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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드라이버 줄 비앙키 끝내 사망… 모터스포츠 안전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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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샛별이 지고 말았다. 지난 해 F1 일본 GP에서 발생한 사고로 9개월 간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던 마루시아 팀의 드라이버, 줄 비앙키(Jules Bianchi)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끝내 영면했다. 향년 26세.

1989년 태어난 그는 젊은 나이에 F1 무대에 입성하면서 장래를 촉망받는 드라이버였다. 그러나 2014년 10월,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개최된 F1 일본 GP에서 빗길에 미끄러진 머신이 크레인과 충돌하면서 의식을 잃었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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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이랬다. 스즈카 서킷은 높은 난이도로 유명한 서킷인데다, 대회 당일에는 악천후로 시계가 나빴던 상황. 그러나 경기는 강행됐고, 자우버 팀의 아드리안 수틸이 먼저 코스를 벗어나는 사고를 겪었다. 곧이어 대형 크레인이 코스 밖에서 사고 수습을 시작했는데, 같은 위치에서 줄 비앙키의 머신도 코스아웃 하면서 크레인에 충돌한 것. 충돌 당시 줄 비앙키가 받은 충격은 중력의 90배인 90G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이 비극적인 참사로 인해 F1에서는 21년 만에 경기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모터스포츠의 특성 상 크고 작은 사고는 이어졌지만, 지난 1994년 산마리노 GP에서 롤란드 라첸베르거와 전설적인 아일톤 세나가 사망한 이래로 오랫동안 사망 사고가 없다는 것은 F1의 자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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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비앙키의 사망으로 전 세계 F1 관계자와 팬들이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F1의 안전 규정이 이대로 괜찮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년 안전을 이유로 머신에 가해지는 규제는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정작 그런 규제가 무색하게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 머신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는 유럽 시청자들에게 맞춰진 방송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악천후에도 경기를 강행하는 등 운영의 문제가 더 크지 않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 GP에서는 경기 시작 후에도 악천후로 인해 페이스카가 계속 등장했고, 결과적으로 타이어 온도가 낮아져 접지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 사고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올해 경기부터는 버추얼 페이스카 시스템이 도입돼 타이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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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모터스포츠에서 발생하는 가슴아픈 사망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옥의 랠리’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는 매년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WRC나 르망 24시 등 그 밖의 유명한 국제 대회에서도 종종 비보가 들려온다. 바이크의 경우도 운전자가 노출돼 있는 만큼 치명적인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 불과 이틀 전 미국의 라구나 세카 서킷에서 개최된 모토아메리카 대회에서도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모터스포츠의 안전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 대표적인 사고는 1955년 르망 참사다. 메르세데스-벤츠의 300 SLR 레이스카가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도중 관중석으로 돌진, 폭발하면서 84명이 사망하고 120여 명이 다친 이 사고는 모터스포츠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 사고로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랫동안 모터스포츠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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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모터스포츠는 단순히 빠를 뿐 아니라 안전한 스포츠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6년 악천후 속 뉘르부르크링에서 발생한 니키 라우다의 사고와 1994년 산마리노에서 발생한 천재 레이서 아일톤 세나의 사망 사고 등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뉘르부르크링에서 닛산 GT-R 레이스카가 관람객 1명을 덮쳐 사망하게 한 사고로 말미암아 뉘르부르크링 북쪽 코스 일부 구간에 속도 제한이 발효되기도 했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서킷의 속도 제한이라는 극단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모터스포츠 업계의 입장이다.

F1 Grand Prix of Japan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F1에 대한 안전 규정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부터 논의돼 온 클로즈드 콕핏의 도입 등 기술적 변화도 언급되고 있으며,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무리한 경기 운영에 대한 경각심이 강화될 전망이다. F1을 운영하는 FOM의 CEO, 버니 에클레스톤은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F1의 안전 강화를 약속했다. 또 FIA는 추모의 의미로 줄 비앙키의 엔트리 넘버였던 17번을 F1에서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Motor Racing - Formula One Testing - Test Three - Day 3 - Barcelona, Spain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의 속도를 추구하는 모터스포츠의 특성 상 사고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고로 인해 유망한 인재들이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입거나 세상을 등지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는 애도의 여론이 전 세계 모터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줄 비앙키의 장례식은 21일(현지시각) 프랑스 니스에서 치뤄진다.

Motor Racing -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 - Formula One Testing - Day One - Silverstone, England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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