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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가 예뻐지면? 르노삼성 SM3 네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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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다들 성형 수술을 하나보다. SM3 네오를 시승하고 난 소감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듯 SM3 네오는 앞 모습이 많이 예뻐졌다. 그게 전부다. 그래서 뭐 특별한 게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시승이었는데 의외의 호평으로 시승을 마쳤다. SM3 네오는 참 괜찮은 준중형차였다. 얼굴을 조금 바꿨는데 어떻게 평소 느낌과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됐을까?

지금의 2세대 SM3가 등장한 것이 2009년이니 벌써 5년이 지났다. 그간 외관 디자인이 조금 변했고, 인테리어도 조금 바뀌었고, 주행 안정성도 조금 좋아졌다. 그러면서 기본기가 꽤 괜찮은 준중형차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얼마 후 화려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현대 아반떼가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같은 뼈대의 세련된 기아 K3도 그 뒤를 이었다. 그러면서 SM3는 그 가치를 알아 주는 이들에게만 조용하게 사랑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듯했다. 이제 시간도 많이 흘러 어서 빨리 다음 세대 SM3가 등장해 주기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작은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으니 바로 QM3의 등장이었다. QM3는 사랑스러운 디자인과 매력적인 주행 성능, 그리고 놀라운 연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QM3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QM5에게로 건너가 ‘QM5 네오’에게 새로운 도약을 안겨줬고, 이번에 또 다시 SM3에게도 그 요술가루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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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 네오가 등장하자 많은 이들이 예뻐졌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미 5년이나 된 차가 얼굴 조금 바뀌었다고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까? 기자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래도 오랜 만에 SM3의 좋은 기본기나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승을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더 예쁜, 갈색 빛이 도는 빨간 SM3 네오가 눈앞에 나타나자 은근히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찬찬히 둘러봐도 테가 살아있다. 아반떼가 늘씬하고 눈에 띄게 예쁜 스타일이라면 SM3 네오는 상냥한 베이비 글래머 스타일이라고 할까? 단지 르노에서 건너온 앞모습를 적용한 것 뿐인데 이렇게 느낌이 달라지다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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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도 첫 인상에서 마음을 조금 내준 탓인지 인테리어에도 호감이 더 많이 생겼다. 센터페시아의 에어컨과 오디오 조작부가 전에는 버튼도 작고 옹색해 보였는데 갑자기 차분하고 단정해 보인다. 굳이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여전히 조금은 어색하다. 기능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버튼들도 여전하다. 하다 못해 엔진 스타트 버튼 만이라도 좀 더 엑센트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넉넉한 실내 공간은 만족스럽다. 아반떼보다 1년 먼저 나온 SM3의 휠베이스가 2,700mm, 이듬해 등장한 아반떼 MD도 2,700mm로 늘어나 같아졌다. 결국 아반떼, K3, SM3의 휠베이스가 동일하고, 쉐보레 크루즈가 2,685mm로 15mm 짧다. 반면 아반떼와 휠베이스는 같지만 길이와 높이, 넓이는 모두 SM3가 더 길다. 실제 실내에 앉아봐도 폭에서 약간, 그리고 머리 위 공간에서 꽤 큰 차이로 SM3가 넓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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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 때 바뀐 디지털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고 산뜻한 이미지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리진 않지만 나름 액센트가 된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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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시승 때는 미처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된 기능 중의 하나는 오디오에서 음악을 듣는 중에 다른 곡으로 넘어 갈 때 나오던 곡이 페이드 아웃 되면서 부드럽게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댄스 곡을 큰 소리로 듣다가 다른 곡으로 넘어가고 싶어서 곡 중간에 선곡을 바꾸게 되면 보통은 큰 소리가 갑자기 뚝 끊기면서 꽤 자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는데 SM3에서는 그럴 염려가 없는 거다. 큰 소리의 음악이 다음 곡을 선택하는 순간 서서히 볼륨이 줄어들고 그 후에 다음 곡이 자연스럽게 재생된다. 어느 시승기에선가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썼었는데 SM3 네오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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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매립된 네비게이션은 기능적으로 아쉬움이 없지만 각도는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운전석에서 봤을 때 반사면이 동반자석 쪽을 향하도록 세워져 있어서 빛의 각도에 따라서 화면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동급 대비 편의장비를 살펴보면 냉방 시트가 없는 것이 아쉽고, 뒷자리에 에어 벤트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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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었다. 조용하다. 역시 조용한 실내는 동급 최고다. SM3에는 최고출력 117마력, 최대토크 16.1kg.m를 발휘하는 1.6리터 엔진과 르노 닛산이 자랑하는 무단 변속기 X-CVT가 얹혔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개선된 이 변화로 초기 발진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경쾌해졌으며, 연비도 크게 향상됐었다. 다시 만난 SM3 네오도 이 부분에서 변화는 없었다.

출발이 경쾌하고 부드럽다. 그 전에는 부드럽기만 하고 힘이 살짝 달리는 느낌이었는데 페이스리프트 이후 힘 부족은 느낄 수 없게 됐다. 엑셀을 깊이 밟으면 CVT의 특성대로 회전수를 먼저 밀어 올리고 나서 속도를 끌어 올린다. 가속력은 등급에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면서 여전히 부드럽고 조용하다는 것이 매우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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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매우 안정적인 주행감각도 탁월하다. 저속에서 살짝 단단한 느낌이 전해지지만 충분히 부드러운 편이고, 고속으로 올라가면 안정감은 확실히 돋보인다. 굳이 스티어링 휠을 과격하게 흔들지 않아도 시트 밑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진동에서 벌써 안정감이 묻어난다. 물론 와인딩에 들어가 보면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르노를 포함한 프랑스 메이커들의 하체 세팅 능력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SM3 네오에서도 프랑스 차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안정감 높은 하체의 느낌이 많이 난다.

경쾌한 순발력과 부드러우면서 안정감 높은 주행 특성이 어우러지자 그냥 평범한 운전도 꽤나 즐거워진다. 기본이 잘 다듬어진 차가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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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은 준중형차에 다이나믹한 주행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X-CVT를 수동모드로 전환화면 일반 자동 변속기의 수동모드처럼 변속이 가능한데다 넓은 최대 토크 밴드가 주는 경쾌함,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핸들링 특성이 더해져 굳이 빠르지 않아도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과거 CVT는 연비만을 생각할 뿐 다이나믹한 주행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 르노 닛산 계열에 얹히는 CVT들은 수동모드가 상당히 파워풀해져서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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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5년이 지난 SM3가 정말 잘 된 성형 수술 덕분에 최근 판매에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그 동안 똑똑하고 착하긴 했지만 외모 때문에 결국 선택 받지 못했던 아픔을 이제서나마 떨칠 수 있게 됐다. 외모에서 좋은 인상을 주다 보니 그 동안 잘 다듬어 두었던 매력적인 본질들도 이제 제대로 평가 받게 된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외모 지상 주의는 문제가 있다. 예쁘기만 하고 안전하지 않거나 잘 달리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외모를 잘 가꾸지 않는 것도 문제다. 역시 자동차도 예쁘고 볼 일이다. 이제서라도 매력적인 외모를 갖추게 된 SM3 네오가 더 많은 이들로부터 기본에 대해 좋은 평가를 얻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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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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