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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페라리는 12기통’,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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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F12 베를리네타’를 시승했다. V12 엔진을 얹은 GT 스포츠카로 스페셜 수퍼카 ‘라페라리’를 제외하면 도로용 양산모델 중 역사상 가장 강력한 페라리다. 740마력의 강력한 파워를 뒷바퀴를 통해 오롯이 뿜어내지만 흔들림 없는 안정성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달리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최근 추세가 그렇듯 이처럼 강력한 수퍼카임에도 평소에 일상 생활에서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안정적이고 안락한 주행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최고의 GT 스포츠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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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등장한 최초의 페라리부터 V12 엔진을 얹었던 페라리는, 이후 V8 엔진을 얹은 리틀 페라리가 가세해, 현재는 크게 V12 라인과 V8 라인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V12 엔진을 얹은 모델은 F12 베를리네타와 ‘FF’가 있고, V8 엔진을 얹은 모델은 ’488 GTB’와 ‘캘리포니아 T’가 있다. 그리고 모델에 따라 오픈 모델인 ‘스파이더’가 더해지기도 한다. 이들 기본 라인업 외에 ’458 이탈리아’의 스페셜 버전 ’458 스페치알레’가 있었고, ’599 GTB 피오라노’에는 서킷 버전인 ’599XX’와 스페셜 버전인 ’599GTO’ 등이 있었다. 그리고 최상위에 스페셜 한정판 수퍼카 ‘라페라리’가 자리하고 있고, ‘엔초 페라리’의 서킷 버전인 ‘FXX’와 ‘FXX 에볼루션’처럼 라페라리의 서킷 버전인 ‘FXX K’도 선을 보였다. 이들 외에도 페라리는 가끔 단 1대, 혹은 극 소수로만 제작하는 아주 특별한 ‘스페셜 모델’을 선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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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2 베를리네타는 페라리의 도로용 양산 모델 중 기함이다. ‘F12′라는 이름은 12기통 엔진을 지극히 사랑했던 페라리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이름으로 ‘페라리 12기통’ 모델을 의미한다. ‘라페라리’, ‘엔초 페라리’, ‘이탈리아’, ‘피오라노’, ‘마라넬로’, ‘모데나’ 등 페라리를 상징하는 이름들이 최근 지속적으로 모델명에 사용되고 있는 흐름에 맞춘 이름이다. 다만 페라리 40주년 기념 모델인 ‘F40′, 50주년 기념 모델인 ‘F50′과 유사한 방식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서 ‘F12′ 뒤에 페라리가 전통적으로 쿠페 모델에 자주 붙이는 ‘베를리네타’를 붙여 차이를 두고 있다.

F12 베를리네타는 ’599 GTB 피오라노’의 후속모델이다. 그 계보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당연히 레이스카였던 최초의 페라리 ’125 S’가 나오겠지만, 도로용 V12 스포츠카로서는 1950년대와 60년대의 수 많은 ’250GT’ 모델들의 뒤를 잇는다고 할 수 있겠다. 60년대 후반 ’365 GTB/4 데이토나’가 등장하면서 250 GT 시리즈가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까지의 V12 모델들은 엔진이 앞에 있는 FR 스포츠카였다.

이 후 1973년 ’365 BB’가 등장하게 되는데 BB는 ‘베를리네타 복서’의 약자로 수평대향 복서 엔진을 얹은 쿠페라는 뜻이다. 그리고 복서 엔진은 프론트가 아닌 미드십에 얹혔다. ’365 BB’ 이후 V12가 아닌 수평대향 복서 12기통 엔진이 미드십에 얹히는 시대가 이어진다. 5리터 12기통 엔진을 얹은 512 BB, 512i BB에 이어 전설적인 ‘테스타로사’가 등장한다. 테스타로사의 변형 모델이라 할 수 있는 ’512 TR’과 ‘F512 M’이 그 뒤를 이은 후에 미드십 복서 엔진 페라리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550 마라넬로’의 등장과 함께 다시 FR 방식 V12 엔진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550 마라넬로와 그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575M 마라넬로’, 그리고 후속 모델 599 GTB 피오라노를 거쳐서 지금의 F12 베를리네타가 탄생했다. 마라넬로와 테스타로사, 512 BB와 그 이전의 여러 모델들이 대략 5년 전후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 데 반해 599 GTB 피로라노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없이 바로 F12 베를리네타에 바통을 건네 준 것도 특이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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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2 베를리네타에는 740마력, 70kg.m를 발휘하는 V12 6,262cc 엔진이 장착됐다. 리터랑 118마력이 넘는 강력한 성능이다. 그런데 12기통 엔진으로 리터당 1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뿜어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V8 엔진은 1994년 ‘F355 베를리네타’가 등장하면서 리터당 100마력의 벽을 뛰어 넘었지만, 12기통 엔진은 마라넬로와 ’612 스카글리에티’까지만 해도 리터당 100마력을 넘지 못했다.

