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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와 성능의 연결고리,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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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국산화 6년 차, 어느 덧 국산 하이브리드도 기술적인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가장 의욕적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2009년 아반떼와 포르테의 LPi 하이브리드를 처음 출시한 이래로 벌써 3세대 하이브리드를 시판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를 상용화한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인 MPV 형태의 프리우스를 선봉으로 내세우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폭넓은 수요층이 존재하는 중형 세단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다. 준중형 이하의 차급에서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무게나 추가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중형 이상 모델에서는 무게와 공간활용도, 가격부담이 모두 효율과 각종 혜택으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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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선보인 LF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모델이다. YF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 이래로 오랜만의 세대 교체일 뿐더러 파워트레인 전반에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세계 최초로 앳킨슨 사이클 엔진에 직분사 시스템을 탑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LF 쏘나타 자체도 완성도가 높아졌는데 하이브리드 역시 발맞춰 진화한 셈.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개선점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앞서 구형 모델의 형제차인 K5 하이브리드를 시승해보기도 했다. 연이어 시승한 새로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상존했다. 이번 시승에서는 연비에 치중하기보다는 보다 일상적인 주행에 촛점을 맞췄다. ‘내 차’처럼 타본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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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에 보이는 디자인적 변화가 크다. 이전 쏘나타 하이브리드도 전용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지만, 이번 새 디자인은 개인적으로는 ‘호’에 더 가깝다. 전면부는 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까지 모두 새롭게 디자인됐는데, 거대한 싱글프레임 그릴은 마치 아우디를 연상시킨다. 너무 심심했던 일반 쏘나타와 비교하자면 보다 볼륨감 넘치고 공격적인 인상이다. 기능성도 빠지지 않아 라디에이터 그릴의 액티브 에어플랩은 능동적으로  공기저항을 차단하는 기능을 갖췄고, 앞바퀴에 에어커튼을 쳐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에어벤트도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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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 역시 공기저항을 고려하여 범퍼의 엣지를 수직 형태로 깎아냈다. 하이브리드 전용 클리어 타입 테일램프는 이전 세대로부터 이어지는 전통이다. 램프가 바뀌면서 후진등이 범퍼 하단으로 이동하고 디퓨저와 리어 스포일러도 추가됐다. 언더커버와 공기저항을 낮춘 전용 휠을 적용하는 등 공을 들인 결과 공기저항계수(Cd)는 0.24로 일반 모델의 0.27보다 11%가량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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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대중화를 제창하면서 굳이 일반 모델과 디자인에 큰 차이를 두고 ‘나 하이브리드야!’라고 생색을 내는 것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그 결과물이 제법 근사하니 아무래도 좋다. 일반형 LF 쏘나타가 너무 점잖아진 가운데 하이브리드와 터보 모델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디자인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꽤 재미있는 변화다. ‘국민차’로 불리는 쏘나타도 이제 더이상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아닌, 나름의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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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테리어의 변화는 크지 않다. LF 쏘나타의 단정한 모습 그대로다. 가죽시트와 실내트림에 하이브리드 전용의 블루펄 컬러가 추가되었지만, 시승차는 블랙 인테리어가 적용되어 확인할 수 없었다. 그나마 전용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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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전용 슈퍼비전 클러스터에서는 타코미터가 빠지고 배터리 충전량과 운전습관을 확인할 수 있는 에코 게이지가 들어간다. 특별한 점이라면 LF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는 관성운전 가이드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것. 속도가 어느 정도 붙으면 계기판에 관성운전 램프가 점등되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라는 안내음을 들려준다. ‘하이브리드적 운전습관’을 기르기에 좋은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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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하이브리드에서 새로이 바뀐 또 다른 점은 바로 트렁크 공간. 이전 세대가 마치 LPG 차량의 연료탱크처럼 트렁크 안쪽에 배터리를 배치했던 것과 달리, 신형 모델에서는 배터리를 기존 스페어 타이어 위치인 트렁크 하단으로 매립하여 공간활용도를 대폭 높였다. 트렁크 용적은 380L로 가솔린 모델(462L)보다는 좁지만 기존(344L) 대비 10% 이상 넓어졌다. 특히 기존에 없었던 스키쓰루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트렁크 활용도는 수치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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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엔진룸을 열어보니 서스펜션 마운트 부분에 물이 유입된 흔적이 보였다. 빗물이 유입되었거나 세차 중 물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방수 처리가 되어 있다고는 해도 전기계통 부품이 많은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영 꺼림칙하다. 물이 고이면 장기간 운용 시 부식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경로로 물이 유입되는 지는 불명확하지만 이에 대한 안전성이 장기적으로 검증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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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모델체인지와 함께 파워트레인이 전면 개선됐다. 근래에는 모델체인지 시에 파워트레인이 유지되고 마이너 체인지나 페이스 리프트와 함께 파워트레인이 바뀌는 경향이 많은데, 모델체인지와 동시에 파워트레인까지 바뀐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대로선 그 만큼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공을 들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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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세계 최초로 앳킨슨 사이클과 직분사(GDi)를 결합한 2.0L 직렬4기통 누우 GDi 엔진이다. 이 엔진은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156마력, 최대토크는 19.3kg.m으로 기존 대비 각각 6마력, 1kg.m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토크컨버터를 제거하고 전기 모터를 결합한 전용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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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식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38kW(약 51마력), 최대토크 20.9kg.m으로 성능이 개선된 전기모터와 1.62kWh로 약 15% 용량이 증가한 배터리로 구성된다. 