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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형 럭셔리 SUV의 원조, 렉서스 RX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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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한국 시장에서 중형 세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지만, 여전히 SUV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패밀리 카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중형 SUV는 물론, 지난 해부터 “대세차”로 등극한 소형 SUV, 풍요로움과 거친 남성성이 공존하는 대형 SUV까지 그 선택의 폭은 이미 세단만큼이나 넓어졌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판매 중 SUV의 비율은 34.1%에 달한다. 2011년 19.3%에 불과했던 것이 4년 만에 1.8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상용차를 제외한다면 SUV는 40% 이상의 파이를 차지하고, 세계 시장을 보더라도 SUV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세그먼트다. 포르쉐를 필두로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같은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들이 SUV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이러한 잠재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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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산길을 달리던 SUV를 가장 먼저 도시로 가져온 원조는 어디일까? 기아 스포티지가 도심형 SUV의 원조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상한 세단을 떠올리기 마련인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 처음으로 도시를 위한 SUV를 만든 회사는 이론의 여지 없이 렉서스다.

렉서스 RX는 1998년 처음 출시된 이래로 오늘날까지 도심형 럭셔리 SUV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자동차다. 크고 거칠고 불편한 차로 인식되던 SUV를 우아한 도로 위의 요트로 바꿔놓은 렉서스 RX의 역사를 짚어본다.

 

오프로더, 도심의 탐험가로 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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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들어 미국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대형 SUV였다. 걸프전쟁 이후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큰 차를 사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시야가 넓어 운전하기 편한데다 뛰어난 공간활용도를 갖춰 패밀리 카로 쓰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사커맘들에게는 미니밴이 인기가 좋지만, 당시에는 대형 SUV가 유행했다.

하지만 장점만큼이나 감수해야 할 단점도 많았다. 초기 SUV는 픽업트럭을 위한 프레임 바디에 스테이션 왜건의 차체를 올려 만든 자동차였다. SUV는 활동적인 아웃도어 이미지를 늘 강조했고, 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에만 치중했다. 당연히 승차감은 세단에 비해 형편없었고, 크고 무거우니 연비도 끔찍히 나빴다. 유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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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SUV는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1989년 북미에서 출범한 렉서스도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토요타 랜드크루저를 가져와 LX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미국 중산층에게 일제 SUV는 좀처럼 인기가 없었고, 렉서스는 경쟁 모델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미국시장을 위한 새로운 SUV를 구상하기 시작한다.

1994년, 렉서스 RX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렉서스는 개발에 앞서 시장을 면밀히 분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성 SUV에 대해 지닌 불만을 찾았다. 실제 SUV 운전자 중 오프로드를 달리는 사람은 7%에 불과한데, 비싸고 불편하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대형 SUV에 좀처럼 만족하지 못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SUV의 다음 차로 세단이나 왜건을 택했다.

특히 상류층 소비자들은 아늑하고 운전하기 편한 SUV를 선호하면서도, 보다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차를 원했다. 당시 렉서스 제품기획을 지휘했던 크리스 호스테터는 이에 맞춰 승용차 기반의 SUV를 만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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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 세단의 모노코크 바디를 기반으로 고급스럽고 우아한 SUV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내부의 불안감도 적지 않았다. 모든 경쟁자들이 더 크고 권위적인, 남성적 SUV를 추구하는 동안 렉서스 홀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차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임 바디와 후륜구동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라이벌들과 달리 모노코크 바디에 전륜구동 구동계를 올린 RX를 곱게 받아들일 지도 의문이었다.

4년이라는, 렉서스로선 이례적으로 빠른 기간에 추진된 RX 프로젝트는 1997년 12월 대중 앞에 첫 선을 보였다. RX는 “Radiant Crossover”, 즉 빛나는 크로스오버의 약자였다. 3.0L V6 엔진을 얹어 22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고, 4단 자동변속기가 기본 사양으로 채택됐다. 전륜구동과 4륜구동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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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기존 SUV와 완전히 차별화된 실내였다. 고급 세단같은 가죽 시트와 우드 트림을 적용하고, 각종 첨단 편의사양과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경쟁자들과 완전히 궤를 달리 했다. SUV 특유의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2열 시트에 틸팅 및 슬라이딩 기능을 넣는 등 아이디어도 더해졌다.

