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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올리고 편의 내리고, 르노삼성 SM5 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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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승용 디젤이 허용되고 수입차들이 앞다투어 디젤 엔진을 얹은 승용차들을 선보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에서 속수무책으로 안방을 내 주던 국산차 메이커들이 이제서야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소형과 준중형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고, 이제 중형차 차례다. 쉐보레 말리부에 이어 르노삼성 SM5, 그리고 현대 그랜저가 뛰어 들었다. 주전 선수가 될 쏘나타는 아직 채비를 갖추지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등장한 중형, 준대형 디젤차들은 저마다 개성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국산 중형 디젤 세단의 열기가 뜨거워지고는 있지만 아직 본론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솔직히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르노삼성 SM5 D는 장점이 확실한 반면 단점도 많다. 하지만 르노삼성에게는 분명 좋은 일이다. 부족한 부분을 감수하고라도 SM5 D의 장점에 끌릴 사람들도 충분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부진했던 르노삼성이 QM3 이후 회복되고 있는 속도가 SM5 D로 인해 더 빨라질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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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 D의 최고 장점은 당연 연비다. 르노삼성은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에서 가져와 SM5에 얹을 수 있는 여러 디젤 엔진과 변속기 중 1.5 디젤과 게트락 6단 DCT를 선택했다. 그 선택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뒷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연비를 최우선으로 뒀다는 견해에 이견을 달기는 어려워 보인다. 덕분에 과거 대우 로얄 듀크와 현대 스텔라 이후 실로 오랜만에 소형 엔진을 얹은 중형차를 만날 수 있게 됐다.

SM5 D의 복합 연비는 16.5km/L다. 쉐보레 말리부 2.0 디젤 13.3km/L, 폭스바겐 파사트 2.0 디젤 14.6km/L, 푸조 508 2.0 HDi 14.8km/L, 아우디 A6 2.0 TDI 15.9km/L, 볼보 S80 2.0 디젤 16.1km/L 등 대부분의 2.0 디젤 모델보다는 우수하지만, 수입차 최고의 베스트셀러 BMW 520d의 16.9km/L보다 못한 것은 물론, 볼보 S80 1.6 디젤 16.9km/L, 푸조 508 1.6 e-HDi의 18.4km/L 등 1.6리터 디젤 모델들 보다는 대체로 나쁘다. 하지만 결국 수입차들의 가격을 고려해 보면 SM5 D의 선택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시승 중 실주행 연비는 복합 연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에서는 20km/L에 육박하고 시내에서는 13~4 km/L 정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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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다음으로 SM5 D가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정숙성이다. 정말 조용하다. 실내에서는 진동과 소음 모두 훌륭한 수준으로 잘 억제됐다. 일반적으로도 주행 중에는 조용하지만 정차하면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살아나기 마련인데, SM5 D는 정차 중에도 그 어떤 디젤 엔진보다 조용했다. 하지만 시승차에서는 아주 가끔 비 정상적인 소음이 잠깐 발생하다가 곧 조용해 지는 현상이 있었는데, 점검이 필요한 부분인지 정상적인 상태인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어쨌든 SM5 D의 정숙성은 최고점을 받을 만하다.

그 다음 장점은 안락하면서 안정감도 좋은 주행감각이다. 프랑스 차에서 느낄 수 있었던 특유의 안락함이 SM5에서도 느껴진다. 중 저속에서 출렁이지 않으면서 편안함을 즐길 수 있는데, 고속에서도 직진 안정성이 뛰어나고 코너링 실력도 수준급이다. 현대차가 최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을 다양한 방법으로 튜닝해 보지만 인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과는 참 대조적이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그냥 안정감 있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한 것이, 별로 공부하지 않는 데도 좋은 점수를 받는 엄친아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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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으로는 너무 많은 사양들이 빠져버린 점을 가장 먼저 들 수 있겠다. 네비게이션, 가죽 스티어링 휠, 열선 스티어링 휠, 냉방시트, 크루즈 컨트롤 등 경쟁 모델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법한 기능들이 없는 것은 물론, 보스 오디오 시스템, 향수 공기 청정기, 통합 컨트롤러 등 기존 SM5에는 있었던 기능들도 많이 빠졌다. 가격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겠지만 덕분에 차량 중량도 많이 낮아진 점은 어부지리라 할 수 있겠다.

