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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기립 박수를 보낸다, 포르쉐 카이맨 GTS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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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맨 GTS는 포르쉐 스포츠카 라인업 중 가장 밸런스가 뛰어난 스포츠카로 평가 받고 있는 카이맨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모델이면서 스포츠성을 더욱 확대한 모델로 달리는 재미가 탁월하다. 내, 외관 디자인도 더욱 과격하고 스포티하게 다듬었다.

환상적인 바디 라인을 자랑했던 포르쉐 904 카레라 GTS가 등장한 1963년 이후 몇몇 GTS 모델을 거친 후 현대적인 GTS가 새롭게 되살아 난 것은 2007년 등장한 카이엔 GTS부터다. 최초의 904 카레라 GTS가 강력한 스포츠카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적인 GTS가 스포츠카가 아닌 SUV에서 부활했다는 것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포르쉐는 SUV인 카이엔 조차도 스포츠카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후 GTS는 파나메라와 911에 이어 마침내 박스터와 카이맨에까지 적용되었다.

GTS는 911을 기준으로 본다면 911 카레라 S와 911 GT3 중간에 위치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GT3가 바로 레이싱에 투입되어도 손색이 없을 도로용 레이싱카라고 한다면 GTS는 레이싱카의 성격을 극대화한 도로용 스포츠카라 할 수 있겠다. 파나메라 GTS와 카이엔 GTS는 모델 중 가장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이 되는 셈이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박스터와 함께 엔진을 미드십에 장착한 2인승 스포츠카로 포르쉐 스포츠카들 중 가장 뛰어난 밸런스를 자랑하는 모델인 카이맨의 GTS 모델이다. 카이맨은 2006년 처음 등장했고, 지난해 2세대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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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맨이라는 이름은 남미에 서식하는 악어를 일컫는다고 알고 있는데, 그 동안 궁금해 왔던 터라 이번에 악어에 대해 약간 살펴봤다. 악어는 크게 ‘크로커다일’과 ‘일리게이터’로 구분된다. 서로 서식지가 다르고 생김새와 성질도 조금씩 다르다. 엘리게이터는 입을 다물면 이빨이 입 속으로 다 들어가서 안 보이는 것이 특징이고, 주로 강가에 서식한다. 반면 크로커다일은 입이 좀 더 뾰족하고 입을 다물었을 때 이빨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오며,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 서식한다. 카이맨은 엘리게이터의 소 분류 중 하나로 정확히 분류하면 ‘악어목 / 엘리게이터과 / 카이만아과’에 해당한다. (국어 표기상 악어는 ‘카이만’이 맞지만 포르쉐는 모델명 한글 표기를 ‘카이맨’으로 한다.) 중남미에 주로 서식하는데, 지난 브라질 월드컵 기간 중 방영된 TV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브라질 편’에 등장해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준 바 있다. 포르쉐 내에서 카이엔과 이름이 비슷해서 다소 헷갈릴 수 있는데, SUV인 카이엔은 매운 고추를 뜻하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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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한 카이맨 GTS는 GTS와 잘 어울리는 조금 어두운 빨강색인 ‘카민 레드’를 입고 등장했다. 가운데를 검게 스모키 화장한 헤드램프와 더욱 커진 좌우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의 검정 파츠, 그리고 범퍼 아래의 검정색 스커트까지 참 잘 어울리는 깔맞춤이다. 20인치 카레라 S 알로이 휠과 2개의 테일 파이프도 검정색으로 도색 해 깔맞춤을 완성했다. 스모크 처리된 바이제논 헤드라이트에는 포르쉐 다이나믹 라이트 시스템(PDLS)이 적용됐다.

