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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2017 모닝 시승기, 박스 속 경차의 피나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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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한국 시장에서 가장 큰 출혈 경쟁이 벌어진 세그먼트는 소형 SUV도, 중형 세단도 아닌 경차였다. 기본적으로 경차는 수익성이 낮은 차급이다. 그런 경차에서 차값의 10%에 육박하는 각종 경품을 내걸고, 한때 25% 가량의 할인을 제공하는 등 ‘밑지고 장사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 경쟁의 이면에는 한국GM과 기아자동차의 묘한 자존심 싸움이 있었다. 티코, 마티즈로부터 스파크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경차 강호였던 한국GM과 모닝 출시 이후 꾸준히 경차 시장 1위를 차지해 온 기아차가 서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해가며 판매고 올리기에 전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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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소비자들은 즐거웠지만 자동차가 상품성이 아닌 경품과 할인으로 승부한다는 비판도 면치 못했다. 객관적으로 신형인 스파크의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모닝에 경품이 걸리고, 스파크도 이에 지지 않기 위해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는 소모적인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그러던 지난 1월 신형 모닝이 출시되면서 적어도 상품성이 열세라는 평가는 면하게 됐다. 신형 모닝은 겉보기에 약간의 변화만 이뤄진 것 같지만 안팎을 다듬어 내실을 키웠다. 박스 모양의 제한된 규격 속에서 치열한 변신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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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현대기아차는 신모델을 출시할 때 기존의 디자인 코드를 크게 바꾸지 않는다. 이를테면 모델의 헤리티지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때문에 신형 모닝이 출시됐을 때도 기존에서 디자인만 변경된 것 아니냐는 불신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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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모닝은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차다. 당장에 휠베이스가 늘어났다. 전장*전폭*전고가 3,595*1,595*1,485(mm)에 휠베이스가 2,400mm로 스파크와 비교하자면 휠베이스는 15mm 길고 전고가 10mm 높다. 실내공간 확보에서 유리한 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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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디자인에 있어서도 스파크는 소형 해치백을 더 줄여놓은 모양새지만 모닝은 경차로서의 개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꾸며졌다. 헤드라이트 면적을 키워 더 강한 페이스를 얻었고, 안개등 주변과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옵션에 따라 디테일을 추가해 포인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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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역시 기존의 디자인 큐를 이어가되 테일램프 그래픽을 완전히 새롭게 다듬었고, 뒷유리를 좌우로 긴 형태로 디자인해 차폭이 넓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덕분에 작은 차체임에도 도로 위에서는 이전보다 존재감이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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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보다는 내부의 변화가 더 큰데, 대쉬보드를 깎아 전방 시야를 넓히고 디스플레이는 상단으로 튀어나온 형태다. 시트 포지션은 어정쩡하게 높았던 이전에 비해 안정적이고 전반적으로 실내에서도 ‘경차스러움’을 덜어낸 점은 칭찬할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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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인적으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넓은 면들이 모두 플라스틱 소재로 처리되면서 다소 저렴해보인다는 생각이다. 경차에서 필요 이상의 고급스러움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센터페시아 가운데에 디스플레이와 버튼을 배치한 쉐보레 스파크에 비해 실내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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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놀랐던 것이 뒷좌석 공간이다. 늘어난 휠베이스가 뒷좌석에 반영돼 이전보다 레그룸이 넉넉해졌고, 등받이 각도가 절묘해 제법 편안하다. 레그룸만 불편하지 않다면 비교적 오래 앉기도 힘들지 않다.

특히 요철을 지날 때의 느낌이 매우 좋다. 뒷바퀴를 최대한 뒤로 밀어내고 방석을 앞으로 당겨 요철을 넘을 때의 충격이 몸에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 보통 소형차에서 뒷좌석 승차감은 포기하기 마련인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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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약간의 변경이 있었다. 1.0L 직렬3기통 카파 엔진을 탑재하고 5속 수동변속기와 4속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스파크가 수동과 반자동 변속기인 이지트로닉, CVT 등 3종의 변속기를 제공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엔진은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을 발휘하는데, 구형 대비 출력은 2마력 내려간 반면 토크는 0.1kg.m이 늘어나는 등 미미한 변화가 있었다. 토크 상승을 통해 일상 주행에서의 경쾌함을 더하는 세팅이다. 스파크와 비교하자면 최고출력은 2마력 높지만 토크는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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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정도 성능 차이는 실제 주행에서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특히 변속기 차이가 있어서 더 그렇다. 시승차는 4단 자동변속기 사양으로, 변속기 로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순간적인 가속력에는 한계가 크다.

