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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다시 보기 – 수소가 마치 공짜인양 광고하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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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우주의 75% 그 무한한 수소로 자동차를 달리게 하다
에너지를 쓰던 자동차가 수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시대로

위의 두 문장을 읽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무한으로 널려 있는 수소를 마음껏 가져다 자동차를 움직일 수도 있고, 또 자동차는 더 이상 에너지를 쓰지 않고, 이제는 에너지를 만들어 다른 곳에 공급도 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린다?

현대자동차가 매일 SBS 8시 뉴스 직전에 고정으로 내 보내고 있는 2편의 회사 이미지 광고다. 수소 에너지와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로 현대자동차가 수소 에너지 분야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광고다.

그런데 두 편 모두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어서 수소 에너지와 수소를 이용한 파워트레인에 대해 잠깐 살펴 보고자 한다.

미래의 궁극적인 파워트레인 – 수소연료전지차 

최근, 가솔린과 디젤 엔진 등 전통적인 내연기관 엔진들은 다운사이징을 비롯해 꾸준하게 성능이 향상되고 있고,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등 그 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파워트레인이 계속 등장하면서 과연 미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파워트레인은 어떤 것이 될 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 수년 동안 매우 뛰어난 연비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왔던 디젤 엔진이 최근 혹독한 된서리를 맞고 있고, 그러면서 ‘하이브리드’가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서 이름이 비슷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고,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테슬라 모델 3′와 함께 무척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수소연료 전지차’는 아직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조금씩 자기 알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0417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국내판매개시(5)

현대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시판을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판의 개념과 세계 최초 타이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공장 생산 라인을 통해 생산하고, 가격표를 메겨서 판매하긴 했지만, 일반 국민은 거의 사기 힘든 가격이고,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이 예산을 들여 몇 대 구입한 정도이니 과연 이것을 시판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토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인 ‘미라이’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시판을 시작했고, 이미 동경을 포함한 일본 전역에 약 100여 개의 수소 충전소가 설치돼 있고, 계속 늘여가고 있다. 아직 판매가 미미하긴 하지만 미라이의 경우라면 진짜 시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미래의 궁극적인 파워트레인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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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미라이

수소연료전지차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구동 방식으로 볼 때는 전기자동차다. 가솔린이나 디젤 같은 내연기관 엔진이 얹히지 않고,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려 주행한다. 그런데 전기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 일반 배터리 전기차와는 다르다. 배터리 전기차는 차체에 실린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해 뒀다가 그 전기로 전기모터를 돌려서 주행하는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 탱크에 수소를 싣고 가다가 수소와 공기중의 산소를 반응시켜서 전기와 물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로 전기모터를 돌려서 주행하고, 물은 버린다.

같은 전기차지만 배터리 전기차는 탑재하는 배터리의 양에 한계가 있어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를 한번 충전해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이고, 수소를 충전하는 시간도 내연기관 연료주입 시간과 비슷하다. 그리고 주행 중에는 물 외에는 전혀 배출하는 물질이 없기 때문에 주행 중의 친환경성도 매우 뛰어나다. 이런 이유로 미래의 궁극적인 파워트레인이 수소연료전지차가 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가장 먼저 양산하고 시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시대 개척에 앞장 서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천명해 오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에어리퀴드사와 수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양해각서도 체결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차가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리드십을 갖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매일 저녁 SBS TV 8시 뉴스 시작 전에 수소 에너지에 대한 현대자동차 이미지 광고를 고정으로 노출시키고 있다.

 

광고는 2가지 버전으로 나가고 있는데, 하나는 ‘수소, 우주의 75%, 그 무한한 수소로 자동차를 달리게 하다’라는 내용이고, 또 하나는 ‘에너지를 쓰던 자동차가 수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시대로’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광고의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많다. 사실 그 문제는 많은 일반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는 내용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주에 무한한 수소, 하지만 공짜가 아니다

수소는 물성을 가진 원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원소로, 주기율표 상에서 1번에 해당한다. 그리고 첫 번째 광고처럼 우주의 75%를 구성하는 원소가 수소다. 그런데 대기 중에는 질소가 78%, 산소가 21%, 아르곤이 1%를 차지하고, 수소는 극소량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수소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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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거대한 수소의 덩어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물도 2개의 수소와 1개의 산소 원자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유기물질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소가 수소다. 우리 몸이 엄청난 수소로 구성돼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유기체가 땅 속에 묻혀서 만들어진 화석 연료들, 쉽게 천연가스, 석유 등에도 수소 원자가 가장 중요한 원소로 구성돼 있다.

