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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달리기의 진수, 푸조 308 2.0 Blue 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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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뉴 308은 완전히 새로워졌다. 디자인이 정통 2박스 해치백 스타일로 바뀌었고, 인테리어는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정평이 나 있는 달리기 실력은 골프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외에도 스마트 키와 ACC를 비롯한 편의 장비를 다양하게 갖추는 등 골프와 비교하여 장점도 상당히 많지만 결국 골프와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푸조가 308의 후속을 선보이면서 이름을 309가 아닌 308을 그대로 사용했다. 결정적으로 과거에 309라는 이름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다, 숫자 가운데 ’0′을 넣는 전통을 고려할 때 끝자리 숫자를 계속 올릴 경우 ’9′ 다음에 딱히 갈 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앞으로도 C세그먼트 모델은 계속 308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308이라는 숫자가 마음에 든다.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306은 피난파리나가 디자인을 맡아 정통적인 2박스 해치백 스타일이었지만 307로 진화하면서 푸조가 직접 디자인을 맡았고, 정통을 벗어난 혁신적인 스타일의 해치백을 선보였다. 1.5박스라고 하기도 뭐한데 푸조는 2박스 모노스페이스라고 불렀다. 어쨌든 쐐기 스타일이 강조되면서 에어로다이나믹이 극대화된 느낌이었다. 헤드램프를 비롯한 램프들도 물방울 형상으로 같은 느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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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308 때도 307과 크게 다르진 않았는데, 오히려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새로운 308에 와서 그 스타일이 다시 정통 2박스 해치백 스타일로 돌아갔다. 실험적인 스타일이 초기에는 큰 인기를 끌면서 폭스바겐 골프를 위협하기도 했었지만 점차 인기가 줄어들면서 푸조의 C 세그먼트의 화려했던 명성도 잊혀질 위기에 처하게 되자 다시 유럽인들의 정서에 맞는 스타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그릴 윗부분에 크롬으로 푸조 이름을 새겨 넣은 장식이 208을 통해서 조금은 익숙해진 탓에 완전히 새로워진 308임에도 앞모습이 크게 낯설지는 않다. 새 308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풀 LED 헤드램프도 조금은 차분해진 느낌이다. 그릴과 그 아래 에어 인테이크는 동일한 디자인 캐릭터를 사용해 웃는 모습의 선한 얼굴을 보여준다.

옆 모습을 보면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달라진 라인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확실히 2박스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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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크기가 4,255×1,805×1,460mm인데 이는 이젠 세대보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작아진 사이즈다. 모두가 커질 때 작아지는 용기가 대단하다. 반면 휠베이스는 2,620mm로 이전 세대보다 12mm 길어졌다. 단순히 사이즈를 키우기보다는 뭐가 중요한 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뒷모습도 어딘지 익숙하다. 전반적으로 정통 2박스 해치백이면서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하는 라인은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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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이 ‘변해봐야 해치백’이라면 인테리어는 상당히 미래적인 느낌이다. 시승차는 고급버전이어서 시트에 알칸타라가 투톤으로 적용돼 있어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시트의 형상과 캐릭터 라인도 무척 화려하다. 이전 세대는 옆구리와 허벅지를 지지해 주는 지지대 내부에 스펀지가 많이 부드러운 것이 다소 어색했는데 이번에는 스타일과 기능 모두에서 만족도가 높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골프처럼 다이얼식인 것은 아쉬운데 그나마 손이 들어갈 공간이 골프보다 넉넉해 조절이 좀 쉬운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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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서 독특한 부분 중의 하나가 오버헤드 인스트루먼트다. 계기판이 스티어링 휠 안 쪽으로 보이지 않고 스티어링 휠 위로 보인다. 헤드업디스플레이의 기능성을 일반 계기판에 접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운전 중 시선을 도로에서부터 크게 빼앗기기 않으면서 계기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시도다. 오른쪽에 위치한 회전계가 보통과는 다르게 바늘이 우에서 좌로 올라가는 구조인 것도 재미있는데 익숙해 지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스티어링 휠이 작은 것도 반갑다. 레이싱용 튜닝 휠을 장착한 것처럼 돌리는 재미가 탁월하다. 예리한 핸들링 특성과 어울려 산길을 달릴 때 제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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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는 매우 간결하다. 에어컨과 오디오, 네비게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설정 기능들을 한 개의 모니터에 통합해 넣어서 그렇다. 일반적으로 많은 버튼들이 배열되기 일쑤인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오디오 온오프 버튼이 통합된 CD 삽입구와 그 아래 공조장치 조절 버튼 3개와 비상등 작동버튼, 그리고 도어 잠금 버튼으로 구성된 한 단의 가로 프레임, 이렇게 총 두 단의 가로 띠만 존재해 무척이나 심플하다.

