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Review / 가슴 뛰는 얼짱 선데이 레이서, 볼보 S60 T6 R-디자인 시승기

가슴 뛰는 얼짱 선데이 레이서, 볼보 S60 T6 R-디자인 시승기

DSC01763

자동차 브랜드들은 늘 자신만의 뚜렷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지만, 사실 어느 자동차 브랜드가 오랫동안 쌓아 온 이미지가 자리잡으면 그것을 넘어서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지에는 으레 양면이 있기 마련이라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가 구축되면 반대로 부정적인 선입견도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럭셔리 카 브랜드의 자동차는 지루할 것이라든지, 정통 스포츠카는 불편할 것이라든지 하는 생각들이 그것이다.

스웨덴의 역사 깊은 자동차 메이커, 볼보도 오랫동안 그런 선입견의 희생양이었다. 안전에 관한 한 타협하지 않는 볼보지만,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볼보를 탄다고 하면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지언정 ‘스포티한 차를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지기는 힘들었다.

DSC01621

그런 볼보가 몇 년 새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보수적인 디자인을 벗어버리고 고성능 엔진을 얹었다.혁신적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은 연료효율과 개발효율, 퍼포먼스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을 받으며 볼보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S60 T6 R-디자인은 볼보의 변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2.0L 엔진에 트윈 차저를 얹어 300마력이 넘는 성능을 내는 파워트레인이며 아찔한 스포티 디자인이 적용된 내·외관까지 갖춰 “안전하지만 고리타분하다”는 과거의 볼보 이미지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G5B4551

볼보의 주행 성능을 얕잡아 보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볼보는 모터스포츠 경험도 풍부하고 꾸준히 고성능 모델을 만들어 온 회사다. 1994년에는 영국 투어링 카 선수권(BTCC)에 850 에스테이트(왜건)로 출전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꾸준히 STCC(스웨덴 투어링 카 선수권)와 호주의 V8 슈퍼카 선수권 등에 출전 중이다.

1996년부터 볼보의 모터스포츠 파트너가 된 폴스타(Polestar)와 함께 S60 R의 후예인 S60 폴스타를 선보인 것은 2013년의 일이다. 앞서 공개된 컨셉트카는 작은 차체에서 508마력의 최고출력을 내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는데, 양산모델은 그보다는 출력이 하향된 35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스포츠 세단으로 완성됐다.

DSC01865

S60 T6 R-디자인은 볼보 라인업 중 폴스타 바로 아래에 위치한 모델이다. 폴스타를 BMW M3에 비유하자면 T6 R-디자인은 335i M 스포츠 패키지 정도에 해당하지 않을까. 일상 주행의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고성능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때문에 자극적인 외장 컬러와 스포티한 디자인이 곳곳에 적용됐다.

DSC01643

컬러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Rebel Blue’라는 이름의 솔리드한 하늘색은 폴스타의 메인 컬러이기도 하다. 여기에 R-디자인에 걸맞은 과격한 범퍼와 리어 디퓨저, 원형 듀얼 머플러 팁 등이 인상적이다. 전용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R-디자인 뱃지가 부착된다.

DSC01850

요즘 고성능 모델들 사이에서 인기인 반광 메탈릭 재질도 범퍼 하단, 리어 디퓨저, 사이드 미러 커버 등에 폭넓게 적용됐다. 하이라이트인 5-스포크 19인치 투톤 알로이 휠까지 조합되면서 수더분한 인상의 S60은 얼짱 스포츠 세단으로 탈바꿈한다. 타이어는 235/40 R19 규격의 브리지스톤 썸머 타이어가 장착된다. 물론 지금도 멋지지만, 좀 더 멋을 부리고 생색을 내도 좋았겠다. 아직 볼보는 수줍음이 많다.

aS60T6V17

익스테리어의 변신에 비해 실내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차분함이 묻어난다. 얌전하지만 센터페시아의 세로 스트라이프가 스포티한 본성을 슬쩍 드러낸다. 그 밖에도 스티어링 휠의 R-디자인 뱃지, 페달을 비롯한 곳곳의 메탈 포인트가 시선을 끈다. 어느 모델을 타나 대동소이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식상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직관성이나 사용 편의성은 좋은 편이다.

aS60T6V21

S60 T6 R-디자인의 인테리어 중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시트다. 직접 앉아보면 쿠션감이 매우 푹신한 편인데, 볼스터가 두툼해 홀딩이 잘 되고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도가 적다. 바디 사이즈가 작아 뒷좌석의 경우 썩 공간이 넉넉하진 않지만 성인 남성이 타기에 큰 불편함은 없다. 통풍 냉방기능만 있었다면 완벽했을텐데, 고향이 추운 나라이다보니 어쩔 수 없나 싶다.

aS60T6V13

전 모델에 확대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계기판이나 손 닿는 면까지 연질 처리된 시프트 패들 등 전반적인 내장 완성도는 매우 만족스럽다. 경쟁사의 엔트리 세단들과 견줘도 마감 품질에서는 상위권이라 할 수 있겠다.

