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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캘리포니아 T, 터보 엔진으로 더 짜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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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캘리포니아 T는 페라리 최초로 하드탑 컨버터블을 장착한 GT 모델인 캘리포니아에 27년 만에 다시 도입된 터보 엔진이 얹힌 모델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답게 디자인도 세련돼 졌다. 3.8리터 트윈터보 560마력, 제로백 3.6초의 가속력 등 성능 제원은 완벽한 수퍼카이면서 우아하게 하드탑을 여닫는 2+2 컨버터블은 휴양지에 딱 어울리는 폼생폼사 라이프다. 일상 생활에 너무 편하게 적응하다 보니 페라리스럽지 못한 편안함과 조금 부족한 듯한 차체강성이 옥의 티다.

최신 페라리를 모두 다 타 보기는 자동차 기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비교적 많은 페라리를 운전해 본 기자이지만 사실 캘리포니아는 미처 못 타 봤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T를 시승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캘리포니아 T가 캘리포니아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냥 캘리포니아 T에 대한 소감만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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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캘리포니아의 뿌리를 찾아 봤다. 하드탑 컨버터블은 페라리 최초이니 이전 모델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8기통 앞엔진 후륜구동(FR), 2+2좌석에 컨버터블인 페라리 모델이 뭐가 있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없다. 8기통 스파이더 모델들은 MR에 2인승이다. 1990년대 몬디알 t 카브리올레는 2+2 컨버터블이긴 하지만 8기통 MR구성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 등장했던 모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330GT 2+2와 365GT 2+2 스파이더가 등장한다. FR 구성에 2+2 컨버터블이다. 드디어 찾은 것인가? 그런데 이 모델들은 엔진이 V12다. 결국 하드탑 컨버터블을 제외하더라도 캘리포니아의 완벽한 조상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캘리포니아는 페라리 최초의 8기통 엔진 FR, 페라리 최초의 하드탑 컨버터블, 페라리 최초로 장착된 DCT 등 여러 개의 타이틀을 얻은 모델이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이름일까? 1957년 250GT 캘리포니아 스파이더가 미국 시장을 노리고 개발되면서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시초다. 모든 250들이 그렇듯이 V12 3리터 엔진을 얹었는데, 엔진이 V12라는 것과 2인승 모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현재의 캘리포니아와 가장 가까운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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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상당히 복잡했던 페라리의 모델 라인업이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많이 단순해졌다. V12와 V8 스포츠카, V12 GT, 그리고 288GTO, F40의 뒤를 잇는 하이퍼카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2008년 캘리포니아가 등장하면서 페라리에 새로운 볼륨 모델이 추가됐다. 당시 V8 스포츠카들은 2인승 MR 구조였지만 2+2와 하드탑 컨버터블을 실현하기 위해 FR 구조를 택했고, 8기통 엔진을 앞에 얹었다.

캘리포니아 T는 캘리포니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T’는 1987년 등장한 F40 이후 27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터보 엔진을 기념해 붙였다. 사실 페라리하면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으로 오랫동안 유명했지만 캘리포니아 T를 기점으로 이제 서서히 터보 엔진의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차체 사이즈는 4,570 x 1,910 x 1,322mm에 휠베이스 2,670mm다. 흔히 말해 아반떼 사이즈의 차체에 괴물 같은 엔진을 얹은 차라 할 수 있다. 아반떼가 4,570 x 1,800 x 1,440mm에 휠베이스 2,700mm다. 앞뒤 무게 배분은 엔진을 최대한 뒤쪽으로 위치시킨 프론트 미드십과 변속기를 뒤 차축에 연결한 트랜스 액슬 구조 등으로 인해 페라리의 전통인 47:53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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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페이스리프트라 다 바꿀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페라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가끔 그렇듯이 공유할 수 있는 외피가 거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세로로 길게 늘어난 헤드램프는 458을 닮았고, 라디에이터 그릴이 많이 커지면서 보닛 중앙에 있던 공기 흡입구는 사라졌다. 대신 보닛 상단에 2개의 에어 벤트를 크게 뚫었다.

