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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유, 포르쉐 카이엔 S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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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로 포르쉐 911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처럼 언제부턴가 최고의 SUV로 포르쉐 카이엔을 꼽아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물론 막강한 랜드로버 패밀리들과 메르세데스-벤츠 G바겐 등이 쉽게 최고의 자리를 내 주려고 하지 않겠지만, 포르쉐가 SUV를 제대로 만들었다는 점에는 결코 이견이 없다고 하겠다.

지난 2002년 포르쉐가 카이엔을 선보인 후 카이엔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포르쉐를 돈 방석에 앉게 했고, 그 카이엔은 2010년 2세대로 진화했다 911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한 SUV였던 카이엔이 2세대로 진화하면서 더 포르쉐 다워진 것은 상당히 날렵해진 디자인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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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호평을 받았던 2세대 카이엔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더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사실 지금까지의 카이엔들이 디자인에서 어딘가 조금은 어색하거나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번 페이스리프트 디자인은 그런 아쉬움을 상당히 해결해 준 모습으로 등장했다.

국내 출시된 지 시간이 꽤 지나, 다소 늦게 카이엔 S 디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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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앞모습은 마칸과 형제임을 강조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헤드램프 아래 부분이 많이 변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헤드램프부터 많은 부분이 변했다. 헤드램프 물방울의 끝부분에 각이 생겼고, 엔진 후드는 헤드램프라인에서부터 시작해서 펜더 능선으로 이어져 넓게 열린다.

범퍼는 가로로 일직선을 그어 위 아래로 나누듯 선명하게 구분이 된다. 거대한 공기 흡입구는 이전에 비해 모델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다. 카이엔 터보와 GTS의 경우 가운데 공기 흡입구가 위로 좀더 치켜 올라가고, 주간 주행등의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 카이엔 S 디젤은 흰색 주간 주행등이 위 아래 분리선의 기준을 이루면서 짐승의 엄니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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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에서는 도어 손잡이 위치와 함께 사이드 캐릭터 라인도 살짝 내려오면서 차체가 더 낮아 보이는 효과를 냈다.

변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리어 램프다. 윗부분이 큰 반원을 그렸던 이전 리어 램프에 비해 날렵해진 모습이 균형을 잘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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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변화가 거의 없다. 새롭게 적용된 신형 스티어링 휠 외에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변화는 없지만 화려한 인테리어의 매력은 넘쳐 난다. 이차는 분명 SUV인데도 실내의 화려함이 울트라 럭셔리카 부럽지 않을 정도다. 마침 시승차는 실내를 위 아래로 나눠 위는 검은색, 아래는 붉은색 가죽으로 단장을 했는데, 검은색 가죽에는 빨깐색 스티치를 넣어 조화를 이뤘다. 붉은색의 강렬함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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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의 근육질 굴곡은 양 손에 살짝 긴장감을 더한다. SUV인데도 말이다. 차가운 금속성의 시프트 패들에 손가락이 살짝 스칠 때면 포르쉐의 달리기 본능이 자꾸만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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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머 계기판에는 포르쉐 전통의 5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이 자리한다. 가장 우측 계기는 디지털 모니터로 되어 있어, 다양한 정보가 디지털로 제공된다. 속도계는 260km/h까지 표기돼 있는데, 포르쉐로서는 상당히 겸손한 계기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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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하면 시트를 빼 놓을 수 없다. SUV 시트가 이정도 우락부락하게 생기면 반칙 아닌가? 시승차에는 냉방시트는 적용되지 않았다. 당연히 원하면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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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중앙에서 센터페시아, 센터터널로 이어지는 공간은 화려함과 첨단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복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화려하면서 복잡하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겠다. 파나메라에서 시작된 디자인이 카이엔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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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은 터치스크린이 지원되는 국내 네비게이션 제품을 장착했고, 시승차에는 기본형 오디오가 장착됐다. 보스나 부메스터 같은 하이엔드 오디오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포르쉐는 사실 어떤 것이든 고객이 원하면 다 장착해 준다고 보면 되므로, 옵션 장비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긴 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예전 어떤 포르쉐는 실내에서 플라스틱을 찾아 볼 수 없도록 모든 플라스틱 부품을 가죽으로 덮은 차도 있었다. 심지어 룸미러 뒷면 커버도 가죽으로 덮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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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레버 아래에는 오프로드와 주행감각을 조절하는 다양한 조절 장치가 마련돼 있다. 오프로드를 선택하면 센터 디퍼렌셜 락이 걸리면서 그림 가운데 불이 들어온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버튼은 각각 2개씩 마련돼 있다. 위쪽의 원통면에 있는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는 서스펜션의 감쇠력 조절장치고, 아래의 버튼들은 변속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을 통합한 시스템 조절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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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에는 2가지 디젤 엔진이 얹힌다. 기본 카이엔에는 6기통 3.0 디젤로 262마력을 발휘하고, 시승차인 카이엔 S 디젤에는 V8 4.2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85마력, 최대토크 86.7kg.m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에는 5.4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52km/h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옵션을 장착하면 카이엔에는 처음으로 적용된 론치 콘트롤 기능인 ‘퍼포먼스-스타트’ 기능을 이용해 가속시간을 5.3초로 단축시킬 수 있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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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백 5.4초의 가속력은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비록 키가 커서 가속감에서 약간 손해 보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육중한 덩치가 우렁찬 소리와 함께 튀어나가는 순간 그 엄청난 힘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됨을 느낄 수 있다.