IMG_1591

R-디자인 자체는 지난 해 10월에 국내에 소개돼 대단히 참신할 것이 없지만, T6 라인업은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다. 볼보 코리아가 지금까지 한국에 들여 온 엔진 중에서도 구형 S80의 V8 엔진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것이다.

볼보는 “드라이브-E”라는 엔진 아키텍처를 전 라인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 기본은 2.0L 직렬 4기통 엔진과 아이신 8속 자동변속기의 조합인데, 여기에 성능과 용도에 따라 과급기나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더해 대배기량 엔진을 대체한다는 발상이다. 전통적인 볼보의 트림명이 기통 수를 의미했던 것을 고려할 때, T6는 6기통 엔진의 성능에 해당한다.

aS60T6V24

이 파격적인 엔진은 2.0L 직렬 4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에 슈퍼차저와 터보차저, 두 종류의 과급기를 더해 완성된다. 그 결과 최고출력은 306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에 달한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45 AMG 모델이나 폭스바겐의 골프 R 400 등을 통해 2.0 터보의 가능성에 기대가 실리는 업계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셈이다.

IMG_1512

터보차저는 폐기되는 에너지를 재사용한다는 점에서 효율이 좋지만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에는 제 구실을 못 한다. 그래서 볼보는 슈퍼차저로 초반 토크를 살려내는 방법을 채택했다. 덕분에 고성능 2.0 엔진들이 초반에 지독한 터보 래그에 시달리는 동안 S60 T6는 자연흡기 엔진 못지 않은 경쾌한 초반 가속이 가능하다. 저회전에서의 ‘윙~’ 하는 독특한 소리는 슈퍼차저의 작동음이다.

IMG_1468

좀 더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아봤다.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300마력이 넘는 힘이 지그시 뿜어져 나온다. 트윈스크롤 내지는 트윈 터보 엔진의 폭발적인 가속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차분하게 출력이 전개되는데, 초반에 슈퍼차저가 이미 과급을 시작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0-100km/h 가속은 제원 상 5.9초만에 마무리된다. 이 정도의 퍼포먼스면 걸걸하고 매끄럽지 못한 엔진 사운드도 용서가 된다.

볼보의 오묘한 서스펜션은 탄탄하지만 댐핑 스트로크가 긴 편이다. 일상 주행에서는 통통 튀지 않아 좋지만 스포츠 주행에서는 다소 롤링이 느껴진다. 하지만 S60 T6는 대구경 저편평비 타이어 덕분에 롤이 많이 억제된다. 엔진이 컴팩트한 덕분에 출력에 비해 회두성도 좋은 편이다. 전륜구동 세단임에도 동급 후륜구동 세단과 비교했을 때 코너링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IMG_1536

한 가지 미련이 남는 것은 한국 사양에서의 AWD의 부재다. T6 라인업은 300마력이 넘는 출력인 만큼 전륜구동만으로는 그 성능을 십분 발휘하기에 부족함이 느껴진다. 대형 세단이라면 모를까, 컴팩트 세단에 300마력은 앞바퀴만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출력이다. AWD 구동계가 탑재된다면 훨씬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IMG_1655

공인연비는 복합 10.6km/L이다. 시승 간 실연비는 시내 7km/L, 고속 13km/L, 복합 10km/L 정도를 기록했다. 출력에 비해서 일상 주행의 실연비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연비를 보여주는 일부 2.0L 터보 엔진들과 대조적이다.

DSC01669

평일에는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주말에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외국에서는 ‘선데이 레이서’라고 부른다. 최근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가 활기를 띠면서 트랙데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선데이 레이서 족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DSC01935

여유가 있는 드라이버들은 데일리 카와 트랙용 스포츠 카를 따로 두고 타기도 하지만, 많은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은 평소에 타던 차로 서킷에 입성한다. 당연히 패밀리 카는 주행 성능에 한계가 있고, 스포츠 카는 일상 주행에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니 기회기용을 따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

DSC01682

하지만 볼보 S60 T6 R-디자인은 선데이 레이서에게 취사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일상 주행에도 부담이 없고, 스포츠 주행에 나서도 부족하지 않다. 스웨덴 출신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얼짱 비주얼은 덤이다. 경쟁상대라고 해 봐야 BMW 335i나 아우디 S4정도가 생각나지만, 335i는 국내에서 만날 수 없고, S4는 2,000만 원 이상 비싸다. 알찬 컴팩트 바디에 강력한 심장을 탑재한 S60 T6는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