그러다 보니 비록 수소가 우주의 75%를 구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그냥 막 퍼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체 수소 형대로 자연 중에 존재하는 양은 극히 미미하다. 물론 그것도 분리해 내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 전세계에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천연가스와 같은 탄화수소류 화석연료를 분해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약 50%의 수소가 생산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함께 생성되기 때문에 미래의 궁극적인 에너지원 생산 방법이 되긴 어렵다.

다음으로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생성되므로 매우 친환경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엄청난 전기를 어디서 가져오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태양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지만 현재 지구상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방법은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이다.

즉 우주에 무궁하게 널려 있는 것이 수소지만, 그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엄청난 돈을 들여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경제적으로,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수소, 그 무한한 수소로 자동차를 달리게 하다’라는 말에서는 무궁하게 널려 있는 수소를 쉽게, 마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수소, 효율이 중요하다

두 번째 광고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싣고 다니다가 주행에 필요할 때 즉시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그야말로 굴러다니는 발전기인 셈이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수소연료전지차가 생산한 수소를 가정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대차는 광고에서 ‘에너지를 쓰던 자동차가 수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시대’가 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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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광고와 연결해서 보면, 우주에 거의 무궁하게 널려 있는 수소로 자동차를 가게 할 뿐 아니라, 이제는 자동차가 에너지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그 수소로 에너지를 만들어서 가정에 공급도 할 수 있어서 그 자동차만 있으면 거의 공짜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까지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비돼야 한다. 그렇게 생산된 수소로 전기를 만들게 되면 효율은 다시 더 떨어지게 된다. 즉, 발전소에서 직접 전기를 가정에 공급하는 것보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대는 왜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지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쓰나미가 덮쳐 많은 가정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고통 당할 때 전기 자동차의 전기를 가정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소개됐었다. 일반 배터리 전기차에 충전되어 있는 전기를 다시 가정에 공급한 것이다. 그러니 수소연료전지차도 당연히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가정에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위와 같은 비상시에나 부득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자동차에 전기나 수소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손실이 발생했는데, 그것을 다시 전기로 만들면 다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가정에 전기를 공급할 수 없는 위급 상황에서 효율은 좀 떨어지더라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현대차 광고에서는 마치 현대차가 예전에는 에너지를 소비하기만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반대로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아주 잘 못된 적용이다.

이 두 광고의 내용을 보면서 과연 현대차는 수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심지어 지난 부산국제 모터쇼 전야제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현대자동차 개발 총책임을 맡고 있는 권문식 부회장도 주제 발표를 통해서 광고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그대로 기자들에게 자랑하듯 발표했다.

국제 모터쇼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모아놓고 학술 발표하는 자리에서 아주 기초적인 이해 조차도 되어 있는 않은 내용을 현대자동차 개발 총 책임자가 발표한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현대차가 이런 내용을 모를 리 없다. 기자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수소시대를 위해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이 잘 모른다고 하여, 마치 현대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가 화수분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수소는 매우 좋은 에너지원이다. 생산하는 과정을 잘 개선해서 보다 높은 효율로 생산할 수 있다면 실제 소비 과정에서는 그야말로 청정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효율도 전통적인 화석연료에 비해 대체로 높다. 거기다 태양력,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다면 효율성은 더욱 극대화되고, 친환경성도 극대화된다. 하지만 아직은 친환경적인 비중이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폭발이다. 하지만 매우 안전한 수소 보관 장치가 이미 개발되어 있고, 설령 누출이 되더라도 즉시 공기 중에 흩어지기 때문에 폭발의 위험은 매우 낮다. 원자력처럼 방사능을 내 놓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럼에서 수소가 가연성 기체로 위험한 것은 사실이므로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런 수소 시대가 하루 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차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에서 머물러 있고, 적극적인 미래 개척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치적으로 필요한 제스처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금은 방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대차가 결코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것도 아닌데 방관까지 해서는 더 큰일이다. 사생 결단의 수준으로 연구 개발에 매진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대중에게 알릴 때도 더욱 정직해야만 하겠다.

최근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전기자동차’를 줄여서 ‘수소전기차’로 부르고 있다. 사실 너무 길고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였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라는 용어도 합리적으로 이해되는 말은 아니다. 좀 더 고심해야 하고 용어에 대한 각계의 합의도 필요한 부분이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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