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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반토막, 500만 원 할인” 현대 아슬란 부진의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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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지난 해 내놓은 아슬란이 판매 부진으로 수모를 겪고 있다. 당초 연간 22,000대를 팔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했지만 기대의 절반도 못 미치는 판매는 3월 들어 866대로 추락했다. 설 연휴 등으로 영업 일수가 적었던 2월보다도 판매가 더 줄어든 셈이다. 일선 대리점에서는 도합 500만 원 이상의 유례 없는 파격 할인으로 판매에 나섰지만, ‘재고 떨이’ 인식이 강해져 프리미엄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대차가 간만에 선보인 완전 신차였던 아슬란이 이렇게까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아슬란을 운전해 본 소비자와 기자들은 차량 자체의 완성도나 품질, 주행 감각에 대해서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슬란의 판매 부진에 관해 모델 자체의 품질보다는 현대차 내부적인 기획과 마케팅, 외적 상황 파악 실패 등의 요인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곤두박질친 판매로 굴욕을 당한 ‘사자’ 아슬란의 부진, 그 다섯 가지 이유를 분석해 본다.

 

1. 얼굴만 바뀐 그랜저라는 평가 : 부족한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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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특히 상위 모델이자 후륜구동 플랫폼인 제네시스보다, 하위 모델인 그랜저와의 차별화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 제원 상으로도 전장을 제외한 전폭, 전고 및 휠베이스가 동일하며, 심지어 동일한 형상의 도어 트림을 공유하는 등의 부족한 차별화로 아슬란은 ‘얼굴만 바뀐 그랜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플랫폼 공유는 원가 절감을 위한 필수 사항이며,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현대차의 경우 모듈화된 플랫폼을 사용함으로써 서스펜션 구조를 공유하면서도 다양한 바디 형태를 개발해 왔다. 하지만 아슬란의 경우 그랜저 상위모델로서 수입차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중요한 미션이 있었던 만큼 적어도 휠베이스를 확대해 뒷좌석 공간을 확실하게 차별화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같은 플랫폼에서 휠베이스를 확대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그 정도의 투자도 하지 않음으로써 현대차 스스로 이 모델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돈은 쓰지 않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팔매가 늘어나기만 기대했다는 부정적인 여론만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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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출시된 LF 쏘나타와 유사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전반적으로 그랜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실루엣 등 디자인적인 차별화조차 이뤄내지 못했다. 3.0 및 3.3 GDi 엔진 라인업은 부분변경 이전 그랜저 및 현행 K7에도 탑재되고 있어 파워트레인도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되려 하이브리드나 디젤처럼 수입 동급 모델과 경쟁할 만한 파워트레인이 있었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아슬란 하위 트림을 구입하느니 편의사양이 더 풍부한 그랜저의 최상위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낫고, 아슬란 상위 트림을 구입하느니 더 넓고 고급스러운 제네시스를 구입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디자인, 성능,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기존 라인업과의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한 아슬란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2.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 왜 하필 아슬란인가 : 상품 기획 실패와 소통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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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 판매 부진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포지셔닝의 실패다. 출시 초기부터 아슬란은 ‘그랜저보다 더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을 원하지만 후륜구동 제네시스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노린다고 천명했다. 결국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사이를 노린다는 뜻인데, 과연 새로운 세그먼트 모델이 들어올 만한 자리였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앞서 다이너스티나 기아 오피러스같은 전륜구동 기함들이 나쁘지 않은 판매를 기록한 바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룹 내에 경쟁력 있는 후륜구동 세단-제네시스와 에쿠스-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었다. 또한 수입차 점유율도 지금보다 낮았던 터라 시장 상황이 바뀐 현재 시점에서 휠베이스조차 그랜저와 동일한 아슬란의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소통 부족으로 인해 고객들에게 쌓여 온 불신이 아슬란에서 터졌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이나 플랫폼 부문에서 특별히 신경 쓴 흔적이 보이지 않는 신차가 아슬란이라는 새 브랜드로 출시되면서 “어슬렁”, “아슬아슬” 등 부정적인 초기 여론이 조성됐고, 그것이 판매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결국 이미 충분히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던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 ‘아슬란’이라는 새 이름은 “동물 이름을 따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자동차 업계의 징크스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3. 너무 빨리 드러난 정체: 사전 마케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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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의 정체가 너무 빨리 드러나 신비감이 사라진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AG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된 아슬란은 지난 해 부산 모터쇼에서 “AG 컨셉트카”로 출품돼 그 디자인이 공개됐다. 출시 5개월 전의 일이다. 게다가 최초 공개 당시부터 그랜저 HG 부분변경 모델과 함께 등장하면서 ‘그랜저를 기반으로 한 전륜구동 세단’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세부 사양이 공개되면서 그랜저에 겉모습만 바꾼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한 관계자는 “아슬란이 출시 이전부터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됐다”며 “이미 디자인은 물론 그랜저와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정보가 알려져 프리미엄 전륜구동 세단 이미지 구축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뒤늦게 출시가 됐는데 어떻게 차별화를 시키겠나”며 사전 마케팅 실패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디자인도, 플랫폼 공유도 모두 알려져 출시 초기에도 신차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슬란 출시 후 첫 달인 11월 판매는 1,320대 수준으로 별 다른 신차 효과를 보지 못했다.