카이엔 S 디젤의 주행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가진 자의 여유’라 할 수 있겠다. 사실 V6 디젤로도 크게 부족함은 없겠지만 V8 4.2 디젤의 넉넉함은 많은 여유를 가져다 준다. 평소에는 어슬렁 거리지만 원할 때 폭발적으로 달려나가 사냥감을 움킬 수 있는 사자의 여유로움 같은 여유가 운전적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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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통 디젤 엔진의 사운드는 놀랍다. 전혀 디젤스럽지 않고, 완전히 포르쉐스럽다. 가만히 서 있을 때도 둥둥거리는 울림이 매력적이다. 강하게 가속할 때는 중저음의 울림이 살짝 날카로워지면서 톤도 올라가는데, 전형적인 포르쉐 노트에 가까워진다. 다만 그 포르쉐 노트가 등 뒤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난다는 것이 차이다.

디젤 엔진의 사운드가 더 이상 ‘디젤 소음’이 아닌 것은 당연하고, 진동도 매우 잘 억제됐다. 특히 포르쉐 스포츠카에서 느끼는 전통적인 진동과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 포르쉐가 만든 8기통 디젤 SUV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실감하게 된다. 카이엔 초기에 적용됐던 V6 디젤 엔진은 진동이나 사운드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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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8단 변속기는 매우 정교하다.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춰주는 반응이 무척 빠르다. 카이엔도 포르쉐이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변속 충격이 조금 느껴질 정도로 더 빠르게 변속하고, 노멀 모드에서는 충격 없이, 기어를 내릴 때도 조금은 여유 있게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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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이렇게 크지만 워낙 강한 토크를 갖고 있다 보니, 100km/h로 주행할 때 회전수는 8단에서 1,400rpm이 조금 안 된다. 연비에 크게 도움이 되겠다. 카이엔 S 디젤의 연비는 복합 10.1km/L다.

중고속으로 내달려도 안정감은 여전히 탁월하다. 고속에서의 급차선 변경이나 핸들링에서도 안정감과 정교함은 잘 살아 있다.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지 않은 덕분에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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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차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면 최저 지상고를 많이 높일 수 있어서 험로에 들어갈 때 험로 주파력이 크게 상승한다. 더불어 승차감도 많이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승차감이 부드러워지는 건 포르쉐에겐 어쩌면 장점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911도 포르쉐 서스펜션 매니지먼트에 의해 승차감을 조절할 수 있는데, 그때 승차감 변화의 폭은 에어 서스펜션 장착 시의 변화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 즉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면 가장 단단한 상태 조차도 기본적으로 안락한 범위 내에 든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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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 시승차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아 주행 안정성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비록 에어 서스펜션이 없어도 지상고가 높은 SUV인만큼 충분히 부드러운 승차감이 가능하다. 거기에 스포츠 모드가 되면 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예리한 핸들링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단단하고 경쾌해진다. 제대로 포르쉐답다. 결국 1장 1단이 있는 셈이다. 덕분에 험로 주행에는 무척 신경을 써야만 한다. 명색이 SUV인데, 그것도 험로 주파력이 무척 강한 카이엔인데, 에어 서스펜션이 없으니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들어갈 때는 신경을 훨씬 더 많이 써야 했다. 물길을 건널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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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을 구입할 때 에어 서스펜션을 선택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이 많이 되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험로 주행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에어 서스펜션은 선택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험로 주행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고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다면, 휠과 타이어도 편평비가 높은 것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를 신고 험로에 들어갔다 큰 돌멩이를 스치기라도 하면 휠과 타이어에 상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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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 S 디젤은 마치 세상의 여유를 다 가진 듯한 SUV다. 더 빠른 카이엔 터보는 왠지 빠름에 집착하게 될 것 같은데 비해, 카이엔 S 디젤은 충분히 빠르면서도 여유를 즐기기에 적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새롭게 바뀐 외관 디자인은 완성도가 무척 높고, 실내는 럭셔리카 뺨치게 화려하다. 연비가 좋아서 장거리 고속 주행에도 부담이 없고,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장착되지 않으니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고 포르쉐다운 주행 감각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전혀 디젤스럽지 않은 8기통 디젤 엔진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여유로움에 호사가 묻어난다. 그래, 네가 최고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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