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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럭셔리 다이나믹,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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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진짜 레인지로버’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스포츠 모델이다. 스포츠란 이름에 걸맞게 도로 위를 달리는 재미가 돋보이고, 무엇보다 레인지로버다운 화려함과 안락함이 안팎으로 베어 있다. 차에 오르면 귀족으로 대접받는 느낌을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레인지로버만의 유일한 가치다.

안타깝지만 1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삼가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레인지로버를 하나의 브랜드로까지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해 낸 레인지로버 스포츠였지만 사실 기자는 그 차를 레인지로버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비록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그 아래 모델인 디스커버리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데다 모름지기 레인지로버라면 인테리어가 화려해야 하는데, 첫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화려하기 보다는 투박하게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대충 둘러봐도 디스커버리 냄새가 너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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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겠지만 혹시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간단한 설명을 붙이면 ‘랜드로버’는 영국의 SUV 전문 자동차 메이커이고,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가 생산하는 가장 상위 모델명이다. 회사 이름과 차 이름을 붙여서 부르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된다. 그런데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을 가진 또 다른 모델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나오고, 뒤이어 ‘레인지로버 이보크’까지 나오면서 최근에는 레인지로버가 나름의 브랜드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그간 랜드로버의 성장과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랜드로버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랜드로버를 인수한 타타의 후원 등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 레인지로버 뼈대를 그대로 사용해서, 명실공히 레인지로버가 됐다. 그리고 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지붕을 낮춰 날렵하게 다듬었다. 인테리어는 레인지로버의 라인을 따르면서 더욱 스포티하게 다듬었다. 특히 시승차의 시트는 그야 말로 압권이다. 이쯤 되면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레인지로버를 대신해 랜드로버의 얼굴 마담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변화를 거부할,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정통성 시비 등의 어떠한 명분도 없다. 무척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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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만났다. 거대하지만 매끈한 라인을 뽐내는 레인지로버와는 달리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우람한 차체는 근육질이 잘 발달한 느낌이다. 지붕을 깎아내 낮아진 자세에서는 긴장감이 묻어난다. 앞모습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많이 닮았지만 좀 더 날렵하고, 범퍼와 그 아래 공기 흡입구에서는 선 굵은 윤곽이 드러나고, 보닛과 펜더에는 숨구멍을 뚫어 폐활량이 더 크기라도 한 듯 자랑하고 있다. 21인치의 거대한 휠 사이로는 빨간색 브렘보 캘리퍼가 시선을 끈다.

만약 레인지로버 없이 이 차만 놓고 본다면 거대한 차체가 둔해 보인다는 둥 입 방정을 떨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레인지로버가 이렇게 다이어트 한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변화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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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4,850 x 1,985 x 1,780mm에 휠베이스 2,925mm, BMW X5는 4,886 x 1,938 x 1,762mm에 휠베이스 2,933mm, 포르쉐 카이엔은 4,846 x 1,954 x 1,702mm에 휠베이스 2,895mm다. 역시 X5가 조금 더 크고, 그리고 레인지로버 스포츠, 그 다음 카이엔이 조금 더 작다. 레인지로버는 길이가 4,999mm로 이들 보다 한 치수 더 크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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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이 잘 살아 있는 수트 입은 모습에 감탄했으니 이제는 그 속에 감춰진 식스팩을 감상할 차례다. 시승차의 도어를 여는 순간 시선은 식스팩이 선명한 빨간색 시트에 시선이 꽂혀 버렸다. 이 빨간색 가죽이 워낙 강렬해서 다른 어떤 선택이 받아들여질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껑충한 시트 위에 올라 앉으면 이 차가 진정한 레인지로버 스포츠임을 확신하게 된다. 레인지로버의 명성에 맞게 화려하고, 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근육을 잘 다듬었다. 데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등 전면에서 레인지로버와의 차이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직접 두 개의 사진을 붙여 놓고 비교해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다. 그 만큼 그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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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과 알루미늄 트림은 고급스럽고 카본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은 스포티하다. 엔진 스타트 버튼과 대칭 위치에 글로브 박스 오픈 버튼을 배치한 것에서도 위트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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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와 살짝 다른 스티어링 휠은 투박한 듯 4각형 패드가 두툼하지만 랜드로버의 터프함과 잘 어울리면서 고급스럽다. 좌우의 버튼 디자인도 멋지다. 오른쪽 버튼들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다. 랜드로버도 이제는 알아서 앞차와 거리 유지하면서 정숙주행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최신 모델답게 당연히 앞 차가 멈추면 따라서 멈추는 것까지 가능한데, 시간이 몇 초 흘러서 주차 브레이크가 작동된 상태에서 다시 출발할 때는 RES(Resume) 버튼으로는 출발이 안되고, 엑셀 페달을 살짝 밟아줘야 출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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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머 계기판은 풀 디지털인데 바늘이 가운데 부분 없이 끝 부분만 보이는 것이 신비롭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이런 스타일을 가장 먼저 사용했지만 그 때는 아날로그였고, 이것은 바늘 중심부가 유령처럼 사라지는 모습이 재미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바늘 끝부분이 숫자 아래로 움직여 바늘이 숫자를 가리는 일이 없어졌다는 거다. 아날로그 바늘에서는 어디서도 구경해 보지 못한 모습이다.