12기통 엔진으로 리터당 100마력을 넘은 최초의 모델은 바로 ‘엔초 페라리’다. V12 6리터 자연흡기 엔진으로 660마력을 뿜어냈었다. 그리고 엔초 페라리 이후 양산형 V12 모델들도 마침내 리터당 100마력 이상의 자연흡기 엔진을 가지게 됐다. 599 GTB 피오라노는 엔초 페라리의 엔진을 손봐 같은 V12 6.0으로 620마력을 발휘했고, 페라리 최초로 4륜구동을 채택한 FF는 FXX의 6,262cc 엔진을 손봐서 660마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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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시승한 F12 베를리네타 역시 이 V12 6,262cc 엔진을 더 강력하게 다듬어 얹었는데 최고출력이 740마력/8,250rpm에 이르고, 최대토크는 70kg•m/8,700rpm을 발휘한다. 특히 2,500rpm부터 최대토크의 80%를 발휘하기 시작해서 레드존인 8,700rpm까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랍다. 변속기는 최신 F1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가 장착됐다.

0~100km/h 가속 3.1초, 0~200km/h 가속 8.5초, 최고속도 340km/h의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하며 이러한 성능을 바탕으로 페라리 피오라노 서킷에서 랩 타임 1분 23초를 기록해 당시 역사 상 가장 빠른 페라리라는 영예를 얻게 되었다. 현재는 라페라리가 1분 20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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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이탈리안 레드 컬러의 F12 베를리네타 디자인은 시선의 블랙홀이다. 바디라인을 따라 이끌려가는 시선은 그 어느 곳에서도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렇게 한참 동안 바디라인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F12의 디자인이 공기역학의 진수라는 것을 조금씩 눈치 챌 수 있다. 당연히 지극히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강력한 가속과 최고의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F1 머신 개발과정에서 획득한 최고의 공기 역학 기술이 로드카에도 적용된 것이다. 그 결과 그 흔한 가변 스포일러도 없이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599 GTB의 경우 C필러 부근에서 공기가 흘러가는 터널을 볼 수 있었는데, F12는 앞 펜더 위쪽에 어른 손이 다 통과할 정도의 공기 터널이 만들어졌다. 그 터널을 빠져 나온 공기는 도어 옆면에 깊게 파인 홈을 따라 흐른다. 범퍼 좌우에는 주행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플랩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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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바라보는 F12는 흡사 독사의 얼굴을 닮았다. 만약 도로를 달리는 중 뒤에서 F12가 다가온다면 무시무시한 독사가 쫓아오는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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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을 보면 롱노즈 숏데크의 전형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긴 V12 엔진을 전통적인 프론트가 아닌 ‘프론트 미드십’에 배치하다 보니 노즈는 더 길어질 수 밖에 없었고, 2인승의 운전석은 차체 중앙 뒤쪽에 위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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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꼽히고 있는 250 GTO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라운드형 패널을 T자로 확장시키면서 디퓨저로 연결시켰고, 클래식한 원형 리어램프를 달았다. 그러고 보니 옆모습의 비례나 실루엣도 250 GTO를 닮았다. 범퍼 하단 좌우에는 고회전 V12 엔진의 강렬한 사운드를 뿜어내는 듀얼 배기파이프가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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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크가 날카로운 20인치 휠에는 앞 255/35 ZR20, 뒤 315/35 ZR20 피렐리 PZERO 타이어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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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순수한 스포츠카와 럭셔리 GT카의 모습을 고루 가지고 있다. 갈색과 검정색 가죽이 거의 모든 부분을 감싸고 있고, 부분적으로 카본과 알루미늄이 더해져 스포티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큼지막한 글씨로 ‘페라리’를 새겨 넣은 알루미늄 도어 스커프 문턱을 넘어서면 이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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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몸을 완벽하게 감싸준다. 앉는 자세도 편하다. 그리고 안락하다. 