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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험로를 향한 즐거운 여정, 토요타 FJ 크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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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FJ 크루저는 참 묘한 차다. 디자인에서 배어 나오는 귀여움 때문에 주행이나 사용 목적도 사뭇 캐쥬얼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주 강력한 오프로드 SUV다. 그러면서 실생활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도 갖고 있다. 겉보기와는 많이 달랐던,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던 FJ 크루저를 만나보자.

크루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꽤 많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지만 토요타의 대표적인 SUV 랜드크루저가 있고, 또 미국발 복고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었던 크라이슬러 PT크루저도 있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40년대 스투드베이커가 선보인 비행기를 닮은 화려한 대형세단 랜드크루저도 있고, 가까이에는 쉐보레가 크루저가 아닌 크루즈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들 중 토요타의 랜드크루저와 FJ 크루저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 한국 전쟁을 위해 미국이 토요타에 제작을 요청한 ‘토요타 지프 BJ’가 나온다. 이후 토요타는 지프 BJ를 베이스로 지프와 랜드로버를 면밀히 분석해서 지속적으로 발전된 J 시리즈 모델을 내 놓았는데, 1954년부터 랜드크루저라는 이름을 같이 사용하게 되었다. 랜드크루저라는 이름은 앞서도 말한 것처럼 스투드베이커가 이미 사용하고 있던 이름이었지만 이름과 관련하여 큰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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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FJ 크루저와 랜드크루저 FJ40

‘BJ’라는 이름은 ‘B’타입 엔진을 얹은 ‘J’시리즈라는 뜻인데, 이후 ‘F’타입 엔진이 추가되면서 엔진 타입에 따라 ‘BJ’와 ‘FJ’로 나뉘게 되었다. J 시리즈는 세대에 따라 J20, J30으로 발전했고, 1960년부터 1984년까지는 랜드크루저 BJ40, FJ40 시리즈가 판매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 때까지는 스타일이 동그란 헤드램프를 가진 지프를 살짝 닮은 모습이었지만 지프보다 차체가 더 컸고, 토요타 만의 스타일도 강하게 묻어 있었다.

그 이후에 랜드크루저 J70이 등장하면서부터는 SUV 스타일의 현대식 랜드크루저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랜드크루저 J 시리즈는 70과 80, 100을 거쳐 현재는 J200 시리즈가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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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90년대 말 다양한 레트로 모델이 등장하던 시기 토요타도 자신들의 자동차 역사에서 매우 아이코닉했던 모델로 랜드크루저 FJ40을 선정하고, 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트로 모델로 FJ 크루저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FJ 크루저는 2003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컨셉트카로 출품되었고,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양산이 결정되어 200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양산형 발표, 2006년부터 시판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토요타 FJ크루저는 귀여움이 묻어나는 레트로 디자인이지만 랜드크루저 FJ40의 명성에 어울리는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오랫동안 국내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모델이었는데, 한국 토요타가 100대를 한정으로 판매하게 되면서 드디어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정식 판매명칭은 ‘토요타 FJ 크루저 익스클루시브 에디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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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외관 디자인에서는 미안하게도 귀여움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사각형 그릴을 감싼 은색의 그릴 하우징과 좌우로 뻗은 주황색 방향 지시등이 귀여움을 리드하고, 검정색 범퍼 좌우로 뻗은 은색의 프레임은 멧돼지의 엄니를 연상케 해 강인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FJ 크루저는 차체 색상이 파란색이나 주황색일 때 무척 개성 있게 보이는데 마침 시승차는 다소 밋밋한 색상이어서 그 화려함이 많이 줄어든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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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보면 앞 유리창이 거의 수직으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과거 FJ40의 이미지를 이어 온 것이다. 덕분에 차체가 앞으로 기울어져 돌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실내에서는 전방에 선바이저를 사용하지 않아도 쏟아지는 햇빛을 잘 가려준다. 옆모습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은 수어사이드 도어라고 부르는 뒷문이다. 앞문과 달리 반쪽 정도의 작은 문이 장착돼 있는데 두 개의 문이 좌우로 열리는 코치 도어 스타일이다. 문을 모두 열면 B필러가 없어 개방감이 뛰어나다. 뒷문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C필러가 무척 두꺼워져 매우 독특한 캐릭터를 연출한다. 지붕은 흰색으로 투톤 처리했고, 펜더 아래는 검정색으로 처리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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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J크루저는 휠베이스가 2,690mm로 중소형급 SUV 수준이고 길이도 4,670mm 밖에 안 돼서 현대 싼타페의 휠베이스 2,700mm, 길이 4,690mm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다. 그런데 폭은 싼타페에 비해 25mm가 넓고, 키는 150mm가 더 큰데 이는 캐빈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상고가 높아졌다고 보면 된다. 옆에서 보면 지상고가 무척 높은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길이 면에서는 컴팩트하지만 폭이 넓고 최저 지상고는 엄청 높고, 접근각과 이탈각이 커서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체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32인치 대형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어 웬만한 험로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발을 들여 놓을 수 있겠다. 극한의 험로 주행을 원한다면 타이어는 오프로드 전용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