앞 펜더 뒤쪽으로 뚫려 있는 공기 배출구는 형상이 바뀌었고, 뒤 펜더 쪽으로 흐르는 라인도 새롭게 다듬었다. 다소 땅딸막하게 보였던 옆모습이 상당히 늘씬해졌다. 디자인의 힘이 참 대단하다. ‘에어로 다이나믹의 페라리’답게 바디라인 하나하나가 공력특성을 고려해 다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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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리드에 박혀있는 리어 램프 형상은 그대로지만 디테일을 다듬었고, 뒷범퍼 중간 검은색 플라스틱 부분을 없애면서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제동등은 범퍼 좌우에 길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세로로 2개씩 나열되어 있던 테일 파이프를 가로 배치로 바꾸고 디퓨저를 더욱 날카롭게 세웠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지난 캘리포니아는 GT 스포츠카라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해서인지 디자인이 좀 심심했다면 캘리포니아 T는 이제서야 페라리 느낌이 제대로 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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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거쳤다. 스티어링 휠은 최신 모델들과 디자인을 공유하면서 스포츠카의 느낌을 더 많이 살렸고, 데시보드 상단의 공기 배출구 사이에 디지털 터보 퍼포먼스 엔지니어(TPE)를 더했다. 테두리 부분이 터치패널로 되어 있어 테두리를 손으로 건드릴 때마다 화면이 전환된다. 터보 응답성과 효율성을 %단위로 보여주고, 터보 부스트 압력과 시간도 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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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에어컨 조작부는 디자인이 조금 바뀌었고, 센터 스택에 배치된 변속기 버튼, ‘R’, ‘AUTO’, ‘PS(파워 스타트)’ 버튼이 과거 가로배치에서 세로배치로 바뀌면서 스택 디자인도 좀 더 심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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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도 디자인이 조금 변했다. 헤드레스트 주변도 바뀌었고, 가죽 패턴이나 등받이 형상도 조금 달라졌다. 하지만 어떻게 변해도 멋지고, 화려하고, 몸을 잘 잡아준다. +2로 주어진 시트는 사람이 타기에는 너무 좁다. 여행에 필요한 짐을 싣는 공간으로서는 활용도가 무척 높다. 탑을 닫았을 때 트렁크 용량은 340리터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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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3,855cc V8 직분사 트윈 터보로 최고출력 560마력, 최대토크 77kg.m를 발휘한다. 이전 캘리포니아는 자연흡기 V8 4.3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49.5kg.m를 발휘했었고, 캘리포니아 30 모델의 경우 490마력, 51.5kg.m로 성능이 높아졌었다. 캘리포니아 T는 캘리포니아 30과 비교하더라도 출력이 70마력이나 높아진 것이다.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7단 DCT로 같다.

0~100km/h 가속은 3.6초, 최고속도는 316km/h로 캘리포니아 30의 3.8초, 312km/h보다 더 빨라졌다.

비슷한 사이즈의 스포츠카인 488GTB는 V8 3.9리터 트윈터보로 670마력, 77.5kg.m를 발휘하고, 0~100km/h 가속 3.0초, 최고속도 330km/h로 달린다. 성격에 따른 성능 차이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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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캘리포니아 T는 무척 빠르다. 분명 GT 성격의 차인데도 정말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달려나간다. 최근 시승했던 메르세데스-AMG GT S도 0~100km/h 가속이 3.8초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엔진 회전은 거침없이 솟아오르고, 변속은 매끄럽고 빠르다.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춰주는 실력도 최고다. 최고 회전수인 7,500rpm까지 엔진을 돌리면 엔진 사운드도 환상의 영역으로 올라간다. 자연흡기 엔진을 썼던 캘리포니아는 최고회전수가 8,000rpm이었지만 터보 엔진으로 바뀌면서 약간 내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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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 영역까지 뻗어나가는 힘도 대단하다. 어떤 속도에서도 가속은 즉각적이고 꾸준하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끊임없이 가속의 유혹을 받게 된다. 계기판도, 스티어링 휠도, 센터페시아를 덮은 가죽까지도 자꾸만 더 빨리 달리도록 운전자에게 최면을 건다. GT 성격의 차임에도 유혹이 이렇게 강하니 페라리는 어떤 모델이어도 페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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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은 센터터널에 있는 ‘AUTO’ 버튼으로 수동과 자동을 선택하고, 시프트 패들을 이용해 변속한다. AUTO 모드에서는 오른쪽 시프트 패들을 한 번 당겨 1단에 위치시킨 후 출발하면 자동으로 변속해 준다. AUTO 모드에서도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 언제든지 수동으로 변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AUTO모드에서는 회전이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되고, 잠시 정속주행을 하면 다시 자동 변속으로 돌아간다.