 

4. 법인 판매가 핵심? 막상 열어보니… : 잘못된 고객층 선정

150302 (사진) 현대차, 출장자를 위한 아슬란 시승 프로그램 운영

현대차는 당초 아슬란을 전무 급 기업 임원을 위한 법인 차량으로 포지셔닝했다. 그랜저가 예전에 비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 못해 내장재 품질을 개선하고 NVH 대책을 강화하는 등 상급 모델로써 개발했다는 것. 대형 세단의 특성 상 법인 판매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았고, 10월 30일이라는 출시 시기 역시 기업 인사 시즌에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혜택도 강화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법인 판매 비율은 기대 이하를 기록했다. 인사 시즌이었던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슬란의 전체 판매 중 법인 판매의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개인 판매가 두 배 가량 많은 셈. 주요 기업들이 그랜저 대비 비싸고 포지셔닝이 애매한 아슬란을 법인 구매 차량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타격이 컸다. 현대차는 뒤늦게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신차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초기 판매에서의 잘못된 타겟팅은 결국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5.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 수입차의 가파른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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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슬란과 같은 가격대에 너무 많은 수입차 선택지가 존재하는 회사 외적 요인이 크다. 지난 해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수입차 업체들은 이미 아슬란과 동 가격대는 물론 동급 세그먼트에도 다수의 경쟁차종을 포진시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차를 살 수 있는 돈으로 굳이 아슬란을 구입할 당위성이 부족하다.

게다가 현대차는 아슬란을 통해 4,000만 원 이상 고급 수입차 판매를 견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막상 아슬란과 비슷한 4,000만 원대 수입차는 대부분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엔트리급 모델이다. 컴팩트 세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준대형급 국산 세단 구매를 고려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6,000만 원대 이상에 위치한 프리미엄 세단 구매 예정자들은 제네시스와 에쿠스, K9 등 그룹 내 후륜구동 모델들과 비교할 뿐, 아랫 급인 아슬란이 비교대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수입차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32.7% 증가한 58,969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초로 20만 대를 돌파하고 점유율 역시 20%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동급 수입차를 정조준하고 차별화된 프리미엄화를 통해 성공을 거둔 제네시스, 에쿠스와 달리 동 가격대 수입차 수요층에 대한 치밀한 분석 없이 만들어진 아슬란이 수입차 공세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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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출시된 지 6개월을 앞둔 아슬란이지만, 여전히 길거리에서는 흔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판매는 미미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차량 자체의 품질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당장 대폭의 할인을 하게 되면 상품성을 알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판매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비록 아슬란의 첫 성적표는 초라하지만 이것이 소비자와의 소통에 부심하고 있는 현대차에게는 뼈 아픈 교훈이 될 것이다.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아슬란이 속히 바닥을 치고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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