헤드레스트에는 뛰어 오르는 새하얀 말이 수 놓아져 있다. 2인승이라 뒷좌석은 없고, 시트 뒤에는 작은 가방 등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이 마련돼 있고, 선반에는 가방을 묶을 수 있는 가죽 벨트도 준비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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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실내는 시선을 돌리는 곳 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가장 의미가 깊고 시선을 끄는 부분은 역시 스티어링 휠이다. 날뛰는 말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고삐와도 같은 장치이면서, 힘이 넘치는 말을 가장 빠르게 달리도록 채찍질하는 장치인데다, 그 어느 브랜드의 것보다 다양한 기능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카본과 가죽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감싸고 있는 스티어링 휠은 D컷 스타일이고,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기능들을 통합했다. 맨 상단에는 엔진 회전이 레드존에 가까워지면 5개의 빨간색 불을 차례로 켜서 변속 순간을 표시해주는 인디게이터가 자리하고, 조금 내려오면 살짝 오목한 곳에 나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음기 버튼이 있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상태에서 엄지 손가락에 힘을 조금만 주면 무시무시한 존재가 접근하고 있음을 널리 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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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스포크 상단에는 방향 지시등 버튼이 있다. 역시 스티어링 휠을 잡은 상태에서 엄지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이면 쉽게 조작할 수 있다. 그리고 좌측 하단에는 엔진 시동 버튼과 서스펜션 감쇄력 조절 버튼이, 우측 하단에는 페라리의 자랑 ‘마네티노’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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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티노는 로터리를 돌려서 젖은 노면, 스포츠, 레이스, 트랙션 컨트롤 오프, ESC 오프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 모드가 스포츠다. 스티어링 휠 뒤에는 좌우 칼럼에 시프트 패들이 장착돼 있다. 칼럼 고정식이어서 스티어링 휠이 어떤 각도로 돌아가 있더라도 헷갈리지 않고 시프트 업과 다운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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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가운데 큰 원이 회전계인데, 눈금의 수직 방향에 0 rpm이, 직각인 3시 방향에는 1만 rpm이 위치한다. 두 방향이 90도로 꺾어져 있는 것이 페라리 계기판의 특징이다. 레드존은 8,700rpm에 이르고, 90도로 꺾어진 단면에는 기어 포지션이 디지털이 표시된다. 회전계 좌우에는 모두 4각형의 5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는데 매우 다양한 정보들이 표시된다. 좌우 표시를 각각 세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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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석에서도 엔진 회전수와 속도 등 주행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데시보드에 작은 디스플레이를 마련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옵션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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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공기 배출구 디자인은 전투기의 엔진 노즐을 닮았다. 주변부는 카본으로, 노즐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수퍼카들의 추세가 전통적인 기어레버 대신 버튼을 사용하는 것인데, 페라리는 처음 싱글클러치 F1 기어가 적용될 때부터 일반적인 자동변속기 기어 레버는 사용한 적이 없다. 작은 망치 모양의 변속기 레버도 F430부터는 버튼으로 대체됐다. F12도 ‘R’, ‘AUTO’, ‘PS’ 버튼 3개가 센터 브릿지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PS는 파워 스타트의 약자로 타 브랜드의 론치 콘트롤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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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려면 먼저 전통방식의 키를 키박스에 꽂아서 전원을 ON시키고, 그 다음에 브레이크를 밟고, 스티어링 휠의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된다. 동시에 전설의 페라리 12기통 엔진이 깨어난다. 흔히들 마력으로 따져서 무려 740마리의 말이 끄는 힘에 비유하곤 하지만, 12기통 페라리는 왠지 말 12마리가 끌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12마리의 새하얀 백마가 끄는 빨간 전차, 정말 멋진 그림 아닌가? 엔진이 깨어나는 순간 앞쪽 후드 아래서 전달되는 엔진 사운드와 뒤쪽 배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 사운드가 어우러져 운전자를 극도의 긴장 상태로 이끌어 간다.

