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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로 화려함을 더한 스페셜 모델, 푸조 2008 LED 트랙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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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서 보이는 수입차의 종류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수입된 미국, 일본 메이커의 자동차들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메이커의 자동차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푸조도 그 흐름에 동참한다. 폭발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독일차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지만, 묵묵히 판매량을 늘려가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푸조 자동차 판매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모델은 도심형 CUV인 200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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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은 작년 10월 국내 출시 이후 예약판매 1주일만에 1,000대 판매를 돌파했고 지난 6월에는 월 300대 이상을 판매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08의 두 가지 스페셜 모델도 수입됐는데, 독특한 컬러로 곳곳에 포인트를 준 아이코닉 에디션과 이번에 시승하게 된 LED 트랙 에디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LED 트랙 에디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모델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대신 LED 장식을 장착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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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스페셜 모델이지만 기존 2008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겉모습만 봐서는 일반 모델과 차이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전장 4,160mm, 전폭 1,740mm, 전고 1,555mm의 2008은 소형 해치백인 208을 베이스로 해 길이를 20cm 늘리고 키를 9cm 키운 모델이다. 휠 베이스는 2,540mm로 동일하지만, 늘어난 길이만큼 트렁크 공간에 여유를 줘 더욱 실용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푸조의 의도가 보인다. 경쟁 모델인 르노삼성의 QM3와 크기가 비슷하고, 쉐보레 트랙스보다는 다소 짧고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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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치켜뜬 모양의 헤드라이트와 울퉁불퉁 굴곡을 준 본넷 덕분에 앞모습에서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다. 여느 푸조 모델과 마찬가지로 익살스러운 표정을 연상케 한다. 전장이 4m를 조금 넘는 작은 차체를 가진 CUV로 분류되지만, 메탈 재질의 스키드 플레이트로 차체 하단을 장식해 SUV임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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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에선 뒤휀더에서 범퍼로 이어지는 부분이 풍만하게 부풀어 실제 크기보다 더욱 커 보인다. 또, 스키드 플레이트가 장착된 범퍼 하단부분을 차체 색상과 다르게 처리해 스포티한 뒷모습을 만들었다. 사자가 할퀸 모양의 테일 램프는 차체의 곡선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차체 곳곳에 크롬 장식이 더해졌지만, 과하지 않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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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모니터가 가운데 자리잡은 T자 형태를 바탕으로 간결하게 구성됐다. 대시보드 패널과 센터페시아, 도어패널에 다양한 재질을 사용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위쪽으로 따로 돌출된 계기판은 세련된 느낌을 제공함과 동시에 운전 시 시선을 크게 돌리지 않고도 각종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안전운전에도 기여한다. LED 트랙 에디션의 계기판은 테두리에 LED 장식이 적용돼 더욱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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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경이 작고 볼륨감있는 디자인의 스티어링휠은 마치 스포츠카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또한, 여성 운전자도 쉽게 돌릴 수 있을 만큼 가벼워 좁은 길을 빠져나가거나 주차할 때 특히 편리하다. 가죽과 금속 장식의 마감이 훌륭하고, 쉬프트 패들의 조작감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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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재생은 물론이고 차량에 대한 정보와 조명 등의 설정까지 가능하다. 다만 한글화가 되지 않은 메뉴가 다소 아쉽고, 반응속도가 매우 느린 블루투스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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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아래에는 공조기와 비상등, 도어 잠금 버튼이 위치한다. 하이글로시 재질을 사용해 먼지와 지문이 많이 남아 더러워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버튼 조작감은 나쁘지 않다. 다이얼 대신 토글 스위치로 온도를 조절하는데, 절도있는 조작감은 좋지만 온도를 큰 폭으로 조절해야할 때 다소 답답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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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좌감이 훌륭한 시트 덕분에 장거리 운전시에도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버킷 시트를 연상시키는 사이드 볼스터는 코너에서 운전자를 흔들림 없이 잘 잡아준다. 등받이 부분을 얇게 설계해 뒷좌석 레그룸을 확보하는 세밀함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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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공간은 충분하다. 높은 루프라인 덕분에 성인 남성이 타고 내리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뒷자리에 세 명이 타고 장거리를 달리기에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가까운 거리라면 딱히 문제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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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확보해 실용성을 놓치지 않았다. 거의 수평에 가깝게 폴딩이 가능한 뒷좌석을 접으면 360L의 트렁크 공간은 1,194L로 늘어난다. 물건의 손쉬운 운반을 위해 시트 바닥에 설치된 레일과 곳곳에 위치한 수납공간까지 잘 사용하면 더욱 실용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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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LED 트랙 에디션의 숨은 매력은 천장에 있다. 