19개의 스피커와 825W 출력을 자랑하는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최신 트랜드에 맞게 블루투스로 즐기기에도 매우 만족스럽다. 센터 콘솔에는 냉장고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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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팩(사실 팩 숫자는 훨씬 많지만) 시트는 스포츠카 느낌이다. 이 거대한 SUV로 서킷에서 드리프트를 해 대도 몸을 잘 잡아 줄 것 같다. 시트 냉방 기능은 앞 좌석 뿐 아니라 뒷좌석에도 마련했다. 레인지로버라면 뒷좌석 승객도 그 만큼 소중하니까. 시승차에는 뒷좌석 승객을 위해 앞좌석 헤드레스트 뒷면에 모니터도 장착돼 있다. 그런데 편의 장비의 상당 부분을 센터페시아 모니터 메뉴 안에 들어가서 조작해야만 하는 시스템은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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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서 레인지로버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은 시트와 변속기 레버다. 변속기 레버가 레인지로버에서는 다이얼 방식인데, 레인지로버 스포츠에서는 재규어 F타입과 같은 전자식 레버가 적용됐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넘나드는 공유가 유쾌하다. 수동모드에서는 BMW처럼 레버를 앞으로 밀면 다운, 당기면 업이다. 이 방식이 더 많이 확대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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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스포츠에는 3.0리터 SDV6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최고출력 292마력/4,000rpm, 최대 토크 61.2kg.m/2,000rpm을 발휘하며,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같은 3.0 V6 디젤이지만 레인지로버의 258마력보다 34마력이 더 높고, 토크는 같다.

0~100km/h 도달 시간은 동급 최고인 7.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2.3톤의 거구에 3리터 디젤 엔진으로 기대 이상의 가속력이다. 하지만 실제 달려 보면 분명 가속이 무척 경쾌하긴 하지만 폭발적이라고 할 만하지는 않다. 스포츠카 보다는 스포츠 버전이라는 말이다. 엔진 사운드는 무척 중후하고 세련됐다. 디젤 엔진이지만 회전을 높이는 재미를 사운드에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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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h로 정속주행 하면 8단에서 회전수가 1,450rpm 정도에 머무른다. 넉넉한 토크 덕분에 연비에 크게 도움이 될 회전수다. 이 상태에서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밀면 스포츠 모드가 되면서 회전수는 2,100rpm 정도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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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익스트림하게 즐기려면 사막이나 정글로, 혹은 서킷으로 가는 게 좋겠지만 일반 도심에서 좀 더 다이나믹하게 즐기려면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동으로 변속이 되긴 하지만 항상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고회전을 적극 사용하면서 즉각적인 토크의 개입을 즐길 수 있다.

디젤 엔진임에도 회전이 매끄럽고 매력적인 사운드와 함께 상승하는 만큼 비록 상승의 한계가 높진 않지만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는 것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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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감각은 저속에서는 꽤나 단단한 느낌으로, 고속에서는 안정된 느낌으로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사실 이전 3세대 레인지로버가 등장하면서부터 온로드 주행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BMW가 X5를 베이스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 랜드로버 다른 모델들의 온로드 주행 성능도 함께 발전했다.

이번 2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 역시 온로드 주행 성능이 우수한데, 레인지로버와 비교해서 좀 더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과 좀 더 낮은 키에서 얻어지는 낮은 무게 중심의 성격으로 보인다. 거기다 출력도 더 높으니 제대로 스포츠라는 이름값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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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답게 일반, 풀/자갈/눈, 진흙/바퀴자국, 모래 등 설정을 자동으로 전환해 주어 간단한 다이얼 조작만으로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갖출 수 있는 트레인 리스폰스 2가 장착되어 있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오프로드를 즐길 수도 있다. 굳이 원한다면 말이다. 물론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고를낮출 수도 있고, 최대 65mm까지 높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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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현재 고성능 모델을 개발 중이다. 지난 가을 뉘르부르크링에서 위장막을 쓰고 테스트 중인 모델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엔진 사운드가 대단했었다. 아마 그 모델이 등장하면 단순히 스포츠 모델이 아니라 진짜 스포츠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델이 될 것 같다.

반면 현재의 디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랜드로버의 스포츠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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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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