F12에도 최신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장착됐다. 센터 브릿지의 ‘오토’ 버튼을 누른 후에 오른쪽 시프트 패들을 한번 당겨서 1단으로 변속한 후 엑셀을 밟으면 출발이다. 오토 모드에서는 계기판에 ‘오토’ 표시가 뜨고 변속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수동 모드로 전환하고 싶으면 ‘오토’ 버튼을 한번 더 눌러주면 오토 모드가 해제되면서 수동 모드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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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티노를 스포츠에 두고, 기어를 오토로 선택해서 주행하면 엔진이 깨어날 때의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이 무척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변속 충격도 전혀 없다. 그야말로 고성능 엔진을 얹은 세단의 스포츠 모드와 다름 없는 주행이다. 이러니 ‘이제는 페라리도 일상에서 타도 문제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사실 최근 수퍼카들이 모두 그렇게 변해가고 있기도 하다.

편하다고 해서 빠르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엑셀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엔진 회전이 순식간에 치솟으며 차체가 즉각적으로 튀어나간다. 0~100km/h까지 가속하는데 3.1초가 걸릴 뿐이다. 정말 아찔할 정도로 빠르게 달려 나가지만 의외로 편안함은 여전하다. 458 이탈리아나 람보르기니 우라칸, 포르쉐 911 터보가 주는 짜릿함과는 분명 차이가 난다. 빠른데 편안하다. 사실 너무 편해서 왠지 손해 보는 느낌마저도 들 정도다.

가속 시의 편안함은 고속에서도 이어진다. 순식간에 속도의 꼭지점을 향해 달려가지만 매우 높은 안정성을 자랑한다. 그런데 경쟁모델들이 주는 안정감과는 다른 묘한 긴장감은 살아있다. 포르쉐 911터보와 람보르기니들은 모두 4륜구동인 반면 F12만 오롯이 후륜구동인 까닭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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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가 오토일 때도 시프트 패들을 써서 수동으로 바로 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변속 후 급가속을 하지 않으면 잠시 후 자동으로 ‘오토’ 모드로 돌아온다. 오토 모드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오토’ 버튼을 눌러서 오토모드를 해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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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티노를 ‘레이스’로 돌리면 마치 천지가 개벽할 것 같은 긴장감이 밀려 오면서 이 엄청난 괴물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지 두려워지지만 의외로 안정성은 여전히 확보된 상태다. 엔진, 변속기, 스티어링, 서스펜션, 디프렌셜 등을 제어하는 SCM, F1-Trac, E-Diff, ESP, ABS, F1-DCT 등이 모두 최고 단계의 스포츠 모드로 전환되지만 ESC는 해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후의 안전 장치는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각 장치들의 상태는 계기판의 모니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모든 것이 과격해 진다. 엔진 회전은 순식간에 치솟고, 변속은 더 빨라지고, 스티어링은 더 예리해지고,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진다. 급 브레이크 후 기어를 내릴 때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엔진 회전수를 올려 변속을 끝낸다. 이제야 진정한 12기통 페라리가 울부짖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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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엔진 사운드는 언제나 하이 소프라노를 연상케 했었다. F1 머신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F355의 V8 엔진이 8,000rpm을 향해 치닫는 사운드의 전율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V12 엔진도 회전수가 8,000rpm을 훌쩍 넘으면서 매우 자극적인 사운드를 선사한다.

페라리의 ESC는 엉덩이가 꽤나 돌아간 다음에 개입한다. 그러니 ESC가 켜져 있어도 코너에서 오버스티어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사실 ‘쉽게’라고 표현했지만 과거와는 확연히 다를 정도로 안정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인데, 다만 그럼에도 출력이 워낙 높다 보니 코너에서 엑셀을 과격하게 밟는 것만으로도 오버스티어는 언제든지 발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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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은 서킷이 아닌 공공도로에서 이뤄진 탓에 극한의 달리기와 코너링을 경험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페라리 최고의 기함이 가진 강력한 카리스마에 압도 당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카리스마는 부드러움을 겸비한 카리스마라는 것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엔 마냥 부드러운 신사의 모습을 선보이지만, 상황이 허락된다면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전투력을 발휘하는 카리스마. 가장 현대적으로 진화된 페라리 12기통의 카리스마다. 다음에는 서킷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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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12기통’이라고 단언하기에는 V8 페라리의 존재감 역시 대단하다. 사실 역동성으로 따지면 458 이탈리아가 F12 베를리네타보다 더 짜릿하다. 하지만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엔진이 12기통 엔진임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엔초 페라리 이후 V12 엔진으로도 8,700rpm에 이르는 고회전과 리터당 100마력이 훌쩍 넘는 출력을 뿜어내는 만큼 오늘날 페라리의 V12 엔진은 페라리 역사의 정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정점을 잘 표현한 이름이 ‘F12 베를리네타’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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