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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피카소를 만나다, 시트로엥 C4 피카소 프랑스 여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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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을 다녀오고, 파리 근교를 하루 둘러 본 다음날,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여정이 무척 길기 때문이다. 파리를 출발해서 점심 때쯤 아비뇽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피카소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숙소는 모나코 근처다. 약 1,000km 정도를 하루에 달려야 된다.

동이 트기 전 숙소를 나와서 파리 시내 중심부로 향했다. 못내 아쉬워서 텅 빈 콩코드 광장과 개선문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개선문을 한 바퀴 돌아서 방향을 남쪽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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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주변이 온통 들판으로 둘러싸인 곳을 달릴 즈음 낮은 언덕 너머로 해가 떠 오른다. 날씨는 기가 막히게 화창하다. 이제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과속 단속 표지판도 잘 살피면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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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몽생미셸을 다녀오면서 파리 시내에 거의 다 와 갈 무렵 처음 주유를 했었다. 디젤 가격이 리터당 1.212유로였고, 55.48리터를 주유해 67.24유로를 지불했었다. 파리를 떠나 남으로 내려가다 정오 즈음 2번째 주유를 했다. 리터당 1.333유로였고, 52.52리터를 주유해 70.01유로를 지불했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역시 고속도로가 더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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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주행한 거리는 총 1,610km 정도였고, 트립컴퓨터 상 평균연비는 6.3리터/100km, 환산하면 15.87km/L 정도다. 하루는 파리 시내를 비롯한 근교를 다녔고, 고속도로도 우리나라처럼 100km/h가 제한속도가 아니라서 주로 130km/h 전후로 주행한 것을 감안하면 무척 훌륭한 연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130km/h로 주행하면 100km/h로 주행할 때보다 연비가 많이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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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로 내려가면서 군데군데 작은 산들도 보이고, 언덕도 지났다. 아마 좀 더 동쪽 길을 선택했다면 알프스를 끼고 달렸겠지만 A6과 A7번 고속도로 주변은 그래도 거의 평지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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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출발해서 약 690km를 달려서 오후 2시쯤 도착한 곳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도시 ‘아비뇽’이다. 아비뇽은 2가지의 사실로 유명한데, 첫 번째는 화가 피카소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 입체파의 첫 작품인 ‘아비뇽의 처녀들’이라는 그림의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두 번째는 프랑스 왕이 로마 교황과의 권력 싸움에서 이기면서 프랑스 출신 교황을 로마로 보내지 않고 아비뇽에 거주하게 한 ‘아비뇽 유수’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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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쉽게도 첫 번째 아비뇽은 이번에 방문한 프랑스 남부 도시 아비뇽이 아니고 스페인에 있는 거리 이름이다. 아비뇽의 처녀들의 배경이 프랑스 아비뇽이었다면 이번 여정은 정말 피카소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맞춤이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비록 그 아비뇽이 이 아비뇽은 아니지만 모나코를 향해 내려가는 길에 이름이 같은 아비뇽을 꼭 둘러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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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에는 14세기 무렵 교황이 집무할 교황청이 들어서게 되는데 오늘날에도 아비뇽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되어 있다. 아비뇽으로 들어서자 성곽으로 둘러싸인 구 시가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곽 주변을 따라 큰 길이 둘러져 있으며, 성의 남쪽 문을 통과하여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성의 중심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에는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극장이 자리하고 있고, 유럽 어느 광장에서나 볼 수 있는 회전목마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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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북동쪽으로 난 골목길을 통과하면 멋지고 웅장한, 하지만 세월에 따라 낡아가고 있는 교황청 궁전이 나타난다. 14세기에 지어진 건물이니 600년 전의 건물인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나의 여정이 늘 그렇듯이 자동차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면 관광을 위한 여정이 아닌 만큼 교황청을 자세히 살펴 볼 시간은 없었다. 실제로 그날 모나코까지 가려면 아직도 여정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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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을 대충 둘러 보고, 중앙 도로변에 있는 빵 가게에서 빵을 사서 다시 길을 떠났다. 아비뇽을 빠져 나올 즈음 좌측에 프랑스에서는 보기 드문 아름드리 소나무 여러 그루가 서 있는 저택 앞을 지났다. 파리 여행 가이드에게서 과거 대우 그룹 김우중 회장이 이 근처에 별장을 구입해서 소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어쩌면 그 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목적지인 프랑스 남쪽 지중해 변에 있는 앙티브를 향해 달렸다.

