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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비결은 다재다능함, 푸조 2008 1.6 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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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hot)했던 자동차는 단연 푸조 2008이다. 푸조는 지금까지 월평균 200대 가량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2008이 사전계약 일주일만에 1,000대가 넘게 계약된 것. 푸조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에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의 송승철 대표가 직접 프랑스 본사로 날아가 1,500대의 물량을 확보하는 일도 있었다. 과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체 푸조 2008이 얼마나 대단한 차길래 이토록 인기몰이를 하는 것일까? 당연히 소비자들과 언론의 관심도 쏟아졌다. 겉보기엔 평범한 컴팩트 CUV인 2008에 어떤 놀라운 매력이 숨어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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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푸조 2008의 족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자동차 모델명에 숫자가 들어가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네 자리 숫자가 들어가는 일은 드물다. 기껏해야 혼다의 스포츠카였던 S2000 정도만 떠오른다. 푸조 역시 원래 모델명에는 세 자리 숫자를 쓰지만, 크로스오버 라인업에는 가운데 0을 하나 덧붙여 네 자리 숫자 네이밍을 사용한다. 가령 308을 기반으로 만든 크로스오버는 3008이고, 208 기반으로 만든 크로스오버는 2008이 되는 식이다.

2008은 이처럼  푸조의 컴팩트 해치백인 208이 그 뿌리라 할 수 있다. 최근 CUV 시장이 지역을 막론하고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에 발맞춰  208 역시 키를 높이고 공간을 넓혀 컴팩트 CUV로 다시 태어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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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닛산 캐시카이 등 준중형 SUV와 경쟁상대로 엮이는 경우가 많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푸조 2008은 국내시장에서 마땅한 라이벌이 없다. 유럽에서 동급으로 판매되는 르노 캡터가 르노삼성에서 QM3로 소개되고 있지만 가격대나 브랜드 밸류 등에서 차이가 있다. B 세그먼트 클스오버 시장에서 마땅한 적수가 없다는 점은 2008이 그간 컴팩트하고 효율 좋은 CUV를 기다려온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데에 더욱 도움을 주고 있다.

푸조 200시리즈는 과거 WRC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던 전통의 B 세그먼트 강호이다. 2008 역시 비록 살집이 좀 붙었지만 훌륭한 상품성을 갖추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매력있는 디자인과 괜찮은 실용성, 입이 딱 벌어지는 우수한 연비까지 갖췄으니 인기를 끌 만도 하다. 컴팩트 CUV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푸조 2008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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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2008을 마주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볼륨감이 있다는 것이다. 전장*전폭*전고가 4,160*1,740*1,555(mm)로 208에 비하자면 20cm 길고 키는 조금 더 크다. 예리한 형태의 헤드램프는 둥글둥글한 CUV 형태의 바디임에도 불구하고 둔해보이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완성시킨다. 전체적인 비례가 208보다 훨씬 안정되고 덜 부담스러워 스타일링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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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한결 풍만한데, 최근 푸조 디자인 큐를 이어가는 3분할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후진등이 한 쪽에만 있는 유럽 스타일의 등화류 디자인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거부감은 없다. 바디 아랫쪽에는 스크래치 방지를 위해 무광 플라스틱을 두르고 메탈 색상의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 CUV스러운 터치를 더했다. 사이드미러, 도어 하단, 안개등 주변 등 적재적소에 크롬을 사용해 작은 차체임에도 저렴해보이지 않도록 신경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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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2008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배려가 눈에 띈다. 바로 B필러 뒷쪽의 루프 끝단을 계단식으로 높여 작은 차체에서도 뒷좌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 B 세그먼트의 바디사이즈 한계 상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사소한 터치가 뒷좌석 탑승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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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차급에 맞게 심플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다. 편의사양이 가득한 국산차에 익숙하다면 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갖추고 있다. 앞쪽으로 돌출된 디스플레이나 수동 변속기를 떠올리게 하는 시프트 노브, 스티어링 칼럼 뒷쪽에 위치한 독특한 형태의 계기판 등이 예술적 센스가 넘치는 프랑스차임을 한껏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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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스티어링 휠은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다. 앙증맞지만 볼륨감 넘치는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좋고 패들시프트가 부착되어 살짝 스포티한 냄새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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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 역시 버킷 시트처럼 몸을 감싸는 디자인으로, 직접 앉아보면 푹신하면서도 코너에서 괜찮은 홀딩을 보여준다. 푸조의 차들은 이처럼 운전 감각의 기본기가 되는 부분에서 남다른 완성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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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센터페시아는 몇몇 버튼 아이콘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생겨 독특하다. 특별히 편의사양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는데, 블루투스 통화와 스트리밍 등 선호도가 높은 편의사양은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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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아쉬움이 많다. 우선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이외에 순정 내비게이션의 부재와 블루투스 스트리밍 조작 시 2~3초 뒤에 반응하는 느린 반응속도는 옥에 티다. 추후 소프트웨어적 업그레이드가 이뤄졌으면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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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체때문에 갑갑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걱정되겠지만, 푸조는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하는 운전자들을 위해 멋진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마련해두었다. 열리지는 않지만 루프 전체를 통유리로 처리하여 커버를 열기만 해도 우수한 개방감을 얻을 수 있다. 어두워지면 글라스 루프 주변에 들어오는 푸른 무드등이 보이는데, 어두운 밤 시트를 눕히고 푸른 빛이 감도는 글라스 루프로 하늘을 보고 있자면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분위기를 중시하는 여성 운전자에게는 퍽 매력적인 포인트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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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공간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앉기에 큰 불편함은 없다. 헤드레스트 형상이 불편하기는 해도 헤드룸은 충분히 확보되고, 레그룸은 넉넉치는 않지만 180cm의 남성이 앉아도 무릎이 닿지는 않는다. 오래 타기는 불편해도 가까운 곳을 이동할 때에는 쓸 만하다. 시트를 폴딩하면 웬만한 짐도 실을 수 있는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특별히 뒷좌석을 쓸 일이 없는 1~2인 가구의 경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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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앉아 키를 꽂고 시동을 건다. 스마트키는 없지만 가격이나 포지셔닝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푸조가 자랑하는 효율좋은 1.6L e-HDi 엔진이 조용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아이들링 중에는 소리도 작고 진동도 거의 안느껴져 가솔린 엔진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디젤 노하우가 풍부한 푸조가 진짜 실력발휘를 시작하는 셈이다. 2008의 엔진은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kg.m을 발휘한다. 배기량에 비하자면 형편없는 성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치로 보여지지 않는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잡은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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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의 주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변속기를 짚고 넘어가자. 푸조 고유의 싱글클러치 기반 자동변속기인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는 엄밀히 말하자면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중간선에 위치한 변속기이다.