카이맨 GTS는 스포츠 패키지가 기본으로 적용돼 좀 더 과격한 인상을 풍기고, 앞 부분이 30mm 길어져 더 날렵한 느낌이다. 차체는 20mm 더 낮아져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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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블랙을 메인으로 곳곳에 빨간색 엑센트를 더했다. 데시보드와 도어 트림, 가죽 시트 등 가죽이 입혀진 곳에는 어김없이 빨간 스티치가 적용됐고, 곳곳을 카본과 알칸타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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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기본적으로 버킷타입인데다 가운데 부분을 알칸타라로 처리해 몸을 잡아주는 능력이 한층 커졌다. 옆구리와 허벅지를 전동으로 조여주는 기능까지 적용돼 있어 체격에 맞게 정교하게 조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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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전반적으로 911과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계기판과 데시보드 등이 911과는 다르고, 박스터와는 같은 스타일이어서 911 동생으로서의 겸손함을 표현하고 있다. 계기판은 박스터처럼 3개의 원으로 구성돼 있고, 우측 계기는 모니터로 되어 있어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중력가속도가 표시되는 G-Force나 랩타임을 잴 수 있는 크로노 기능 등이 제공되고 있어서 다양한 측정결과를 얻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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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 뒤에 바로 엔진이 위치하기 때문에 시트 뒤쪽에는 전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트 뒤쪽 벽과 화물 공간은 1세대 카이맨에 비해서는 상당히 세련되게 정리됐다. 차체 앞쪽에도 꽤 넓고 깊은 화물공간이 마련돼 있어서 상당히 많은 짐을 싣고 여행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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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맨은 911보다는 한 체급 낮은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박스터보다는 전체적으로 10마력씩 높게 유지하고 있다.

2세대 박스터와 박스터 S가 각각 255마력, 310마력일 때 그 박스터를 기반으로 탄생한 1세대 카이맨과 카이맨 S는 265마력과 320마력으로 각각 10마력씩 높았다. 3세대 박스터와 박스터 S가 265마력과 315마력으로 올라가자 카이맨과 카이맨 S는 275마력과 325마력으로 출력을 높였다. 그리고 이번에 박스터 GTS와 카이맨 GTS는 각각 330마력과 340마력으로 출시됐다. 역시 10마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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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맨 GTS는 수평대향 6기통 3.4리터(3,436cc) 직분사 엔진으로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38.8kg.m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 4.6초, 최고속도 283km/h를 달성한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7단 PDK 이고, 시프트 패들이 장착됐다.