디자인이 변하지 않은 점은 호불호가 갈리겠다. 하지만 풀 체인지여도 좋을 시점에 디자인의 변화 없이 디젤 엔진만 얹은 점은 상당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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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 D에 얹힌 1.5리터 dCi 엔진은 최고출력 110마력/4,000rpm과 최대토크 24.5kg.m/1,750rpm을 발휘한다. 그 동안 국산 중형 승용차의 대표 엔진이었던 2.0리터 가솔린 엔진은 150마력 전후의 출력과 20kg.m 전후의 토크를 냈었는데도 대체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넉넉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가솔린 엔진보다 출력은 낮고 토크는 더 높은 1.5 dCi 엔진은 과연 어떨까? 많은 이들이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부분도 각자의 운전 스타일, 혹은 선호하는 파워의 정도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결국 넉넉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일상적인 주행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중형급 차에 2리터 디젤 엔진을 얹었을 경우에 느낄 수 있는 넉넉한 파워와 그로 인한 여유로움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엑셀을 밟을 때마다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토로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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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h로 정속 주행 시 1.5리터 dCi 엔진은 6단에서 회전수가 2100rpm까지 올라간다. 2.0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들이라면 대체로 1,600rpm 전후에 이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힘의 차이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어비의 차이 덕분에 초반 가속에서나 추월 가속에서도 꽤 두터운 토크감을 느낄 수 있다. 엑셀을 밟고 있으면 최고속 영역까지도 꾸준히 속도를 밀어 올려 준다. 기자의 판단으로는 뛰어난 연비를 감안해서 강력한 성능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춘다면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모두 부족함 없는 힘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6단 DCT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30, 55, 80, 110km/h에서 각각 변속한다. 초반 기어비가 촘촘하다. 이 변속기는 DCT 초기 버전인 듯 보인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크리핑이 즉시 시작되지 않고, 약 1초 정도 후에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엑셀을 좀 밟아줘야 제대로 움직인다. 출발 초반에는 엑셀 워크에 살짝 신경이 쓰이는 정도인데 금방 익숙해 지기는 한다. 변속할 때 상황에 따라 충격이 조금씩 전달되기도 한다. 최근 DCT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반응이다. 언덕에서는 뒤로 밀리지 않는 기능이 적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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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꽤 오래 봐와서 많이 익숙하다. 가죽으로 덮이지 않은 스티어링 휠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계기판도 단순하지만 깔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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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보스는 아닌데 사운드는 비교적 괜찮은 수준이다. 음악을 듣는 중에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나오던 음악 볼륨이 서서히 작아진 후 다음 곡이 부드럽게 이어져 나오는 페이드 아웃, 페이드 인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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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를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고, 하이패스와 뒷좌석 통풍구가 있고, 전반적으로 시트는 편안하고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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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을 하자면 중형차에 1.5 디젤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은 나름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평소에 다 사용하지도 않는 파워를 갖추기 위해 굳이 큰 엔진을 고집하기 보다는 엔진 사이즈를 줄여 평소에 부족함 없는 적당한 파워를 사용할 수 있다.

엔진이 가지고 있는 힘의 총량을 ’10′이라고 가정할 때, 2.0 디젤 엔진이라면 평소 ’2~3′ 정도를 사용하다 추월이나 등판 때 ’4~5′ 정도를 쓴다고 할 수 있고, 1.5 디젤 엔진은 평소 ’3~4′ 정도를 사용하고, 추월이나 등판 때 ’5~7′ 정도를 쓴다고 보면 된다. 결국 ’7~10′ 정도를 모두 사용해야 하는 주행 상황은 이런 차의 성격에서는 그리 자주 만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SM5 D의 정숙성과 안정감에는 최고의 점수를 줄만하다. 정말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다. 편의 장비 좀 없어도 기본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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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SM5 D 기본형이 2,580만원, 스페셜 모델이 2,695만원이다. 플래티넘 가솔린 2.0이 2,230 ~ 2,900만원, 1.6 TCE가 2,8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 포지셔닝은 아주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디젤엔진 가격이 더 비싼 데다 엔진과 변속기가 수입이라 단가가 더 비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내 놓는 디젤 모델의 가격이 부담될 수준이라면 성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결국 디젤 엔진을 얹기 위해 다양한 기능들을 들어내는 처방을 쓸 수 밖에 없었고, 제로섬 게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액면가는 착하게 나왔다.

결국 선택은 고객의 몫이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잘 맞는다면 다행히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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