MCP 변속기는 쉽게 이야기하면 수동변속기인데 클러치를 밟고 변속하는 것을 기계가 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토크컨버터 방식은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동력손실이 큰데, MCP는 수동변속기와 동력손실률이 크게 차이가 없어 푸조-시트로엥은 2.0L급 이하의 엔진에 MCP(시트로엥의 경우 EGS)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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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변속기 때문에 처음 푸조 차를 타는 사람들은 이질감을 호소하는데, MCP에는 나름의 운전방식이 있다. 일반 오토매틱처럼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변속될 때마다 불쾌한 울컥임을 느끼게 된다. 변속이 이뤄질 때 수동 차량처럼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었다가 변속 후 다시 가속하는 방식으로 운전하면 그러한 울컥임이 많이 사라진다. 그 타이밍을 정확히 모르겠다면 수동모드에 두고 패들시프트나 시프트 레버로 변속해주면서 운전의 손맛을 느낄 수도 있겠다. 약간 번거롭기는 하지만, 수동변속기 기반인 만큼 MCP는 우수한 체결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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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변속기 사용법도 익혔으니, 차를 움직여보자. MCP는 시프트 레버 구성이 P-R-N-D가 아닌, R-N-A로 이뤄져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A(Auto)에 두면 수동차가 출발하듯 진동과 함께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 가속을 시작할 때에는 약간 더디게 느껴지는데, 3단부터는 치고나가는 토크가 과연 1.6L급 디젤엔진 답다. 수치로 드러나는 것 이상의 묵직한 가속력은 시내주행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고, 고속화도로에서도 제한속도 내에서 추월가속을 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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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어느 정도 속도를 붙이면, 액셀러레이터로 MCP와 밀고 당기기를 하는 재미가 있다. A에 둔 상태에서도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다가 살짝 떼어주면 똑똑한 MCP는 운전자의 의지를 읽고 업시프팅을 해준다. 변속이 완료되면 다시 가속하면 된다. 처음에는 그 타이밍이 잘 와닿지 않지만, 몇 시간만 타봐도 발끝으로 변속기를 조작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프랑스차 다운 탄탄하고 안정적인 하체가 더해지니 차고가 높고 댐핑 스트로크가 길어도 노면을 잘 붙들고 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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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8이 많은 이목을 집중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연비다. 수입 디젤차들이 뛰어난 연비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한국 복합연비가 17.4km/L에 달하는 2008의 효율은 가히 인상적이다.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엔진의 불필요한 성능을 디튠하고 효율을 극대화한 결과다. 물론 수동변속기보다 연비가 좋은 MCP도 한 몫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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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공인연비는 별로 믿을 게 못된다. 실연비가 공인연비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3일 간의 주행 중 시내 연비는 어렵지 않게 18km/L을 넘나들었고, 고속도로에서는 21km/L 정도가 나왔다. 속도가 더 낮은 간선도로에서는 25km/L도 쉽게 달성했다. 낮은 배기량과 시내에서의 연료낭비를 방지하는 스톱&스타트 시스템, 최적화된 기어비와 에코 타이어 등 부담없이 차량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요소들이 총집합한 결과이다. 성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연비 좋은 데일리카로 타기에는 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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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털어놓자면, 2008이 ‘대박’을 쳤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그러한 인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혁신적인 디자인이 있지도 않고, 성능이나 실용성이 대단히 뛰어나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1,000명이 넘는 고객들을 사로잡았는 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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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접 타보면 모든 것은 확실해진다. 2008은 우려와는 달리 애매한 것이 아니라 뭐든지 잘하는 차다. 곱상한 외모와 필요한 만큼의 성능, 모자라지 않은 실용성에 탁월한 효율까지 갖췄다. 더군다나 2,650만 원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은 구매단계부터 부담을 덜어준다. 태우고 다닐 식구가 많다면 조금 고민해봐야 겠지만, 혼자 살거나 둘이 사는 2~3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개성있고 부담없는 대안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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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간에 2008과 같은 틈새모델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좋은 일이다. 푸조 스스로도 2008의 성공에 활력을 얻고 있다. 2008이 언제까지 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분간 수입 B 세그먼트 CUV 시장을 평정하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마치 사자가 동물의 왕으로 군림하듯 말이다. 아무리 작고 앙증맞게 생겼어도, 2008의 완성도는 왕좌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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