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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쉐보레 말리부 2.0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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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쉐보레 말리부가 국내 처음 소개되고, 부산에서 첫 시승을 한 후의 소감을 상기하자면 중후한 디자인과 매우 안정적인 주행 감각이 돋보였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힘이 아쉬웠었다. 이 후 많은 이들이 이 평가에 공감했고, 그 당시 제안했던 내용은 하루 속히 디젤 모델을 선보인다면 부족한 힘에 대한 아쉬움을 만회하면서 안정감 있는 주행 감각과 어우러져 높은 완성도를 보여 줄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오랜 기다림이었지만 쉐보레에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현대도, 기아도, 르노삼성도 말리부의 경쟁 모델에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쉐보레에서 디젤 엔진을 얹어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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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1년 만이라도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이제라도 나와준 것이 어딘가? 3월 6일 신차출시 행사를 한 후 또다시 2주간의 기다림 후에 드디어 실제 말리부 디젤을 타 볼 수 있는 시승행사가 열렸다.

서울에서 버스로 출발해 강원도 홍천 44번 국도변의 한 휴게소에 이르자 말리부 디젤 수십 여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승 코스는 44번 국도를 따라 홍천을 출발해서, 인제를 지나 설악산을 올라 한계령 휴게소에서 운전자를 교대하고, 한계령을 내려가 양양에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강릉까지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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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받은 차를 찾아서 먼저 운전대를 잡았다. 시동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순간 첫 번째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조용했다. 동급 4기통 디젤 엔진들 중에서 가장 조용한 편에 속할 정도였다. 진동도 무척 잘 억제되어 있었다. 합격이다. 이것으로 말리부 디젤은 합격점을 받고도 남겠다는 섣부른 판단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주행안정성은 이미 검증된 것이고, 어차피 디젤 엔진이니 힘이야 넉넉하지 않겠는가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조용한 디젤 엔진 소리에 감격해 하며 시트를 조절하고 실내를 둘러보는 동안 조금씩 흥이 깨져가기 시작했다. 물론 말리부 디젤의 핵심인 디젤 엔진에 관한 것은 아니고 말리부 자체의 기능과 관련된 사항이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신경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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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스티어링 휠에 텔레스코픽이 지원되지 않는다. 다리가 긴 사람들은 시트를 적당한 위치에 맞추면 스티어링 휠이 좀 멀 수밖에 없겠다. 기억으로는 크루즈도 텔레스코픽이 지원됐던 것 같은데 아쉽다. 그리고 통풍시트가 없다. 쏘나타나 K5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제공되는데 이 역시 아쉽다. 뒷좌석에는 에어컨 통풍구도 없다. 반면 시트는 적당히 몸을 잘 잡아주고 단단한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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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느낌이고, 부분적으로는 센터페시아 상단 처리 등이 다소 어색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선호가 다르니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쏘나타나 K5 등에 비해 터치가 굵고 시원시원하다. 바꾸어 말하면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

오디오는 차급을 생각하면 무척 만족스럽다. 인피니티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다. 블루투스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어도 사운드가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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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 모니터는 바깥 쪽에 터치 버튼이 배열되어 있어 사용하기 편하다. 모니터를 들어 올리면 비밀(?) 수납공간이 나온다. 그런데 오너의 입장에서 타 보지 않아서 효용성은 잘 평가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센터페시아나 도어트림을 통틀어 핸드폰을 둘 장소가 적당하지 않다. 센터 터널 옆구리에 가늘게 수납공간이 있긴 한데……

일부 기능에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승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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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에 적용된 디젤 엔진은 독일 오펠이 개발하고, 생산한 것을 수입해서 장착한다. 독일에서는 오펠 인시그니아와 아스트라 등에도 얹힌다. 이 엔진은 2014년 워즈오토 올해의 엔진상(Ward’s 10 Best Engines)을 수상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엔진이다.

4기통 2.0 직분사 커먼레일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3,750rpm, 최대토크 35.8kg.m/1,750~2,500rpm을 발휘한다. 흥미로운 것은 특정 구간에서 오버부스트가 제공되는데 이때는 토크가 38.8kg.m까지 올라간다. 추월 가속에 유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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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역시 수입제품으로 일본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다.

