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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A 개발팀이 빚었다, NX의 탁월한 주행성 – 렉서스 NX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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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 프로젝트는 2009년 컨셉트 구상과 함께 막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는 렉서스에게 녹록하지 않은 시기였다. 2008년 부실대출로 촉발된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경기가 차갑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2009년 취임한 도요다 가문의 아키오 사장이 바로 기회었다. 자동차 마니아인 아키오 사장은 렉서스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빗장이 풀린 셈이다.

NX는 렉서스가 브랜드 역사상 처음 시도하는 컴팩트 SUV. 따라서 얽매일 전통과 꿰어야 할 연결고리가 없었다. 렉서스에겐 ‘백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렉서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NX를 ‘프리미엄 어반 스포츠 기어’로 정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활동적 이미지의 고급 정밀기계를 지향하면서, 궁극엔 스포츠카와 SUV의 융합을 꿈꿨다. 당연히 새로운 수요층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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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출범 이후 렉서스는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세엔 못 미쳤다. 렉서스는 그 이유를 면밀히 분석했고, 결론을 내렸다. 독일 브랜드는 변화에 적극적이었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고급차에서 스포츠카, 소형차까지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반면 렉서스는 비슷한 테마의 점진적 진화에 머물렀다. 렉서스에겐 변화가 필요했다.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던 2000년, 렉서스에서 변화의 물꼬를 틀 프로젝트가 싹텄다. 바로 ‘LFA’였다. 렉서스 최초로 도전하는 수퍼카 LFA는 돈을 벌기 위한 차가 아니었다. 오히려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절실했다. 정체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위기감이 과감한 결단을 앞당겼다. 당시 렉서스는 물론 토요타에게도 정통 스포츠카는 전무했다. 비용절감 때문에 죄다 퇴장시켰기 때문이다.

2003년 6월, 당시 정예 엔지니어로 구성된 LFA 개발팀은 일본 시즈오카현의 야마하 트랙에서 시제작차를 테스트 중이었다. 마침 그곳에서 아키오(현 토요타 사장)가 운전연습에 한창이었다. 지역 매니저였던 아키오는 LFA를 손수 몰았다. 그리고 개발진에게 당부했다. “이 차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개발해야 합니다.” 이후 LFA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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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4일,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제21회 도쿄모터쇼의 토요타 부스. 무대 위엔 베일에 싸인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곧이어 우렁찬 시동음과 함께 차가 깨어났다. 동시에 베일이 스르르 벗겨졌다. 차 안에서 나온 이는 당시 갓 사장으로 부임한 도요다 아키오였다. 이렇게 LFA은 세상에 등장했고, 아키오는 LFA 출시 직후 개발팀을 또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바로 NX였다.

NX의 핵심 엔지니어 4명이 LFA 개발팀 소속이었다. 이들은 고성능과 스포츠 주행에 인생을 건 자동차 마니아들이다. NX 치프 엔지니어를 맡은 카토 타케아키가 좋은 예다. 그는 차를 8대나 소유하고 있다. 게다가 전부 2인승 스포츠카다. 카토는 이렇게 말하며 동료들을 설득했다. “렉서스 브랜드에서 완전히 새로운 SUV를 한 번 만들어 보자. 우리가 LFA를 만들었듯이.”

NX의 부수석 엔지니어 이치하라 스나오 역시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그는 대학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하고 1984년 토요타에 입사했다. 당시 토요타에서 추진 중이던, V8 엔진을 얹은 프로펠러 항공기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프로젝트 진행 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고, 결국 이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그는 자동차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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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각종 엔진들과, LFA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기계 개발에 관여해 왔다. 무려 9,000rpm까지 회전할 수 있는 LFA의 V10 4.8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후 이치하라 스나오는 NX 개발팀에 합류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NX를 비롯해 RC와 IS 등에 얹는 2.0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 역시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NX200t의 심장은 렉서스 최초의 4기통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이다. 이 엔진의 개발 과정은 ‘저항과의 전쟁’에 다름 아니었다. 이치하라 스나오 부수석 엔지니어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묘안들을 생각해 냈다. 그 한 예로 배기가스가 빠져나갈 통로를 두 개씩 묶은 뒤, 다시 하나로 합친 ‘4-2-1’ 방식을 들 수 있다. 이때 피스톤이 동시에 오르내리는 실린더의 배기관끼리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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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배기가 중간에 머뭇거리지 않고 한달음에 빠져 나갈 수 있게 됐다. 이 흐름으로 바람개비를 회전시켜 엔진이 빨아들일 공기를 압축하는 터보차저의 효율도 덩달아 개선됐다. 또한 배기관과 터보 관련 장치들을 엔진의 위쪽과 옆쪽에 밀집시켜 부피를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터빈으로 잔뜩 압축하면서 뜨거워진 공기는 냉각수로 식히는 방식을 택했다.

LFA 출신 정예 엔지니어들은 새 엔진 개발뿐 아니라 NX의 정체성을 뚜렷하고 명확하게 다졌다. ‘프리미엄 어반 스포츠 기어’의 개념을 몸놀림에 스며 넣었다. 결과적으로 차의 움직임은 단호해졌다. 또한, 조작이 과격해질 수록 NX는 오히려 쾌활해진다. 서스펜션도 강하게 압축될 때 제일 탱글탱글하다. 그 결과 NX는 ‘손맛’이 살아있는 SUV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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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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