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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과 기술이 공존하는 어른의 쿠페, 메르세데스-벤츠 CLS 40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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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년 사이 자동차 디자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어가 바로 ‘쿠페’다. 두 개의 도어를 달고 세련된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쿠페의 역동적인 스타일링은 이제 세그먼트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라인업으로 그 영향력이 번지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독일 브랜드들은 가지치기 모델을 개발하면서 쿠페라이크 디자인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다. 이제 엔트리급은 물론 쇼퍼드리븐급 대형차에서도 쿠페 스타일링은 확고한 트렌드가 되었고, 심지어 브랜드마다 앞다퉈가며 쿠페형 SUV까지 내놓는 형국이다. 바야흐로 ‘쿠페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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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쿠페 디자인 트렌드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초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CLS 클래스가 있다. ‘쿠페는 도어가 2개’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며 등장한 CLS 클래스는 최초로 4도어 쿠페 세그먼트를 제시하며 오늘날 경쟁자들의 롤 모델로서 남다른 위상을 자랑한다.

그런 CLS 클래스가 2011년 2세대로 진화했고, 지난 해 11월에는 그 부분변경 모델이 한국에 정식 출시되었다. 앞모습을 고치고 인테리어를 개선했으며, 기존의 자연흡기 엔진을 터보로 바꾸며 다운사이징 흐름에도 동참했다. 무엇보다 최상위 모델인 S클래스와 견줄 만 한 첨단 장비들로 무장했다.

독보적인 스타일링과 새로운 엔진의 퍼포먼스,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랑하는 안전장비와 편의사양을 모두 갖춘 새로운 CLS 400을 사흘 간 시승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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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실루엣은 여전히 매력적인 4도어 쿠페의 그것을 유지하고 있다. CLS의 디자인은 완벽하게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BMW의 6시리즈 그란쿠페, 아우디의 A7이 4도어 쿠페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품격있는 스타일링은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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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화는 앞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싱글 루브르 그릴이라 불리는 입체적인 새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었으며, ‘ㄷ’자 형태의 LED가 둘러졌던 기존의 헤드램프는 S클래스를 연상시키는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멀티 빔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24개의 LED 모듈로 이뤄진 새 헤드램프는 초당 100회 이상적인 조명 패턴을 계산, 신속하게 모듈을 조절하여 최적의 시야를 확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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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전환은 물론 마주 오는 차를 인식하여 대항차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전자동 조작이 이뤄진다. 또 코너에서는 GPS까지 연동되어 곡률과 선회 방향 등에 맞춰 조사각을 조절한다. LED 램프 기술은 아우디가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 통념이지만, 업계에서 가장 진보된 이 헤드램프는 다른 경쟁자들을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시동을 걸 때, 마치 파도치듯 작동을 테스트하는 헤드램프 불빛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운전자를 감탄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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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리어 디자인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앞서 부분변경된 E클래스가 전후면 모두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했던 것과 달리 CLS 클래스는 범퍼 일체형 머플러 팁 외에는 특별한 변경점을 찾을 수 없다. 그 만큼 기존 CLS 클래스의 리어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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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인은 기존의 부분변경 이전과 레이아웃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가령 최신 벤츠에서 채용되고 있는 원형 에어벤트가 채택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대신 태블릿을 얹어놓은 듯한 8인치 디스플레이가 마련됐고, 고급차의 상징과도 같은 아날로그 시계와 앰비언트 라이트도 기본 적용되었다. 멋진 음향렌즈가 돋보이는 뱅 앤 올룹슨 오디오 시스템 역시 근사한 오디오 사운드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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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과 스티치의 재질감은 특히 인상적인데, 동급 경쟁자들과는 마감 수준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죽과 연질 소재로 둘러진 인테리어는 물론, 센터페시아의 버튼 하나 하나의 조작감도 퍽 고급스럽다. 비록 최신 벤츠가 아닌 반 세대 이전의 레이아웃이지만, 인테리어의 만족도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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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 클래스의 경우 뒷좌석이 아예 좌우 분리형으로 디자인되어 4인승으로 출시된다. 단 왜건형 모델인 슈팅브레이크는 뒷좌석이 벤치 시트로 바뀌어 5명까지 탈 수 있다. 어쨌든 높다란 센터 콘솔이 2열까지 이어지면서 계기판와 조작장치에 둘러싸인 듯한 1열과 마찬가지로 꽉 조여진 느낌을 받는다. 차 크기에 비하면 헤드룸과 레그룸이 상대적으로 협소해서 2열 탑승자가 썩 아늑하지는 않다. 그러나 CLS 클래스가 오너 드리븐 지향의 4도어 쿠페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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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바뀐 스티어링 휠은 재질감도 뛰어나고 손에 감기는 맛도 일품이다. 스티어링 휠 내부의 조작 버튼 배치가 바뀌었는데, 일반적인 십자형 배치가 아닌 새로운 버튼 레이아웃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급스러운 재질감의 패들 시프트가 장착되어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답게 스티어링 칼럼 시프트 레버를 채택하여 센터콘솔 부분의 활용도를 높인 레이아웃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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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흠도 있다. 