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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더 뉴 트랙스 시승기, 화장 고친 원조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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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산차 시장에서는 중형 세단과 중형 SUV의 인기가 거세지만, 꾸준히 월 8,000~9,000대 규모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 소형 SUV 시장이다. 트랙스가 열고, QM3가 관심을 모은 뒤, 티볼리가 대중화를 이끈 소형 SUV 세그먼트는 생애 첫 차나 가족을 위한 세컨드 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지치지 않는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그 판매 중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지난 해 출시된 쌍용 티볼리다. 롱바디인 에어를 합쳐 월 5,000대 이상이 꾸준히 판매돼 소형 SUV 중 과반의 비중을 차지한다. 나머지 3,000~4,000대 가량의 판매를 기아 니로와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가 나눠 먹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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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트랙스의 판매는 가장 저조한 편이었다. 동급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뛰어난 기본기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처진 내·외관과 부족한 상품성 탓에 좀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다. 염원하던 디젤 엔진이 출시 3년 만에 투입됐지만 여전히 큰 이변은 없었다.

그랬던 트랙스가 마침내 화장을 고치고 돌아왔다. 예뻐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혹독한 체질개선을 통해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여전히 경쟁자들의 벽은 높지만 이제는 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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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글로벌에서 출시된 트랙스는 고전을 면치 못한 한국과 달리 이렇다 할 경쟁상대가 없는 북미에서는 쏠쏠한 재미를 봤다. 지난 해에만 북미에서 6만 3,000대가 팔렸으니 말이다. 소형차 치고 페이스리프트가 오래 걸린 것도 본진인 북미에서의 선전 덕이다.

어쨌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디자인과 상품성 탓에 뛰어난 기본기가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만큼 한국에서는 이번 부분변경이 반갑다. 첫 눈에 보기에도 이전보다 훨씬 고급스러우니 당장에 마음의 벽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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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스파크를 시작으로 소형 라인업에 연달아 적용되고 있는 새 패밀리 룩이 트랙스에도 입혀졌다. 쉐보레의 듀얼 포트 그릴을 탑재하고 마침내 프로젝션 헤드라이트가 들어간다. HID는 적용되지 않지만, 바이펑션 타입으로 매우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LED 주간주행등도 내장돼 있다. 또 밝은 실버 톤의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고 모서리마다 크롬을 둘러 이전보다 훨씬 “비싸”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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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뒷모습은 전체적인 실루엣을 그대로 유지하되, 범퍼 디자인을 바꾸고 테일램프에도 볼륨을 넣어 입체감을 살렸다. 검정 플라스틱이 그대로 드러났던 범퍼는 이제 훨씬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모양새다. 테일램프는 2개의 ‘ㄷ’형 LED 그래픽이 들어가는데, 제동등은 LED가 아닌 일반 벌브타입인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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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와 비교하면 더 길고 높지만 전폭은 좁다. 이전처럼 넉넉한 실내공간은 장점이라면 장점. 승용차처럼 낮은 시트포지션을 추구하는 QM3나 니로와 비교하자면 매우 전통적인, 매우 높은 시트포지션을 고수하고 있다. 키가 작은 여성 운전자에게는 넓은 시야를 제공해주는 점이 메리트다. 전고가 높으니 시트포지션이 높아도 머리 공간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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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경우 트랙스 구매자 중 젊은 여성의 비중은 60%에 달했다. 이를 반영한 듯 트랙스의 운전석은 운전하기 편한 공간을 창출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 모양새다. 대쉬보드 상단을 깎아내 안 그래도 넓었던 시야가 더 편안해졌다. 시인성이 최악이었던 바이크 타입 클러스터는 보편적인 1.5서클 타입의 클러스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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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모든 부위의 소재가 이전보다 눈부시게 향상됐다는 점. 시트의 가죽 재질은 물론, 플라스틱 온상이었던 대쉬보드에도 고급진 가죽이 덮이고 스티치로 멋을 부렸다. 시승차는 갈색과 검정색의 투톤 가죽이 적용돼 제법 고급지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지만 용서해줄 수 있다. 2,000만 원이 넘는 차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던 센터페시아는 버튼과 요소들의 재배치를 통해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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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가 불편했던 마이링크의 조작버튼은 물리버튼으로 바뀌었고, 수동식 공조기 다이얼 조작감도 개선됐다. 산만했던 하단이 깔끔하게 단정되고 블랙 하이글로시와 크롬으로 센터페시아 하단과 시프트 노브 주변을 장식하니 이제 좀 흡족하다. 대쉬보드와 센터페시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용도 불명의 수납공간들도 모두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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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장의 대대적인 변화에 비하자면 주행성능의 변화는 크지 않다. 디젤의 경우 기존과 동일한 1.6L CDTi 엔진에 Gen3 변속기가 조합되며, 가솔린은 1.4L 터보 엔진에 Gen2 변속기가 조합되던 것이 Gen3로 바뀐 것 정도가 차이점. Gen3는 동력손실율을 기존보다 낮추고 변속로직을 개선해 주행감각과 효율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구형의 변속기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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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L 엔진은 140마력의 최고출력과 20.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해 기존과 완전히 동일하다. 국내에서 1.4L급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탑재한 것은 트랙스가 최초였다. 제품 기획단계부터 상당히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담았다는 뜻이다. 같은 엔진을 탑재한 아베오에 비하면 여유있는 기어비 세팅으로 가속은 폭발적이기보다는 우직하다. 2.0L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페이퍼 스펙이지만 최대토크가 보다 풍부하게 전개된다.DSC_7939

