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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대부, 모터라이프 정재균 대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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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소개한 자동차 갤러리 카페 ‘모터라이프’의 대표는 현역 치과의사인 정재균 씨다. 그는 다양한 방면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어 대한민국 대표 모터리언으로 손 꼽히며,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그의 인터뷰 기사가 나가서 이제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유명인이다.

특히 최근 정 대표는 아마추어 모터스포츠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팀 365-ONE’이라는 레이싱 팀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는 단장이기도 하다. 국내 모터스포츠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은 물론 모터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 험한 길을 헌신적으로 가고 있는 정대표의 열정에 박수를 보낼 정도다.

모터리언은 앞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이들을 차례대로 소개할 예정인데, 그 첫 번째로 모터라이프 정재균 대표의 자동차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그의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가 정재균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사실 그리 오래지 않았다. 모터라이프와 정재균 대표에 대해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약간의 교류가 있었지만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결국 그를 만나려고 몇 년 전 모터라이프를 방문해서야 그와 대면할 수 있었다.

처음 정대표를 만났을 때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마른 체격이어서 살짝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멋진 자동차를 여러 대 소유할 정도로 성공한 분인데 살짝 마른 체격이다 보니 성격이 약간 까칠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생긴 탓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 선입견은 정말 잘못된 선입견이었다는 생각이 확 들었고, 그 이후 최근까지 가끔 그를 볼 때마다 참 선하고 순수한 분이 엄청나게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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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재균 대표는 ‘누구나 그렇듯이’라고 운을 떼면서 어렸을 때부터 지나가는 자동차에 호기심을 가지고 자랐지만 실제로 다양한 자동차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내고, ‘운 좋게도’ 부모님과 사회가 인정해 주는 대학교와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에 진학해 학부 6년을 졸업하고, 전공의 3년, 군의관 3년을 마치고 30살에 결혼한 그는 이듬해 가정의 도움 없이 거의 은행 돈을 빌려서 개업을 했고, 지금까지 치과의사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결혼을 하고, 개업을 할 때까지도 그의 모터라이프는 군의관 시절 어렵게 마련한 첫차이자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대우 르망 레이서’가 전부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첫차가 범상치 않은 놈이었고, 처음으로 ’160km/h’를 돌파했던 그 차와의 첫 경험을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후 르망, 프린스, 슈마, 마르샤 등을 타면서 7, 8년 정도가 흘렀고, 병원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즈음 본격적으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세컨드카로 2인승 로드스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당시 매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던 마쯔다 미아타, BMW Z3, 메르세데스-벤츠 SLK, 포르쉐 복스터 등을 눈 여겨 보았지만, 때마침 IMF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수입차를 살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그는 기아 엘란을 그 대안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엘란을 처음으로 시승했을 때 Z3와는 무언가 다르게 다가 온 그 첫 느낌에서부터 그와 로터스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되었다. 공격적인 가속감과 한발 빠른 스티어링 반응성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렇게 엘란을 구입을 계기로 이 작고 가벼운 로드스터에 푹 빠진 그는, 원래 한번 빠지면 푹 빠지는 성격이라 아예 인터넷에서 ‘클럽 엘란’을 만들고, 초기 웹마스터를 맡아 운영했다. 그 클럽 엘란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데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아직도 그의 이름이 있다고 한다.

그가 엘란에 빠져 들 즈음 그의 중요한 모터라이프는 일요일 새벽에 엘란의 지붕을 열고 시원하게 달리면서 평소 병원 일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것이었다.

기아 엘란으로 ‘로터스의 맛’을 알게 된 그는 진짜 로터스를 구입할 계획을 갖게 되는데 당시에는 로터스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도 되지 않던 때였다. 우연히 호주 여행 중 한 딜러에서 페라리 360 모데나 옆에 서 있는 엘리스를 처음 본 순간 그에게 지름신이 강림했고, 딜러가 페라리를 적극 권유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로터스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고, 결국 우여 곡절 끝에 첫 엘리스를 들여 오게 되었다.