이는 포르쉐 911의 전 세대 모델들 996과 997의 카레라보다 뛰어난 성능이고, 이후 직분사 기술이 도입된 911(997) 마크 2 카레라의 3.6리터 345마력, 0~100km/h 가속 4.7초, 최고속도 287km/h와 거의 비슷한 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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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이맨 GTS의 3.4리터 엔진은 현재 판매 중인 911(991) 카레라에서 가져온 엔진이다. 배기량이 3,436cc로 같지만 최고출력은 911의 350마력보다 10마력이 낮다. 하지만 911 카레라의 0~100km/h 가속 4.6초, 최고속도 287km/h와 비교하면 최고속도가 조금 낮지만 가속력은 동일한 성능을 발휘한다. 그 동안 911에 비하면 다소 성능차이를 보여왔던 카이맨인데, 카이맨 GTS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형인 911의 발 뒤꿈치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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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력은 강력하다. 카이맨 GTS에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플러스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어서, 론치콘트롤을 사용하면 0~100km/h 가속을 4.6초 만에 끊는다. 물론 더 빠른 스포츠카들이 많지만 수퍼카의 영역이 아닌 소형 스포츠카 부문에서는 매우 빠른 가속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카이맨 GTS의 진가는 가속력이 아닌 핸들링에서 나온다. 카이맨 GTS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형인 911이다. 얼마나 911에 근접한 달리기를 보이는지, 그리고 911과는 어떻게 다른 달리기를 보이는지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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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력이나 최고속에서는 911 카레라와 거의 비슷하니, 이제는 핸들링 성능에서 형과 비교할 수 밖에 없다. 911과 카이맨 GTS를 비교하자면 우선 파워트레인 레이아웃을 이해해야 한다. 911은 엔진을 뒷차축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구동하는 RR 방식의 대표주자다. 카이맨은 엔진을 운전석과 뒷차축 사이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MR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옆면의 투시도로 살펴본다면 카이맨의 엔진이 911보다 더 앞쪽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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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은 911이 더 큰 모델임에도 휠베이스는 카이맨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911이 엔진을 차축 뒤쪽에 얹으려고 하다 보니 뒤 차축이 어쩔 수 없이 조금 앞쪽으로 전진해 있기 때문이다. 엔진의 위치에 따라 운동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인다. 911의 경우 뒷바퀴에 큰 힘이 걸려서 강력하게 출발하려 할 때 그 바퀴를 무거운 엔진이 눌러 주므로, 보통의 스포츠카들보다 더 큰 접지력을 유지하면서 가속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껌처럼 바닥에 붙어서 달리는 911의 성격이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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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MR 방식의 카이맨은 후륜 접지력 면에서 911을 따라갈 수 없다. 같은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면 카이맨이 훨씬 더 먼저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 하지만 민첩한 핸들링 측면에서 카이맨이 앞선다. 많은 이들이 카이맨의 운동성능이 911보다 앞선다고 말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카이맨 GTS는 MR 방식의 민첩한 운동성능을 극대화했다. 911도 예리한 핸들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수준이지만 카이맨 GTS는 훨씬 더 경쾌하다. 코너에서 엑셀을 깊이 밟으면 확실히 선명하게 뒤가 돌아간다. 끝까지 버티다가 확 돌아간다고 표현하는 911과는 분명히 다른 만큼 오버스티어에 대한 대응의 여지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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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레드존인 7,600rpm에서 정확하게 변속한다. 변속은 65, 115, 160km/h에서 각각 2, 3, 4단으로 변속이 된다. 고회전을 마음껏 쓸 수 있는데다 2단 기어비가 넓어서 코너에서 강력하게 밀어주는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엑셀을 과격하게 밟거나 너무 깊이 밟으면 여지없이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므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물론 전자식 자세 제어장치인 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 PSM을 끄지 않는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해서 자세를 바로 잡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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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존까지 상승하는 회전 질감이 무척 매끄러운 것이 매력인데, 회전이 높아지면서 함께 상승하는 포르쉐 노트는 더한 매력이다. GTS 버전에는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서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하거나, 스포츠 모드가 아닌 생태에서 배기 시스템만 스포츠로 변환할 경우 노멀 상태보다 더욱 화끈한 포르쉐 노트를 즐길 수 있다. 운전석에서 배기구와의 거리는 비슷하겠지만 분명 911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엄청난 회전으로 돌아가는 엔진의 사운드가 주는 희열은 동생인 카이맨이 주는 살가움 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시승한 GTS는 무료 옵션인 스포츠 섀시가 적용되면서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해 주는 PASM이 빠지게 됐고, 따라서 서스펜션은 항상 스포츠모드로 단단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보다 승차감이 나쁘지 않다. PASM이 있으면 물론 더 부드러워지겠지만 최상의 안정성을 확보해주는 스틸 서스펜션으로도 이 정도 승차감이 나온다면 기대 이상이다. 옆자리에 동승한 이들도 모두 기대이상의 편안함에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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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력적인 스포츠카를 타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동변속기에 대한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PDK만큼 빠르진 않겠지만 이 짜릿한 스포츠카를 내가 원하는 대로 가지고 놀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물론 한계까지 다 즐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원초적인 상태에서 좀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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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그 동안 카이맨보다는 박스터를 더 좋아했다. 어차피 911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때문이고, 박스터를 향한 첫사랑이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쿠페를 고른다면 911을 고르는 것이 더 화끈하다. 그런데 카이맨 GTS는 세련되게 변신한 외모가 일단 마음을 끌고, 강력하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달리기 실력은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든다. 911 카레라만큼 빠르고, 스포츠카의 감성은 더욱 화끈해졌다.

박스터 GTS와 911 카레라 GTS를 타 보기 전에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카이맨에 GTS를 더한 건 분명히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훌륭한 결정이고, 또 카이맨 GTS는 그만큼 훌륭한 스포츠카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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