뒷모습은 앞 방향지시등과 디자인을 같이하는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자리하고 있고, 스페어 타이어를 해치에 부착했다. 해치는 좌우로 열리는 타입으로 미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만큼 열리는 방향이 왼쪽이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트렁크 공간은 반듯하게 잘 정돈돼 있는데다 공간도 꽤나 넓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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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들어서려면 일단 지상고가 높아 계단 여러 칸을 한번에 올라가는 느낌으로 탑승을 해야 한다. 다행히 곳곳에 손잡이들이 마련돼 있어 손잡이를 잘 골라서 잡고 타면 쉽게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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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여기저기 보이는 동그라미들이 귀여움을 만들고 있지만 대체로 터프한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데시보드 위 아래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굵은 파이프가 틀을 갖추고 있고, 센터페시아는 반듯한 사각형이다. 센터페시아와 도어 트림에는 외부 차체 색상이 적용된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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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오르면 바닥에 비닐 커버가 적용된 것이 다소 생소한데, 시트에도 방수, 발수 직물이 적용돼 있어 험한 오프로드에서 흙이나 먼지가 실내에 많이 유입돼도 쉽게 물 세차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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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 버전에는 터치스크린이 작동하는 아틀란 네비게이션이 적용돼 있어 편리하다. 시승차는 인증을 위해 들여 온 버전이어서 그 외 편의 사양들은 국내 판매 모델인 익스클루시브 에디션과 차이가 나므로 구체적인 사양은 직접 전시장을 방문해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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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J 크루저에는 최고출력 260마력/5,600rpm, 최대토크 38.8 kg.m/4,400rpm를 발휘하는 4,000cc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고, 변속기는 자동 5단이다.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모델이라 엔진의 다운사이징과 변속기 다단화라는 최신 트랜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배기량 엔진과 변속기다. 이 부분이 국내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가장 꺼려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V6 3.5는 흔하고, 인피니티는 V6 3.7 엔진을 사용하고, 현대는 V6 3.8 엔진을 쓰고 있다. 배기량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데도 심리적으로 4.0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최신 직분사 터보 3.0 디젤엔진과 자동 7~8단 변속기를 얹었다면 국내에서도 그 인기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FJ 크루저는 이런 엔진과 변속기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더 큰 매력을 발견하게 될 때 그 존재가 큰 의미로 다가오는 모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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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오프로드 주파력을 위해 파트타임 4WD 시스템을 갖췄고, 미끄러운 노면에서 출발을 돕는 ‘A-Track’과 험로 탈출을 도와주는 ‘리어 디프렌셜 락’을 별도로 갖췄다.

자. 이제 오프로드를 찾아 본격적으로 떠나보자.