가령 스파크의 CVT는 가속 시 최적의 성능을 내는 회전수를 유지해주기 때문에 어떤 속도영역에서도 경쾌한 가속감을 보여주지만 모닝은 각 단의 기어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속도 영역에 따라 처지는 기어비로 가속해 가속이 더딘 경우가 많다. 최소한의 출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차에서는 CVT가 더 적절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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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매끄럽지만 회전수가 올라갈 수록 스파크에 비해 매우 거칠다. 추월가속 시에는 거친 엔진과 더딘 변속기의 조합에 다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주행감각은 상당히 진일보했는데,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모닝에 비해 매우 탄탄해진 하체가 만족스럽다. 조향과 서스펜션 모두에 어설픈 유격이 사라져 마치 유럽산 소형차같은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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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철은 매끄럽게 걸러내면서 노면은 정확하게 읽는 느낌이 과연 이전에 비해 서스펜션 세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또 한 가지, 신형 모닝에 깜짝 탑재되면서 관심을 모은 것이 토크 벡터링(TVBB) 기능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코너를 돌면서 가속을 할 경우 한 쪽 바퀴에 약간의 제동을 가해 구동력을 조절, 보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이다. 시스템의 적극성이나 정밀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스포츠 모델들이 이런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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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륜구동 자동차의 경우 코너를 돌면서 가속할 경우 일반적으로 언더스티어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 안쪽 바퀴에 제동력을 가하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듯한 코너링이 구현된다.

모닝은 출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상황에서 이러한 토크 벡터링의 개입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의도적으로 우회전이나 유턴 등의 상황에서 가속을 해 보면 매끄럽게 말려들어가는 움직임이 재미있다. 토크 벡터링과 제동 시 뒷바퀴가 요동치는 현상을 제어하는 SLS 기능은 모닝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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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에 뜬금없이 첨단 전자제어 기능이 왜 탑재되나 싶지만,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에 뛰어난 주행제어장치가 탑재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향후 출시되는 브랜드의 다른 모델들 역시 이런 사양들을 기본으로 장착하게 된다는 예고이며, 동시에 브랜드가 퍼포먼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알림이기도 하다.

경차라면 경제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공인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 14.7~15.5km/L(복합)을 기록해 스파크보다 조금 더 높다. 실제 주행에서는 크게 연비를 고려하지 않고 출퇴근길과 고속도로 주행 등을 복합해 15km/L을 기록했으니 실제 일상 주행에서 공인연비를 기록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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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라는 세그먼트는 결국 소비자가 자동차에 요구하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들의 집합이다. 기본적인 주행성능, 기본적인 편의사양, 기본적인 패키징의 결합체다. 때문에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제약 속에서 브랜드가 보여줄 수 있는 기본기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차급이다.

그렇게 생각해보자면 모닝의 진화는 실로 괄목상대할 만하다. 과거 경차라 하면 많은 것, 심지어 안전조차 포기해야 했다면 7개의 에어백과 44%에 달하는 초고장력 강판이 도입된 모닝은 편의사양, 주행감각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함보다는 필요충분함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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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배기량과 조그만한 박스 모양 규격 속에서 경차의 진화는 해가 갈 수록 인상적이다. 갈 수록 여러 대의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지는 국내 시장에서 경차는 경제성 너머의 실속과 효율성, 운전의 용이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세컨드카이자 데일리카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다.

모닝과 스파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여전히 조금 더 점잖은 외모와 깔끔한 실내를 갖춘 스파크에 손이 간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닝 역시 완성도 면에서 스파크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두 브랜드 모두 냉장고나 TV 따위의 경품 없이, 자동차의 완성도로 흥미진진한 승부를 벌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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