사실 기능들을 통합하게 되면 버튼 하나로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최소 2번 이상 눌러서 선택해야 하므로 조작에는 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308 정도로 인테리어를 간결하게 다듬어 준다면 터치 패널을 한 번 더 터치하는 정도의 수고로움을 감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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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터널의 구성도 깔끔하다. 예쁘게 다듬은 시동 버튼이 기어레버 아래 쪽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스포츠 버튼도 손이 가기 쉬운 곳에 잘 배열했다. 반면 기어레버 디자인은 세련된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꽤나 투박하다. 그래도 기어레버 수동 변속 시 작동 방향이 앞으로 밀면 시프트다운인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 와인딩에서 달리는 재미가 뛰어난 308이라면 일반적으로 앞으로 밀면 시트프 업인 방식보다 이게 더 낫다. 이 방식은 BMW가 가장 먼저 선보인 후 한 동안 다른 브랜드에서 별 반응이 없었는데 최근 재규어에 이어 308도 이 방식을 선택한 것이 무척 반갑다.

대형 파노라마 루프는 통유리로 되어 있어 열리지는 않고 스크린만 열고 닫을 수 있다. 지붕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보다는 넓은 하늘을 감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쏘나타 광고에서 비오는 날 파노라마 루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오리지널이 바로 푸조다. 이 통유리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아주 경쾌한 소리가 들리고 운치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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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308에는 최고출력 150마력/4,000rpm과 최대 토크 37.7kg.m/2,000rpm을 발휘하는 2.0리터 터보 직분사 디젤엔진과 아이신제 자동 6단 변속기가 얹혔다. 한동안 푸조가 고집하던 MCP가 아니다. C세그먼트 해치백에 150마력 디젤은 매우 충분한 파워를 제공한다. 골프도 2.0 TDI가 150마력을 발휘한다.

가속은 무척 경쾌하다.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골프와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는 308이다 보니 시승 중에도 자연스럽게 골프 2.0 TDI와 모든 것을 비교하게 되는데 초반 가속력에서는 골프에 살짝 못 미친다. 최대토크는 308이 더 높지만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가 골프가 더 낮고, 골프가 조금 더 가볍기도 하고, 7단 DSG 변속기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기어비의 차이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308도 충분히 파워풀한 달리기가 가능하고 최고속 영역까지 꾸준하게 속도를 올려주는 실력도 부족함이 없다.

아쉽게도 엔진 소리는 최근 만났던 디젤 엔진들 중 큰 편이었다. 진동은 거의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잘 억제되었는데 아이들링에서 엔진 소리는 컸다. 그나마 스타트/스톱 시스템이 있어서 주행 중 정차했을 때는 시동이 꺼져 무척 조용하다. 게다가 시동이 꺼진 후 다시 시동이 걸리면 한 동안 다시 꺼지지 않는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차가 아주 조금 움직이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떼서 시동이 걸렸다가 바로 다시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곧바로 다시 시동이 꺼진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는 엔진 스타트/스톱과 연동되지는 않는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정차한 경우 시동이 꺼지는데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걸고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시동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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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은 역시 푸조답게 탁월한 승차감을 갖췄다. 골프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안락함이 돋보이면서 고속 주행에서나 코너링에서도 결코 안정성을 놓치지 않는다. 자주 이야기했듯이 요철을 잘 걸러주면서 부드럽게 주행하는데 코너에서도 쉽게 차체가 기울어지지 않고 돌아나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308의 장점을 통틀어서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이 주행감각이다. 평소에 주행할 때도 단순히 편안하다는 느낌을 넘어 세련되게 요철을 걸러내면서 노면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면과 온전히 소통하지만 그 소통방식이 부드러움인 것이다. 그래서 굳이 코너를 달리지 않아도 엉덩이로 전해지는 즐거움이 있다. 그래도 산길에서 코너를 달려보면 뛰어난 그립과 함께 잘 억제된 언더스티어로 코너링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일 연비 부분은 출시와 함께 논란이 많았다. 일반적인 유럽기준 연비와 국내 기준 연비의 차이에 비해 308은 지나치게 국내 기준 연비가 낮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공인연비는 복합 14.6 km/ℓ(고속 16.4 km/ℓ, 도심 13.4 km/ℓ)로 골프 2.0 TDI가 16.7 km/ℓ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이 정도의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데 확실히 낮게 나오긴 했다. 이번 시승에서는 아쉽게도 제대로 된 연비 측정을 못한 만큼 다음에 다시 연비를 위주로 테스트를 할 필요가 있겠다.

308에는 액티브 크루즈컨트롤(ACC)도 달렸다. 정속주행 속도를 설정하고, 앞 차와의 간격은 도달 시간으로 설정한다. 시간을 길게 설정하면 간격이 더 벌어지는 방식이다. 그리고 앞차의 속도가 줄어 들어 40km/h 이하까지 떨어지면 ACC는 해제된다. 완전히 정차할 때까지 지원하는 최신 시스템이 아니고 초기형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 있어도 고속도로에서 장거리를 주행할 때는 매우 편리하다. 골프에는 아직 없는 시스템이니 주목할 만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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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새 308은 유럽에서 카 오브 더 이어에 뽑혔다. 해치백을 사랑하는 유럽에서 그 실용성과 성능에 모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국내에도 이제 C세그먼트 디젤 해치백의 인기가 높다. 308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세련된 내, 외관 디자인과 넉넉한 동력 성능을 갖췄다. 경쟁모델 대비 옵션도 풍부한 편이다. 가격은 골프와 거의 동일하게 맞췄다. 국내에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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