여전히 트립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는 운전 중 조작하기 불편하고, 사용하기 까다로운 순정 내비게이션도 거슬린다. GLA 클래스와 같은 하위 모델에 적용된 아틀란 내비게이션이 차라리 훨씬 뛰어나다. 1억 원에 육박하는 모델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적용되지 않고 족동식 브레이크가 적용된 점도 다소 의아하다. 전체적인 완성도에 흠이 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2%의 부족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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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 클래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AMG와 디젤을 포함해 6종류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그 중 CLS 400은 기존의 3.5L V6 엔진을 대체하는 3.0L V6 바이터보(트윈터보)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27마력 향상된 333마력이고, 최대토크는 무려 11.1kg.m이 높아진 48.9kg.m이다. 높아진 성능에 힘입어 0-100km/h 가속시간도 5.3초로 0.8초나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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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력한 수치 상의 값들을 보고 CLS의 퍼포먼스가 폭발적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론 CLS 클래스가 빠르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답게 치고 나가는 데에는 한 템포 여유가 느껴진다. 경쾌한 BMW나 우직한 아우디와는 달리, CLS 400은 치고 나가는 순간에도 경박스러운 킥다운이나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은 찾기 힘들다. 7단 자동변속기는 매끄럽고, 과급 엔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토크 전개가 고르니 과연 품격이 느껴지는 가속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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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 400에는 공기압으로 댐퍼를 조절하는 에어매틱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 되어있다. 차내에서는 차고 조절과 댐핑압 조절(컴포트, 스포츠)이 가능한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노면 정보가 더 확실히 전달되고 급격한 코너링에도 노면을 움켜쥐고 자세를 잃지 않는다. 반면 차고를 높이고 컴포트 모드로 변환하면 마치 소파에 앉은 듯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노면이 안 좋고 주행속도가 낮은 시내에서는 이 세팅을 선택하면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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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는 탄탄하지만, 아무래도 전장이 5m에 육박하고 휠베이스가 길어 기민한 주행감각과 예리한 코너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내달리는 것은 CLS 클래스를 즐기는 방법이 아니다. 대양을 가로지르는 요트처럼 쭉 뻗은 도로를 크루징할 때야 말로 안락함과 파워의 절묘한 경계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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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CLS 400에서는 차급 이상의 화려한 안전장비를 누릴 수 있다. CLS 클래스는 기술적으로 E 클래스를 바탕으로 설계된 4도어 쿠페이다. 그러나 새로운 CLS 클래스에는 최신 S 클래스와 맞먹는 첨단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탑재되었다. 이 패키지에는 사고를 예방하는 프리-세이프,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주의 어시스트,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등 고급차에 들어가는 거의 대부분의 안전장비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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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디스트로닉 플러스’라 불리는 주행 어시스트 패키지에는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외에도 약 20초 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차선을 유지해주는 조향 어시스트 기능이 포함된다. S 클래스에서 처음 선보이며 기초적인 자율주행차 기술의 반영으로 여겨졌던 이 시스템이 탑재되었다는 데에서 CLS 클래스가 메르세데스-벤츠 내에서 어떤 입지를 갖는지 확인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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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CLS 400은 ‘어른의 쿠페’라고 설명될 수 있는 차다. 2도어 쿠페의 스포티한 스타일링은 모든 운전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쿠페를 타기 위해서는 희생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쿠페형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면 ‘철 없다’는 싫은 소리를 종종 듣게 되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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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CLS 400은 다르다. 여전히 세그먼트를 선도하는 엘레강트한 스타일링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며, 스포츠카 버금가는 파워풀한 주행 성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용적인 설계와 성숙한 고급스러움, 플래그십 세단과 맞먹는 첨단 장비도 갖추고 있다. 보다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어른’에게, CLS 클래스를 대체할 수 있는 쿠페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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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와 세단의 장점만을 모아 둔 CLS 400의 가격은 1억 원에서 10만 원이 빠진다. 녹록치 않은 가격이지만, 기존의 CLS 350보다 성능과 장비가 개선되었음에도 가격이 1억 원 밑으로 인하되어 심리적 부담도 덜었다. 경쟁차들과 비교하면 640i 그란 쿠페보다는 1천만 원 가량 저렴하고, A7 50 TFSI는 사양에 따라 CLS 400보다 조금 저렴하거나 조금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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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리즈 그란 쿠페, A7 등 쟁쟁한 경쟁자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CLS 클래스의 위상은 확고하고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로운 CLS 클래스 역시 한국 시장에서 선전할 것을 확신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세그먼트를 창시한 어른의 쿠페, CLS 클래스는 2015년에도 계속 질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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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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