아비뇽을 떠나 액상 프로방스를 지나 A8번 고속도로를 달리면 깐느 영화제로 유명한 깐느가 나오고, 깐느를 지나 니스로 향하는 길에 작은 반도처럼 튀어 나온 곳이 앙티브다. 이 곳에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 아비뇽에서 피카소 미술관까지는 약 250km, 2시간 반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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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멋진 바위산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탁 트인 남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무척 단조로운 여정이었다. 풍광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같은 남부 유럽과 비슷하기도 하다. 한참을 달려 깐느 근처에 이르자 고급스러운 빌라가 많아지고, 도로 위에 보이는 차들도 달라진다. 독일산 고급차와 포르쉐도 심심찮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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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깐느를 지나서 앙티브에 도착하자 수 많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나타났다. 항구는 잠시 뒤에 둘러보기로 하고, 서둘러 피카소 미술관을 찾았다. 구불구불하고 폭이 무척이나 좁은 골목길을 돌아돌아 가자 다시 바다가 보였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피카소 미술관이 나타났다. 지도상에서도 확인을 했지만 건물 벽에 커다란 피카소 사진이 걸려 있어서 그 건물임을 단번에 알아 차릴 수 있었다. 피카소 미술관을 찾았지만 정작 피카소의 작품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시간도 없었거니와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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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저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으면 된다. 그런데 일방통행로인데다 뒤에서 차들이 계속 밀려오고 있어서 쉽게 차를 세우지 못하고 건물을 지나쳤다. 하지만 건물 앞에 차를 세울 공간은 확인했다. 다시 골목을 돌아나가니 전통 시장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내려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싶었지만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서둘러 골목을 돌아 다시 피카소 미술관 앞에 차를 세웠다. 분명 주차공간으로 보이는데 차 한대만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특별한 목적으로 만든 주차공간으로 보였지만 피카소 사진 아래 피카소를 세우고 사진 한 장만 찍고 떠날 계획이라 양해를 구하지도 못하고 급하게 사진을 찍었다. 사실 피카소 미술관에 피카소 사진이 걸려 있는 것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피카소 현수막 사진은 정말 멋진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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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미술관 앞 지중해를 잠시 쳐다보자니 북쪽으로 멀리 눈 덮인 산이 보였다. 알프스다. 프랑스 남쪽 끝까지 내려왔지만 워낙 길게 뻗어 있는 알프스다 보니 여기서도 설산이 보이는 거다. 온화한 지중해 바다와 눈 덮인 알프스가 한 앵글에 들어오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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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지나쳤던 항구를 찾았다. 멋진 요트를 배경으로 피카소 사진을 찍어 보려고 했지만 금새 해가 져 버리고 어렵게 포인트를 찾아 한 컷.

프랑스 북쪽 몽생미셸에서 시작해서 파리, 아비뇽을 거쳐 프랑스 남쪽 지중해변에 위치한 이 곳 앙티브까지의 프랑스 종단은 이렇게 완료됐다. 이제 모나코와 이태리 볼로냐, 마라넬로를 둘러 본 후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서둘러 모나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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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티브 시내를 막 빠져 나와서 니스로 향하는 해안에 잠시 차를 세웠다. 저 멀리 보이는 니스와 해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볼 심산이었는데, 차에서 내려 잠시 해변을 둘러 보는데, 우와! 해안이 모래가 아닌 작은 돌들로 덮여 있는데, 그 돌들이…… 돌들이…… 모두 동그랗다. 구슬처럼 동그란 것이 아니고 납작하고 동그랗다. 온통, 거의 모든 돌들이 동그랗다. 신기했다. 어디서 이런 해변을 본 적이 있었던가? 거제도 몽돌 해수욕장은 납작한 돌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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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신기해 하다가 예쁜 돌을 골라서 몇 개 주웠다. 한, 두 개 줍다 보니 욕심이 생기면서 자꾸 더 줍다가 문득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필리핀 보라카이 섬은 세계 3대 해변이라고 자랑하는 화이트비치가 유명한데, 해변의 모래가 유난히 하얗다. 그리고 그 모래는 엄격히 보호받고 있어서 관광객이 모래를 몰래 숨겨 나가다가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가이드가 신신당부했었던 일이다. 혹시 이 돌들도 가져가면 걸리려나? 비행기 타려는데 돌이 적발돼서 벌금을 내야 하는 건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니 차 한대가 해변에 주차해 있는데, 뭘 하는지 한 커플이 차 안에서 한참 동안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길래 물어 봤더니, 많이 가져 가는 것 아니면 괜찮을 거라고 한다. 믿어도 되는지, 답변이 신통찮다. 어쨌든 기쁜 마음에 몇 개 더 주웠다. 아내에게 갖다 주면 어항 바닥에 예쁘게 깔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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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어둑어둑하다. 해변 너머 니스에는 도시에 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갈 길을 재촉해서 모나코를 향했다.