휴게소를 빠져 나오면서 국도에 합류하기 위해 가속하는데, 첫 인상이 통쾌하지 않다. 디젤 엔진 특유의 두터운 토크감으로 시원하게 밀어 줄 것을 기대했는데 가속이 무척이나 부드럽다. 출력이나 토크가 부족하거나 전달 과정에 손실이 있다기 보다는 세팅을 부드럽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후에 질의 응답 시간에 모 기자가 연비를 감안한 세팅인지를 물었는데, 개발 책임자는 연비를 감안해서 가속을 약하게 세팅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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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첫 가속 느낌에서는 가속감이 기대에 살짝 못 미쳤는데, 이후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자 부족하다는 느낌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국도의 교통 흐름에 따라 가감속을 해 봐도 여전히 부드럽다. 분명 가솔린 말리부에서 느꼈던 힘의 부족은 전혀 없는데 여전히 부드럽다는 것은 말리부의 성격을 감안해 잘 세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뻥 뚫린 국도 구간에서는 고속 주행도 해 봤는데, 저속에서나 고속에서나 말리부의 안정성은 역시 탁월했다. 쏘나타나 K5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지엠에서는 무거운 디젤 엔진을 장착하면서 주행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서스펜션을 좀 더 단단하게 튜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승차감이 딱딱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고속이나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이라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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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링 상태에서 조용한 엔진에 이어 탁월한 주행 안정성을 말리부의 핵심 장점으로 들 수 있겠다.

중고속 구간을 포함한 국도 구간을 때로 고회전을 사용해가면서 달려서 설악산 한계령 아래 쯤 이르렀을 때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는 13.5km/L였다. 디젤 엔진에 기대했던 연비로 무난한 수준이다. 100km/h로 6단 정속주행 시 회전수는 1,600rpm을 살짝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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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한계령을 올라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구간에 따라서는 눈발이 섞여 내리기도 했기 때문에 그 멋진 한계령 고갯길을 극한으로 달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말리부 디젤의 성능을 제대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기어를 수동모드로 바꾸고, 2단과 3단, 4단을 수동으로 옮겨 가며 코너링을 즐겼는데, 힘은 넉넉했지만 강력하다고 추켜세우기엔 조금 무난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한계령 꼭대기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연비는 12.0km/L로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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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전에도 지적했던 부분인데 말리부의 수동모드 조작 버튼은 잘 못 만들어졌다. 기어 레버 상단에 위치한 ‘+’와 ‘-’ 버튼을 눌러서 변속하는데, 흔히 수동변속기를 조작할 때 오른손을 변속기 레버에서 떼지 않고, 스티어링 휠은 왼손만으로 조작하는 운전 습관을 생각하면 크게 불편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런 운전 습관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능한 한 두 손으로 잡고, 기어레버는 변속할 때만 오른 손을 옮겨서 조작해야 한다. 이렇게 운전한다면 기어 변속을 하려고 할 때 오른손이 기어레버로 이동하면서 엄지나 검지가 버튼을 찾아서 눌러야 하는데, 버튼이 작을 뿐더러, 손의 모양도 불편하게 돼서 조작이 어렵다. 특히 와인딩을 고속으로 주행하기 위해 코너진입 직전 급브레이크와 함께 급하게 기어를 내려야 하는 경우 더욱 조작이 어렵다.

자동변속기 차량에서 수동모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잘 고려하여, 오른 손을 최대한 빠르고 간단하게 움직여 변속이 가능하도록 한 방식이 기어 레버를 위, 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이고, 보다 더 효율적으로 변속하기 위해서는 시프트 패들을 장착한다. 이는 그 본래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가장 효율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말리부의 수동모드는 기본적인 이해 없이 단순히 남들과 다르게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아이신제 변속기의 작동은 무척 매끄럽고, 수동모드에서 기어를 내릴 때도 회전수를 잘 맞춰서 부드럽게 내려준다. 쏘나타나 K5에 아직 다운시프트 회전수 매칭 기능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말리부의 변속기가 한 수 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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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휴게소에서 출발해서 한계령을 내려 온 다음 동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구간은 동행한 기자가 운전했는데, 고속도로 구간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고회전을 많이 사용해서 연비를 단순히 고속도로 연비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웠는데, 휴게소 정상에서 연비를 리셋한 후 강릉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연비는 14.2km/L가 나왔다.

이 후 강릉 경포대 부근에서 주문진까지 이르는 해안도로와 국도 구간에서 수시로 차를 세우고 촬영하면서 주행한 결과로는 13.1km/L의 연비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연비는 디젤 엔진 기준으로 무난한 수준으로 보인다. 말리부 디젤의 공인 복합연비는 13.3km/L(시내 11.9km/L, 고속도로15.7km/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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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에 디젤엔진 모델이 등장한 것은 국산 중형차 입장에서 볼 때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디젤 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중형차 소비자들이 높은 연비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고, 말리부 자체의 입장에서 보면 가솔린 모델의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큰 짐이었는데 이제서야 그 짐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국산 중형 세단 최초로 디젤 엔진을 장착한 말리부 디젤은 넉넉한 파워와 연비를 갖춘데다, 정숙성과 주행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전체적으로는 상품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하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출시 시기가 다소 늦어진 관계로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7세대 쏘나타의 신차 효과와 곧이어 출시될 SM5 디젤 모델의 파도를 넘어설 힘이 충분할 지 염려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디젤 모델을 가장 먼저 선보인 만큼 선점 효과가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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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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