일반 2008 모델(펠린 모델 기준)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대신 패브릭 천장에 LED 라이트를 적용했다. 낮에는 존재감이 없지만, 밤이 되면 빛이 들어오는 LED 라이트는 은은하게 실내를 밝혀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다만, 일반 모델과 차별화되는 거의 유일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운전자는 알아차리기 힘든 부분이라 스페셜 모델로서의 존재감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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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으로는 1.6 e-HDi 디젤 엔진과 MCP 변속기가 탑재됐다. 4,000rpm에서 최고출력 92마력을 내고, 1,750rpm에서 23.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고출력이 100마력이 채 안되지만,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꾸준히 나오는 토크는 1.2톤의 가벼운 차체를 경쾌하게 움직인다. 폭발적인 가속과는 거리가 멀지만 통통 튀듯이 가볍게 움직이는 맛은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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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LED 트랙 에디션에는 푸조가 자랑하는 수동기반 자동 변속기인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 변속기가 적용됐다.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일반 자동 변속기와 달리 고전적인 수동 변속기를 기계가 대신 조작해주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다보니 일반 자동 변속기 차량처럼 운전하게 되면 불쾌한 변속 충격이 동반된다. MCP 차량을 접해본 대부분의 사람이 불만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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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전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변속 충격을 거의 없앨 수 있다. 마치 수동 변속기 차량처럼 기어가 바뀔 때 마다 가속 페달을 잠시 떼어주는 것이 요령이다. M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변속하면 더욱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 변속 시에 철컥하고 기어가 물리는 느낌은 클러치 페달이 없는 수동 변속기, 딱 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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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레버에 표시된 단수도 일반적인 P-R-N-D 대신 R-N-A의 구성을 택했다. P 모드가 없기 때문에 수동 변속기처럼 정차 시 기어를 N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줘야 한다. 기어를 A모드에 놓고 브레이크를 풀면 수동차와 비슷한 느낌으로 덜덜거리며 출발한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매끄럽게 가속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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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가 높아 쉽게 휘청거릴 거라는 편견은 금물이다. 탄탄한 하체 세팅으로 유명한 프랑스차 답게 다소 높은 차고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과속 방지턱 및 포장 상태가 불량한 도로에서는 SUV 다운 충격 흡수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노면을 꽉 움켜쥐고 코너를 돌아나간다. 도심형 CUV라는 차량의 성향에 잘 어울리는 서스펜션 세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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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노하우가 집약된 디젤 엔진과 수동 변속기보다 더 효율적인 MCP 변속기, 1.2톤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가 조합돼 연비가 매우 훌륭하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17.4km(고속 19.2km/l, 도심 16.2km/l)이지만 실 연비는 공인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뜨거운 날씨 탓에 시승 내내 에어컨을 켜고 주로 도심 위주로 주행했음에도 리터당 17km를 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트립을 리셋하고 고속도로를 주행해보니 리터당 23km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 향상과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스톱&스타트 기능은 완전히 정차하기 전부터 시동이 꺼지고, 재시동 시에도 이질감이 적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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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중적이지 못한 푸조라는 브랜드와 어색할 수 있는 디자인, 변속 충격이 불만스러운 MCP 등 2008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짧은 시승기간 동안에 2008에 대한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개성 가득한 디자인은 볼수록 매력적이며, 작은 차체임에도 충분히 실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MCP 변속기에 익숙해지면 자동 변속기만큼 편하면서도 수동 변속기만큼 짜릿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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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은 폭발적인 성능도, 수려한 스타일링과 럭셔리한 실내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실용성과 경제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개성이 강한 프랑스차이다. 이런 매력에 2천만원 중반에서 시작하는 가격을 무기로 주 구매층인 2~30대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어 꾸준히 판매량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2008 LED 트랙 에디션도 마찬가지다. 한정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단 100대만 판매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일반 2008 펠린 L 트림의 3,090만원 보다도 저렴한 2,8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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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스페셜 에디션이라 하면 화려한 특별 옵션을 갖춘 고가의 모델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 옵션을 과감히 삭제하고 보다 실속있는 사양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스페셜 에디션은 낯설지만 특별하다. 푸조 2008이 합리적인 소비자들을 정조준한 모델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언제나 한정판이 더하기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빼기의 미덕이 돋보이는 2008 LED 트랙 에디션은 분명한 존재의미를 지닌 한정판이다.

About 강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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