불을 환하게 밝힌 모나코는 그야말로 도박의 도시 아닌가? 그런데 정작 선착장 주변은 조용하다. 아직 휴가철이 아니어서 그런가? 뭔가 시끌벅적할 것으로 기대했던 기대가 무너지고, 차분한 모나코의 밤은 더욱 낯설다. 아마 산 중턱에 수없이 많이 불을 밝히고 있는 호텔들의 카지노에선 세계 각지에서 온 부호들이 도박을 즐기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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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온 차가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모나코의 꼬불꼬불한 시내 길을 이리저리 달려 봤다. 미로처럼 연결된 터널도 지나갔다. F1 야간 경기 코스프레다. 모나코 시내 밤길을 달리면서 가끔 만나게 되는 반가운 것은 멋진 수퍼카를 파는 가게들이다. 페라리와 포르쉐같은 브랜드의 매장도 있지만, 가끔은 다양한 수퍼카를 함께 파는 매장도 있었다. 어느 중고 수퍼카 가게 앞에는 빨간색 페라리 테스타로사가 서 있다. 역시 모나코다.

그냥 정처 없이 모나코 시내 길을 다니다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다시 프랑스로 넘어가서 모나코에 가까운 해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게스트하우스가 바로 해안에 접해있다. 숙소를 찾아 골목을 잠시 헤매는 동안 골목 저쪽에서 우렁찬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눈 앞에 나타난 차는 포르쉐 918 스파이더와 멕라렌 MP4-12C 스파이더다. 이것이 이 동네의 흔한 차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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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해변 기슭으로 많은 저택들이 자리하고 있다. 비록 모나코는 아니지만, 어쩌면 모나코보다 더 부호들이 선호할 지역이기도 하겠다. 이런 곳에서 상당히 넓은 땅에 지은 저택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인생이 궁금해 진다. (위 사진 속 좌측의 밝은 갈색 저택이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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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부리며 동네를 구경하다 다시 모나코로 향했다. 지난 밤 누비고 다녔던 길들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중해의 눈부신 햇살아래 수없이 정박해 있는 하얀 요트들, 산 기슭을 따라 지어진 수많은 빌딩들, 그리고 그 너머 바위 산. 이게 모나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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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는 미처 못 봤던 F1 경주장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선착장 옆 메인 도로에 F1 경주차들이 출발을 기다리는 그리드 표시가 돼 있다. 거기에다 피카소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지나다니는 차들 때문에 결국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선착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눈에 띈 자동차 한 대. 파란색이다. 지붕이 없다. 바퀴가 오픈되어 있다. 엉덩이가 보트처럼 뾰족하다. 말굽형태의 커다란 라이에이터 그릴이 있다. 무려 1920년대 자동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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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부가티다. 부가티 타입 35다. 그런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야 할 차가 선착장 옆 주차장에 대충 주차돼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주행하면서 타이어에서 튄 흙탕물이 차체 옆면에 자국을 만들어 놓았다. 헉! 이게 모나코구나. 하지만 레플리카(복제모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마음 같아선 이런 보물을 타고 다니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마냥 기다릴 순 없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이태리로 간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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