회생제동 시스템도 개선되어 제동에너지 회수율이 10% 증가했다. 단, 회전수 증가와 함께 출력과 토크가 높아지는 엔진과 반대로 저회전에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전기모터의 구동 특성 상 시스템 출력은 200마력에 조금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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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새로 출시되면서 강조된 부분은 두 가지, 연비와 성능이다. 엔진과 모터의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되고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까지 추가되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등 전반적인 주행성능이 향상되었으며 공인연비 역시 국산차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 공인연비는 16인치 휠 기준 복합 18.2km/L, 17인치 휠 기준 복합 17.7km/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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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이전 모델에 비해 소폭의 개선이 이뤄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전기모터의 토크가 빠르게 발휘되는 출발 가속에서는 200마력 이상의 가속감을 보여준다. 100km/h 전후의 중속 영역까지 시원한 가속이 이어지다가 전기모터 출력이 떨어지는 초고속 영역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실용 영역에서의 주행감각은 매우 경쾌하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가속 페달과 변속기가 매우 기민하게 반응해서 꽤 재미있는 스포츠 드라이빙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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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LF 쏘나타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서스펜션과 핸들링 감각이 더해져 전체적인 주행감각이 매우 좋아졌다. 고속 영역이나 요철을 지날 때도 불안감이 없고, 낮은 시트 포지션은 독일차를 연상시킬 정도로 안정적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퍼포먼스 면에서 실망이 큰 것과는 대조적으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상당히 만족스러운 주행감각과 성능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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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중 복합 평균 연비는 14km/L에 살짝 못 미쳤다. 실연비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현대의 대대적인 홍보에 비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물론 이 수치는 기자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특성이나 운전 습관을 고려하지 않고 일상적인 주행을 한 결과로, 연비에 좀 더 집중하면 훨씬 좋은 연비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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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형 모델에서는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관성주행과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해 배터리 충전량을 높이면 손쉽게 20km/L 이상의 연비를 낼 수 있다. 엔진 시동을 걸지 않고 EV 모드로 가속할 수 있는 속도도 일반 시내주행에서 30km/h 정도까지 늘어나 충전량만 확보되면 시내에서 거의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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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배터리 충전량을 70% 이상 확보한 상황에서는 평균 연비가 21km/L까지 높아졌으며, 반면 충전량을 거의 다 소진한 상태에서는 11km/L까지 연비가 떨어졌다. 토요타의 직병렬 혼합식 하이브리드의 경우 충전량이 모자라면 엔진으로 배터리를 직접 충전하기 때문에 늘 배터리 충전량에 여유가 있지만, 현대의 병렬식 하이브리드에서는 배터리 충전을 위해 하이브리드에 걸맞는 운전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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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통해 좋은 연비를 내려면 차에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자의 경우 시승차종에 상관 없이 늘 비슷한 운전습관으로 주행하는데, 비슷한 주행환경에서 토요타 하이브리드는 공인연비 이상의 실연비를 어렵지 않게 기록한 반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연비운전에 몰두하지 않으면 좀처럼 공인연비만큼 효율을 내기 힘들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다소 운전자에게 불친절한 것이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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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분명 현대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집약된 완성도 높은 모델이다. 특히 세계 최초의 GD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이나 이전 세대보다 성능과 배터리 용량이 모두 개선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 동력계통의 성숙도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국산화된 지 불과 5~6년 만에 이뤄낸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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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 하이브리드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현대는 10년 20만 km 하이브리드 보증, 중고차값 보장, 불만족 시 30일 이내 신차 교환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세제혜택과 정부 보조금 등을 더하면 일반 가솔린 모델과 큰 가격 격차 없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수 있다. 운행 중에는 저공해차로써 공영주차장이나 통행요금 혜택도 받으니 약 2~3년 이상 차량 운행 시 가솔린 대비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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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비만큼은 여전히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연비운전에 집중한다면 좋은 연비를 낼 수 없는 차는 없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매력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보다 좋은 연비가 나온다는 점인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일상주행 실연비가 기대에 못 미친다. 연비 면에서 불리한 겨울이라는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여타 수입 시승차들이 어렵지 않게 공인연비 만큼 실연비를 기록하는 것을 생각하면 공인연비 수준의 실연비를 기대하는 것이 큰 욕심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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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토요타 하이브리드와 비교했을 때 훨씬 우수한 퍼포먼스와 주행감각을 갖춘 만큼, 적당한 효율과 경쾌한 주행성능을 두루 갖춘 퍼포먼스 하이브리드로서의 메리트에 좀 더 촛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분명 만족할 만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나 ‘하이브리드’라는 키워드가 꼭 지루할 필요는 없다. 보다 좋은 연비와 보다 뛰어난 운전재미, 그리고 풍부한 혜택. 이 모든 것을 갖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제 3의 선택지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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