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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스보다 젋고 역동적인, 기아 K9 3.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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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디자인을 살짝 바꾼 신형 기아 K9은 에쿠스와 동일한 국내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과 최첨단 편의 장비를 모두 갖추고도 매우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대형 럭셔리 세단이면서 에쿠스에 비해 훨씬 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중후함이 부담스러운 젊은 로열 VIP들이 뒷자리에 앉거나 직접 운전대를 잡아도 모두 잘 어울린다.

기아 K9을 보면 폭스바겐 페이톤이 국내에 처음 들어 오던 때가 생각난다. 국민차 폭스바겐이 만든 첫 대형 세단 페이톤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아우디 A8과 경쟁하는 모델이면서 후에 벤틀리의 베이스가 되기도 한 엄연한 대형 세단임에도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판매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국내에서는 아예 BMW 5시리즈 가격인 8천 만원 대에 판매가 됐었다.

중형 세단 가격에 최고급 대형 세단을 탈 수 있는 기회. 럭셔리 브랜드의 배지가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실제의 가치를 정확히 아는 많은 사람들이 이 때 페이톤을 구입했다. 당시 가격 대비 가치로 최고의 차였고, 8천 만원대의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이들 중에 페이톤을 사지 않으면 바보라고 하는 이야기도 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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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은 현대 에쿠스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에쿠스의 형제차다. 그럼에도 가격에서는 트림에 따라 에쿠스보다 최대 약 1천만 원 가까이 더 싸다. 심지어 한 체급 아래인 제네시스 가격에 더 근접했다. 제네시스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에쿠스와 동급인 K9을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기아차는 에쿠스의 상징성을 감안하여 K9에는 V8 엔진을 얹지 않는다. 하지만 에쿠스는 물론이고, BMW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도 8기통 모델보다 6기통 모델이 훨씬 더 많이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K9에 V8 엔진이 얹히지 않는 것은 굳이 단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K9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오히려 선택을 쉽게 도와주는 셈이다. 그리고 2가지 V6 엔진인 3.3과 3.8 중에서도 판매가 더 많은 것은 3.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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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K9이 데뷔한 2012년에 K9을 메르세데스-벤츠 S350, BMW 740i와 직접 비교 시승하기도 했었다. 대형세단이면서도 역동성이 잘 살아 있는 740i, 럭셔리 대형 세단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S350에는 주행 성능과 질감에서 아무래도 부족함이 드러났지만, 충분히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이 돋보였다. 그리고 당시까지 1억 5천만원을 넘어 2억원에 육박하는 독일 대형 럭셔리 세단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첨단 편의 안전 장비들을 K9에서 경험할 수 있었고, 거기다 가격과 AS까지 고려하면 K9의 경쟁력은 대단히 높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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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K9의 판매는 기대에 못 미쳤는데, 그 만큼 K9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기아는 2014년형 K9을 선보이면서 이례적으로 디자인까지 일부 손을 봤다. 대표적으로 호랑이 이빨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 크고 화려하게 다듬었다. 그리고 트림을 손봐 가격도 상당한 수준으로 인하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이래도 K9을 안 타겠느냐는 기아의 선전포고라고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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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만에 살짝 바뀐 K9을 다시 만났다. 3.8 기본형인 노블레스에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옵션인 파노라마 썬루프가 장착된 차량이다. 이 파노라마 썬루프는 개방감이 탁월하다.