계속 수동모드를 유지하고 싶으면 ‘AUTO’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계기판에 ‘AUTO’ 램프가 꺼지면서 수동모드가 된다. 이 때는 회전수가 레드존에 이르러도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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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수가 레드존에 가까워지면 운전대 상단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5개까지 들어 올 때 시프트 패들을 당겨 변속하면 엔진 회전수를 최대까지 사용하는 것이 된다. 자동 변속 상황에서도 회전수가 높아지면 빨간 불은 들어오는데 그냥 엑셀을 밟고 있으면 시프트업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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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우측 하단의 마네티노는 컴포트와 스포트, 그리고 ESC 오프 모드가 있다. 스포트 모드가 되면 승차감도 더 단단해지고 엔진 응답성이나 변속 시간이 더 빨라진다. 그만큼 저속에서는 엔진브레이크가 심하게 걸려 다소 불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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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무척이나 편하다. 기본적으로 살짝 단단한 세팅이긴 하지만 차가 막히는 시내 구간에서 타더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스포츠 모드가 되면 승차감이 살짝 더 단단해지는데 만약 스포츠 모드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하면 운전대 왼쪽에 있는 쇽업쇼버 그림의 버튼을 눌러주면 ‘범피 로드’ 모드가 되면서 노면 요철의 진동을 더 많이 걸러준다. 이 기능은 일상에서 승차감을 더 부드럽게 해 주기도 하지만, 노면이 좋지 않은 산길을 달릴 때도 사용하면 요철에서 타이어가 튀어오르면서 접지력을 놓치는 것을 억제해 오히려 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 지기도 한다. 마그네라이드와 F1 트랙 등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승차감과 안정감의 조화가 상당히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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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속에서 급차선 변경을 시도해 보면 스티어링 휠의 유격도 좀 있는 편이고, 차체 거동도 약간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차가 진짜 스포츠카는 아니라는 말이다.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스포츠카로 세팅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스포트 모드로 바꾸면 안정성은 한결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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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 포지션이 살짝 애매한 점도 아쉽다. 계기판의 위치가 상당히 높아 시트를 꽤 높여 앉아야 시야 확보가 된다. 평소 시트를 최대한 낮춰서 타는 운전 습관과 잘 안 맞았다.

산길에서도 캘리포니아 T는 결코 기죽지 않는다. 핸들링은 예리하고, 가속은 경쾌하다. 코너에서 엑셀을 깊게 밟으면 여지 없이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 물론 ESC가 적극적으로 자세를 유지해 주지만 살짝 돌아가는 엉덩이를 즐기는 재미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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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을 열고 닫는 데는 불과 14초가 걸린다. 하드탑 컨버터블로서는 무척 빠른 속도다. 캘리포니아 T는 차체 강성을 강화해 탑을 열어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쿠페만큼의 강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요철을 지나거나 산길을 달릴 때 비틀림에 대한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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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T는 누가 뭐래도 페라리다. 강렬한 디자인, 화려한 실내, 짜릿한 달리기, 자극적인 엔진 사운드, 정교한 핸들링을 다 가졌다. 사실 타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 캘리포니아에 대한 불만의 소리들을 감안할 때 이번 캘리포니아 T는 확실히 더 빨라졌고, 정교해지고 짜릿해진 것 같다. GT 스포츠카로 이 정도의 역동성을 가진다면 페라리로서 전혀 손색이 없겠다. 하지만 지나치리 만큼 부드러운 주행 감각과 변속 패턴, 그리고 아쉬움이 살짝 남는 차체 강성 등에서 이 차가 추구하는 방향 또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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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T는 페라리를 타 보지 않은 사람들을 페라리의 세계로 인도하는 첫 관문 같은 차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로 추앙 받는 페라리인 만큼 처음 스포츠카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페라리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닐 수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캘리포니아 T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여성을 비롯해 좀 더 편하게 페라리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캘리포니아 T는 분명 매력적인 모델이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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