그 때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평창동에서 엘리스를 찍어서 클럽 엘란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을 한 회원이 보배드림에 올리면서 ‘합성이다’, ‘아니다’ 일대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정대표가 다음에 유명산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 퍼트리면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로터스 사랑은 거의 1년에 한 대씩 새 식구를 맞이하는 수준이 되었고, 결국 지금의 ‘모터라이프’를 오픈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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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로터스의 매력을 물었다.

“꼭 나오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저도 꼭 해드리는 답변이 있는데, 바로 날카로운 핸들링과 민첩한 반응입니다. 거기다 엘리스는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로드스터이고, 추가적으로 저 배기량으로 인한 자동차세의 절약과 저 체중으로 인한 고연비 등이 부수적으로 생기는 메리트이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여러 지면을 통해서 많이 알려져 있는 로터스의 특징이고, 더 중요한 것은 타보면 ‘역시!’ 라는 느낌이 온다는 겁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그 느낌, 타보시면 알게 됩니다.”

지난 모터라이프 탐방 기사에서 이야기했듯이 그의 콜렉션에는 9대의 로터스와 기아 엘란, 페라리 테스타로사, 웨스트필드 수퍼 세븐, 포르쉐 박스터, 랜드로버 이보크, BMW Z8 등이 있고, 머지 않아 한 가족이 될 모델이 또 몇 기다리고 있다. 콜렉션 중 몇몇 모델은 희귀한 한정판 모델이다.

이 많은 차들을 모두 병원에서 번 돈으로 산 것인지 많은 이들이 물어 온다고 한다. 그래서 기자도 물어 봤다. 그랬더니 사실 병원 수입만으로 차를 사 모으고 모터라이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우며,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투자 수익이 조금 있다는 정도로 답변했다.

그러고 나서 그가 강조한 것이 있는데, 무조건 돈이 많다고 그처럼 콜렉션과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그가 돈이 엄청 많다면 그나마 좀 쉽게 이들을 운영할 수도 있고, 또 로터스 만이 아니라 아예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파가니 같은 차들도 모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그가 돈이 많아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다기 보다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로터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는 요즘 누구나 하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 라운딩 하는 시간을 아껴서 차를 만지고, 그 돈을 아껴서 부품을 구입하고, 다른 식구 들여 오는데 보탤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의 자동차 정비 기술 수준도 이제는 무척 높아져서 웬만한 부품 주문과 교환 등을 직접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그를 만나러 갔던 날도 새로 들여온 Z8의 망가진 부품을 직접 교환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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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가 일반적인 서민들과는 다른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부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과 열정을 쏟아 부어 만든 콜렉션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누적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차 마시면서 차 구경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그는 흔한 부자는 분명 아니다. 엄청난 마음의 부자다.

치과의사이자 모터라이프 대표인 그에게 최근 새로 생긴 직함이 하나 더 있다. 레이싱 팀 ’365-ONE’의 단장이 그것이다. 팀 365-ONE은 현재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아반떼 전에 전인호, 박성연 선수를 출선시키고 있으며, 전인호 선수가 우승까지 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팀 365-ONE은 365일(one)을 의미하기도 하고, 카페 모터라이프의 주소가 365-1번지 인 것에서 따 온 것이기도 하다.

모터스포츠를 잘 모르는 기자가 물었다. 무슨 돈으로 팀을 운영하느냐, 팀을 운영하면 무슨 이익이 있느냐? 아주 원초적이고 무식한 질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도 이 부분을 궁금해 한다고 한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좋은 기회에 우수한 선수를 알게 됐고, 그들이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도록 처음에 그의 돈으로 경주차를 제공했다. 경기를 뛰게 되면 수리가 필요하고 소모품이 필요한데, 타이어 등 주요 소모품과 정비는 협찬해 주는 업체가 있어서 해결하고 있고, 그 외에 경비는 마침 팀의 전인호 선수가 매번 우승을 하면서 우승 상금으로 어느 정도 충당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답변을 들으면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큰 돈 안 들이고 팀이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의 넘치는 열정과 헌신적인 보살핌, 뛰어난 통찰력이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된다.