최근 대부분의 SUV들은 온로드 사용이 더 많은 점을 감안해서 온로드 주행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험로 주파력은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갖춘 경우가 많다. 반면 본격적인 오프로드 용 SUV들은 험로에 들어가면 말 그대로 날아다니지만 오프로드를 찾아 떠나는 온로드에서는 소음과 나쁜 승차감등 다양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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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FJ 크루저는 온로드에서도 무척이나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시동을 걸 때부터 조용하고, 시내는 물론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다. 다만 속도가 110km/h를 넘어가면 단단한 하체로 인해 고속도로의 불규칙한 노면에서는 충격이 다소 전달되기는 한다. 어차피 오프로드를 찾아 즐겁게 떠나는 여행인 만큼 100km/h 이하의 속도로 여유롭게 달린다면 그 어떤 오프로드 전문 SUV들보다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최고출력이 260마력이긴 하지만 초반 가속력도 꽤 강력하다. 실측에서 약 7초 정도 만에 정지에서 100km/h까지 가속해 냈다. 거의 핫해치 수준인데 실제로는 차체가 크고 지상고가 높은 만큼 그 정도로 강력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후에도 가속은 꾸준하게 이어져 180km/h 부근에서 속도제한에 걸린다. 이 차의 성격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주행이긴 하지만 꽤 강력한 온로드 달리기 실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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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동안 나름 다양한 오프로드를 찾아 다녔다. 꽤 큰 자갈들이 깔려 있는 길 정도는 그냥 H2로 내달렸고, 어른 가슴만큼 키가 큰 갈대밭에서는 H4로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었다. 부드러운 모래밭으로 들어갈 때도 H4로도 충분히 다닐 수 있지만 조금 더 조심한다면 L4를 선택해 여유 있게 돌파할 수 있다. 꽤 가파른 언덕도 L4를 선택하면 큰 문제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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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후륜 구동인 상태에서 구동력 변환은 기어 레버 앞쪽의 구동력 변환 기어를 사용해서 변환한다. 고속 2륜 모드인 H2에서 고속 4륜 모드 H4로 전환할 때는 주행 중에도 변환 기어를 당기기만 하면 변환이 되고, 저속 4륜 모드인 L4로 변환할 때는 기어를 중립(N)으로 옮긴 상태에서 변환 기어를 2L로 변환하고 다시 기어를 D로 옮겨야 변환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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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력 못지 않게 중요한 최저 지상고와 접근각, 이탈각, 램프각이 커 순정상태로도 강력한 험로 주파력을 갖추었다는 것이 FJ크루저의 최대 강점이다. 일부 고급 SUV들이 에어 서스펜션을 이용해서 차고를 높이고 험로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FJ 크루저는 그냥 들어가면 ‘끝!’ 이다.

이번 시승에서 경험해 보지 못해 아쉬운 부분은 물길을 건너는 것이었다. FJ 크루저는 변속기, 엔진, 휠 드라이브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였고, 에어 인테이크도 앞 바퀴 위쪽의 물이 닿지 않는 곳에 장착하였고,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 하단부 모든 전기적 연결부분을 방수 고무 개스킷으로 처리하는 등 도강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이로 인해 FJ크루저는 700mm 깊이의 물길은 가뿐하게 건너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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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한정판매되는 FJ 크루저 익스클루시브 에디션의 가격은 5,490만원이다. 가격이나 성능으로 동급 모델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이라 할 수 있다. 매일 이 차를 운행해야 한다면 기름값이 큰 부담이 되겠지만 가끔 아웃도어를 위해 사용한다면 매우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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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FJ 크루저는 미니의 귀여운 외모와 허머의 터프함, 그리고 렉서스의 정숙성을 함께 갖춘 매우 개성강한 오프로드 전문 SUV다. 강력한 험로 주파력은 물론이고, 오프로드를 찾아 떠나는 동안의 온로드도 조용하고 편안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야생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본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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