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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는 다르다, 뉴 시로코 R-Line 서킷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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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개최된 “폭스바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2014″에서는 폭스바겐의 다양한 스포츠 모델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이목을 끈 차는 단연 새로이 선보인 뉴 시로코 R-Line이다. 다소 무난하고 심심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폭스바겐 가문에서 시로코는 눈에 띄는 날렵한 스타일링을 자랑하는 이단아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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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반적인 시장 트렌드가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보다는 디테일한 요소를 손보는 쪽으로 바뀌어가는 만큼, 신형 시로코 역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큰 변화보다는 기존 스타일을 다듬는 정도로 완성되었다. 일견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어 보이지만, 앞모습에는 DRL이 추가된 새로운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더불어 안개등 주변에 7세대 GTI를 닮은 아가미를 넣어 공격적인 느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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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역시 둥글둥글했던 기존 디자인에 날을 많이 세웠는데, 직선적인 느낌을 살린 LED 테일램프를 장착하고 마찬가지로 새로운 디자인의 범퍼를 채택하였다. 기존의 디자인도 여전히 인상적인데, 신형 앞에 있으니 금새 구형의 느낌이 난다. 그 만큼 사소한 디테일 업이지만 전체적인 디자인 짜임새는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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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골프와 큰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는데다 다소 재질감이 떨어지던 인테리어는 다시금 손을 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센터페시아 윗쪽에 추가된 스포츠 인스트루먼트 다이얼. 1세대 시로코에 대한 오마주로써 장착된 오일 온도계와 터보 부스트 게이지, 크로노미터는 사소한 변화이지만 시로코에게 본격적인 스포츠모델로써 차별화되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주었다. 추후 고성능 모델인 시로코 R의 신형이 출시되면 이 스포츠 인스트루먼트 다이얼은 더욱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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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스티어링 휠과 시프트 노브, 사이드 브레이크 그립 등이 가죽으로 마감되면서 재질감이 향상되었다. 골프에 비해 하드코어한 스포츠 모델이지만, 구형 모델에 비해 편의사양이 추가된 것도 개선된 부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뭔가 허전한 인테리어는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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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 역시 소폭 성능이 강화되었는데, 7세대 골프 GTD와 동일한 2.0L TDI 엔진을 탑재하여 184마력에 38.7kg.m을 발휘한다. 또 최고출력 및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회전수가 낮아지면서 실용영역에서 더욱 두터운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뉴 시로코 R-Line은 0-100km/h 가속시간이 7.5초로 줄어들고 최고속력이 228km/h로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주행성능이 향상되었다.

폭스바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 중 트랙 주행 체험을 통해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해보았다. 마침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얹은 골프 GTD도 함께 시승하여 시로코만의 색깔을 더욱 확연히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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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를 타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단단하다”는 것이다. 골프 GTI나 GTD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이 강해 안락한 편이지만, 시로코는 훨씬 단단한 하체로 웬만한 코너에서도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코너를 돌아나가는 자세는 골프보다는 미니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게다가 시트 역시 골프보다 타이트한 버킷 시트를 채택하여 날카로운 코너에서도 몸을 잘 지탱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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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단단할 뿐 아니라 디젤엔진으로 인해 앞부분이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예리하게 잘 돌아나간다는 점. 오히려 GTD보다도 날렵한 코너링을 자랑하는데, 넓은 트레드와 저편평비 타이어가 실력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덕분에 서킷 주행에서 골프 GTD보다 즐거운 달리기 실력을 맛볼 수 있다. 제원상의 성능과 0-100km/h 가속, 최고속력 등은 동일하지만, 수치로 표현되지 못하는 서킷에서의 주행능력은 시로코의 판정승이다.

디자인을 보면 비교적 얌전한 성능에 덜덜거리는 배기음을 내는 디젤엔진보다는 시로코 R의 강력한 가솔린 엔진이 더 잘 어울리지만, 효율과 성능을 둘 다 노리는 디젤 핫해치 시장에서는 충분히 메리트 있는 성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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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로코가 모든 면에서 골프 GTD보다 뛰어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7세대 GTI와 GTD에 채택된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 기능이 새로운 시로코에 적용되지 않은 것. 골프 GTI와 GTD는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의 적용으로 좌우로 스티어링 휠이 각각 1바퀴씩만 돌아간다. 즉, 스티어링 휠을 더 적게 돌려도 더 깊은 조향각으로 돌아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서킷이나 와인딩 코스에서는 이 기능이 매우 유용한데, 6세대 골프에 기술적 뼈대를 둔 시로코는 아직 이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을 더 많이 돌려야 한다는 것은 자연히 서킷에서의 반응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GTD와 시로코를 연달아서 타보니 스티어링 휠이 헐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컸다. 모든 면에서 GTD보다 뛰어난 달리기 성능을 지닌 시로코에게 이 기능이 없다는 것은 옥에 티처럼 느껴져 계속 아쉬움이 남았다. 4세대에서는 필히 탑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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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해 아쉽지만 시로코와 이른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시로코만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이후 제대로 된 시승을 통해 다시 한 번 살펴볼 것이다. 편의사양이나 거주성에 대한 부분 역시 서킷에서는 느껴보기 어려웠으니 평가를 미뤄둬야 하겠다.

뉴 시로코 R-Line의 변화는 크지 않다. 또 여전히 “얼굴만 다른 골프”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더 강력한 심장을 얹고 화장을 고친 뉴 시로코는 엄연히 골프와는 다른 차다. 6세대 골프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부분들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달리기 실력을 뽐내는 만큼 시로코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시로코 R의 신형도, 그리고 머지 않아 만나게 될 4세대 시로코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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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시로코 R-Line의 가격은 4,300만 원으로 기존 모델에 비해 100만 원이 상승하였다. 더 다양한 편의사양을 지닌 골프 GTD보다는 조금 더 비싸지만, 안락함보다 쫀득한 주행성능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소비자라면 크게 망설여지는 가격은 아니다. 또 미니가 3세대 해치백에 쿠퍼 SD를 투입한다면 비슷한 가격대에서 치열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다.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잡는 디젤 핫해치 시장에서 시로코는 과연 디자인만큼 강한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을까?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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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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