RX는 북미 SUV 시장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5년 동안 1세대 RX는 무려 37만 대가 팔려나갔다. 순식간에 최고의 럭셔리 SUV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렉서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 됐다. 당연히, 투박한 SUV만 만들던 다른 회사들도 RX의 영향을 받아 도심형 SUV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초의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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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렉서스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2세대 RX를 발표해 다시 한 번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기존보다 훨씬 세련된 디자인을 둘렀을 뿐 아니라 성능과 장비도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3.3L V6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고, 듀얼 에어컨과 11-스피커 마크레빈슨 오디오, 후방카메라, 2열 DVD 플레이어와 무선 헤드폰, 파노라믹 루프, 열선 시트 등 당대 최고 수준의 편의사양을 갖췄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SUV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그었다. 모회사인 토요타가 자랑하는 첨단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렉서스의 고급 모델들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 RX 역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첫 수혜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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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하이브리드가 많이 대중화됐지만, 전기모터와 엔진이 함께 바퀴를 굴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당시로선 매우 혁신적인 미래자동차였다. 지금의 테슬라만큼이나 혁신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RX400h는 3.3L V6 엔진으로 208마력을 내고, 여기에 2개의 모터를 더해 272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했다. 167마력의 모터는 엔진과 함께 앞바퀴를 굴렸고, 68마력의 보조 모터는 뒷바퀴를 굴려 전동 4륜구동을 실현해 냈다. 이는 최신 렉서스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구조로, 이미 12년 전에 그 기초가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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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RX400h는 단 6.8초 만에 0-100km/h 가속을 끝마쳤고, 60km/h까지는 엔진을 돌리지 않고 전기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효율을 자랑했다. 강력한 성능과 우수한 효율을 두루 갖춘 차는 지금도 흔치 않지만, 당시에는 더더욱 드물었다. 렉서스 특유의 정숙하고 고급스러운 실내까지 갖춘 차는 RX가 유일했다.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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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시된 3세대 RX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변속기에 락업 클러치를 더하고 전동식 스티어링(EPS)을 도입하는 한편, 승차감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더블 위시본으로 변경하는 등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거쳤다. 이전 세대까지는 토요타 해리어로도 판매됐지만 3세대 부터는 완전히 독립된 브랜드로 나서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도 더했다.

공기저항계수(Cd)를 동급 최저 수준인 0.33까지 낮추고 스마트키, 블루투스 핸즈프리, OLED 디스플레이와 하드디스크 내장형 내비게이션을 탑재하는 등 편의사양도 개선했다. 충돌경보 시스템(PCS),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지금 기준에서도 첨단 사양인 기능들이 탑재되기도 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인 RX450h는 이제 명실상부한 주력 라인업으로 자리잡았다. 성능을 더욱 높였음에도 이전 세대의 RX400h보다 연비가 20%나 개선됐다. 일부 시장에서는 보다 실속있는 2.7L 엔진을 탑재한 버전도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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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언제나 렉서스가 성공가도만 달린 것은 아니었다. 2009년 터진 토요타의 900만 대 리콜 사태로 렉서스의 명성에 금이 갔다. 북미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던 렉서스에게도 위기가 닥친 것이다. SUV 라인업을 강화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역습도 만만치 않았다.

리콜 사태로 브랜드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정도의 파란이 일었지만, 렉서스는 책임있는 자세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이내 판매를 회복했다. RX 역시 힘든 시기를 지나 2013년에는 스핀들 그릴을 적용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와신상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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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2015년, 4세대 RX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큰 특징은 이전보다 대폭 커진 차체. 동생인 NX가 새롭게 출시되면서 휠베이스를 50mm 늘려 본격적으로 경쟁사의 대형 SUV들과도 대결할 수 있을 정도로 실내 공간을 확장했다. 저돌적이고 조형미가 돋보이는 새로운 디자인도 특징이다. 국내에는 하이브리드인 RX450h와 RX350 등 2종이 시판 중이며, 실속있는 RX200t도 일부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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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이래로 미국에서 매년 10만 대 가량이 판매돼 온 RX는 보다 세분화된 라인업과 스포츠성을 띤 F-스포츠 모델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체 판매 중 10% 가량을 차지하는 하이브리드는 현재까지 누적 33만 대 이상이 판매돼 렉서스 하이브리드 전체 판매량의 1/3 가량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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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오롯한 아이덴티티를 키워 도심형 럭셔리 SUV의 새 기준을 제시한 RX는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체와 여전히 건재한 고효율 첨단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갈 수록 치열해지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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