K9은 에쿠스와 휠베이스가 같지만 길이는 7.5cm 짧다. 그런데 길이가 조금 짧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K9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BMW 740i보다는 길이가 더 긴데도 그렇다. K9이 이렇게 커 보이지 않는 것은 보기에 따라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다. 중후해 보이기를 원하는 이들에겐 당연히 단점이다. 회사 대표 등 중후한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큰 호감을 얻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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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형 럭셔리 세단의 가치를 제대로 다 누리고 싶지만 거대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이미지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오히려 장점인 것이다. 시승을 위해 K9을 만난 기자에게도 에쿠스보다는 K9이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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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은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 라디에이터 그릴의 변화는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헤드램프는 어딘지 눈망울이 더 초롱초롱한 느낌이다. 3.8 모델에는 어뎁티브 풀 LED 헤드램프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코너를 따라 헤드램프 방향이 돌아가고, 하이빔을 켜고 있더라도 전방에 차량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로우빔으로 전환해주고, 속도에 따라 로우빔의 조사 범위를 조절해 주는 아주 똑똑한 놈이다. 국내 최초의 풀 LED 헤드램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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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거의 변화가 없다. 여전히 고급스러우면서 에쿠스에 비해 젊은 감각이다. 실내에서 가장 크게 분위기를 좌우하는 장비는 전자식 변속레버다. 가장 먼저 적용한 BMW를 통해서 그 편리성에 이미 많이 익숙한 장비인데, 디자인에서는 K9이 더 다이나믹한 분위기다. 지난 해 등장한 재규어 스포츠카 F타입의 전자식 변속 레버도 K9의 스타일을 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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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 장비는 말 그대로 글로벌 수준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 첨단 장비들이 대거 장착됐다. 3.3에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많이 아쉽다. 한 번 사용해 보면 그 편리함과 정교함에 대단히 만족하게 되는 장비다. 고속도로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시내 주행에서도 꽤 자주 사용하게 된다. 3.8에서도 기본형인 노블레스와 그 위급 VIP 트림에서는 옵션인데, 시승차엔 장착돼 있지 않았다. K9을 타면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는 것이 좀 어색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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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3.8에는 V6 3.8리터 직분사 엔진이 얹히는데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에쿠스,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에도 함께 얹히는 이 3.8 GDI 엔진은 탈 때마다 꽤 잘 만든 엔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전 상승이 무척 매끄럽고, 사운드도 경쾌하다. 다만 아직은 기대 만큼의 파워풀한 응답성을 보이는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앞으로 계속 개선해 나가면 꽤 괜찮은 물건이 될 것 같다.

자동 8단 변속기와 조합된 가속성능은 매우 파워풀하다. 속도제한이 걸리는 최고속도까지의 가속도 꾸준하게 이어진다. 전자식 변속레버를 수동모드로 옮기고 레버를 위 아래로 조작하며 달리는 재미도 뛰어나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고회전을 사용해서 달리면 매끄러운 회전 상승과 박력 있는 엔진 사운드가 매력적인데, 젊은 인테리어와 어울려 이 차가 대형 럭셔리 세단이라는 사실을 자꾸만 잊어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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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레버 아래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누르면 노멀, 에코, 스포츠의 3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평소보다 더 높은 회전수에서 기어를 올리고, 더 일찍 기어를 내려서 더 파워풀한 가속을 즐길 수 있다.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된 경우에는 서스펜션 세팅도 더 단단하게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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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시승한 날은 꽤 많은 눈이 내렸다. 후륜구동인 K9에게 눈길은 그야말로 피하고 싶은 길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K9에는 스노우 모드도 준비했다. DIS 다이얼 아래 위치한 스노우 모드 버튼을 누르면 첨단 제어장치의 도움으로 예전보다 좀 더 쉽게 눈길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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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형 제네시스를 시승하면서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이 고속 안정성과 승차감의 관계다. 신형 제네시스는 고속 안정성을 확보하느라 승차감이 많이 딱딱해져 버려 고급차다운 맛이 조금 부족해 졌는데, K9은 그런 점에서 볼 때 승차감에 좀 더 비중을 많이 둔 세팅이다. 3m가 넘는 휠베이스를 가진 대형 럭셔리 세단답게 주행에서 안락함이 돋보인다.

물론 제네시스 보다는 휠베이스가 훨씬 더 긴 한 체급 위 모델이니 직접적인 비교는 의미가 없지만 방향성에 있어서 K9의 선택이 옳다고 보여진다. 고급스러운 안락함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정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경우 평상시 주행하는 속도 구간에서는 안락함과 안정성 모두 만족도가 높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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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이 최고속 영역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스티어링을 좀 더 정교하게 손봐야 할 듯하다. 고속으로 올라갈 수록 유격이 줄어들어야 한다.

안전장비로는 전통적인 안전장비들 외에 후측방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LDWS), 시트진동 경보시스템, 차량 통합 제어시스템 (AVSM), 앞좌석 프리세이프 시트벨트 등 첨단 안전 장비도 대거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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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은 요즘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매우 높은 차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첨단 럭셔리 편의 장비를 대거 갖춘 럭셔리 대형 세단을 소유할 수 있다. 거기다 젊고 다이나믹한 이미지까지 챙겼다. 브랜드 너머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 볼 수 있는 이들에게 K9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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