그래서 그는 요즘 모터스포츠에 푹 빠져 산다. 그가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서킷을 누비는 것도 아니고, 레이스로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닌데, 그는 레이스가 좋단다. ‘모터라이프’ 스티커가 붙은 차가, 자신의 ’365-ONE’팀의 차가 서킷을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무엇보다 우승까지 해 주는 것이 더 없이 기쁘다고 한다. 마치 헌신적으로 자식을 키워 자식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는 아버지 같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의 헌신적인 자동차 사랑이 위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수십 년 전 영국에서 태어났다면 콜린 체프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풀뿌리 모터스포츠가 아름답게 성장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자동차 컬렉션이 더 풍성해지고, 좀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편하게 자동차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모터라이프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자동차 사랑과 열정이 식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그런 날은 머지않아 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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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8은 어떻게 구입하게 되셨어요?

- 기아 엘란을 98년에 샀는데, 당시가 IMF 경제위기 때라 수입차를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덕분에 엘란을 만난 것이 큰 복이긴 했지만 사실은 Z3, SLK, 복스터 등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 Z3의 M 버전인 ‘M 로드스터’를 주목하고 있다가 한 딜러에 있는 그린 색 M 로드스터를 사진으로 보게 되었는데, 마침 그 옆에 빨간색 Z8이 함께 찍혀 있었고, 지인들에게 물어 보니 콜렉션으로는 Z8이 정말 좋다는 평가들이어서 우여곡절 끝에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다.

모터라이프 카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 우선 간단히 말씀 드려서 자동차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모여서 수다 떨고, 차 마시고 하는 공간이 부족합니다. 모였을 때 주차 문제도 어렵고, 일요일 새벽드라이브를 하고 나면 갈 수 있는 장소도 늘 거기서 거기여서 좀 새롭고 시선한 만남의 장소인 클럽하우스 개념의 장소를 만들어야겠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자동차 동호회는 많은데 각종 정기모임과 세미나 혹은 DIY 정비모임 관련 영상 감상 등 여러모로 쓸모 있는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이제 일본 등에서 발전하고 있는 개러지 문화가 한국에도 도입될 시기가 온듯합니다. 모터라이프 말고도 이미 ‘꽃과 어린왕자’도 있고 컵셉은 다르지만 ‘아델도르프’라는 곳도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로터스가 위주지만 앞으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를 표방하는 전문 갤러리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돈이 더 많다면 꼭 사고 싶은 차는 뭔가요?
- ‘엔초 페라리’요. 전 ‘라 페라리’는 바라지 않고 엔초 페라리가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엔초 페라리 살 수 있는 돈도 없거니와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면 로터스를 여러 대 살 수 있으니 과연 엔초 페라리를 제가 가질 수 있는 날이 올지는 미지수네요. 사실 제가 페라리도 좋아하는데 지금 페라리가 한 대 밖에 없는 것도 페라리 한 대 살 돈이면 로터스 두, 세대를 살 수 있으니 로터스에 더 집중하게 된 탓이지요.

2-일레븐도 서킷에 가져가서 타시는 것 같던데 직접 레이스에 참가할 생각은 없나요?
- 저는 실력이 선수들 만큼 안 되니 제가 직접 뛰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어쩌다 제가 서킷에서 달릴 때도 저는 거의 유람하며 달리는 수준입니다. 그대신 2-일레븐 같은 경우는 제가 믿을 수 있는 선수에게 스티어링 휠을 맡겨서 주행을 하게하고 전 그 옆자리에서 와인딩을 즐기곤 하는데 정말 짜릿합니다. 스트레스도 해소 되고요.

모터스포츠에서의 꿈은 뭔가요?
- 세미프로 전인 벨로스터 터보 전에 출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세미프로 전에 나가 보고 성적이 잘 나오면 젠쿱 프로 전까지 가고 싶어요. DDGT가 없어져서 상당히 재미있었던 경차 전이 없어졌고, 로터스로 경주할 기회가 없어진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로터스 전이 다시 생기면 좋겠어요.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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