다. 실린더 컷 오프는 V형 엔진이 주류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4기통 엔진까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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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더 컷 오프 기능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예전에도 있었지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조명 되고 있는 기술이다. 90년대 중반에 나왔지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각광받고 있는 스톱-스타트 같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실린더 컷 오프는 메이커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브랜드를 떠나 유럽보다는 미국에서 더 많이 쓰이는 것도 특징이다. 크루징 상황이 많고 고배기량 엔진이 많은 미국의 특성에 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은 GM은 AFM(Active Fuel Management), 크라이슬러는 MDS(Multi-Displacement System), 혼다는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등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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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더 컷 오프 기능의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연료 소모를 줄이는 것이다. 만약 엔진의 출력을 100마력이라고 가정한다면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는 꼭 최고 출력이 필요하지는 않다. 가볍게 정속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전체 출력의 30% 정도만 필요하다. 정속 주행 시 연비가 가장 좋은 이유이다.

ActiveFuelManagement

정속 주행할 경우 스로틀 밸브는 거의 닫혀 있고 따라서 엔진도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V8일 경우 굳이 8기통 전체를 계속 구동해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럴 때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 필요하다. V형 타입의 엔진에 이 기술이 적용될 경우 한 쪽 뱅크의 작동을 멈출 수 있고, 이럴 경우 고속도로에서는 8~25%의 연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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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더 컷 오프 기능은 특정 실린더의 흡배기 밸브를 완전히 닫는다. 그러니까 특정 실린더가 휴지 상태로 들어가고 당연히 연료도 공급되지 않는다. 실린더의 휴지 유무는 점화와 캠 타이밍, 스로틀 포지션 등으로 결정되고 V8 엔진이라면 특정 구간에서는 4기통만으로도 움직인다.

 

실린더 컷 오프의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상용화는 80년대 들어서다. 1981년에 나온 캐딜락의 L62 V8 엔진에 적용된바 있다. 이튼과 공동 개발한 이 엔진은 상황에 따라 V8 또는 6, 4기통만 작동했다. 하지만 기술의 완성도가 낮아 금방 사라져버렸다. 1982년에는 미쓰비시가 MD(Modulated Displacement) 기술을 1.4리터 배기량의 4G12에 적용한다. 지금은 실린더 컷 오프가 4기통에 적용되는 일이 드물지만 미쓰비시의 MD는 4기통에 가장 먼저 적용됐고 차후 V6에도 확대됐다. 미쓰비시의 MD 역시 기통의 휴지와 작동에 대한 반응이 느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쓰비시는 1993년 MIVEC-MD 엔진을 통해 다시 실린더 컷 오프 기술을 되살렸다. 엔진 제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4기통과 2기통 사이를 오가는 반응이 크게 좋아졌다. MD 모드에서는 4기통 중 2기통만 작동해 연료와 펌핑 로스를 줄이고 연비도 10~20% 개선됐다. MD는 1996년까지만 생산됐다.

 

미쓰비시 이후 한동안 실린더 컷 오프 기술에 관심을 갖는 메이커는 없었다. 90년대만 해도 규제가 엄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기술까지 동원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메르세데스가 90년대 말 V12 엔진에 MDS를 적용하긴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도 이 기술을 도입하는 메이커는 드물었다.

 

현대적인 실린더 컷 오프가 다시 나온 것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헤미 엔진이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4년 헤미 엔진을 되살리면서 MDS를 추가해 성능과 연비를 모두 잡았다고 홍보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GM이 AFM을, 혼다도 VCM을 들고 나왔다. 혼다는 한 쪽 뱅크의 작동을 멈추고, 헤미는 실린더를 하나씩 건너뛰면서 멈추는 방식이다.

 

실린더 컷 오프가 상용화 된 배경에는 제어 기술의 발전이 있다. 다른 기술들처럼 컴퓨터를 통한 제어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 1981년 이후 컴퓨터의 속도는 25배가 빨라지고 연산 능력은 50배, 메모리 용량은 100배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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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AFM은 DoD(Displacement on Demand)로 불렸다. AFM은 보다 발전된 형태로 현재는 GM의 V6, V8 엔진에 적용되고 있다. 연비 개선 효과는 5.5~10% 사이이다. 핵심 부품인 솔레노이드 밸브와 유압 롤러 리프터는 이튼과 델파이가 제공했다. AFM은 2002년의 캐딜락 시엔 컨셉트의 노스스타 XV12에 탑재됐고 2005년 GMC 엔보이와 시보레 트레일블레이저에 가장 먼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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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나온 크라이슬러의 MDS는 승용차에만 적용됐지만 곧 트럭까지 확대됐다. 2006년에는 적용 차종이 7개로 늘었다. 크라이슬러에 따르면 MDS 적용에 따른 연비 개선 효과는 10~20% 사이이다. MDS가 적용된 헤미 엔진은 4개의 머플러를 갖춰 V8 모드일 때는 큰 사이즈의 머플러로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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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VCM은 i-VTEC 엔진과 맞물린다. 한 쪽 뱅크의 작동을 멈추는 시스템이다. 초기에는 한 쪽 뱅크의 작동만 멈췄지만 신형 어코드에는 상황에 따라 3 또는 4기통만 작동할 수 있게 발전했다. 현재는 어코드를 비롯해 파일럿과 오디세이 등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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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새 모듈러 4기통 엔진에 ACT(Active Cylinder Management)로 불리는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4기통이지만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는 2기통만 구동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 하는 기술이다. 4기통 TSI 엔진에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 1.4 TSI 엔진은 ACT가 추가되면서 100km당 연료 소모가 0.4리터 감소했다. 여기에 스톱-스타트까지 더해지면 0.6리터로 연비 개선 효과가 더욱 극대화 된다. 그리고 3단 또는 4단으로 50km/h를 달린다고 가정할 경우 100km당 연료 절약 효과는 거의 1리터에 달한다. 작동 구간은 1,400~4천 rpm 사이로 일반적인 유럽의 운전 조건에서는 70%에 해당되는 회전수이다. 크루징 시에는 최대 20%의 연비 개선 효과가 있다.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 실행될 때의 진동과 소음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뉴 1.4 TSI 엔진은 앞으로 시행될 유로6 배기가스 기준까지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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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는 1,250~4,000 rpm 사이에서는 항상 작동되며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상황에 따라 2기통 또는 3기통이 작동된다. 폭스바겐은 2기통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4기통과 동일한 진동 수준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ACT 시스템의 전체 무게는 3kg에 불과하다. 액츄에이터와 캠샤프트, 베어링 프레임은 실린더 헤드에 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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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파워는 강화되는 연비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실린더 컷 오프가 적용된 차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기량이 높을수록 효과를 보는 기술이기 때문에 미국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4기통에 터보와 직분사가 늘어나는 것처럼 V6와 V8에는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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