앞서 누누히 이야기했지만 트랙스의 기본기는 이미 여러 차례 검증을 마쳤다. 출시 초기와 2015년형 상품성 개선 모델, 디젤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시승이지만 여전히 만족스럽다. 다른 경쟁모델들이 여유로운 거동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트랙스는 차 전체가 한 덩어리로 꽉 조여진 느낌이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는 한 템포의 뒤처짐이 없고 재빠르다. 미국 혈통이지만 거동은 다분히 독일차스럽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는 넓지만 코너에서 다소 휘청이는 느낌을 받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조금은 더 낮아도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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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겉모습을 한껏 바꿔놓아도 트랙스는 어디까지나 도심형 SUV다. 험지주파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미에서는 4륜구동 모델이 판매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출시계획이 없는 모양이다. 물론, 출시된다 해도 큰 반향을 일으키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공인연비는 복합 12.2km/L이지만 시승 간에는 평균 10.9km/L 정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길들이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새 차인 점, 그리고 총 주행거리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한 도심 주행이 극심한 정체구간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오차범위 이내다. 기왕이면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이 추가돼도 나쁘지 않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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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더 뉴 트랙스의 핵심은 꾸준히 지적받아 온 디자인 열세와 상품성 부족을 일거에 극복했다는 점이다. 제법 점잖게 화장을 고친 외모는 이전보다 호감형이고, 실내 품질은 크게 진일보했다. 자연히 동급 최고인 기본기도 이제는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변화가 실적에 반영돼 지난 10월 트랙스는 전월 대비 49.1%나 늘어난 1,297대가 팔렸다. 경쟁 모델들의 상품성 개선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당분간 고무적인 판매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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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압도적인 상품성을 갖춘 동급 1위, 티볼리에 비하자면 부족한 점도 보이지만 기본기의 우위로 그러한 단점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일상의 주행에서 탄탄한 유럽 감성의 운전 재미를 원하는 운전자라면 트랙스가 좋은 선택지가 되겠다.

트랙스는 남들보다 빨리 소형 SUV 시장을 연 선구안을 지녔다. 지금까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 했지만 명실상부한 “원조”다. 마침내 외모 컴플렉스를 이겨냈으니 이제는 원조의 실력을 보여줄 때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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